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육에서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 알고리즘, 그 이상의 교육
거트 비에스타 지음, 이민철 옮김 / 씨아이알(CIR)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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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처럼 산업화 이후 거의 모든 근현대 국가들은 시민 하나하나의 교육수준이 국력과 직결됨을 깨닫고 보통교육을 실시해왔다. 이후 교육을 꾸준히 변화하여 교실과 학교 및 정책수준에서 많은 변화와 혁신이 진행되었다. 그러는 사이 이 모든 교육을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졌다. 초점은 '왜'는 정해져 있고 '어떻게'로 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를 주변화시키는 것은 이른바 교육의 학습화와 관련한 것을 보인다. 교육의 언어를 학습의 측면에서만 논의하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습은 물론 교육의 핵심이다. 하지만 목적의 문제를 포함해서 내용과 관계의 문제를 다루기 힘들게 하는 측면도 있다. 


1.교육의 학습언어화와 증거기반실천의 문제점

 지난 20년간 PISA를 필두로 하여 교육의 측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국가간 교육체제를 비교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 내의 지역과 개별학교에 대한 상대평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측정 행위는 모든 사람이 동일 품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회정의, 책무성과 선택의 요소, 실패한 학교와 교사를 선별하게 한다. 이는 1980년대의 논의와 이어진 결과다. 당시 교육 개선을 위해 학교 효과성 연구가 이뤄졌다. 처음엔 단위학교-교수 및 학습의 역동성-타당한 결과와 산출물이라는 식으로 시각이 좁혀졌다. 이는 학교교육의 성과를 개선 및 측정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런 시도가 행해졌다. 이런 측정문화는 최고 수준의 교육정책과 교사 실천에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 기반이기에 어느 정도 유익한 면도 있었으나 교육의 성과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사실적 정보로만 국한시키는 문제도 있었다. 

 이는 2가지의 문제를 야기했다. 우선 사실정 정보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당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측정의 타당성 문제다. 이런 측정 정보가 교육이 가치 부여하고자 하는 것을 실제로 측정했느냐란 점이다. 

 학습의 언어가 부상한 이유는 총 4가지다. 우선 지식과 이해의 구성에 학생의 적극적 역할과 이에 대한 교사의 혁신적 역할에 중점을 둔 학습이론의 등장이다. 둘째는 교육의 과정이 교사 중심이어야 한다는 관점에 대한 비판, 셋째는 사람들의 삶 전반에 걸친 비공식 학습의 엄청난 증가에서 입증된 소위 학습의 조용한 폭발, 넷째는 복지 국가의 쇠퇴와 그에 따른 학습 책임을 개인에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이런 학습의 언어는 교육을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학습의 정의를 공식 교육과정에서 그 외의 것과 평생으로 늘렸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2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교육과 학습을 학습자 개개인의 것으로 국한했다는 것이다. 교육에서는 많은 협동, 협력 학습이 이뤄지며 꾸준한 관계가 이뤄진다. 때문에 이것을 개개인의 영역으로만 국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학습은 근본적으로 과정의 개념인데 결과적인 측면에만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3가지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우선 자격화다. 교육의 기능은 그들에게 지식, 기능, 이해와 더불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성형과 관련의 형식을 제공한다. 이는 경제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정치적 문해력, 문화적 문해력도 포함한다. 또 다른 기능은 사회화다. 교육을 통해 개인은 자신이 속한 특정한 사회, 문화, 정치 질서의 일부가 된다. 마지막은 주체화다. 교육받은 자가 사고와 행동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이 되는 것이다. 이 3가지 기능은 각각의 특성이 있어나 어느 정도 서로 중첩되며 그 과정에서 시너지와 갈등이 혼재한다.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언급한 것처럼 교육에 있어 온갖 측정에 기반한 시도와 평가가 넘쳐나지만 정작 실제로 가치 있는 것을 측정하고 있느냐의 여부다. 증거에 기초하여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교육이 증거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최근 세계 여러나라의 두드러진 경향이다. 이는 1980년대 영미권을 중심으로 교육 연구는 효과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90년대 이런 사고가 연방 연구기금에 관한 법률에 영향을 미쳤고 2001년 미국의 초중등교육법은 모든 아이를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유명한 구절로 개정되었다. 

 이런 증거기반실천은 원래 의료분야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것이 다른 영역으로 확대한 것인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효과적인 개입으로써의 전문적 행위가 강조되고 그것의 인과가 분명해야 한다. 의료는 그러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교육은 그렇지 않다. 교육은 선형적 관계가 아니며 끊임없는 되먹임 관계다. 의료에서 치료가 있으면 낫거나 실패하지만 교육은 가르침이 있어도 반드시 배우는 것은 아니다. 교사의 교수가 어떤 학생에겐 매우 이롭지만 다른 이에겐 해로울 수 있으며 배우는 과정도 타고난 재능과 가정과, 친구, 주변 등 환경 여건의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증거기반실천적 접근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수반한다. 우선 특정 목적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이 있더라고 학생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은 항상 활동과 전략 그리고 개입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즉, 기술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도덕적 실천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사는 교육상황에서 단지 효과가 어떨지를 질문하기보다는 폭넓게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지를 질문한다. 

 

2. 책무성의 문제

 책무성의 개념은 진정한 민주적 잠재력을 가진 개념에서 벗어나 교육 실천을 사실상 억압하고 규범적 문제를 단순한 절차의 문제로 축소시킨 일련의 과정으로 전환되었다. 앞장의 증거기반실천이 교육의 민주적 통제에 위협이라면 책무성은 교육의 관리적 접근으로 인해 교육자들이 자신의 행위와 실천에 대해 책임지기보다는 결과에 대해 자기검열하게 하여 교육을 위축시키게 만들었다. 

 원래 전통적인 교육에서의 책무성은 지금처럼 거버넌스 체계가 아니라 관련하는 여러 주체가 상호 책임을 갖는 체계였다. 즉, 현장체험학습을 가서 아이의 돌발행동으로 사고가 난다면 과거엔 아이의 행동문제, 부모의 교육문제, 교사의 관리 문제, 버스기사의 문제, 그외 사회의 문제로 분산되어 상호책임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건이 터지면 학교와 교사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분위기는 체험학습 자체를 시행하지 않는 교육회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교육이 복지주의에서 관리주의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복지주의에서는 형평성, 통합, 사회정의 같은 전문적 기준에서의 가치와 헌신이 이뤄지고 협력의 강조 같은 공공서비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리주의에서는 고객 자향의 정신, 효율성 및 비용효과성, 경쟁, 자유시장 경쟁, 품질 보증이 중요하다. 이런 전환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가 있다. 공동선의 추구에서 공급자로서의 국가와 서비스 소비자로서 납세자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1980-90년대만 해도 학부모는 자신을 교육의 소비자라 생각하지 않았고 교육을 상품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실 부모의 선택과 학교가 부모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자체는 민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부모의 요구가 사회에서의 교육의 형태와 목적에 대한 숙고가 결여된 것이라면 이는 단지 경제적 사회적 자본이 문화적 자본으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해 불평등만 재생산하게 된다. 

