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재판의 변호인
기미노 아라타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 중세 마녀 재판은 역사적으로 악명이 높다. 일단 마녀로 판명 받으면 그 사람은 어떻게든 죽을 수 밖에 없었다. 누명을 벗는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마녀 판별 방법 중 하나로 사람을 묶어서 물에 넣고는 했는데 마녀는 물에 뜨기 때문이다. 안뜨면 물에 빠져 익사하는 것이고, 뜨면 화형당하는 것이니 어떻게든 죽는 것이다. 그리고 마녀로 고발당하면 적당히 심문하다 고문을 한다. 그 고문이라는 것이 무척 끔찍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마녀라 자백한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 것이다. 

 마녀 사냥기는 유럽 중세 소빙기와 어느 정도 겹인다. 당시 기온 저하로 인한 흉작으로 사람들의 저항력이 약해졌고, 그로 인해 흑사병이 대규모로 번지고, 전쟁도 많았다. 그런 극심한 혼란에 뭔가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것이 마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책 '마녀 재판의 변호인'은 마녀사냥에 대한 내용이다. 주인공 로젠은 봉건 영주의 삼남이다. 당시 장남이 모든 것을 물려받고, 차남과 삼남은 형을 위해 봉사하거나 알아서 살길을 찾는 것이 관례였다. 로젠은 공부를 선택한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합리적 사고를 갖는다. 학식이 뛰어나 도시 상인의 딸 엘레나의 가정교사를 하게 된다. 엘레나와 연인 관계로도 발전하는데 그 엘레나가 마녀로 고발당해 고문끝에 자백을 하고 화형당한다. 

 로젠은 당시 무기력했다. 그리고 그는 엘레나의 동생 리리와 정처 없이 떠돈다. 그러다 한 마을에 당도하게 되는데 앤이라는 아름다운 처녀가 마녀로 고발당한다. 그녀는 마을 사람 3인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로젠은 리리와 협력해 이 앤을 구하기로 마음 먹는다. 엘레나가 떠올랐던 것이다. 물론 마녀로 의심 받은 사람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발을 취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로젠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해 마을의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그리고 결국 앤을 구해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소설엔 큰 발전이 있는데, 마녀가 정말로 실존해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로젠 자신도 마녀와 큰 관련이 있었다. 책은 그런 반전을 보여주며 끝났다. 누명 받은 사람을 구해내는 부분도 재밌었지만 그러한 반전도 괜찮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남 아파트는 못 샀어도, 좋은 주식은 살 수 있다
채국장(채상욱) 지음 / 커넥티드그라운드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부동산은 장기로 보유한다. 부동산은 사는 집이기에 어찌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주식은 단기로 보유한다. 집에 비해면 변동성도 크고 흐름도 잘 바뀌기에 이도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은 경향이 심하다. 한국주식은 1년이면 시장 전체가 3회전 할 정도다.

 하지만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은 좋은 것을 오래 보유하면 더 큰 수익을 얻는다. 특히 성장하는 경제의 주식시장은 장기 우상향하기에 오래 보유할수록 이득도 커진다. 미국 S&P500의 경우 50년 장기연평균상승률이 10%수준이다. 따라서 이를 4년이상 보유하면 하락 위험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40%의 수익이라면 웬만한 조정도 견뎌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내가 처음 보유한 4년간 하락이 없다고 생각할 때다. 

 사실 경제는 크게 성장하지 않아도 장기 우상향한다. 이는 은행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금본위제가 아닌 법정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금본위제를 할 때는 보유한 금의 양에 화폐발행량이 묶였기에 무제한 신용창출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은행은 약간의 지급준비금만 가지고 있으면 보유 현금 없이도 대출을 할 수 있다. 건전한 대출증가율은 경제성장률과 비슷해야겠지만 은행은 수익을 내기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대출을 하기에 대출증가율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이렇게 공급된 유동성은 실물 생산과 소비가 흡수하는데는 한계가 있기에 필연적으로 자산으로 흐르게 된다. 그래서 자산은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게 된다.

 현대 경제의 3요소는 노동, 자본, 생산성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다. 생산성은 기업의 창의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주식투자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실물경제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나머지 자산인 금, 코인, 부동산은 생산성을 증가시키지 않는데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가 성장하며 혹은 유동성으로 인해 가치가 늘어나는 일종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식투자만이 성장의 원인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이 된다.

 주가변동에는 3가지 팩터가 있다. 거시경제, 산업경제, 기업경제다. 거시경제는 금리, 환율, 유동성으로 시장 전체에 변동을 준다. 산업 경제는 특정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메모리 가격이나 정제마진, 조선 수주량등이다. 기업경제는 개별 기업의 주가에 변동을 미치는 요인이다. 신제품 출시, 대형 수주, 기술개발, 시장 점유율의 상승등이다.

