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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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설 읽고 약간의 오해를 했다. 제목이 길긴 하지만, 책의 방점은 "세계사"가 아닌 "식물 상자"다. 이 책은 후자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나는 다분히 전자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상자는 빼먹고 식물까지만 눈에 들어왔다. 그랬기에 책 첫 장에 나오는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라는 단어를 읽고도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무역과 다자간 거래 등으로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식물이나 과일조차 어렵지 않게 우리 밥상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열대과일인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익숙한 바나나나 매일 두 잔씩 마시는 커피처럼 (세계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접할 수 없는 식물들이 상당함에도 말이다. 한국인의 소울메이트라 할 수 있는 김치 속 빨간 고추, 점점 익숙해지는 망고, 용과, 애플망고, 건강에 좋다고 하는 아보카도 등도 우리나라 자생식물들이 아니다.

세계사의 대단한 발명 중 하나인 워디언 케이스는 친절하게 제목에서 번역되어 있듯이 식물을 이동하는 상자를 의미한다. 1829년 외과 의사이자 아마주처 박물학자였던 너새니얼 백쇼 워드는 우연히 값진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밀폐된 유리병 안에서 식물이 시들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이끼 등을 가지고 여러 차례 유리병 안에서 키운다. 그리고 그는 영국의 식물을 호주로 이동시킨다. 바로 유리로 만든 워디언 케이스에 넣어서 말이다. 그의 실험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영국에서 호주까지 배로 6개월가량의 여정을 식물이 죽지 않고 버텨준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식물을 이동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다. 기록상으로 처음 등장하는 게 기원전 1450년 경 이집트인들이 소말리아에서 향료나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하니 상당히 오래전부터 그런 시도가 있어왔다는 것이다.

워디언 케이스를 통해 식물들은 좀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식물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워디언 케이스를 통해 우리의 삶이 변화된 것은 맞지만 그에 따른 악영향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법. 저자는 워디언 케이스가 일으킨 긍정적 변화와 함께 부정적인 결과에도 포커스를 맞춘다. 외래식물과 함께 묻어온 병충해로 생태계가 무너지고, 토종 생물들이 멸종하는 끔찍한 결과뿐 아니라, 일명 돈벌이가 되는 식물들을 대규모 농장화하여 식민지화 만드는 열강들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현재는 사라진 워디언 케이스의 역사와 함께 그로인한 득과 실을 책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긍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없나 보다. 물론 워디언 케이스를 발명한 워드 역시 이런 결과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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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이 열린다 - 당신이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시장, 인도 투자 전략
김민수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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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년 동안 복수 전공으로 경영학을 했었다. 전공필수 과목 중에 한 분야가 바로 경제학이었다. 배울 때는 나름 흥미로웠는데, 졸업을 하고 나니 전공 관련 책들은 손에 안 잡힌다. 졸업논문으로 베트남 화장품 시장 투자를 썼음에도 마케팅. 투자 쪽은 아예 담을 쌓았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경제학 관련 서적이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직격탄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외투자는 뜨거운 감자다. 과거 중국에 관한 투자가 베트남으로 넘어간 상태인데, 그렇다면 현재 우리에게 남은 블루오션은 어느 나라일까? 이 책에 저자는 현 투자자문 회사 대표를 맡고 있고, 인도 핀테크 기업인 밸런스 히어로에서 IR 임원으로 재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인도 투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고 놔 할까?