 그리고 책무성은 강화되었지만 교육소비자인 부모와 학생, 공급자인 학교는 간접책무성 관계에 불과하다. 교육 공급의 질은 정부가 책임지고 학교는 당국의 규제에만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책무성이 강화되었음에도 부모는 교육의 방향에 참여 권한이 없다. 또한 책무성으로 학교에 인센티브를 가하게 되면 학교는 학생을 잘하게 만들기보다는 잘하는 학생을 유치하려 한다. 그것이 훨씬 손쉽기 때문이다. 또한 책무성의 문화에서 학교와 교사는 공급자 측에 갇혀 전문적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결국 책무성은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민주성을 다소 신장시킨 면이 있다. 하지만 학교는 정부의 각종 정책과 규제에 묶여 있기에 지역과 학교 특성에 맞는 요구를 실행시켜주지 못한다. 또한 책무성은 공공성과 기반한 학교교육의 제공을 납세자로서의 수요자측면으로만 바라보게 하여 공공성을 넘어선 개인적 요구와 과다한 요구 교육에 대한 책임을 교사와 학교에 집중시켰다. 이는 학교와 교사의 교육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며 급기야는 모든 책임과 위험을 회피하도록 해 교육자체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학생들이 운동회를 할 때 조차 시끄럽다고 소리치는 것이 지금의 실태다.


3. 멈춤의 교육(주체화의 교육)

 멈춤의 교육은 자격화, 사회화, 주체화를 모두 포괄하지 않는다. 주체화에 중점을 둔 방식이다. 저자는 주체화는 유일성 개념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현전으로서의 출현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주체성과 주체화에 대한 인본주의적 약점을 극복한다고 본다. 즉, 주체화는 현전으로서의 출현인 것이다. 그리고 아렌트의 개념을 빌린다. 

 아렌트에게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고 특징은 자유이다. 행위한다는 것은 주도적이 되는 것이며 뭔가 새로운 것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래서 행위는 탄생이다. 다만 그녀가 말하는 자유는 선택한는 것을 무엇이든 하는 자유가 아니라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것을 존재하게 하는 요청이다. 그래서 이는 내면의 감정이나 지극히 사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이고 공적인 것이 된다. 즉, 나의 행위는 시작의 절반에 불과하며 타인이 나의 행위의 주도성에 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주체가 현존하는 것은 개인의 측면을 강조하나 항상 세계 속에서 출현하므로 공적이고 타인과 같이 가는 것이다. 

 멈춤의 교육은 표준적인 질서의 중지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이다. 이를 통해서 유일성이 발현하고 유일한 타자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을 서비스로 보는 수요자의 요구는 배격된다. 이는 공동선의 추구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의 이익과 민주주의에 대한 추상적 대의 명분의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엘커스는 학교가 지나치게 많은 민주적 간섭에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학교는 자율적으로 기능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학부모와 학생 개개인의 공동성에서 벗어난 요구를 모두 들어주려하는 경우 겨우 의미없는 파편화된 교육과정만 초래될 뿐이다. 따라서 이런 선호들은 그것의 출처, 타당도, 가치성, 근거가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것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 숙의 민주주의다. 이는 개인의 욕구를 집단의 것으로 전환한다. 이는 어떤 신호가 가장 많은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최선인지를 판단한다. 때문에 공공의 이익은 때론 사적 이익을 침해한다. 공적 영역에 대한 참여와 헌신은 특정의 규율과 특정의 자제력을 요구한다. 이는 참여와 헌신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어느 정도는 고통스럽게 내면화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리고 학교는 교과 학습에서 주체화의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이 세계에 대한 분명한 인상을 취할 수 있고 세계로의 진입도 가능해진다. 주체화는 교과 내용에 대한 참여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이고 상호주관적이며 결국은 정치적 과정이다. 

 포용도 중요하다. 포용인 민주주의의 정당성에 관여한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규범적 당위성은 그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기회를 갖는 정도에 달렸다. 민주주의 역사는 포용범위의 지속확대 역사다. 그리고 배제의 역사이기도 하다. 배제의 대상은 합리성과 분별력은 없고 이기심만 가득한 자들이다. 그래서 민주적 교육은 개인으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준비가 되도록 하는 과정이다. 

 숙의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참가자들에게 더 공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고 보다 관용적이고 박식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에 주의를 갖게 한다. 그래서 자신의 관점을 더욱 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한다. 


 책은 교육에 대한 좋은 함의와 고민을 담았다. 전 세계 교육은 신자유주의와 측정의 사고방식에 함몰되어 있다. 그래서 작금의 교육현장은 공공선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보다는 이기심과 공공성이 전무한 소수로 얼룩지고 있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무한 요구로 학교와 교사, 그리고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며 수많은 교육기회를 날리고 소진시킨다. 이런 것들에 대한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자정작용은 어렵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밖에 보지 못하기에 주변의 비난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적 제재가 현재로선 유일한 방안으로 보인다. 책은 교육과 그 본질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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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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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 초입에 진입했다. 향후 전면적 인공지능 시대에 살게 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인공지능은 아직 분야별로 기능하고 있어 모든 분야에서 인간이상으로 기능하는 범인공지능의 시대까지 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현재 사람들은 각자의 직업과 상황에 따라 인공지능이 자신의 직장을 위협하는 정도가 각각 다른 상황이다. 코딩을 하는 사람이나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 예술가, 음악가들은 이미 심대한 위협에 직면했지만 건설노동자나 간호사 등은 아직 이렇다할 인공지능의 그림자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인공지능이 침탈한 분야가 있으니 바로 '바둑'이다. 우리 모두는 10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억한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최초의 상징적 사건으로 사람들을 모두 강제로 인공지능의 시대로 이끌었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 바둑은 그 특유의 심오함으로 예술에 가까운 분야로 여겨졌고 변수가 너무 많아 비교적 단순한 체스와 달리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세돌의 참패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시 중계를 바라보며 인공지능이 두는 수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직접 대결하며 감을 잡은 이세돌이 마지막 대국에서 승을 거두었다. 이것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바둑을 이긴 사실상 마지막 경기였다. 이후 여럿이 도전했지만 전혀 이길 수 없었고 인공지능의 실력은 당시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강해졌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이 사건은 바둑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먼저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둑계의 민주화(?)란게 이뤄졌다. 이전 바둑은 한중일 중심의 게임이었고, 조기 영재의 게임이었고 남자의 게임이었다. 서구는 바둑에 관심이 있어도 실력을 거의 늘릴 수 없었는데, 서구에 고수가 거의 없어 실력자와 대국을 두며 자신의 실력을 양성할 기회가 지리적으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바둑의 입문 시기는 5-6세다. 부모가 바둑에 취미나 교양이 있는 경우 이것을 어린 나이에 배우다고 소질이 발견되면 입문하는 형태였는데, 이런 요소 때문에 부모가 바둑을 모른다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입문 시기 자체가 늦어 따라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또한 바둑은 전반적으로 남기사의 실력이 월등했는데 이는 남기사들이 초반 대국의 실력이 앞섰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이런 모든 면이 해소되었다. 서구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바둑이 최고로 평가받으며 인터넷을 이용해 이런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인들 역시 부모가 바둑에 관심이 없어도 조기에 바둑에 입문하는게 가능해졌고, 인공지능을 통한 교육으로 인해 조기 영재들을 따라잡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성기사들은 대국 초반에 약점이 있었는데 인공지능을 통한 수 배우기는 초반 대국에 매우 유리했다. 많은 기사들이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초반 대국을 암기하여 게임 중반으로 넘어가게 되었으므로 이는 여성기사들의 실력 양성에 도움이 되었다.

