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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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년 동안 피아노를 배웠다. 초등학교 1학년. 처음 다녔던 학원의 각 연습방 이름이 음악가들의 이름이었다.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원장님 방은 쇼팽, 갈색 피아노가 있던 선생님 방은 브람스. 각 연습실에는 베토벤, 모차르트 등의 이름과 함께 검은 피아노가 있었다. 아주 오래된 기억임에도 첫 기억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일까? 유독 클래식에 관심이 많았다. 일부러 찾아듣기도 하고, 음악가들에 관심이 많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주말이면 새벽까지 클래식 채널을 찾아서 보기도 했다.

음악가와 음악은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마 음악과 그들의 삶을 별개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 클래식은 그런 거리감을 한결 덜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왠지 모르게 클래식 음악가 하면 벽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클래식이 실생활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장르는 아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책 속에는 정말 다양하고 특이한 삶을 살았던, 지금의 우리조차 범접하기 쉽지 않았던 삶을 살았던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16명의 음악가가 등장하는데, 자신이 작곡한 음악만큼이나 그들의 삶 또한 평탄하지 않았다.(일부러 그런 음악가만 등장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단골 소재인가 보다. 근데, 정말 막장드라마 저리 가라 수준의 행태를 보인 음악가들이 상당하다. 불륜과 바람은 기본 옵션이고, 친구의 아내, 지인의 아내를 빼앗고, 오래 만나던 애인을 버리고 애인의 친구와 결혼을 하기도 한다. 애인이 그 소식에 권총 자살을 하기도 했으니 정말 막장 중의 상 막장이다. 물론 친구를 잘못만나 신세를 망친 음악가도 등장하고, 짝사랑만 하다 끝난 이야기도 등장한다.

사랑 이야기 중 단연 최고의 막장은 자코모 푸치니와 클로드 드뷔시였다. 여성편력 및 아내를 두고 여러 여자와 바람을 피웠던 푸치니. 그의 아내 엘비나의 의부증에 하녀 도리아 만프레디는 음독자살을 한다. 결국 도리아가 죄가 없는 걸로 밝혀지고 엘비나는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녀의 의부증도 문제였지만, 푸치니 역시 원인 제공을 했다는 사실. 그 둘 역시 불륜으로 시작한 관계였기에 더 그런 게 아니었나 싶다. 또한 드뷔시 역시 만만치 않다. 앞에서 말한 권총 자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드뷔시니 말이다. 두 여자 양다리는 물론 제자의 어머니와 바람이 나서 아내를 버리기도 한다. 그 아내 역시 친구와 마찬가지로 권총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 그의 기행이 마무리된 것은 바로 하나밖에 없는 딸 엠마 덕분이었다.

그 밖에도 잠깐 잠을 내 결혼하고 돌아온 워커홀릭 구스타프 말러, 60번 넘게 이사했던 루트비히 판 베토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과로로 30대에 50대 얼굴로 사망한 펠릭스 멘델스존-바르톨디 까지...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그들의 삶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단숨에 거리감이 사라지긴 했지만, 또 다른 색안경이 장착되기도 한 듯싶다. 역시 신은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 것 같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있는 대신, 여러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옳지 못한 행동으로 손가락질을 받은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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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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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해서 손해 볼 건 하나도 없어.

만약 달성하면 엄청난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 거고.

이왕이면 그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 싶었지.