 주가는 이익과 멀티플의 곱이다. 이익은 기업의 실적을 의미하며, 멀티플은 이익의 몇배를 주고 주식을 살지의 여부다. PER은 수익력을 반영한 멀티플이고 PBR은 기업의 재산규모를 바탕으로 한 멀티플이다. 멀티플은 기업이 지금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그 이익이 앞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다. 

 사람들은 보통 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하지만 투자를 위해서는 성장률로 구분해야 한다. 저성장, 지속성장, 초고속 성장이다. 저성장은 매출성장이 -성장으로 돌아선 기업이다. 벨류평가는 PBR이다. 지속성장은 매출성장이 장기적이고 매년 10-20%성장하는 기업이다. 벨류평가는 PER이나 PSR이 적합하다. PSR은 1주당 주가를 1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이다. PSR은 기업이 성장하는 경우 이익이 증가해도 그 이익을 연구투자나, 시설확충, 마케팅, 인력 고용으로 활용하여 이익이 낮은 경우가 있기에 성장하는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한다. 초고속성장기업은 급속성장기업으로 매출성장이 전년대비 30%를 초과하는 기업이다. 벨류평가로 터미널 벨류나 PEG를 쓴다. PEG는 PER을 주당순이익 증가률로 나눈값이다. 터미널 벨류는 말 그대로 기업의 성장의 끝의 종착점 가치다. 이익이 적은데도 PER200-300이상의 평가를 받는 기업은 터미널 벨류를 적용받은 기업이다.

 모든 투자의 기본은 싸게 구입하여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밴드차트로 가격을 평가해야 한다. 밴드 차트는 PBR이나 PER로 기업의 주가가 어떤 벨류로 평가받는지를 보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검증되어 있다. 역사상 낮은 밴드에 기업의 주가가 근접했으면 상방으로 가격이 열려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밴드의 상단에 접근한 가격이면 하방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밴드는 절대불변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질적으로 변화하면 밴드는 변화한다. 과거 삼전이나 SK하이닉스의 밴드는 사이클 산업 평가를 받았으나 메모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과거의 밴드는 이제 무의미해졌다.

 올바른 투자의 순서는 먼저 트리거를 확인하고, 밴드 차트로 현 가격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매하면 자산을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자산의 가치는 매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 스스로 자신의 자산에 대해 꾸준히 그 가치를 묻고 판단해야 한다. 이것을 남에게 묻는 지경이라면 나의 자산에 대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산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구매하는 자산은 알짜자산, 즉 성장주여야 한다. 성장주는 알짜자산으로 보유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고, 복리효과가 커지며, 자산의 상승으로 선택폭을 넓혀준다. 반대로 가치가 없는 가짜 자산을 구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줄고, 복리효과는 누릴수 없으며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게 된다.

 성장주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매출이 실제 존재해야 한다. 매출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다. 매출이 있어야 기업은 성장하고, 시설 투자를 하고, 인력을 고용한다. 매출이 성장하지 않아도 기업은 이윤을 낼 수 있다. 인력을 감축하거나, 마케팅을 줄이고,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출증가 없이 이익만 늘어난다면 위험하다. 성장주는 매출 증가가 일정기간 지속된다고 기대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장률은 10%대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장의 질이 중요하다. 이익과 성장이 같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다만 성장률이 30%이상이면 급성장주의 영역으로 넘어가는데 이런 경우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매우 매력적이지만 기대가 가격에 과도하게 미리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실적이 우수해도 성장률이 조금만 둔화하면 주가는 크게 하락하는 위험이 있다.