 이제부터 나올 것은 모두 문제점이다. 인공지능은 우선 바둑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되었다. 과거 바둑에서 실력을 양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 보다 고수를 만나 직접 대국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하수는 고수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일종의 대국료를 지불하였고, 고수들에게 기원 등에서 수강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수를 배우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대회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등장하였어도 대회 자체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상금 자체가 적어젔다. 특히, 하위 영역에 입상하는 기사들에게 지불하던 상금의 액수가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다.

 다음은 바둑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과거 바둑은 일종의 예술로 여겨졌다.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보니 인간의 머리로는 이에 완전히 통달할 수 없었고 이런 요소 때문에 규칙과 승패가 분명한 게임이자 스포츠적 요소가 강함에도 예술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했다. 특히, 각 기사들은 자신만의 대국 방법이 있었으며 사람과 직접 대결하다보니 대국을 하면서 풍기는 기세도 이러한 예술적 부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며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과거 고수의 수 하나하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하나하나의 수를 모두 이길 확률로 평가한다. 과거 멋지게 두던 기사의 수들도 인공지능이 평가해보면 형편없는 수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모든 요소는 바둑에서 예술성을 앗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학습 방법도 변화했다. 인공 지능 이전 바둑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고수와 대국하거나 , 과거 훌륭한 기사들의 기보를 분석하거나, 고수에게 입문하여 꾸준히 사사하거나, 기원에서 동료들과 모여 여러 수들에 대해 토론하거 새로운 수에 대한 효과들에 대한 갑론을박을 주고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거의 사라졌다. 최고의 기사들도 인공지능의 수를 공부한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려고 하고 인공지능이 두는 수에 기반하여 바둑 게임이 이뤄진다. 특히 초반부가 그러하다. 게임이 상당히 진행된 중반 이후부터는 인간이 두는 영역이 많이 남아있지만 향후 이조차도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은 바둑 기사들이 느끼는 심리적 공허함이다. 인간에게 자신이 종사하는 영역은 하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다. 사람은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인정받고 또한 인정하며 성장해나간다. 이는 인간이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긍정적 정체성과 자아존중감을 쌓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일순 등장해 이 모든 것을 부정해버렸다. 우러러 보던 고수의 대국이 알고보니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의 아우라도 거의 사라져버렸다. 무엇보다 사람이 기계에 의존하여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하거 그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큰 듯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둑을 전혀 모른다. 작가 장강명은 바둑에 관심이 많고, 이를 통해 수 많은 바둑계의 사람들과 직접 인터뷰하며 책을 구성했다. 인공지능이 최초로 침탈한 분야로 다른 분야에서도 도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어떠한 일이 일어날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는 논의를 진행하며 자신의 분야인 문학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소설을 양성할 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꾸준히 상상하며 우려했다. 

 우린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인공지능의 개발에만 몰두한다. 그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공조보다는 대결의 시대로 들어섰고 기업들 역시 빅테크를 중심으로 패권을 잡기 위해 고삐를 늦추기 보다는 무한 경쟁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인간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인공지능도 그러할 것이다. 더욱 강하게. 이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담긴 책이었다. 책 말미를 통해 작가님의 아내분이 아픈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디 쾌차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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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냉전 시대
제이슨 솅커 지음, 김문주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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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냉전이 기억 난다. 미소 양국은 적대적으로 상호확증파괴 무기를 개발했고, 핵으로 인한 공포로 인해 영미권에서는 핵전쟁 드라마나 영화도 많이 제작되었다. 그 냉전이 끝난지 30년, 이젠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어 세계화 시대를 마무리하고 사실상의 제2차 냉전이 시작되었다. 책은 이 용어를 제시하고 이를 개념화한다.

 사람들은 제1차, 제2차 대전을 별개로 생각한다. 시간 차도 좀 있고, 인류 역사상 미친 영향과 사상자수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독일이란 주인공을 중심으로 양차 대전은 사실상 독일 문제에 대한 전쟁이다. 독일 문제는 19세기 독일인이 거주하는 영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일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독일어를 쓰는 민족과 영토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대독일주의와 이를 북독일로만 국한하는 소독일주의가 있다. 문제는 대독일주의의 실현이었다. 

 이처럼 1, 2차 냉전도 중국을 주인공으로 보면 일관된다. 1차 냉전은 지금의 러시아인 소련이 주인공이지만 중국도 주역이었으며 미국이 중국이 아시아에서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오래된 경향을 막아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이라면 제1차, 제2차 냉전은 일관성있게 연결된다.

 제2차 냉전의 전조는 적대적 연합의 형성, 경제와 기술을 탈동조화, 대리전과 하이브리드전, 사이버-정보전쟁으로 구분한다. 

 제1차 냉전은 미소의 대결이었지만 양측의 직접 충돌은 사실상 없었다. 대리전이 치뤄졌는데 한반도와 베트남, 아프간 등이 주 무대였다. 제2차 냉전의 대리전은 러우전쟁, 이란의 대 테러전과 이스라엘, 대만에서 일어난다. 두 개는 실현되었고 마지막 하나는 가장 파급력이 높고 파괴적이며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은 교훈을 얻었다. 그들은 히틀러의 체코 주데텐 지역 합병을 승인하였는데, 이를 통해 히틀러는 영국, 프랑스가 개전의지가 없음을 깨닫고, 체코 전지역을 병합하고 2차대전 마저 일으킨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체코 주데텐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독일은 불리한 산악지대에서 싸웠어야 했고, 사전의 독일의 전술과 무기체계에 대해 적응하고, 전면전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러우전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개입하여 상당한 시간을 벌었다. 러시아의 무기전략체계를 알 수 있었고, 사실상 무방비였던 나토의 국방비와 방어력이 상당히 증가하였으며 동유럽에 나토 상비군마저 배치할 수 있었다. 우크라 합병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성과와 대비다. 

 하마스의 공격은 이란과 러시아 그리고 제2차 냉전의 동반자들이 추구하는 지정학적 목적을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합동 대리전이다. 이는 주요 자원 수송로인 중동을 위협하여 미국과 유럽의 상당한 군사자원을 이쪽으로 돌리게 만들어 러우전을 러시아와 중국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이란의 대리전에 핵심역할을 했다. 바그너 그룹이 이란의 후원단체와 협력을 강화하였고, 군사훈련, 안보협력, 무기기술을 제공했다. 이란은 후티반군에 탄도미사일, 트론, 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공했다. 후티반군을 이를 이용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타격해 미국와 나토의 군사역량을 이리로 집중시켜 우크라이나 지원 역량을 줄였다. 

