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해서 손해 볼 건 하나도 없어.
만약 달성하면 엄청난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 거고.
이왕이면 그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 싶었지.
마지막 장을 읽고 깜짝 놀랐다. 당연히 소설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책은 실제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인 고바야시 유미코 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모티프로 쓰인 작품이었다.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유미코를 보면서 나 또한 생각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사람. 근데 그 분위기 또한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렇기에 침체된 분위기도 그녀가 오면 다시금 살아났다. 그녀를 보며 늘 부러웠던 것 같다. 왜 나는 그러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자주 했고... 물론 어느 순간 그것은 그녀의 능력이라고 인정하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중견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한 오모리 리카. 출판유통회사에 입사했지만, 책과 친하지 않은 그녀인지라 회사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그저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 다닌다는 정도의 자긍심만 있을 뿐. 도쿄에서 나고 자랐던 리카는 오사카 지사 영업부로 발령이 난다. 낯설 디 낯선 곳에서 잔뜩 위축되기 하는 리카. 리카 담당 서점 중 가장 규모가 큰 분에츠도 서점 도지마점에서 일이 발생한다. 원하는 신간이 5권밖에 안 오자, 점장 야나기하라와 10년차 알바생인 마사미가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선임이던 나카가와 다카시 계장이 상황을 수습하고자 한다. 리카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신입 동기에게 부탁을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3권만 얻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나카가와 계장 앞에 5권을 더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갖 들어온 신입이 신간 5권을 윗사람 몰래 빼내려 했다는 사실로 리카를 비롯해 부탁을 받은 동료까지 어려움에 처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리카를 데리고 고바야시 서점으로 가는 나카가와 계장.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인 유미코와 인사를 하고 잠깐 리카를 부탁하고 나온다. 유미코로부터 70년이 된 고바야시 서점의 이야기를 건네듣게 되는 리카. 그녀의 이야기는 치유의 힘이 있었다. 늘 의기소침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리카에게 유미코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리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고바야시 서점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서점 한편에서 우산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우산! 우산에 얽힌 사연과 함께 유미코는 리카가 고민하는 부분의 답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넌지시 이야기해 준다. 가령 도지마점에서 새로운 이벤트나 행사를 준비하면서 담당자인 리카에게 아이디어를 묻는다. 고민스러운 리카의 얼굴을 알아본 유미코는 자신의 서점에서 기획했던 이야기들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물론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에 대한 힌트가 될 뿐이지만, 그 일을 통해 리카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색이 들어있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그 아이디어는 결국 큰 성공을 거둔다.
책과 친해지기 위해 그녀가 했던 책 읽기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 후지사와 다케루와의 이야기 등은 얼핏 보면 잔잔해 보이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였다. 일본이라서 아쉽지만, 실제 아마가사키에 위치한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를 책을 통해서라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 동네 책방이 하나 둘 사라지고, 대형 서점만 남아있는 현실 속에서 풋풋한 인심과 애정이 묻어나는 작디작은 동네 서점 이야기를 통해 나 역시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