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여의도에서는 열심히 벚꽃을 심기 시작한다.

그 당시 여의도를 지나가던 우리 할머니는

“저 나무들이 자라면 볼만 하겠구나”고 탄식하셨다는데

시간이 흘러 그 벚꽃나무들이 큰 나무로 자랐고

나무들이 모여있는 윤중로는

해마다 4월이면 벚꽃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벚꽃 시즌이면 평일에도 밤 11시, 12시까지 차가 밀리고

주말에는 70만 인파가 몰린다고 하니

정말 난리가 아니다.


거기에 자극받았는지

우리 천안시도 도시 곳곳에 벚꽃을 심기 시작한다.

그 나무들이 아담한 나무로 자란 지금,

여의도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 걸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엔 충분하다.

그 벚꽃들을 보면서 출퇴근을 한 게 일주일쯤 되나 싶은데

봄비가 오면서 벚꽃이 거의 다 떨어져 버렸다.

어제 찍은 벚꽃 사진들은 그래서 하나도 화려하지 않다.






어릴 적엔 목련꽃을 그렇게 좋아했다.

목련꽃의 아름다움은 장미나 튤립을 하찮게 여기게 만들었고

베이지색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이라는 생각도 하게 했다.

하지만 목련꽃은 정말이지 비에 취약해

봄비만 내렸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 일쑤였다.

바닥에 떨어진 목련잎을 보는 것만큼 안타까울 때가 또 있을까.

내가 어릴 적 비를 싫어하고

특히나 봄비를 더 싫어했던 건 목련꽃 때문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내가 비를 싫어하는 건

벚꽃 때문만은 아니다.

테니스를 와장창 치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은 이번주,

난 수요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 때문에

모든 계획을 포기했다.

오늘 어떻게 시간을 내서 쳐볼까 했지만

내 연구실에서 자는 내내 유리창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어야 했다.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상태에서 난 이렇게 중얼거렸다.

“치사해서 안친다, 안쳐!”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누군가에게 물었다.

“올해는 유독 비가 많이 오지 않나요?”

그의 대답,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비는, 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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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7-04-13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요즘같이 따뜻한 봄날씨에 외출하기 좋아하는 저도 매일같이 비가와서 좀 싫어졌어요. 여의도는 일요일날 산책다녀왔어요 혼자 갔는데 깔려죽지 않는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답니다. ^^ 님 우산 꼭 챙겨 나가셔요.. 황사비래요.
맞으시면 큰일나요^^

마노아 2007-04-1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꽃에 대한 심화가 저랑 비슷해요. 아후... 이 비가 황사비여서 더 싫어요ㅠ.ㅠ

2007-04-13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04-1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맞지 않게 조심하세요. 머리카락 빠져요.. ㅋㅋ
“치사해서 안친다, 안쳐!” => 요렇게 결심하면 비 그치지 않던가요? ^^;;

프레이야 2007-04-1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황사비 올 거라고 지금 잔뜩 흐리네요.
테니스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곳은 없나요?

해적오리 2007-04-1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요즘 기력이 쇠하여선지, 나이가 들어선지, 아님 신도수가 줄어서인지... 맘같이 안되더군요. ㅡㅡ;;;
님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었는데... 저도 내리는 비가 원망스럽습니다.


목련이랑 벚꽃이랑 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봄비가 싫은 주요한 이유지요...

비로그인 2007-04-1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가 있는 곳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고 장대같이 굵은 빗방울어 떨어지고 있어요. 말하기 뭣하지만, 흐린날 만큼이나 제가 사랑하는 날씨입니다. 목련꽃은, 그만큼 약하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조화를 보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처럼요.

레와 2007-04-1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출근길. 바로 앞에서 떨어진 번개를 보고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어요!
아직도 혼미한 정신이랍니다.

목련, 벚꽃,.. 봄꽃들..
전 이런 봄꽃들이 너무 안스러워요. 금새 져버리니깐..

2007-04-13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4-1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지금 비가 한두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여기까지 황사비가 내리내요.
여기서는 '벚꽃' 하면 '제주대 벚꽃길'이 유명한데 올해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못 갔네요.ㅜ.ㅜ 한주 마무리 잘 하시구요, 좋은 주말 되세요. ^ ^.

마태우스 2007-04-1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레와님/아앗 번개까지.... 봄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그 꽃들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거겠지요...
주드님/우와 번개와 장대비라.... 그러고보니 님의 이미지가 목련꽃 같아요!!!
해적님/뭡니까 잔뜩 믿고 있었는데...........흥. 삐질거야.
배혜경님/실내 테니스는 많이 어렵지요.... 오늘 못치면 담에 치죠 뭐....이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은 하늘에 원망만 하고 있다는...
무스탕님/머리숱이 많아서 아직은 괜찮습니다. 자만하면 안되겠지만요...^^
속삭님/아니어요 제가 책임져야 합니다.!! 말리지마삼.
마노아님/황사 때 비오면 먼지 안나서 좋은거 아닌가 모르겠군요. 아무튼 올 황사는 유난히 긴 것 같군요
춤추는인생님/따스한 충고 감사드려요 아니 연약하신 분이 왜 사람많은 여의도는 가셨는지..... 님도 우산 잘 챙기시길.

마태우스 2007-04-1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오는 모양이군요. 흐음, 이제 그만 좀 내리면 좋겠어요.......

비로그인 2007-04-1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오는게 좋은데....

향기로운 2007-04-1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는, 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많이 온다... 저는 비를 좋아하는데.. 그럼 어떻게 되는거래요???^^;;

하루(春) 2007-04-1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 큰 목련나무 있었는데... 진짜 꽃 활짝 피면 끝내줬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근데 정말 벚꽃 너도나도 너무 많이 심어서 이러다 전국이 봄만 되면 벚꽃 천지가 되는 거 아닌가 몰라요.

울보 2007-04-1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우리동네는 실내에서 치던데
그래도 야외가 좋지요
저도 비가 오면 우울해져요
그리고 눈보다 비가 훨씬많이 오는것같기도 해요,,

Mephistopheles 2007-04-1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은 활짝 피기 전 꽃잎을 다소곳하게 오무리고 있을때가 제일 이뻐요..^^

진주 2007-04-1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놀랐어요!
마태님의 새로운 면을 봤습니다.
벚꽃 목련 장미.
우리 몇년간 지내면서 마태님 입에서 꽃이름이 나온 건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진/우맘 2007-04-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쩐지 더 말리고 싶잖아요!!!!^^;;

클리오 2007-04-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에 여기는 비 그쳤는데, 거기는 아직도인가요? ㅎㅎ

sooninara 2007-04-1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양천에서 벚꽃구경하며 아쉬움을 달랬어요.
안양천 벚나무도 심은지 얼마 안돼서 아직은 아기나무거든요.
그래도 아이들하고 꽃구경하니 좋더군요.

날개 2007-04-1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에 치실거잖아요..
오늘은 푹 쉬시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봐요..^^

깜소 2007-04-1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천안에선 북일고 벚꽃이 볼만하죠..엊그젠가 축제시작 했는데 그림백일장 같은것도 북일고 교정에서 하더라구요 ..자목련도 아름다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