 중국은 연합리검작전 2024A와 2024B를 실행했다. 이는 대만봉쇄 및 침공상황에 대한 작전이다. 중국의 해군은 사상최대규모다. 2년마다 무려 프랑스 함대 전체 수준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2025년까지 항모도 두 척 추가 진수예정이다. 스텔스 구축함과 강습상륙함도 신속히 증가중이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를 군사화했다. 오바마 정권 당시 이를 묵인한 것이 미국과 동맹의 패착이다. 10년간 피어리크로스, 수비, 너스치프 암초를 군사화하여 장거리 레이더 시스템, 전투기, 폭격기 수용활주로, 미사일 격납고와 대함/대항공기 포대, 연료보급 및 재공급을 위한 심해해군시설이 구축되었다. 미국과 동맹은 대만 침공시 이 시설로 인해 상당히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북한은 제2차 냉전의 불안한 대리전 당사자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러우전쟁에 상당한 물자와 병력을 공급했다. 핵과 미사일 능력도 확대중이다. 태평양과 미본토 타격이 이미 가능하다. 중국은 밀무역과 에너지를 평양에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군사기술, 식량원조, 외교적 지지를 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시 북한에 남한으로의 도발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후티반군이 한 것처럼 미국과 동맹의 자원을 양쪽으로 분산시켜 대만침공에 유리한 발판이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로도 전선을 확대 중이다. 경제지원, 군사원조, 정치공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 전략적 항구, 경제발전으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아프리카에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대규모 차관으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이미 중국에 종속되고 의존중이다. 부채상환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요 전략자산을 중에 넘겨야 하는 부채함정외교에 빠진 상황이다. 중국은 지부티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뿔 주변을 지나는 핵심해상항로에 대한 권한과 통제권을 확보 중이다. 중국은 여러 나라를 도우면서도 특히, 자신들과 같은 권위주의적 정권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바그너 그룹도 말리,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분쟁 지속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친크렘린 정권을 지원한다. 그리고 대가로 금, 다이아,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 중이다. 

 남미 역시 중국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브라질, 아르헨, 칠레, 페루 같은 나라의 핵심 농업과 에너지, 광업 분야에서 중국의 통제력이 확대중이고, 투자하여 의존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와의 관계를 광하중이다. 이들 국가에 무기, 감시기술,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권위주의 정권을 강화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 남미는 중국과 러시아가 부추기는 대리전에 취약하다.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군사적 유대관계를 맺고, 중국이 남대서양과 남극대륙 근체에 전략적인 통제를 확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SNS는 은밀한 방식으로 사회를 해체하고 가짜뉴스를 현실로 왜곡하는 호위 합의 편향을 이용해 분열을 부추긴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서사는 대중을 동원해 혁명의 불을 지폈다. 인지적 억압, 경제적 어려움, 국가적 굴욕이 주요 메시지다. 이를 분노와 두려움, 억울함, 자부심 같은 정서를 자극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자꾸 이것을 퍼뜨려 그것이 마치 널리 퍼진 합의라도 되는 양 만든다. 중국과 러시아는 AI생성콘텐츠와 봇을 이용하여 범세계적 담론을 조직하고 이를 서구의 화합파괴에 이용한다. 

 SNS는 감정이입과 창의력을 감소시킨다. SNS는 위기와 분노,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하여 전반적으로 대중을 공감피로 상태로 몰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통에 둔감해지고 프로파간다에 도덕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게 한다. 알고리즘의 콘텐츠 피드는 복합적 사고를 막고 단기적 사고만 하게 한다. 반응적이고 초당파적 담론이 늘며 섬세한 논의가 어려워진다. 이는 사안에 대한 이성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을 막는다. 그래서 제2차 냉전은 국가 정체성과 진실, 디지털 회복력을 위한 싸움이 된다. 

 체제 위기에는 5가지 징후가 있다.

 첫 번째는 군사적 위험이다. 대리전, 봉쇄, 무력충돌이다. 언급한 것처럼 중동, 대만, 한반도, 아프리카가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경제적 위험이다. 무기화된 무역, 부채함정, 자원의존도가 위협이다. 서구 경제를 불안하게 하기 위해 중국은 산업우위, 러시아는 에너지 우위를 이용한다. 중국은 산업경쟁력에서 이미 미국의 영향력에서 상당히 자립했다. 그러면서도 희토류 제련을 독점해 언제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제조업이 붕괴하여 주요 기술과 군사부품에서 적대적 공급망에 의존중이다. 세번째는 기술적 위험이다. 인공지능 전쟁, 사이버 위협, 산업스파이다. 중국은 인공지능과 사어비전쟁, 디지털 감시에 선도적이다. 이것으로 전 세계적 담론을 조장하고 거짓 선도으로 민주주의를 뒤흔든다. 산업스파이는 미국과 유럽의 기술을 탈취한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의 무려 60%, 첨단 반도체의 경우 90%를 생산한다. 중국의 대만 봉쇄나 침공은 큰 위협이다. 네 번째는 정치적 전략적 위험이다. 언급한 것처럼 민주주의 진영 내 거짓 선동으로 내부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은 디지털 위험과 심리적 위험이다. SNS의 무기화로 적대세력이 대중의 정서조장, 정치담론 형성, 사회결속력을 약화한다. 양극화로 정서적 고갈과 사회불안이 늘어난다. 

 제2차 냉전은 세계 질서를 재편한다. 금융과 에너지 시장, 기술, 무역,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기업은 투자전략을 바꾸고 위험노출을 재평가해야한다. 경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하고, 금융의 흐름을 변화하고, 기술경쟁의 구조를 조정하고, 통상적인 관계를 재정립한다. 이는 국가안보와 기업전략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북극은 새로운 전장이다. 해동하면 막대한 양의 에너지 자원과 희토류, 북극항로가 대상이다. 러시아는 구냉전시대의 기지를 재가동중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고 북극함대를 강화한다. 중국 역시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억지로 근북극권국가를 주장하며 경쟁에 뛰어든다. 극지실크로드 전략으로 에너지프로젝트, 운송인프라, 군사연계 연구소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중이다. 미국과 나토는 이에 대응해 북극해상경비를 강화하고 쇄빙선 함대를 확장중이다.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와의 동맹도 강화중이다. 

 우주도 전장이다. 중국은 우주군사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우주자산감시, 사이버공격, 미국와 동맹의 우주자원에 대한 전자적 수행이 가능하다. 중국은 우주실크로드로 저궤도 통신과 달자원채굴을 노린다. 미와 동맹도 이에 대응해 위성 이용과 프로그램, 인공지능기반 궤도 방어시스템, 우주기반 미사일 요격기동을 준비중이다. 

 미국과 동맹은 환적을 엄격히 감시하여, 중국기업의 제3국을 통한 구멍을 차단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기반의 무역 감시와 블록체인 기반의 추적 체계 덕에 앞으로는 상품의 원산지와 감시, 공급망 부정행위 추적 기술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경제안보는 경제적 힘과 경제적 자급자족으로 구분한다. 국가의 GDP는 자본, 노동, 기술의 결합이다. 최근 기술이 점점 핵심요소로 부상 중이다. 경제적 자급자족은 전략적 자원의 비축, 강력한 국내 생산기반, 독립적인 기술확보, 다변화된 공급망,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산업용 금속 및 핵심소재의 안정적 공급이다. 미국은 경제적 힘은 우수하나 경제적 자급자족에서 취약하다. 반면 중국은 경제적 힘에서는 미국에 뒤쳐지나 경제적 자급자족은 상대적으로 낫다. 이로 인해 제2차 냉전시대의 미국과 동맹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희토류 채굴, 제련 능력을 늘리고 중국 의존도를 감소

2.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로 새 에너지 파트너 구축 및 다각화

3. 소듐이온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로 개발로 리튬과 코발트 의존 줄이기

4. 동맹 내의 신재생에너지 구성품 생산장려로 중국 의존도 줄이기

5. 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우호적 페르시아만 국가로부터 에너지 수출을 늘리고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줄이기

6. 신흥국에 대한 인센티브로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 확대

7. 유럽연합과 아시아로  LNG수출 확대, 러시아 LNG 의존도 줄이기

8. 에너지 인프라 개발로 대외원조 활용


 중국의 지정학적 위협으로 인해 리쇼어링, 니어쇼오링, 프랜드쇼어링 전략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의약품, 바우이산업, 첨단 제조 부품 등 공급망 안보가 국가안보의 우선순위인 산업일수록 이런 경향을 두드러진다. 국제 무역의 미래는 다음과 같다.


