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12시 반 경, 난 열심히 낮잠을 자고 있었다.
“때르릉”
전화를 받자마자 난 잠이 확 깼다. 그녀였다.
“오늘...뭐해요?”
천안 간다고, 바쁘다고 했다. 사실 난 2시 50분 기차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나 지금 그 근처 가는데...”
난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고민했다. 그녀가 왜 지금 내 앞에 나타난다는 거지? 왜?
무작정 피할 수만은 없었다. 할 수 없이 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기차 시간을 40분 가량 뒤로 미뤘다. 그리고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저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무미건조한 음성이 들려왔다.
“흥, 시간 없다더니.”
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 앞에서 난 죄인이었기에.
“여기예요.”
그녀가 날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생선을 먹는지 입을 열 때마다 생선 지느러미가 보였다.
“우리 애예요...”
난 그녀가 안은 아기를 바라보았다. 아기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난 방긋 웃어 주었다. 아이는 미소 대신 날 똑바로 응시했다.
“무겁겠어요.”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안아 주실래요? 나 밥 좀 먹게.”
난 아이를 안아 들었다. 10킬로라더니, 내겐 별로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기는, 내 무릎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우리 아이 예쁘죠? 앞으로 아기가 예쁜 거의 기준을 우리 애로 잡아요.”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연방 먹을 것을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가야.”
나지막이 아기 이름을 불러 보았다. 아기는 신기하게도 자기 이름에 반응했다.

지금까지 쓴 건 대부분 진실입니다.
제가 늘 어리게만 보던, 그리고 제게 너무도 많은 것을 베풀어 주던 그녀가 애기 엄마가 되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직장 동료가 결혼한다며 남편과 함께 저희집 근처의 예식장을 찾은 거였어요. 그래도 예전엔 가끔 보곤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서울 외곽으로 옮기고 나니 만나기가 참 힘들어요. 작년 결혼식 때 봤으니 일년 반은 되었나봐요.
제가 잘나가던 시절, 방송에도 가끔 출연하던 그 시절 그녀는 제 첫 번째 팬이 되어 주었고, 제가 나간 방송 프로를 모니터 해줬지요.
그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지금도 제게 소중한 사람이지만, 받은 것에 비해 전 그녀에게 해준 게 없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시간 내서 나와준 게 고마운 게 아니라 변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요.
저도 그녀가 고맙습니다. 저 같은 사람을 계속 기억해 주고, 애써 만나주고, 반가워 해줘서요.
제가 먹을 걸 챙긴다고 여러 번 다리품을 팔아준 자상한 남편을 보니 제가 더 이상 그녀를 걱정해 주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그땐 경황이 없어서 술도 같이 못했지만, 나중에 집에서 한잔 거하게 들이킬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고.마.워.요. 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