 사이클 산업은 수요와 공급이 즉시 맞지 않는 시간 지연으로 생긴다. 사이클 산업은 지금 수요가 늘지만 바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산업이다. 그래서 공급은 과거의 수요를 반영하고, 현재의 수요와 어긋난다. 건설업, 조선업, 정유화학산업, 반도체가 그러하다. 이 시간차로 인해 공급과잉과 부족이 반복되며 이에 따라 가격, 실적, 주각가 요동친다. 그래서 사이클 산업은 계단식 우상향이 아닌 파도형 움직임을 보인다. 파도형 주가의 특징은 주기가 길고, 진폭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사이클 산업은 고점에서 물리게 되면 주기가 길고 진폭이 커서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 사이클 산업은 유가, 금리, 환율, 정부정책 등 거시 정책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국은 현제 경제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21세기 들어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중국 중심의 제조업 체인에 깊이 편입되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 혁신과 미중갈등으로 인해 지금은 미국 중심의 제조업 벨류 체인으로 재편입중이다. 이는 기업의 매출구조, 산업의 위상, 주식시장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시장에 참여할 때는 강세장과 약세장의 구분이 중요하다. 강세장의 조건은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멀티플도 증가하는 경우다. 멀티플은 기술변화와 생산성 상승, 이익 상승에 대한 기대로 상승한다. 즉, 강세장은 기업의 이익이 있고, 그 이익에 대한 시장 평가가 높을 때 생성한다. 사람들은 의외로 강세장의 참여에 망설임이 있는데 더 오를까라는 부담때문이다. 하지만 강세장에는 망설임 없이 참여하는게 중요하다. 강세장에서는 좋은 소식에는 더 많이 오르고 나쁜 소식도 무시되거나 약하게 반영된다. 반면 약세장에서는 좋은 소식도 무시되거나 소폭 반영되고 나쁜 소식은 매우 크게 반영된다. 사람들은 항상 시장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위험한 이야기다. 시장을 항상 관찰하며 참여를 하는 타이밍을 잡는게 좋지 무조건 시장에 들어가있다면 얘기치 못할 충격파를 그대로 견뎌내야 한다. 

 투자할 때 성장주와 급성장하는 꿈주의 비율은 6:4정도가 적당하다. 하지만 안정을 원한다면 4:1정도다 바람직하다. 

 기업의 분석은 P와 C, Q로 평가한다. P는 가격, Q는 판매량, C는 비용이다. 삼전과 하이닉스의 극적 상승은 가격의 변화 때문이다. 메모리 부족으로 가격이 튄 것이다. 삼양식품의 상승은 판매량의 증가때문이다. 미주지역과 다른 해외지역의 판매가 급증하며 주가가 상승했다. 삼성 전기는 비용의 감소다. 이 회사는 시설을 새로 설비하고 규모를 확장하여 효율 및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낮춰 주가가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장기 지속 성장의 6가지 사례다.

1. 제조업 레버리지 개선이다. 설지 투자한 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증가하고 이익이 늘어나는 규모의 경제로 삼성전기가 그 예시다.

2. 설비가동률이 증가하는 사례다. 이미 설비한 시설이 수요 증가로 가동률이 크게 증가해 이익이 늘어나는 사례로 삼양식품이다.

3.수주가 매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로 방산 기업 한화에어로 스페이스가 예다.

4.매출 발생 지점이 미국인 경우로 에이피알이 대표적 예다.

5.벨류 측정 방식이 바뀌는 경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들의 벨류는 메모리 가격의 급상승으로 PBR에서 PER로 벨류 평가가 바뀌었다.

6.시장 자체의 성장으로 수익을 내는 것으로 금융주나 증권주가 그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주변엔 곰팡이가 가득하다. 식품을 조금 방치해도 생겨나며 환풍이 잘 안되고, 습기가 찬다 싶어도 벽에서 피어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곰팡이가 항상 여기저기 있다는 증거다. 또한 우리가 즐겨 먹는 버섯도 곰팡이다. 버섯은 인류 역사에서 오랜 기간 식용과 환각작용으로 인해 여러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게임 수퍼 마리오의 마리오가 하필 버섯을 먹으면 변신하는 것과 이 같은 인류 전통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곰팡이가 이렇게 인류 및 거의 모든 생물들과 늘 같이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 잘 모른다. 버섯이 곰팡이라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식물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곰팡이에 대해 무지한 이유는 학교교육과정에서 곰팡이에 대해 이렇다할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학계도 마찬가지인데 책을 읽어보니 곰팡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다른 생물 분야에 비해 매우 미진하다.

 

1. 트러플

 트러플 버섯은 최근에 국내에도 알려지고 그 향을 첨가한 과자도 나오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트러플은 매우 비싼데 이유가 있다. 재배에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산 채취만 가능하기에 가격은 매우 비쌀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트러플은 신진대사가 멈추면 더 이상 향이 나오지 않기에 신선도도 매우 중요하다. 여러모로 싸지기 어려운 이유를 갖추고 있다. 

 트러플이 냄새를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트러플은 땅속에 있는데 강력한 향으로 동물을 유혹하여 파내서 먹게 한 후, 동물이 이동하여 배설하면 포자가 퍼져서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러플의 자실체 안에는 박티리아와 효모의 공동체가 서식한다. 건조 트러플 1g 안에는 100만에서 10억개의 박테리아가 존재한다. 이 미생물군체 상당수는 트러플 향을 구성하는 독특한 휘발성 물질을 생산한다. 