마지막 장을 읽고 깜짝 놀랐다. 당연히 소설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실제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인 고바야시 유미코 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모티프로 쓰인 작품이었다.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유미코를 보면서 나 또한 생각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사람. 근데 그 분위기 또한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렇기에 침체된 분위기도 그녀가 오면 다시금 살아났다. 그녀를 보며 늘 부러웠던 것 같다. 왜 나는 그러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자주 했고... 물론 어느 순간 그것은 그녀의 능력이라고 인정하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중견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한 오모리 리카. 출판유통회사에 입사했지만, 책과 친하지 않은 그녀인지라 회사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그저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 다닌다는 정도의 자긍심만 있을 뿐. 도쿄에서 나고 자랐던 리카는 오사카 지사 영업부로 발령이 난다. 낯설 디 낯선 곳에서 잔뜩 위축되기 하는 리카. 리카 담당 서점 중 가장 규모가 큰 분에츠도 서점 도지마점에서 일이 발생한다. 원하는 신간이 5권밖에 안 오자, 점장 야나기하라와 10년차 알바생인 마사미가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선임이던 나카가와 다카시 계장이 상황을 수습하고자 한다. 리카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신입 동기에게 부탁을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3권만 얻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나카가와 계장 앞에 5권을 더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갖 들어온 신입이 신간 5권을 윗사람 몰래 빼내려 했다는 사실로 리카를 비롯해 부탁을 받은 동료까지 어려움에 처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리카를 데리고 고바야시 서점으로 가는 나카가와 계장.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인 유미코와 인사를 하고 잠깐 리카를 부탁하고 나온다. 유미코로부터 70년이 된 고바야시 서점의 이야기를 건네듣게 되는 리카. 그녀의 이야기는 치유의 힘이 있었다. 늘 의기소침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리카에게 유미코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리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고바야시 서점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서점 한편에서 우산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우산! 우산에 얽힌 사연과 함께 유미코는 리카가 고민하는 부분의 답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넌지시 이야기해 준다. 가령 도지마점에서 새로운 이벤트나 행사를 준비하면서 담당자인 리카에게 아이디어를 묻는다. 고민스러운 리카의 얼굴을 알아본 유미코는 자신의 서점에서 기획했던 이야기들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물론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에 대한 힌트가 될 뿐이지만, 그 일을 통해 리카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색이 들어있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그 아이디어는 결국 큰 성공을 거둔다.

책과 친해지기 위해 그녀가 했던 책 읽기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 후지사와 다케루와의 이야기 등은 얼핏 보면 잔잔해 보이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였다. 일본이라서 아쉽지만, 실제 아마가사키에 위치한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를 책을 통해서라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 동네 책방이 하나 둘 사라지고, 대형 서점만 남아있는 현실 속에서 풋풋한 인심과 애정이 묻어나는 작디작은 동네 서점 이야기를 통해 나 역시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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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정이립 옮김, 너새니얼 호손 원작, Crystal S. Cha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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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나는 한빛비즈 고전 문학툰은 주홍글자다. 한 권 독파도 힘든 고전을 3권째 독파라니... 역시 문학툰이 주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문학툰을 만나고 나니,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물론 기약은 없다.

고전문학을 만나다 보니, 당시 생활상이 여실히 보인다. 물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도 진행 중이니 말이다. 얼마 전 만났던 레 미제라블 속 미혼모 문제가 주홍글자 속에서도 등장한다. 팡틴과 헤스터 프린의 차이점이라면... 팡틴은 미혼이었고 헤스터 프린은 기혼이었다는 점? 그럼에도 아버지 없는(밝히지 않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나이 많은 학자와 결혼한 헤스터 프린은 남편과 사이의 애정이 없다. 2년 전 그녀를 혼자 여행 보낸 남편은 어떻게 되었는지 연락이 없다. 그 사이 헤스터 프린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 그로 인해 그녀의 가슴 가운데는 간통을 뜻하는 A(Adultery)가 새겨져 있다. 아이의 아빠를 밝히라는 말에 헤스터 프린은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한다. 우리의 경우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되었지만, 그전만 해도 간통죄는 징역형을 받을 정도의 죄였다.