사실 인도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계기가 있었다.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로 집권한 이후다. 모디 총리는 집권 후 2014년 메이크 인 인디아를, 2015년 디지털 인디아를 발표한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제조업을 진흥하고자 한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의 경우 주된 정책의 방향은 인도 내 외국기업들의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 인도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수입되는 상품의 세금의 차등을 둔다. 그 밖에도 인도는 해외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 생산량 연계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제조업을 통한 생산력을 끌어올린다. 그에 힘입어 인도는 디지털 인디아를 통해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꾀한다. 인도의 최대 문제점 중 하나가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10% 미만만 대출 서비스가 가능했었다. 그러다 보니 차량이나 백색가전 등과 같이 금액이 큰 경우는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컸다.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인도이기에, 모디 총리는 2015년 디지털 사회 전환책을 통해 인도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인도는 금융권을 이용하려면 애로사항이 많았다. 대출은 물론이거니와 공과금을 내려고 해도 은행이 많지 않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연히 구매의 경우도 현금만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고향에 내려가려면 돈을 상당수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 또한 야기되었다. 그렇기에 디지털 인디아는 인도의 상황을 바꿔주는 획기적인 정책이 되었다. 우선 인도 지역 내에 인터넷 보급률을 끌어올렸다. 그와 함께 스마트폰을 통한 핀테크 서비스를 지원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 서비스 혜택을 받아볼 수 있게 되자 인도는 급속도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즉, 현금 사회에서 디지털금융사 회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이후 급격한 화폐개혁이 단행되어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긴 하였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그를 통해 디지털 금융사회가 3년이나 빨라지게 되기도 했다. 두 정책은 결국 2021년 기준 인터넷 보급률 60%, 스마트폰 사용 인구 비중 38%라는 큰 결과를 만들어 냈다.

 

 

 

책에는 이런 인도의 변화와 함께 인도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가령 인도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나 절세의 방법처럼 실제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 말이다. 사실 인도에 직접투자를 하는 것은 어렵다. 실제 투자를 하려면 자산이 500억 이상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저자는 인도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 한다. 뿐만 아니라 인도 투자와 함께 눈여겨볼 만한 기업 10곳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인도 내에서 핀테크를 선도하고 있는 릴라이언스인더스토리, 타타모터스, HDFC 뱅크 등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기에 인도 투자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이미 발 빠른 기업들의 인도 투자는 시작되었다. 기회는 쟁취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처럼 기회의 땅 인도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정독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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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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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 등장인물들이 무척 이상하다. 읽으며 읽을수록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르지만, 왜? 말고는 질문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특이하고 괴이하다.

술집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창 사나에를 만난 신견은 그렇게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그는, 소위 외박을 했던지라 출근할 옷이 없다. 사나에가 건네주는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신견. 그녀가 건네준 양복은 전 남자친구의 것이었는데, 남의 옷을 입어도 되냐는 물음에 사나에는 아무렇지 않게 그가 행방불명 되었고 다시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생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왜 사나에는 그런 대답을 했던 것일까?

그의 옷을 입고 출근한 날, 한 남자가 신견을 방문한다. 탐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사나에의 전 남친의 소재 때문에 그를 찾아왔다. 사나에 집에 있는 큰 화분 아래 그가 죽어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탐정이라지만, 너무 대놓고 끔찍한 상황을 확인해달라는 거 아닐까?

