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큼 등장인물들이 무척 이상하다. 읽으며 읽을수록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르지만, 왜? 말고는 질문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특이하고 괴이하다.
술집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창 사나에를 만난 신견은 그렇게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그는, 소위 외박을 했던지라 출근할 옷이 없다. 사나에가 건네주는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신견. 그녀가 건네준 양복은 전 남자친구의 것이었는데, 남의 옷을 입어도 되냐는 물음에 사나에는 아무렇지 않게 그가 행방불명 되었고 다시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생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왜 사나에는 그런 대답을 했던 것일까?
그의 옷을 입고 출근한 날, 한 남자가 신견을 방문한다. 탐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는 사나에의 전 남친의 소재 때문에 그를 찾아왔다. 사나에 집에 있는 큰 화분 아래 그가 죽어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탐정이라지만, 너무 대놓고 끔찍한 상황을 확인해달라는 거 아닐까?
퇴근 후 사나에를 찾아간 신견은 사나에에게 자신을 찾아온 탐정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사나에는 신견이 보는 앞에서 화분의 흙을 삽으로 파서 확인해 준다. 그는 없었다. 탐정은 신견에게 사나에가 22년 전 나라를 떠들썩 하게 했던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이야기한다. 일명 종이학 사건. 사건으로 아빠인 히오키 다케시를 비롯하여 엄마 유리, 15살 된 오빠까지 전 가족이 살해당한다. 한 남자가 건네준 음료를 먹고 잠들었던 사나에만 살 수 있었다. 아빠와 오빠의 몸에서는 주먹으로 구타당한 흔적이 발견되었고, 엄마는 전라의 상태로 312마리의 종이학이 몸을 깜 싸고 있는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된다. 이상한 것은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집 전체가 잠겨 있었고, 집 곳곳에 CCTV가 있었지만 범인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장실 또한 성인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았기에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움을 겪었다. 일명 밀실 살인으로 볼 수 있는 이 사건의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신견은 사건이 궁금하다. 사나에의 가족을 살해한 게 자신은 아닐까? 하는 괴이한 상상과 추리에 빠진다. 꽤 오랜 시간 자신 안에 있는 다른 존재인 R이 벌인 일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사나에를 사랑한다기 보다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궁금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간다. 당시 사건을 알고 있는 변호사 사토를 비롯하여 히오키 사건을 취재하여 소설로 펴내려다 실패했던 프리라이터 간자키 가오루 등 사나에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사건을 캐낸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괴이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신견. 뛰어난 외모를 가진 엄마, 의처증 때문에 하루에도 세 번씩 전화를 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집안 곳곳에 CCTV를 달아놓은 아빠, 여동생을 성적 대상으로 대하는 오빠. 그리고 그런 가족 속에서 숨기만 하는 딸.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나에는 불안하다. 범인이 다시 찾아온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신견이 자신을 죽여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신견 또한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있으니 말이다. 사나에의 애인이었던 그 또한 과거 자신이 다녔던 회사의 한 직원을 스토커 한 전적이 있다. 그녀 역시 회사 대표와 불륜 관계이고, 그게 드러날까 봐 탐정까지 동원해 퇴사한 그를 찾아다닌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여전히 나는 미궁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과연 사나에의 말은 진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