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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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머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야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느껴진다.

역겹고 치사한 냄새, 오물과 살인의 냄새, 배신과 공포의 냄새.

죽음의 꽃으로 안면이 있는 이동건 작가의 신작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고를 때 표지를 보는 편이다. 아무래도 표지가 아쉬우면 책에 손이 안 간다. 그래서 늘 아쉽다. 책 내용은 너무 흥미롭고 좋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 이후 델피노 출판사 책은 표지 여부와 상관없이 읽는다. 이번에도 흥미로웠다. 이번에도 순삭이다.

중학교 시절 박종혁은 도덕 과목 생명존중과 윤리 수업 시간 중 살인이라는 단어에 귀가 띈다. 지극히 뻔한 단어였음에도 왜 귀가 뜨인 걸까? 그리고 그는 그날부터 살인을 위해 연구를 시작한다. 남에게 들키지 않고 살인을 할 수 있는 방법. 운동도 하고, 해부학을 비롯한 각종 책을 섭렵했다. 당연히 책에서 손은 놓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담임을 첫 번째 목표로 살인을 저지른다. 혼자 사는 미혼의 중년 여성이었다. 시체와 함께 증거는 1도 나오지 않았기에 실종사건으로 조금씩 잊힌다. 물론 살인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희미해진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 취직한다. 주말이면 싸구려 바에 가서 싸구려 위스키를 먹는 게 낙이라면 낙이다. 그리고 그 바에는 종혁이 유일한 손님이다. 어느 날, 부티 나 보이고 무척 아름다운 그녀가 바에 등장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거는 그녀 박하윤. 그녀 때문에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그녀와 사랑에 빠져서가 아니라, 그녀의 남친이라는 대천 그룹 차남이자 재벌 2세 김태수가 오해하고 종혁을 구타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증거는 없다. 어느 날, 종혁은 누군가에 의해 외진 창고로 끌려간다. 그리고 죽을 만큼 맞는다. 그는 태수의 아버지이자 대천 그룹 회장인 김필정이었다. 그의 뒤에 있는 드럼통 두 개에는 시신이 들어있었고 그중 하나는 하윤이었다. 비어있는 하나는 종혁의 차지다. 자신이 태수를 죽인 살인자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필정은 눈 하나도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계약금 10억에 사람을 한 명 죽일 때마다 6억. 그가 말한 사람은 총 5명. 말하자면 살인을 끝마치면 그의 손에 40억이 생긴다는 소리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와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를 만난다. 서울중앙 지방검찰청 검사라는 이진수. 그의 계획은 김필정을 살해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그의 큰 아들인 김태웅까지 가담한다. 그는 과연 누구의 편일까?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이 있다. 킹 메이커도 아니고, 일개 검사의 손에서 대한민국이 좌지우지된다?! 증거 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종혁을 이용해 필정도 진수도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간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종혁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을 1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물론 국회의원 김성국을 죽이고 납치 쪽으로 분위기가 몰렸을 때부터 종혁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죄책감보다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지만 말이다. 수십억의 돈이 생겼지만, 과거 공장에서 일할 때가 더 행복했다는 종혁의 후회는 이미 저지른 후의 밀려오는 모든 후회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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