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그래픽 노블)
백대승 지음, 조지 오웰 원작, 김욱동 해설 / 아름드리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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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나는 동물농장. 20대에 처음 읽으며 독재자 나폴레옹에 한 나라의 인물이 겹쳐져 보였다. 30대에 다시 읽은 동물 농장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40대가 되어 읽은 동물농장은 어떨까?

각기 다른 책으로 읽어서 그런 건지, 강산이 두 번 바뀐 세월 동안 나 또한 생각이 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물론 주된 줄거리는 같지만 말이다.

인간 존스로부터 착취당하고 살던 매너 농장의 동물들은 주인 존스에게 반기를 든다. 그 선봉에 선 메이저 영감. 어린 시절 어머니 곁에서 들었던 잉글랜드의 동물들을 부르며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를 궐기한다. 존스를 쫓아낸 동물들은 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7가지 계명을 작성한다. 벽면 가득 7계명을 써 놓는 동물들. 그들의 계획은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고, 같은 대우를 받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었다. 누구도 군림하지 않고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농장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그들의 계획대로 잘 되었다. 얼마 후 메이저 영감이 죽고,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이 의견을 제시한다. 말인 복서는 묵묵히 자신의 일 이상을 해낸다. 다른 동물들이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권력의 맛을 들이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동물농장을 이끈다는 명목으로 돼지들은 서서히 기득권이 되어간다.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잘 키우겠다는 명목으로 부모와 분리시킨다. 젖소에게서 짠 우유를 머리를 쓴다는 이유로 돼지들이 독점한다. 급기야 풍차를 세우는 문제로 극도의 대립을 거듭하던 나폴레옹은 스노볼을 내쫓고 독재자가 된다. 처음의 이상에서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는 동물들. 강아지를 자신의 하수로 키운 나폴레옹은 동물들을 위협하고, 자신에 반대하는 동물들에게는 처절한 응징을 가하고 죽인다.

 

 

 

어느 순간 7계명이 돼지 나폴레옹의 입맛에 맞게 교묘히 바뀌기 시작한다. 가령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는 조목은 "시트를 깔지 않고"라는 조목이 붙고, 존스의 집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조용하게 회의할 곳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돼지들의 집이 된다. 인간과의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도 조금씩 달라진다. 점점 독재자가 되어 가는 나폴레옹. 그런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동물들에게는 죽음만 있을 뿐이다. 사고가 터지거나, 동물들을 선동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나폴레옹은 스노볼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어김없이 한다. 웅변가인 스퀄러를 앞세워서 말이다. 급기야 인간들에 의해 힘들게 만든 풍차가 망가지고, 그를 다시 재건하려는 복서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복서를 따르는 많은 동물들. 그런 복서를 없애고자 하는 나폴레옹. 복서가 사라지자 인간보다 더 악랄한 돼지 나폴레옹은 농장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하는데...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생각났던 나라가 있었다. 물론 이 책은 그보다 앞서 기록되었고, 당시 공산주의였던 소련을 겨냥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한 인간 존스, 돼지 나폴레옹, 메이저는 특정 인물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말 복서와 클로버, 염소 뮤리얼, 당나귀 벤저민, 닭 들 역시 민중과 중산층, 소련에 사는 유태인, 지식인층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아닌 복서가 지도자가 되었다면 동물농장에는 다른 결과가 주어졌을까? 복서도 권력을 잡게 되면 달라질까? 처음에는 선량하고 국민을 위했던 사람조차 권력의 맛을 들이면 순식간에 달라지는 것을 그동안 자주 목도했다. 그런 모습이 책 가득 담겨있어서 씁쓸했지만 그래서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이제는 이 한 줄의 의미가 너무 피부로 와닿는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 보다 더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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