 곰팡이의 균사가 균사체 네트워크로 성장하는데는 두 가지 핵심 변화가 필요하다. 가지치기와 융합이다. 곰팡이는 다른 곰팡이와 융합하는데 어떤 곰팡이는 인간의 성별에 해당하는 교배형이 무려 수천개나된다. 치마버섯은 2만 3천개 이상의 교배형이 있다. 대다수 버섯의 균사체는 유전적으로 충분히 유사하다면 성적화합성이 안맞아도 융합한다. 

 블랙트러플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한쪽의 균사 네트워크에서 나온 균사가 성적화합성이 맞는 다른 균사네트워크에 결합해 유전 물질의 풀을 만들어야 한다. 트러플은 곰팡이 기준으로 - or + 교배형중 하나를 가진다. 둘이 서로를 유인해 융합시 접합이 시작된다. 둘 중 부계 역할을 하는 것은 유전물질만, 모계역할을 하는 쪽은 유전물질과 성장을 위한 물질 둘 다 제공한다. 역할은 고정이 아니가 그때그때 달라진다. 

 어린 트러플 균사는 파트너 나무를 찾지 못하면 금방 죽는다. 식물도 건강히 자라기 위해서 균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곰팡이와 식물은 서로를 유인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식물은 흙속에 풍부한 휘발성 화합물을 발산하여 곰팡이가 포자를 퍼뜨리고 균사의 가지를 더 빨리 더 왕성하게 자라게 한다. 그리고 곰팡이는 뿌리를 조종하는 식물성장 호르몬을 분비해 식물이 솜털 같은 잔뿌리를 많이 뻗게 만든다. 양자의 결합은 서로의 유전자도 활성하시켜 신진대사와 성장프로그램이 재프로그램된다. 곰팡이는 나무뿌리와의 원활한 결합을 위해 면역 반응 정지 화합물을 분비하기도 한다. 

 트러플의 재배가 어려운 이유는 고려해야할 조건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곰팡이와 그 생식체계, 공생식물, 박테리아의 기벽과 요구, 토양, 계절, 기후 등의 총체적 이해가 요구되어야 트러플 재배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트러플 재배는 우연히 성공해도 재현되는 경우가 극히 적다. 

 

2. 곰팡이의 특징

 곰팡이는 대개 식물성 물질을 우선적으로 분해하지만 먹을 것이 부족하면 동물을 사냥하기도 한다. 지렁이를 사냥하는 곰팡이만 100종 이상이다. 어떤 곰팡이는 선충이 접근하면 움직이지 못하게 끈끈한 그물이나 가지치기를 한다. 그렇게 어떤 것들은 선충이 닿음녀 순식간에 10배나 부풀어 균사 올가미를 만든다. 이렇게 선충이 갇히면 소량의 독성을 분비해서 이것이 선충안에 머물고 선충을 충분히 소화할 시간을 갖는다.

 균사는 놀랍게도 미로 찾기가 가능하다. 이는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해결된다. 미로가 있고 정답으로 가는 길에 먹이가 있다면 균사는 미로 찾기를 해내는데 일반적 환경에서 균사는 고르게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다 먹이가 발견되면 그쪽으로 균사들이 집중해서 퍼져나가고, 나머지 먹이가 없는 쪽들은 연결이 점차 약해진다. 이런 식으로 뻗어나가 답이 있는 쪽으로 굵게 퍼져나가게 된다. 이렇듯 곰팡이는 특정한 형태를 갖고 있다기 보다는 매순간 자신을 최적화한다.

 곰팡이는 동식물과는 다르게 자신이 위치한 세상을 소화시켜 흡수한다. 균사는 길이가 길고 잘 갈라지며 고작 세포 하나의 두께를 갖기도 한다. 균사 한올의 직경은 2-20나노미터에 불과하다. 동물은 먹이는 자기 몸안에 넣지만 균사는 자신이 먹이의 몸안으로 들어간다. 곰팡이 종은 크기도 매우 다양하다. 어떤 곰팡이는 먹이보다 커질수 없어 매우 작지만, 어떤 곰팡이는 크기가 수 km에 달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은 미국 오레건 주의 한 버섯으로 여겨지는데 육상으로 자라난 버섯의 크기도 어마어마하지만 그 버섯 아래의 균사가 땅속으로 퍼진 것의 크기를 합하면 지상최대가 된다. 