1. 경제 및 국가안보를 위해 관세의 광범위한 사용

2. 세계 공급망의 재편

3. 경제적 자급자족 압력 강화

4. 중국 견제

5. 군사화하는 무역 항로의 위험성 증가


이런 경향으로 인해 세계화가 마무리된 이후 지난 10년간 세계의 무역 규제는 무려 100배나 증가했다. 

 향후 기술적 우위 전쟁도 극적이다. 세계는 사실 상 두개의 기술 지역으로 구분되고 경쟁중이다. 양자 우위는 더 이상 단지 컴퓨팅의 문제가 아니다. 사이버 보안과 정보지배, 암호의 우위 문제다. 중국은 양자부호화로 서구의 암호 프로토콜을 파훼하고 기업과 금융거래, 군사정보에 접근하려 한다. 중국은 양자 부분의 특허량이 미국을 압도한다. 

 반도체 전쟁은 인공지능과 양자, 첨단기술의 지배를 의미한다. 반도체 생산을 장악한 국가가 세계 경제와 군사력을 좌지우지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2차 냉전의 시나리오 4개를 제시한다.

1. 정체

 지정학적, 경제조건이 변화하지 않으며, 정체된다. 관세, 동맹, 제재, 갈등 위협이 현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로 현실성이 낮다. 

2. 붕괴

 탈세계화가 멈추고 무역 규제가 철회되어 미중 갈등 이전의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화 시대로의 회귀다. 역시 가장 현실성이 낮다.

3. 지속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2차 냉전이 꾸준히 진행하고 탈세계화, 무역전쟁, 대리갈등, 미중격돌이 격화한다.

4. 포물선

 2차 냉전이 장기화하여 분쟁이 가속화하고, 직접 군사충돌도 일어난다. 역시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저자는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대국 간의 소통채널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치열한 이성적 계산에 근거하기 보다는 소통 실패와 억제 전략의 오판, 보복의 악순환에서 시작했다. 실제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봄의 전쟁이 가을이면 끝날 것으로 오판했고 2차 대전의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의 체코 합병의 의도를 오판했다. 

 향후 각 나라와 기업들은 위와 같은 흐름을 잘 살펴 정책과 투자 및 경영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기업은 공급망을 재편하고,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며, 금융 탈동조화와 경제적 파편화에 대비해아 한다. 에너지, 원자재의 확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식량자급률이 20% 초반에 불과하고, 미중 대리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대만 및 북한과 인접한다. 향후 기업과 정부에 상당한 위기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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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 수능에서 IB 교육으로 대한민국 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김신완 지음, 이혜정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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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객관식 시험을 최고로 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공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입을 결정하는 수능 시험인데 몇 달 전부터 보안을 위해 출제진이 숙소에 감금되고, 시험지는 마치 은행의 현금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 전국 각지로 시험일이 임박하여 수송 된다. 또한 몇몇 학생이 시험 당일에 배가 아프거나 차를 잘못 타서, 혹은 엉뚱한 고사장으로 가서 시험을 놓칠 뻔하다 경찰차를 타고 간신히 시험장에 도착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교 후배들은 시험을 보는 선배들을 위해 새벽부터 응원전을 펼치는 등 이 시험과 관련한 온갖 이야기들이 나라 전체에 가득하다. 

 그런데 이 시험은 세계에서 가장 싸구려 시험이다. 문제 개발을 하는데 좀 공을 들이긴 하지만 시험 기간이 매우 짧고, 무엇보다 채점이 아주 손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객관식 시험을 당연시 하나 대입 시험은 객관식으로 보는 나라는 OECD 38개국 중 한국과 일본, 중국, 칠레, 멕시코, 미국 뿐이다. 한국은 이 객관식 수능이 대입에 절대적인 기준인 반면 사실 다른 나라들은 보조 수단이거나 대입에 반영되는 하나의 요소 정도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사실 한국이 객관식 시험을 전통적으로 신봉한 것도 아니다. 조선의 과거 시험은 구술, 논술형 시험이었다. 경전에 관한 문제도 있었지만 철저히 현실 정책에 대한 질문이 따랐다. 응시자는 이를 자신만의 논리로 풀어내야 했다. 한국에 객관식 시험이 자라잡은 것은 일제시대 부터다. 일제는 피재배민으로 조선인이 생각하기보다는 체제에 순응하고 시키는 것을 이해하고 따르기를 바랬다. 그런 사람을 양성하는데는 객관식 시험이 제격이다. 답은 애초에 출제자로부터 주어져있고 이를 잘 수용해야 높은 성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광복 후에도 이어졌다. 

 입시는 여러 번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러다 전두환 신군부가 교육정상화와 과외 과열을 문제로 예비고사와 대학 본고서를 없애고 객관식 시험인 학력고사를 전면 실시하면서 객관식이 대입 최종시험으로 확고히 자리잡는다. 이후 수능이 학력고사를 대체하긴 했지만 이미 도입 후 30년이 지났고, 여러 개선이 있었으나 결국 서열화를 위한 객관식 시험이라는 틀에 갇혀있다.

 문제는 이런 객관식 서열화 평가가 많은 문제점을 갖는다는 점이다. 우선 제대로 된 능력을 평가하지 못한다. 개인의 진정한 능력은 실생활의 문제해결에서 나온다. 이는 매우 능동적인 표현능력과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전이하여 적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수능 같은 객관식 시험은 이런 타당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공정성과 신뢰도에 묻혀있으며 서열화를 위한 난이도 조정과 공정성에만 힘을 쓰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의 교과 선택권은 그의 진로와 흥미, 적성의 발현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수능은 상대평가이기에 교과 선택권이 사실상 무력화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나 흥미보다는 등급을 보장하는 교과를 선택한다. 또한 선택 교과 간의 표준점수 차이는 또 다른 공정성 시비를 낳는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을 비인간화한다는 점이다. 2018년 한중일미 4국의 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고교 생활이 함께하는 과정인지 거래하는 시장인지 사활을 건 전장인지를 물었다. 학생들은 3가지를 모두 선택하였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3번의 경우 일본은 14%, 미국은 40%, 중국은 41%를 선택한데 비해 한국은 무려 81%였다. 학생에서 협력을 통해 함께 성공하는 연대하고 화합하는 시민으로 자라나기 보다는 경쟁하며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배한 자는 낙인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환경을 고교에서 경험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한국의 교육개혁 과제는 대학 입시를 전면 논서술형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객관식 시험을 보조의 수단으로 병존시키고, 내신을 논서술형, 구술, 장기 보고서 및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입시와 내신에서 학생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선택과목을 보장해야 하며,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일부 고교들이 과거에 취했던 것처럼 성적을 부풀리는 편법을 막는 방법이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논서술형은 주관식 시험이기에 이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의 확보를 위해 채점의 전문성을 크게 강화하고, 그 기준의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저자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것은 국제 바깔로레아, 바로 IB다. IB는 여러 모로 한국 교육에 적합하다. IB는 일단 특정 국가 맞춤형이 아니기에 한국 교육과정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표준화된 평가시스템을 갖춰 타당성은 고려도 않고 공정성과 신뢰도에만 매몰된 한국에 적합하다. 또한 학습 능력이 높은 학습자와 낮은 학습자를 모두 성장시키며, 사교육이 거의 실행되기 어려워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며, 무엇보다도 일선 교육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IB는 실용적인 관점에 기반하며 학생을 평생 학습자로 키우는데 중점을 둔다. IB는 토론과 상호협력이 중요해 모든 학생이 경청이 습관화 되어 있으며 정답이 없는 교육을 실시하고, 무조건적 주장이나 입장 보다는 그 근거를 중시한다. 