퇴근 후 사나에를 찾아간 신견은 사나에에게 자신을 찾아온 탐정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사나에는 신견이 보는 앞에서 화분의 흙을 삽으로 파서 확인해 준다. 그는 없었다. 탐정은 신견에게 사나에가 22년 전 나라를 떠들썩 하게 했던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이야기한다. 일명 종이학 사건. 사건으로 아빠인 히오키 다케시를 비롯하여 엄마 유리, 15살 된 오빠까지 전 가족이 살해당한다. 한 남자가 건네준 음료를 먹고 잠들었던 사나에만 살 수 있었다. 아빠와 오빠의 몸에서는 주먹으로 구타당한 흔적이 발견되었고, 엄마는 전라의 상태로 312마리의 종이학이 몸을 깜 싸고 있는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된다. 이상한 것은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집 전체가 잠겨 있었고, 집 곳곳에 CCTV가 있었지만 범인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장실 또한 성인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았기에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움을 겪었다. 일명 밀실 살인으로 볼 수 있는 이 사건의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신견은 사건이 궁금하다. 사나에의 가족을 살해한 게 자신은 아닐까? 하는 괴이한 상상과 추리에 빠진다. 꽤 오랜 시간 자신 안에 있는 다른 존재인 R이 벌인 일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사나에를 사랑한다기 보다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궁금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간다. 당시 사건을 알고 있는 변호사 사토를 비롯하여 히오키 사건을 취재하여 소설로 펴내려다 실패했던 프리라이터 간자키 가오루 등 사나에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사건을 캐낸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괴이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신견. 뛰어난 외모를 가진 엄마, 의처증 때문에 하루에도 세 번씩 전화를 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집안 곳곳에 CCTV를 달아놓은 아빠, 여동생을 성적 대상으로 대하는 오빠. 그리고 그런 가족 속에서 숨기만 하는 딸.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나에는 불안하다. 범인이 다시 찾아온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신견이 자신을 죽여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신견 또한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있으니 말이다. 사나에의 애인이었던 그 또한 과거 자신이 다녔던 회사의 한 직원을 스토커 한 전적이 있다. 그녀 역시 회사 대표와 불륜 관계이고, 그게 드러날까 봐 탐정까지 동원해 퇴사한 그를 찾아다닌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여전히 나는 미궁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과연 사나에의 말은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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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그래픽 노블)
백대승 지음, 조지 오웰 원작, 김욱동 해설 / 아름드리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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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나는 동물농장. 20대에 처음 읽으며 독재자 나폴레옹에 한 나라의 인물이 겹쳐져 보였다. 30대에 다시 읽은 동물 농장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40대가 되어 읽은 동물농장은 어떨까?

각기 다른 책으로 읽어서 그런 건지, 강산이 두 번 바뀐 세월 동안 나 또한 생각이 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물론 주된 줄거리는 같지만 말이다.

인간 존스로부터 착취당하고 살던 매너 농장의 동물들은 주인 존스에게 반기를 든다. 그 선봉에 선 메이저 영감. 어린 시절 어머니 곁에서 들었던 잉글랜드의 동물들을 부르며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를 궐기한다. 존스를 쫓아낸 동물들은 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7가지 계명을 작성한다. 벽면 가득 7계명을 써 놓는 동물들. 그들의 계획은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고, 같은 대우를 받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었다. 누구도 군림하지 않고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농장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그들의 계획대로 잘 되었다. 얼마 후 메이저 영감이 죽고,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이 의견을 제시한다. 말인 복서는 묵묵히 자신의 일 이상을 해낸다. 다른 동물들이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권력의 맛을 들이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동물농장을 이끈다는 명목으로 돼지들은 서서히 기득권이 되어간다.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잘 키우겠다는 명목으로 부모와 분리시킨다. 젖소에게서 짠 우유를 머리를 쓴다는 이유로 돼지들이 독점한다. 급기야 풍차를 세우는 문제로 극도의 대립을 거듭하던 나폴레옹은 스노볼을 내쫓고 독재자가 된다. 처음의 이상에서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는 동물들. 강아지를 자신의 하수로 키운 나폴레옹은 동물들을 위협하고, 자신에 반대하는 동물들에게는 처절한 응징을 가하고 죽인다.

 

 

 

