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고전 유람 - 이상한 고전, 더 이상한 과학의 혹하는 만남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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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프로그램에서 본 박사 출신 곽재식 작가와의 이야기를 참 흥미롭게 보았다. 그 이후부터 그가 쓴 책을 한 번씩 찾아보게 되었다. 역시나 시선이 특이하고, 참신하다. 이 책 전에 읽었던 책이 아파트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때도 신선했었다. 아파트에 인간과 동거하는 각종 생물들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이번 책은 고전과 과학의 만남이다. 어찌 보면 고전을 깨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과학적 사실이 당시에는 많았으니 말이다. 놀랍구나!라는 시선으로 봤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이러저러한 현상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4부에 걸쳐, 총 16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상당 부분이 SF틱 한 이야기들이다. 금오신화나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처럼 익숙한 이름의 책도 있지만 해객론, 신라법사방, 천예록, 잠곡유고처럼 처음 듣는 책 이름도 등장한다. 여섯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삼국사기 이야기를 보자면 주된 이야기는 해괴한 여러 가지 일의 결말은 백제 멸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9m가 넘는 물고기의 사체나 5m가 넘는 여인의 시체, 귀신의 울음소리를 비롯하여 백제 도성 우물물이 피로 변하는 등의 사건은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특히 옛날에는 큰 것은 하늘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는데, 그런 대형 어류나 거인이 죽은 체 발견되었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징조로 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물물이 피로 변한 것이나, 동물들이 등장하는 자연재해 역시 하늘이 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들에 얽힌 과학적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우물물이 피로 변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적조현상이라 볼 수 있겠다. 적조현상이 일어나면 당연히 물고기들의 폐사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그 또한 설명될 수 있겠다. 그러던 차에 고래와 같은 큰 물고기들이 들어왔다가 죽게 되었다면 어떨까? 당시 사람들은 고래나 상어 같은 큰 어종의 바다생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놀랄 수 있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여성의 시체라는 것 역시 부패되어 손상된 큰 바다생물일 가능성 역시 크다. 그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는 동물들이 인간보다 먼저 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조짐에 동물들이 이동하는 것은 우리 역시 볼 수 있는 걸 보면 당시에도 동물들이 먼저 알았던 것 같다. 지금도 적조현상이나 쓰나미,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해가 심심찮게 일어나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 현상들을 나라의 멸망 등과 결부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망국을 향해 가는 백제의 시기와 사건들이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맞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이런 현상들이 기록된 책이 삼국사기기에 상대적으로 백제의 멸망과 자연현상을 더 결부시켜 서술된 것은 아닐까 하는 저자의 생각 또한 담겨있다.

이런 식으로 책 속에는 우리의 고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사건들을 현재의 과학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만나는 것들도 흥미롭고 기발하고 한편 엉뚱해 보이기도 했다. 내용만큼이나 담겨있는 삽화도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같은 상황이라면 현재의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는 그로부터 상당 시간 지난 현대의 사람들이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전 속 괴이한 사건들을 당시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이성적인 시대를 살고 있어서 때론 과거 기록 속 이야기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조금은 감성적이 될 필요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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