 질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는 식물을 감염시키기 위해 50-80기압을 내는 특수한 균사를 뻗어내 단단하고 질긴 플라스틱 마져 뚫어낸다. 이 특수 균사가 만약 사람 손바닥 넓이를 갖춘다면 무려 8톤의 무게 지지가 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곰팡이 균사는 성장속도가 너무 빨라 육안으로 자라는게 보일 지경이다. 균사 정단은 앞으로 전진할때마다 몸을 고정하기 위해 새로운 물질을 내보내서 자신을 고정해야 한다. 

 균사가 버섯을 만드는 것은 높이 올라가는 것이 포자를 멀리 퍼뜨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퍼플처럼 동물의 먹이가 되어 이동하는 것도 번식에 유리하다. 버섯은 균사조직이 펠트처럼 엃혀서 만들어진 것이다. 버섯을 만들려면 균사들이 함께 뭉치고 무엇보다 다량의 수분으로 급속히 팽창해야 한다. 그래서 비가 오고나면 자연환경에서 버섯이 유독 잘 자라나는 것이다. 버섯은 성장을 위해 폭발적인 힘을 내는데 말뚝 버섯은 아스팔트 도로를 뚫고 올라올 지경이며 그 때의 힘은 무려 130kg이상이다. 

 많은 종의 곰팡이가 버섯말고도 속 빈 케이블 같은 뿌리형균사다발을 형성한다. 이 케이블은 수밀리미터 등 두께가 다양하다. 이 튜브로 균사이동부다 수천배 빠른 시속 1.5m정도의 빠른 수송이 가능하다. 그래서 균사체 네트워크가 영양분과 수분을 먼거리 이동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곰팡이는 빛, 온도, 습도, 독성물질, 전기장등을 감지하고 반응한다. 심지어 평면의 질감도 감지한다. 


3. 지의류

 지의류는 식물과 곰팡이 그리고 수 많은 박테리아의 공생체라 할 수 있다. 지의류는 적응력이 매우 강하다. 식물이나 곰팡이, 박테리아 하나만으로 이뤄졌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나 서로의 도움으로 지의류는 여러 극한 환경에서도 자라난다. 지의류는 지구 표면의 무려 8%를 덮고 있다. 이는 열대우림보다 큰 면적이며 바위, 나무, 지붕, 울타리, 절벽, 심지어 사막에서도 지의류는 자라난다.

 지의류는 바위에서도 자라나는데 우선 이중의 과정으로 바위에서 영양을 흡수한다. 우선 스스로의 생장력으로 바위에 균열을 낸다. 그러면 강력한 산성물질을 분비하여 바위를 녹이고 미네랄을 뽑아낸다. 이렇게 지의류는 죽어서 분해되면 미네랄을 포함한 첫 토양을 만든다. 토양에 미네랄이 스며드는 것은 어치럼 지의류가 기댄바가 크다. 

 지의류는 방사능에도 매우 강하다. 인간 치사량의 12000배도 견딘다. 그리고 지의류의 조직은 탈수, 동결, 해동, 가열에도 큰 손상이 없다. 지의류는 사막 모래 표면을 안정시키고 모래폭풍을 줄이며 사막화를 막는다. 일부 지의류는 9천살 이상까지도 장수하며, 마리아나 해구의 압력보다 100-500배인 10-50기가 파스칼의 압력도 견뎌낸다. 

 곰팡이와 조류는 아주 작은 자극으로도 결합한다. 해안에 있는 바위 대부분이 지의류를 띠처럼 두른다. 지의류의 기본 파트너는 각 지의류마다 다르다. 어떤 지의류는 박테리아를 많이 품고 있고 어떤 것은 적게 품는다. 지의류 내부에서 어떤 박테리아는 방어를 담당하고, 어떤 것들은 필요한 비타민과 호르몬을 공급하기도 한다.


4. 동물과 곰팡이

 영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인간의 몸에 곰팡이가 침투해 인간을 자신의 번식 수단으로 삼고 조종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개미를 조종하는 곰팡이에서 착안한 것이다. 좀비 곰팡이는 숙주의 행동을 자신에게 이득이 되게 조종한다. 그래서 곤충의 몸을 가로채서 자신의 포자를 퍼뜨리고 한 살이의 주기를 완성한다.