 IB는 중등과정이 5년이고 고등과정이 2년이지만 각 나라의 학제에 맞게 변경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중등 과정이 3년으로 실행되고 고2-3때 고등과정을 하고 고1 때는 준비과정을 거친다. IB의 초중등학교 프로그램은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방안이 있을 뿐이며 그렇기에 각 나라는 자신들의 교육과정을 포함시킬 수 있고 그 학습 방법과 평가를 IB가이드에 맞춰 실행한다.

 IB의 고등학교 과정은 다음과 같다. 

1영역- 언어A: 모국어 문학, 모국어 언어와 문학

2영역- 언어B: 외국어, 외국어기초, 고전어

3영역- 개인과 사회: 역사, 경영, 경제, 지리, 철학, 심리학, 국제정치, 인류학 등

4영역- 과학: 화학, 생물, 물리, 컴퓨터 과학, 환경, 스포츠와 건강

5영역- 수학: 분석과 접근, 응용과 해석

6영역- 예술: 연극, 영화, 미술, 음악, 무용


 학생은 위 3영역 중 3개를 심화과정으로 3개를 표준과정으로 이수한다. 심화과정의 경우 240시간은 이수해야 하고, 표준 과정이면 11시간을 이수한다. 그리고 이 외에 지식이론, 소논문, 창의체험봉사가 필수다. IB는 6개 영역이 각 7점 만점이며 3개의 별도 영역이 각 1점 씩이다. 총 45점 만점으로 24점을 획득해야 디플로마가 수여된다. 물론 지식이론과 소논문이 합산 점수가 D이사이어야 하고 세 과목 이상에서 3점 이하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2023년 상반기 18만 명의 학생이 외부평가에 응시했고 80%가 디플로마를 획득했다. 평균 점수는 30.24점으로 과목당 6점, 핵심 과목에서 2점이면 총점 38점으로 이 정도면 해외 명문대학 지원이 가능하다. 6점은 A에 해당하고 7점이면 A+등급이다. 2023년 기준으로 40점 이상은 8.87%로 만점자는 179명에 불과하다. 

 IB는 외부 출제 평가와 내부 출제 평가로 구분한다. 내부 출제 평가는 해당학교 교사가 하는 것이며 외부 출제 평가는 IB 본부에서 실행한다. IB 본부에는 무려 4만의 채점관이 등록되어 있다. 채점관은 일반 채점관, 선임 채점관, 책임 채점관, 수석 채점관으로 나뉜다. 채점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선임 채점관들이 먼저 평가 문항에 대한 채점 기준을 개발한다. 이것이 시드 페이퍼인데 3개로 구성하여 1개는 일반 채점관의 교육에 1개는 일반 채점관의 시험 채점 테스트용으로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답안지에 숨겨 일반 채점관이 올바로 채점하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일반 채점관의 채점이 시드 페이퍼와 멀어지거나 일반 채점관 2인의 불일치가 심하면 이들을 재교육하거나 채점관 자격을 박탈한다. IB본부는 교차채점을 하는 것이다. 채점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채점관이 이를 해결하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수석채점관이 학생의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매우 엄정한 구조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학생은 이런 구조에도 점수에 불만이 있거나 대입에 필요한 요건에 미약하게 미도달할시 비용을 부담하여 재채점을 요구할 수 있다. IB 본부는 이 경우 재채점을 실시하여 문제가 발견되면 학생에게 비용을 돌려준다. 그리고 학생은 재시험을 볼 수 도 있다. 

 내부평가는 사전에 문항을 같이 연구 개발하며 채점기준도 그렇게 만든다. 특히 자신이 채점한 것에 대한 근거를 다른 교사에게 증명해야 하기에 고도의 객관화가 강제된다. 그리고 IB 본부는 내부 평가 전체를 모두 샘플링하여 이를 검토하다. 그래서 이것을 조정하고 만약 채점이 과도하게 부실하면 해당학교의 인증을 취소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IB학교들은 국가나 지역, 학교 간의 특성과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적 표준화가 가능하다. 과거 한국의 고교 내신 절대평가가 실패한 것은 학업이 낮은 학교 일수록 서로 시험을 쉽게 내기 경쟁을 해 성적을 부풀렸기 때문인데 IB본부처럼 중앙에서 관리하면 이런 것이 불가능하며 실제 학교간에 타당도가 높은 학업 성취도 비교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높은 신뢰도로 인해 한국에서 성행하는 평가 결과에 대한 민원도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구체적인 수업을 살펴보면 IB수학은 문제 풀이 시간은 적고 대신 수업 시간을 조사하고 추론하는 탐구활동에 할애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각자 정리한 이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관심 이슈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지수로그함수를 배우고 그것을 망각 곡선에 적용해 직접 공식을 도출하는 식이다. IB수학은 감점이 아닌 가점의 관점으로 채점한다. 그래서 학생이 정답의 계산을 틀렸어도 그 과정이 옳다면 만점을 가깝게 점수를 부여한다. 

 역사 수업의 경우 일반 학교는 연대사나 통사를 고수한다. IB 역사는 시대, 사건, 인물에 대해 역사적 사료를 분석하고 관련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고 어떻게 판단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IB화학은 실험중심이다. 반응열을 계산하는 실험을 수행한 후 구한 데이터로 그린 그래프를 해석하는 것이 과제다. 중요한 것은 실험을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이다. 왜 실패했는지 점검할 가이드가 제공되며 교사가 피드백 한다. 실험에서 겉도는 학생도 없다. 모둠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IB는 내부 보고서의 마감이 학기 후반부로서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시간이 충분하며 상대평가가 아니기에 앞서가는 학생이나 모둠을 보며 불안감을 갖지도 않는다. 

