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다못해 애 낳으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예쁜 아이를 보면 가끔씩 이런 말을 중얼거린다.
“저렇게 생긴 애라면 한번 길러보고 싶다.”
요즘 내가 열심히 보는 <행복한 여자>에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자애가 나온다.

극중 이름은 ‘은지’인데, 실제 이름은 박사랑이란다.
드라마에선 세 살 정도로 나오지만 실제는 다섯 살.
폭죽 소리에 놀라 울어버려 NG를 내고
그 다음에는 귀를 막고 아파트에 들어와 또 NG를 내는 귀여운 아이다.
굳이 귀여운 척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여쁜 얼굴을 가졌다.
어릴 적 귀엽다고 커서도 예쁘란 법이 없고
아역 배우가 성인배우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애들은 커서 배우가 되는 데 유리하긴 할거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아버지를 닮아서 다 눈이 작다.
그 중 가장 작은 사람이 바로 나,
그래서 난 어릴 적부터 “2세가 걱정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했다.
우리 형제자매들의 아이는 어떨까?
역시 눈이 작은 매형을 택한 누나의 아이들은 불가능할 정도로 귀여운 셋째를 제외하면
둘 다 눈이 작다.
남동생은 눈이 큰 아내와 결혼해서인지 정상 크기의-절대 큰 건 아닌-눈을 가진 아들을 낳았다.
우리들 중 가장 인물이 출중한 여동생은 아들과 딸 모두 눈이 작은데
그 중 특히 눈이 작은 아들 녀석은 같이 다니면 “니 얘냐?”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 난 이나영처럼 눈이 큰 사람과 아이를 만들지 않는 한
여동생 아들 정도의 눈을 가진 애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
내가 외모 때문에 받아야 했던 스트레스를 떠올려 보고
나를 닮은 아이가 평생 받아야 할 구박의 총량을 생각하면
내가 애를 낳는 건 거의 범죄로 여겨진다.
이나영 정도라면 아이의 눈은 평균이 될 수 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박사랑이라는 애의 엄마가 그다지 예쁘지 않다는 것.
인터넷의 조그만 화면으로 봐서 그런지 별반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같이 화면을 보던 어머니도 “하나도 안 예쁘다.”고 하신 걸로 보아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런 수준은 아니다.
혹시 아버지가 꽃미남인지 뒷조사라도 하고 싶다.
물론 엄마, 아빠가 안이쁜데 이쁜 아이가 태어날 확률도 있지만
그런 희박한 확률에 인생을 걸고 싶진 않다.
결론: 내가 애를 낳기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날 닮은 아이가 태어날까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