병아리 밥 때문에 출근을 하긴 했지만
오늘 두시부터 질병관리본부에서 심사를 해야 하는지라
12시 기차를 타야 한다.
그런데 난 오늘 기차역까지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운동삼아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은, 버버리를 입었기 때문이다.
저녁 6시부터 연대 기생충학교실 50주년이 있는데
그래도 정장을 해야겠다 싶어 버버리를 입었다.
이 버버리는 내가 가진 옷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아끼느라 8년 동안 딱 일곱번 입었고
오늘이 여덟번째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지만
버버리는 특히나 입는 사람을 멋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비록 나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머리가 덥수룩하고 몸매도 별로지만
제법 근사하지 않는가요?

그러니까 내가 오늘 기차역까지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은 건
순전히 간만에 입은 버버리를 자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버버리를 입으니 묘한 생각이 든다.
가는 길에 복자여고를 지나야 하는데
거기서.. 확 이렇게

바바리맨으로 변신해보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바바리맨도 사실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그냥 하는 말이지, 특별한 사람이다)
아침 일을 다 마치고 집에 갔을 바바리맨들을 생각하며 이렇게 외쳐 본다.
"우리는 다 바바리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