 IB를 실시한 학교는 큰 변화를 가져온다. 우선 학생의 일정 관리 능력 향상이다. IB는 지식 위주보다는 그것을 획득하거나 적용하는 보고서나 과제 중심이다. 이것들이 모든 과목에서 행해지기에 학생은 개인, 모둠과 협동하며 계획을 촘촘히 짜야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것을 대학이나 직장생활을 하며 실시하는데 확실히 빠르다. 그리고 서로 돕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기에 경청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생기고, 경쟁이 없기에 학교 폭력이 크게 감소한다. 또한 교권이 신장한다. 상대평가와 서열화에서 공교육의 교사는 메이져 학원 교사에 밀린다. 하지만 IB같은 식의 수업과 평가를 실시하면 학생은 교사와 같이 성장하며, 꾸준히 피드백을 얻으며 친말한 관계, 즉 진정한 사제지간을 형성한다. 당연히 교권이 보장된다. 마지막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완화다. IB수업은 학원이 성적을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구조다. IB라고 해서 학원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철저히 보조수단으로 전락하여 학부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낼 필요가 크게 줄어든다. 

 당연히 IB에서는 교사도 변화한다. 일반 학교에서 교사의 스트레스 요인은 교내질서 확립문제와 학부모의 민원 처리, 행정업무다. 하지만 IB학교에서 교사의 스트레스 요인은 학업성취도 제고, 수업설계고민, 저학력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 방안이다. 교사 본연의 업무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처럼 IB는 교육을 정상화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다. 일본은 IB로 교육을 전면 전환하고 있다. IB가 반드시 답안은 아니겠으나 한국이 비교적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이다. 혁신 교육은 많은 학교 민주화와 교육 혁신을 이뤘지만 이렇다할 중앙 센터가 없어서 일선 학교의 질적 변화를 지원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입시를 변화시키지 못했으며 일부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교사들을 제외하면 변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IB는 많은 학교 개선 경험과 믿음직한 증앙 기관, 높은 채점 기구를 확보하고 있다. 전면적으로 시도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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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텐베거 투자 - 뉴사이클에 진입한 AI 혁명 산업, 10배 종목 발굴을 위한 전략서
이형수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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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중진국의 함정을 넘어 선진국에 진입한 거의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최근 그 힘이 다한 듯 보인다.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전환에는 선도적으로 진입했지만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서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부분도 그러한데 인공지능 시대에 잘 진입한 TSMC와 다르게 한국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는 커녕 HBM도 잘 만들어내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기에 멀리 감치 떨어뜨렸던 대만이 다시 국민 일인당 소득 역전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은 기술혁신과 스타트업의 성장,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강력히 필요하다. 과거 영화를 누렸던 석유화학, 철강, 정유는 중국과의 경쟁과 환경규제로 그 힘을 잃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인공지능과 첨단 반도체, 바이오, 친환경에서 미국과 중국에 비해 취약하다. 전통 제조업에서 탈피하고 이 부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막대한 양의 엔비디아 GPU가 필요하다. 여기엔 수십조원의 돈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를 정부가 해야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 정부는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 조성에는 상당히 선도적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이재명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민간합작 AI 국책사업을 벌이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AI혁명이 가속화할 수록 이차전지 소재, 탄소섬유, 반도체 소재 같은 영역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반도체 역시 인공지능과 HBM에 집중될 것이고 기존 레거시인 D램과 낸드 플래시는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여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반도체는 수출 비중의 20% 수준이다. 자동차는 10%수준이다. 2030년이면 인공지능은 세계 경제의 무려 19.9$를 차지하며 이는 세계 GDP의 3.5% 수준이다. 현재 많은 인공지능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우려에 불과하다. 원래 신기술은 초기 투자비용은 높고 수익은 후에 이뤄지나 막상 흑자전환되면 그 성장세와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실제로 1994년 창업한 아마존은 2001년이 되어서야 흑전했고 구글 역시 창업 3년만인 2001년에야 흑전했다. 당시 이 기업들이 적자라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무척 어리석은 일이었을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은 기업들의 흑자전환을 늦추고 있다. GPT5의 훈련은 GPT4에 비해서 46배의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었다. GPT-40의 모델 훈련 비용은 1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리고 2027년에는 생성형 인공지능 훈련비가 1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국 유수의 빅테크들은 인공지능 개발에 사활이다. 테슬라는 이미 전기차 기업이 아니다. 그들은 그록인공지능 시리즈와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기업이다. 테슬라는 전력생산, 저장, 충전, 자원 재활용에 이르는 거대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메타는 인스타와 왓츠앱이라는 세계 최대의 sns를 보유하고 있어 40억 이용자의 데이터 수입에 용이하다. 그들 역시 인공지능 연구시설과 인재를 갖고 있다. 최근 선보인 모델이 라마인데 이를 파인 튜닝해 앱을 개발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요즘 인공지능 개발 트렌드가 변화중이다. 기존 학습에서 추론으로의 전환이다. 중국의 딥시크는 인공지능 개발에 규모의 법칙을 무시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딥시크 개발이 필요한 제반 여건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하며 그 법칙을 무시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추론은 더욱 큰 규모의 컴퓨팅 파워와 그를 위한 물리적 기반을 욕하기에 스케일링의 법칙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서는 SW와 HW가 모두 중요하다. SW는 불필요한 추론 과정에서의 비용문제 해결이 과제이며 HW에서는 더 많은 프로세스 활용, 네트워크 대역폭 지원등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인프라는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데이터 센터는 더욱 폭증할 것이다. 특히 스위치 장비와 실리콘 포토제닉스 기술이 중요하다. 기존 GPU는 학습에 ASIC(AI주문형 반도체)는 추론에 유리하다. 기존 인공지능은 질문을 받으면 즉시 답변을 생성한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답변도 적잖은데 추론으로 넘어가면 질문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단계를 거치며 결론을 도출한다. 다만 과정이 복잡한 만큼 기존에 비해 컴퓨티 파워가 100배 이상 필요하다. 이는 인공지능 자체의 개발은 물론이고 이를 기반한 거대한 물리적 장치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 센터는 그래서 더욱 커진다. 2023년 3730억 달러 규모인 것이 2029년이면 6420억 달러로 추산된다. 추론으로 인해 데이터 트랙픽이 더욱 커질 것이고, 인공지능 가속기, 전력 소비, 냉각 방식이 일반 데이터 센터보다 더욱 중요해진다. 

 미국은 트럼프 출범 이후 인공지능 경쟁을 위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인공지능 관련 모든 미국 기업이 총 망라되었고 협조와 투자는 국제적이다. 클라우드와 인프라 서비스에는 오라클과 MS, 인공지능 반도체에는 엔비디아, ARM,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네트워크에는 브로드컴, 아리스타 네트웍스, 코히어런트, 원전과 천연가스에는 코스텔레이션 에너지, 비스트라 에너지, NRG에너지, 탈렌 에너지 드으이 기업이다. 초기 지분투자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 MGX 등이 활약하며 무려 40만장의 GPU를 갖춘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미 텍사스에 건설할 예정이다. 

 이런 미국의 진격에 EU도 태세 전환 중이다. EU는 기존에 인공지능에 대해 개발보다는 인권보호와 민주주의 수호 측면에서 규제에 집중했다. 프랑스는 민간 포함 인공지능 유치에 163조를 투입할 예정이고 오픈 AI의 대항마로 미스트랄 AI를 보유 중이다. EU는 소버린 AI 구축으로 인공지능의 군사활용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가속화 중이다. 인도 역시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들은 무케시 암바니가 이끄는 리라이언스가 인도 자만카트에 무려 3GW 급 세계 최대의 데이터 센터를 계획 중이다. AI의 확산은 4단계다. 우선 데이터 인프로 증설, 네트워크 고도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의 대중화, AI 디바이스의 보편화다. 인공지능의 수요 확대로 HBM, ESSD도 성장이 지속된다. 