지금도 쉽지 않지만, 당시 여자 혼자의 몸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헤스터는 손재주가 좋았던지라 바느질로 생계를 연명할 수 있었다. 그녀가 처벌대 위에 세워진 그날, 그녀는 남편인 로저 칠링워스 박사를 마주한다. 그런 그녀에게 칠링워스는 자신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칠링워스는 헤스터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에 대해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그녀 주위를 맴도는 아서 딤스데일 목사가 의심스럽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젊은 목사인 그. 근데 딤스데일 목사가 이상하다. 어디가 아픈지, 핏기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를 치료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딤스데일 목사와 한집에 살게 되는 칠링워스. 치료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그를 압박하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또 한 사람! 딤스데일 목사는 밝혀지지 않은 자신의 죄 때문에 괴로워한다. 설교를 하고, 깨끗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위선에 속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헤스터는 위로와 조언을 한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결심을 하게 되는 딤스데일. 그들의 끝은 어떻게 될까?

우연히 마주한 양피지 속에 담긴 글을 세상에 내어놓는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소설은 마지막 역시 그렇게 끝을 맺는다. 세관에서 지루한 삶을 살고 있던 한 남자가 발견하게 되는 주홍글자속 이야기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다.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의 명예를 지켜주고자 노력한 헤스터. 그녀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우지만 늘 죄책감에 사로잡혀사는 딤스데일. 그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에 악마로 변해버린 칠링워스. 그리고 엄마의 가슴에 붙어있는 A의 의미를 알고자 하는 딸 펄.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주홍글자 안에서 레 미제라블이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 그런 걸까? 남을 도우며 평생을 속죄하며 살았던 장 발장처럼, 헤스터 역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처음에는 그녀를 보고 더럽다고 피하던 사람들조차 그녀가 지은 죄에 대해 조금씩 생각을 달리한다. 그녀의 진정 어린 모습에 그녀를 죄인이라고 매도했던 사람들조차 그녀의 가슴에 박힌 A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걸 보면 진심 어린 행동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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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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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머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야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느껴진다.

역겹고 치사한 냄새, 오물과 살인의 냄새, 배신과 공포의 냄새.

죽음의 꽃으로 안면이 있는 이동건 작가의 신작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고를 때 표지를 보는 편이다. 아무래도 표지가 아쉬우면 책에 손이 안 간다. 그래서 늘 아쉽다. 책 내용은 너무 흥미롭고 좋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 이후 델피노 출판사 책은 표지 여부와 상관없이 읽는다. 이번에도 흥미로웠다. 이번에도 순삭이다.

중학교 시절 박종혁은 도덕 과목 생명존중과 윤리 수업 시간 중 살인이라는 단어에 귀가 띈다. 지극히 뻔한 단어였음에도 왜 귀가 뜨인 걸까? 그리고 그는 그날부터 살인을 위해 연구를 시작한다. 남에게 들키지 않고 살인을 할 수 있는 방법. 운동도 하고, 해부학을 비롯한 각종 책을 섭렵했다. 당연히 책에서 손은 놓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담임을 첫 번째 목표로 살인을 저지른다. 혼자 사는 미혼의 중년 여성이었다. 시체와 함께 증거는 1도 나오지 않았기에 실종사건으로 조금씩 잊힌다. 물론 살인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희미해진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 취직한다. 주말이면 싸구려 바에 가서 싸구려 위스키를 먹는 게 낙이라면 낙이다. 그리고 그 바에는 종혁이 유일한 손님이다. 어느 날, 부티 나 보이고 무척 아름다운 그녀가 바에 등장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거는 그녀 박하윤. 그녀 때문에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그녀와 사랑에 빠져서가 아니라, 그녀의 남친이라는 대천 그룹 차남이자 재벌 2세 김태수가 오해하고 종혁을 구타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증거는 없다. 어느 날, 종혁은 누군가에 의해 외진 창고로 끌려간다. 그리고 죽을 만큼 맞는다. 그는 태수의 아버지이자 대천 그룹 회장인 김필정이었다. 그의 뒤에 있는 드럼통 두 개에는 시신이 들어있었고 그중 하나는 하윤이었다. 비어있는 하나는 종혁의 차지다. 자신이 태수를 죽인 살인자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필정은 눈 하나도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계약금 10억에 사람을 한 명 죽일 때마다 6억. 그가 말한 사람은 총 5명. 말하자면 살인을 끝마치면 그의 손에 40억이 생긴다는 소리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와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를 만난다. 서울중앙 지방검찰청 검사라는 이진수. 그의 계획은 김필정을 살해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그의 큰 아들인 김태웅까지 가담한다. 그는 과연 누구의 편일까?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이 있다. 킹 메이커도 아니고, 일개 검사의 손에서 대한민국이 좌지우지된다?! 증거 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종혁을 이용해 필정도 진수도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간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종혁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을 1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물론 국회의원 김성국을 죽이고 납치 쪽으로 분위기가 몰렸을 때부터 종혁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죄책감보다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지만 말이다. 수십억의 돈이 생겼지만, 과거 공장에서 일할 때가 더 행복했다는 종혁의 후회는 이미 저지른 후의 밀려오는 모든 후회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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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현대지성 클래식 43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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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한 수준에 이르기를 바랐지만, 전체적으로 그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을 때 내가 처했을 상황과 비교하면