어느 순간 7계명이 돼지 나폴레옹의 입맛에 맞게 교묘히 바뀌기 시작한다. 가령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는 조목은 "시트를 깔지 않고"라는 조목이 붙고, 존스의 집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조용하게 회의할 곳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돼지들의 집이 된다. 인간과의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도 조금씩 달라진다. 점점 독재자가 되어 가는 나폴레옹. 그런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동물들에게는 죽음만 있을 뿐이다. 사고가 터지거나, 동물들을 선동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나폴레옹은 스노볼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어김없이 한다. 웅변가인 스퀄러를 앞세워서 말이다. 급기야 인간들에 의해 힘들게 만든 풍차가 망가지고, 그를 다시 재건하려는 복서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복서를 따르는 많은 동물들. 그런 복서를 없애고자 하는 나폴레옹. 복서가 사라지자 인간보다 더 악랄한 돼지 나폴레옹은 농장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하는데...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생각났던 나라가 있었다. 물론 이 책은 그보다 앞서 기록되었고, 당시 공산주의였던 소련을 겨냥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한 인간 존스, 돼지 나폴레옹, 메이저는 특정 인물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말 복서와 클로버, 염소 뮤리얼, 당나귀 벤저민, 닭 들 역시 민중과 중산층, 소련에 사는 유태인, 지식인층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아닌 복서가 지도자가 되었다면 동물농장에는 다른 결과가 주어졌을까? 복서도 권력을 잡게 되면 달라질까? 처음에는 선량하고 국민을 위했던 사람조차 권력의 맛을 들이면 순식간에 달라지는 것을 그동안 자주 목도했다. 그런 모습이 책 가득 담겨있어서 씁쓸했지만 그래서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이제는 이 한 줄의 의미가 너무 피부로 와닿는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 보다 더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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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고전 유람 - 이상한 고전, 더 이상한 과학의 혹하는 만남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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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프로그램에서 본 박사 출신 곽재식 작가와의 이야기를 참 흥미롭게 보았다. 그 이후부터 그가 쓴 책을 한 번씩 찾아보게 되었다. 역시나 시선이 특이하고, 참신하다. 이 책 전에 읽었던 책이 아파트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때도 신선했었다. 아파트에 인간과 동거하는 각종 생물들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이번 책은 고전과 과학의 만남이다. 어찌 보면 고전을 깨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과학적 사실이 당시에는 많았으니 말이다. 놀랍구나!라는 시선으로 봤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이러저러한 현상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4부에 걸쳐, 총 16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상당 부분이 SF틱 한 이야기들이다. 금오신화나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처럼 익숙한 이름의 책도 있지만 해객론, 신라법사방, 천예록, 잠곡유고처럼 처음 듣는 책 이름도 등장한다. 여섯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삼국사기 이야기를 보자면 주된 이야기는 해괴한 여러 가지 일의 결말은 백제 멸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9m가 넘는 물고기의 사체나 5m가 넘는 여인의 시체, 귀신의 울음소리를 비롯하여 백제 도성 우물물이 피로 변하는 등의 사건은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특히 옛날에는 큰 것은 하늘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는데, 그런 대형 어류나 거인이 죽은 체 발견되었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징조로 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물물이 피로 변한 것이나, 동물들이 등장하는 자연재해 역시 하늘이 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들에 얽힌 과학적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우물물이 피로 변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적조현상이라 볼 수 있겠다. 적조현상이 일어나면 당연히 물고기들의 폐사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그 또한 설명될 수 있겠다. 그러던 차에 고래와 같은 큰 물고기들이 들어왔다가 죽게 되었다면 어떨까? 당시 사람들은 고래나 상어 같은 큰 어종의 바다생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놀랄 수 있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여성의 시체라는 것 역시 부패되어 손상된 큰 바다생물일 가능성 역시 크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는 동물들이 인간보다 먼저 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조짐에 동물들이 이동하는 것은 우리 역시 볼 수 있는 걸 보면 당시에도 동물들이 먼저 알았던 것 같다. 지금도 적조현상이나 쓰나미,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해가 심심찮게 일어나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 현상들을 나라의 멸망 등과 결부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망국을 향해 가는 백제의 시기와 사건들이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맞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이런 현상들이 기록된 책이 삼국사기기에 상대적으로 백제의 멸망과 자연현상을 더 결부시켜 서술된 것은 아닐까 하는 저자의 생각 또한 담겨있다.

이런 식으로 책 속에는 우리의 고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사건들을 현재의 과학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만나는 것들도 흥미롭고 기발하고 한편 엉뚱해 보이기도 했다. 내용만큼이나 담겨있는 삽화도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같은 상황이라면 현재의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는 그로부터 상당 시간 지난 현대의 사람들이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전 속 괴이한 사건들을 당시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이성적인 시대를 살고 있어서 때론 과거 기록 속 이야기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조금은 감성적이 될 필요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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