 오피오코르디셉스 곰팡이는 개미를 감염시킨다. 감염 개미는 높이에 대한 공포를 잊고 가까운 식물로 올라가서 턱으로 식물의 잎맥 부분을 강하게 물게 된다. 그 뒤 곰파이는 개미의 몸을 먹어치우면서 머리를 관통해 줄기를 내고 몸을 지나 아래로 포자를 퍼뜨린다. 감염 개미를 연구한 결과 개미의 몸의 40% 정과 곰팡이로 차있었다. 다리, 체강, 근육 섬유와 얽혀있어 개미 내부의 균사체 네트워크가 개미를 마음대로 조종할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상과 다르게 개미의 뇌에는 균사가 퍼지지 않았다. 복잡한 뇌를 장악하기 보다는 더 쉬운 부분을 장악하여 개미의 의사와 다르게 몸을 조종한 것을 보인다. 대신 화학물질을 조종해 뇌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곰팡이는 향정신성 성분을 갖고 있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자실체의 갓 부분에 빨강바탕에 흰점이 있는 광대버섯이다. 시베리아에서 일부 사먼이 먹기도 하는데 이 버섯의 맥각균은 환각, 발작, 참을 수 없는 열감 등 다양한 효과를 보인다. 

 어떤 곰팡이는 곤충의 방어를 무력화하는 면역억제제를 쓰는데 인간은 이를 장기 이식을 위한 면역억제제로 사용한다. 시클로스프린이 그러하다. 그리고 마리오신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핑코리모드로 사용된다. 


5. 식물과 곰팡이

 해초는 곰팡이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스스로 건조해지지 않게 곰팡이에 의존한다. 최초의 육상 식물은 아마 이런 해초가 육상에 진출하며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마 떠다니는 해초처럼 뿌리가 없고 초록색 조직 덩어리가 시간이 흐르며 응축되며 지금처럼 다양한 기관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구상의 식물의 90%가 곰팡이와 공생한다. 식물의 뿌리는 균근과 결합한다. 균근은 뿌리보다 50배는 가늘고 100배 이상 길어진다. 이 균근은 양이 엄청나서 토양 총 생체량의 1/3에서 1/2를 차지할 정도다. 지표10cm가지의 균사의 총 길이를 모두 펼치며 우리 은하폭의 절반에 달하는 놀라운 양이 된다.

 식물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제약은 인의 부족이다. 그런데 이 인을 곰팡이가 매우 잘 캐낸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산소의 양, 그리고 이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지구의 기온은 놀랍게도 곰팡이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곰팡이가 식물의 생장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균근 곰팡이는 식물이 흡수하는 질소의 80%, 인의 거의 100%를 책임진다. 그리고 아연, 구리 같은 미네랄도 공급하며 물을 끌어다 주어 가뭄에도 견디게 해준다. 그 보상으로 식물은 균근에게 약 30%의 탄소를 공급한다. 식물의 곰팡이 파트너는 식물의 생장과 목질, 엽육, 과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떤 식물은 파트너 곰팡이에 따라 과육이 더 달기도 학, 더 풍부해지며 향도 강해진다. 

 그래서 유기농 농업이 중요해진다. 화학비료를 사용한 농업은 땅속 균사를 크게 줄인다. 기본적으로 식물에게 공짜로 영양분을 풍부하게 얻게 해 식물과 균근간의 공생관계를 해치기 때문이다. 2018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유럽 전체에서 나무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것은 화학비료 농업으로 인한 광범위한 질소오염으로 인해 나무와 균근 관계가 악화된 것이 원인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균근 곰팡이는 토양의 보호에도 중요하다. 균사는 토양이 흡사후난 물의 양을 크게 늘이며 균사네트워크로 흙을 강하게 붙잡아 빗물에 쓸려나가는 토양의 양도 무려 50%나 감소시킨다. 

 그리고 균근은 지구 온난화에도 도움이 된다. 토양이 품고 있는 상당량의 탄소는 균근 곰팡이가 생성하는 단단한 유기화합물이 갇히기 때문이다. 

 식물은 당연히 광합성을 하지만 광합성 능력을 상실한 것들도 있다. 이들을 균타체라 한다. 식물은 대부분 균근과 공생하며 서로 영양을 주고 받는데, 균타체는 어느 순간 균근에만 의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듯 하다. 수정판 풀은 균타체의 일조이다. 식물종의 무려 10%가 균타체다. 이들은 평생 균근에 의존한는 것들도 있지만 2만 5천 종의 난초들처럼 어릴 적만 균근에 의존하다 어느 정도 자라면 본격적을 광합성을 하며 그간의 빚을 갚아나가는 것들도 있다. 광합성을 하지 않는 균타체들은 초록색을 띨 이유가 없어 흰색, 빨간색, 노란색등 총천연색이면서 식물의 형체를 갖고 있어 마치 지구상의 생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균근은 더 협조적인 식물에 더 많이 보상을 하기도 하며, 자신의 조직안에 무기질을 저장하거나 교환비율을 최적화하기 위해 양분을 적극적으로 이동시킨다. 양분이나 물이 부족한 나무는 풍족한 나무보다 아무래도 사정이 급해 균근에게 양분과 물에 대한 대가로 더 많은 탄소를 내놓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위해 이동시키는 것이다. 