완벽을 지향하며 노력한 까닭에 그나마 나아졌고 더 행복해졌다.

개인적으로 자서전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돈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랑하려고 쓴 책이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선입견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지만, 벤저민 프랭클린 하면 떠오르는 게 프랭클린 다이어리밖에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벤저민 프랭클린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자신의 아들인 윌리엄에게 쓴 편지 형식의 자서전이다. 집안과 젊은 시절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특히 인쇄업과 글쓰기에 대한 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2부는 자서전을 독려하는 두통의 편지로 시작한다. 특히 공립 도서관을 처음 만들게 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놀라웠다. 지금은 너무 익숙한 공공도서관의 시작이 벤저민 프랭클린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에 대한 서두는 1부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프랭클린은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모은 돈으로 문고판 책을 구입했다. 그렇게 다 읽은 책을 모아서 다른 전집과 교환하기도 하고, 주위에 책이 많은 이웃들과 교류하며 책을 빌리거나 책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빌려서 읽기도 했다. 특히 다음날 아침 책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종종 있었기에 밤새워 책을 읽고 돌려줬다는 사실은 그가 책 읽기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사실 자서전도 위인전처럼 잘하거나 대단한 업적만 담겨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프랭클린 자서전에는 자신의 실수담도 정직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형의 친구로부터 빌린 돈을 돌려주는 일에 대한 잘못조차 책 속에 털어놓으니 말이다.

그는 13개의 수칙(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성실, 정희,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을 체크하면서 시간 및 삶의 관리를 했다. 그는 이 덕목들을 습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하나의 덕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체화한 후 다음 덕목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수첩에 매일과 수칙을 적어놓고, 지키지 못했을 때는 표시를 했다. 나중에는 작은 수첩이나 달력을 만들어서 판매했는데, 자투리 공간에 좋은 문구들을 넣기도 했다고 한다.(인쇄업에 종사했기에 제품화 시킬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교훈이 될만한 문구나 스케줄러의 모양을 본 적은 있다. 역시 그가 만들었던 수첩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3부에는 공적인 일을 하면서, 그가 살았던 펜실베니아주의 민병대와 주 방위군, 대학교와 소방대 등 공적인 기관들을 만들었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18세기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국가의 공적부조가 마련되지 않았을 때인지라 국가 차원에서나 공적기관들이 맡아서 하는 일이 프랭클린과 그의 친구들의 모임(준토)지역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지폐를 제조하고, 신문을 만드는 일도 종사했다. 책 표지에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왜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붙었는 지룰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자수성가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근면했고, 성실했으며, 책을 가까이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 스스로 삶을 성찰했던 그의 삶이 3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주는 것은 그가 가진 장점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덕목이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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