 빅테크들은 AI 모델에서 엔비디아 칩 의존을 줄이기 위해 자체 설계칩인(ASIC)의 적용을 원한다. 브로드컴이 이 부분의 강자다. ASIC 시장은 2024년 203억 달러에서 2031년에는 328억 달러로 성장 예정이다. 마벨테크놀로지는 AI 데이터 센터의 수혜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브로드컴에 밀리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신에 유리로 코어를 만든 기판이다. 유리기판은 실리콘의 장점은 매끈한 표면, 낮은 열팽창계수를 가지면서도 유리 특유의 장점은 낮은 열 전도율과 유연한 강도, 저렴한 비용이라는 장점을 갖는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서버 내 반도체 통신 구간에서 구리와 전기 신호대신 광자로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반도체는 광신호를 받을 수 없어서 광신호와 전기신호를 바꿔주는 트랜시버장치가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인공지능에 필요한 기판 면적이 커지는데 유리기판이 이에도 적합하다. 

 한국의 유리기판 제조업체는 SKC앱솔릭스가 있다. 이들은 AMD에 HPC용 유리기판을 공급계획 중이다. 그리고 2022년 조지아주 뉴튼 카운티에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유리기판은 5조원대의 FC-BGA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실리콘 인터포저도 유리인터포저로 대체될 수 있다. 유리기판은 TGV 공정, 최초 빌드업 공정, 기판을 자르는 싱귤레이션 공정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혁명은 인공지능 가속기, 서버와 데이터 센터, 전력 인프라를 넘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요구한다. 셀레스티카는 메타와 아마존에 인공지능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한다. 코히어런트와 아리스타네트웍스 등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한다. 

 광통신은 반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신호로의 전환이 중요한데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통해 포토닉스 IC전자직접회로를 결합해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한다. 코히어런트가 실리콘 포토닉스 기업이며 국내에는 퀄리타스 반도체,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이것을 한다.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은 2020년 10억 달러에서 2027년 46억 달러로 성장 예정이다. 

 CPO는 실리콘 포토닉스와 첨단 패키징 결합 기술이다. TSMC와 삼성전자고 도입 중이다. CPO에서는 산화막 제거 물질은 플럭스를 배제한다. 플럭스는 반드시 필요한 공정이나 잔여물질은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광통신을 방해한다. 광반도체 기술은 미래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업체들인 이 부분의 기술이 취약하다. 

 ASIC는 유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GPU를 대체하진 못한다. 보완재 성격이다. ASIC로 인해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맞춤 역할이 가능하며 구글의 TPU가 대표적이다. ASIC 시장의 성장으로 파운드리 수혜기업인 TSMC의 앞날이 더욱 밝아졌다. 삼성은 2019년 대대적인 파운드리 성장을 예고했지만 당시 파운드리 점유율 19%였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10%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분발이 요구된다.

 HBM이 인공지능 혁명 메모리 전쟁의 1막이라며2막은 온디바이스용 AI 메모리가 될 것이다. SOCAMM, LLW D램, LPW낸드 플래시 등 다양한 온디바이스 커스텀 메모리가 새 부가가치를 낼 것이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기술은 스마트폰과 PC를 넘어서 레벨3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XR등 새로운 디바이스에 적용될 것이다. 

 늦었지만 한국 정부는 GPU 3만장을 2027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GPU는 가격도 비싸지만 수요가 넘쳐나 쉽게 도입하기도 어렵다. 강한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국내 엔비디아 H100물량은 겨우 3천-5천장 수준이다. 단일 기업으로 수만개를 가진 미국 빅테크와 비교해 무척 초라하다. NHN클라우드가 1천장, 네이버 계열사들이 1천장, 삼성SDS가 1천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거의 다른 모든 영역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 이는 반도체 부분도 마찬가지다. 2022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반도체에서 중국을 앞서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 수준을 100으로 보았을 때, 고집적 저항기반 메모리 기술은 한90.9, 중94.1, 고성능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기술은 한 84.1, 중 88.3, 전력 반도체는 한 67.5, 중 79.8,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은 한 81.3, 중 93.9, 첨단 패키징은 한 74.2, 중74.2로 모든 차세대 분야에서 열세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2025년 테크주들이 고성장 랠리를 보이고 있어 주가가 30%이상 상승했다. 

 중국은 첨단 분야에선 아직 제조에서 밀리지만 레거시 분야에서는 가격파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괴롭히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실행하고, 실패한 90% 기업을 생존한 10%기업이 흡수해 기술을 이어나간다. 여기에 과거의 한국처럼 필요하면 밤을 세우는 유연한 근로체계와 인력들의 동기부여 자체가 매우 강력하다.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매우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미 웰스파고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수요가 미국의 경우 2023년 3테라와트시인 것이 2030년이면 652테라와트시로 무려 21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타게이트 사업에는 최대 20개의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며 이들의 전력 규모는 5GWH다. 원전 한 기가 통상적으로 1GWH를 제공하기에 무려 100기가 필요하다. 전력 수요의 증가는 유틸리티, 태양광과 ESSD, 원자력에 수혜를 줄 것이다. 유틸리티 기업은 초기 전력 수요 증가를 기존 발전 설비로 쓸 수 밖에 없어 수혜를 보게 된다. 그리고 향후 3-4년은 태양광과 ESSD의 시대로 퍼스트 솔라, 넥스트래커, 플루언스 에너지가 주목된다. 2027년부터는 소형모듈원자로가 필요하다. 이는 원자로를 모듈형태로 미리 공장에서 제작해 소규모로 빠르게 설치가 가능하다. 최근 이재명대통령이 말한 15년 건설 기간이 필요한 원전은 기존의 원전이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단가가 현재의 1/3수준으로 떨어져 신재생에너지와도 가격경쟁을 해볼만 하다.

 미국은 전력은 물론이고 이를 송전할 배전 설비도 오래되었다. 기반 시설이 1970-80년대 조성되어 노후화하였다. 버티브 홀딩스는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에 특화하였고 배전 설비 기업이며 액체냉각방식을 사용한다.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는 열을 많인 내뿜기에 기존 공랭식보다는 액체냉각설비로 갈 수 밖에 없다. 한국은 경우 DH현대일렉트릭과 LS 일렉트릭이 미 전력설비 교체 수요의 수혜를 볼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으로의 전환은 지금 시작이다. 이는 인공지능 자체를 개발하는 기업과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설계 및 공급 기업, 그 반도체를 더욱 효율적이고 성능을 좋게 하는 소재 기업, 반도체를 굴리는 데이터 센터 기업,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 그 전력망을 구축하는 기업들에 모두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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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Bagger 2025-09-1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려주신 글 큰 도움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몇 가지 오탈자 있어 수정 부탁드립니다
19.9$ -> 19.9조$
ESSD - > eSSD
생성형 인공지능의 수요가 -> 생성형 인공지능의 전력 수요가
DH현대일렉트릭 -> HD현대일렉트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