 곰팡이 네트워크는 우드와이드웹이라 불리기도 한다. 식물 사이사이를 물리적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곰팡이 네트워크는 박테리아가 흙속의 장애물을 우회하게 해주기도 한다 .일부 경우에는 포식성 박테리아가 균사 네트워크로 사냥을 하기도 한다. 어떤 박테리아는 균사 안에서 살아가며 곰팡이의 성장을 강화하거나 대사작용을 촉진한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곰팡이와 식물 파트너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균사 네트워크로 식물은 정보도 교환한다. 식물들은 공기중으로 화합물을 분비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하지만 이 균사네트워크도 정보 전달 통로다. 


6. 균사와 산업

 여러 산업의 비효율은 버섯 재배업자에게 축복이다. 특히 농업은 폐기물이 많다. 먹는 부분은 뺀 나머지가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야자수, 코코넛 재배는 생산 생물자원의 95%가 폐기물이다. 설탕농장은 83%가 폐기물이다. 이 모든 것들은 곰팡이의 먹이가 되어 버섯 재배에 이용될 수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진정한 오염물질들도 곰팡이의 먹이가 될 수 있다. 플라스틱 커버를 제거한 기저귀에서도 곰팡이는 자라서 버섯을 피워내며 심지어 담배꽁초에서도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오염물질에서 자라난 버섯도 식용으로 쓰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거 양득인 셈이다. 

 곰팡이는 독성이 가득한 담배꽁초,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외에도 여러 종류의 오염물질에도 식욕을 느낀다. 토양이나 수로 속의 살충제, 합성염료, 폭발물질, 원유, 플라스틱, 그리고 항생제에서 합성호르몬까지 모두 곰팡이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즉, 오염물질 제거원으로써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곰팡이는 직조 제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 곰팡이는 균사가 직조물질처럼 자라날 수 있는데 폐기물로 7일 만에 100제곱피트에 달하는 균사 가죽 한장이 생산 가능하다. 이 균사펠트는 방수에 방염효과, 구부리는 힘에 대해 콘크리트보다 강하고 압축력도 대단하다. 그리고 단열기능도 우수하다. 이 균사가죽은 운동화 안창에서부터 부두의 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후 썩어서 없어지기에 친환경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야행 1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운 여름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타계로 요즘 그의 소설을 보고 있다. 그는 다작을 해서 저서가 워낙 방대한데 검색을 해보니 다음 네 권이 추천되는 경우가 많았다.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악의, 백야행이다. 악의는 지난 번에 보았고, 장편에 대작이라 길래 백야행을 이번에 골라잡았다.

 책은 긴 시계열을 다룬다. 70년대 후반 오일쇼크에서 90년대 후반 일본의 거품 경제 붕괴까지의 시기다. 그래서 범죄자이자 피해자들은 초등학생부터 30대 성인기까지의 모습이 다뤄진다. 

 첫 사건은 70년대 오일쇼크 시기다. 오사카의 한 가난한 동네에서 전당포 주인이 한 폐건물에서 살해된다. 아이들이 건물안에서 놀다가 그를 발견한다. 칼로 살해당했고, 범인은 알 수 없었다. 그의 아내와 같이 일하는 직원의 용의선상에 올랐고, 피해자가 자주 방문했던 한 여인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그런데 직원은 살해되고 여인은 사고사 또는 자살로 죽는다. 사건엔 단서가 없었고 그대로 종료된다.

 시간이 지나 80년대가 된다. 자살보다는 사고사로 알려진 여인의 딸은 중학생이 된다. 가라사와 유키호다. 그녀는 매우 아름답게 큰다. 그녀는 어머니의 친척에게 맡겨졌는데 그 친척은 아주 부유하진 않았지만 넉넉했고 교양이 있어 아이를 기품있게 키워낸다. 그리고 전당포 주인의 아들은 다소 불량한 학생으로 자라난다. 기리하라 료지다. 그런데 중학생 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파는 동급생이 생겨났고 그 과정에서 몇몇 친구들에 의해 과거 사건이 다소 다뤄진다. 몇몇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유키호를 시기하는 여학생도 생겨난다. 

 이 골치아픈 일은 일거에 해결된다. 유키호를 시기하던 여학생은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용의자로 사건에 호기심을 갖던 학생이 지목된다. 그의 열쇠고리가 그 위치에서 발견된 것. 이 일로 료지와 아키호의 문제는 해결되고 사건은 또 다시 잊혀진다. 

 둘은 성인이 되어 대학생이 된다. 유키호는 중학생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는 사교춤 클럽에 들어간다. 항상 그림자 같던 친구는 클럽의 회장인 가즈나리의 눈에 띄어 그와 사귀게 되고 자신의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 역시 갑작스레 납치되어 성폭행 같은 것을 당하게 된다. 가즈나리와도 헤어지게 된다.

 이제 유키호는 결혼을 하게 되지만 야망과 포부가 작은 남편에 실망한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가즈나리의 사촌형과 재혼을 하게 된다. 과거 전당포 주인 살해 사건을 담당하던 형사 사사키는 유키호를 강한 용의자로 의심한다. 그리고 그는 전혀 어울리고 있지 않은 유키호와 기리하라 료지가 사실 서로를 돕는 관계가 아닌가로 의심한다.

 사건은 결말로 향하고 형사는 단서를 잡아내 마침내 기리하라 료지를 체포한다. 하지만 체포과정에서 료지는 사망하고, 그것을 보면서도 유키호는 료지를 처음보는 사람처럼 대하며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은 기존의 추리 소설과 여러 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그래서 게이고의 책중 대작으로 꼽히는게 아닌가 한다. 우선 대부분의 추리 소설은 두껍긴 하지만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하지만 이 소설은 무척이나 길거 서사가 느껴진다. 다른 점은 범인이 결국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는 책을 보며 유키호와 료지가 마침내 잡혀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들은 결국 죽거나, 범인으로 잡히지 않으면서 심판대에 오르지 않는다. 마지막은 유키호와 료지의 관계다. 둘은 적어도 매우 강한 우정 혹은 사랑하는 사이로 느껴진다. 물론 유키호 보다는 료지가 유키호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설 내내 둘은 단 한 번도 만나거나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료지가 주로 유키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그녀를 일방적으로 좋아하거나 크게 빚은 진 느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 대작으로 여겨지는 것들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다음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추리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 아직 60대였지만 대장암이 있었고 그것이 사인으로 알려졌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단한 팬은 아니지만 그의 책은 5권 이상 읽은 것 같다. 물론 추리소설이라 하나하나의 제목이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추리 소설 작가들은 다른 소설보다는 다작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년에 거의 두 편의 작품을 냈다고 한다. 대단한 일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서인지 도서관에서 그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악의'였다. 더워서 책을 읽고자하는 의지가 떨어지는 지금 추리 소설은 매우 좋은 선택이다. 책은 상당한 흡입력이 있었다. 추리 소설은 매우 재밌지만 읽고나면 크게 남는 것이 없는 편인데, 이 책은 두 가지를 남겼다. 하나는 책의 독특한 구조, 다른 하나는 사회문제다.

 대개의 소설책은 약간의 이야기가 진행되가 사건이 벌어지고, 무수한 위기와 다른 사건 끝에 진상을 밝혀낸다. 그래서 범인은 거의 최후에 나타나고 붙잡인다. 그런데 이 책은 고작 100쪽 즈음에 범인이 특정되고 잡힌다. 매우 특이한 점이었다. 대개 이러면 잘못 잡은 범인인데, 그렇지도 않았다. 진범이었다. 이후 책은 기나긴 줄거리를 이 범인의 진짜 살해동기를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즉, 범인이 아니라 진짜 살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 요게 또 매우 별난 재미를 주었다.

 다른 점은 그 살의 찾기를 통해 드러나는 일본 사회의 문제다. 이 살의는 범인의 학창시절로 이어지고 당시 그가 당했고 자행했던 학교폭력 문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학교폭력을 하는 경우 강자가 특정 약자를 싫어하는데서 일이 벌어지는데 문제는 약자가 이렇다할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악의를 가지고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싫어함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부당해보이지만 실제 사람은 누구나 특별한 이유없이 분위기나 외모, 느낌만으로 특정인을 싫어할 수있다. 물론 그게 악의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하여튼 이 책은 이런 재미난 두 개의 장치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들과는 차별되는 재미를 준다. 책은 20세기 말미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래서인지 사건에 이제막 컴퓨터를 통한 이메일 전송 기능이 사건의 실마리로 나와 재밌었다. 당시만 해도 그건 정말 세상을 바꿀 첨단기술이었다

 지금은 모두 SNS로 파일과 내용을 전송하기에 이메일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그래서 이메일이란 용어도 모르고 쓴 경험도 없다. 

 하여튼 재미난 소설이었고 여름에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고인을 기리며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