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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수레바퀴 (한글판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부엉이 / 2019년 7월
평점 :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호스피스와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의학자였고, 영성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저자는 뇌졸중으로 60대 후반부터 고생을 하였는데 그 와중에 남긴 책이 이것이다. 책의 장은 총 4개로 4마리 동물의 이름으로 그것을 정했다. 생쥐, 곰, 들소, 독수리다. 보통 모든 것의 시작으로 얼음이 녹고 새싹이 자라나며 꽃이 피는 봄과 성숙한 여름, 수확이 있고 슬슬 노년이 보이는 가을, 모든 것이 다시 얼어붙고 사그라지느니 겨울을 인생에 많이 비유한다.
하지만 그는 바삐 정신없이 움직이는 청소년기를 생쥐, 태평하고 젊은 시절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 성년기를 곰, 여유롭게 삶은 바라볼 수 있으나 아직은 힘든 짐을 짊어진 장년기를 들소, 마침내 세상위에 올라 모든 것을 관조할 수 있는 독수리를 노년기로 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스위스 사람으로 1928년 생이다. 당시엔 놀랍게도 세 쌍둥이로 태어났고 겨우 900g의 미숙아였다.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금 태어나도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세쌍둥이 자매는 모두 살아남아 장성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부모님은 세 자매에게 항상 같은 옷과 같은 것을 먹이곤 했다. 엘리자베스는 이런 여파로 어릴 때부터 남과 다른 자신의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빠가 하나 있었다.
스위스의 대자연을 벗 삼아 자라났으며, 집에는 가축과 식량 작물들이 있었다. 토끼를 기른 기억이 있는데 토끼의 번식력이 엄청나다보니 가족들은 자란 토끼를 도살자에게 보내 고기로 먹곤 했다. 그러다 엘리자베스가 무척이나 마음을 준 블래키라는 토끼를 잡게 된 날을 엘리자베스는 평생 잊지 못한다. 아마 그 때 그가 평생을 고민한 죽음이라는 주제를 심각하게 접하게 된 게 아닐까 한다. 신해철의 노래 날아리 병아리가 떠오른 대목이었다. 어린 엘리자베스는 병약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아버지와 구경을 나갔다가 심취하여 하루 종일 축축한 바닥에 앉아있다 고열에 시달려 학교도 나가지 못할 정도로 몇 달을 고생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는 토끼 블래키 일도 그렇고 완고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그리고 청년기에 고생을 한다. 아버지는 옛날 분들이 그렇듯 세 자매의 직업을 결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죽음에 대한 강렬한 경험으로 의사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그녀가 자신의 회사에 나와 경리일을 보길 원했다. 장성한 엘리자베스는 화가나 그대로 집을 나가버려 가정부로 일한다. 주인여자는 매우 악독해 엘리자베스를 노예처럼 부려먹고 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나와버린 처지였기에 어쩔수 없었고 일 년을 더 버티다 집으로 돌아간다.
이 경험으로 아버지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허용해주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는 간호사나 연구원으로 일하며 의대 입학을 준비한다. 그러다 2차 대전이 터졌다. 스위스는 그 전화를 피한 몇 안되는 나라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그녀는 폴란드를 비롯한 전쟁이 심한 나라에 국제자원봉사단으로 참여하며 참상을 경험한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게 부족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그는 의대 입학을 준비하면서도 틈만 나면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처음엔 동구권에 가는 것이 자유로워졌으나 철의 장막이 쳐지며 그것이 쉽지 않아졌다. 감시와 간섭이 심해져 자원봉사의 의미도 없었다. 그를 걱정한 아버지가 철의 장막에 가면 넌 내 딸이 아니다란 엄포를 놓치만 다시 한 번 폴란드에 방문했다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다.
세월이 지나 엘리자베스는 의대에 입학한다. 거기서 남편이 될 미국 출신 베니를 만난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의외로 완고한 아버지도 베니만큼은 좋아했다. 둘은 졸업 전에 결혼하지만 먼저 결혼한 자매의 남편이 어린 나이에 위암으르 죽는다. 그는 약혼식까진 참석할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먼저 의대를 졸업하고, 베니가 다음 해 졸업한다. 둘은 미국으로 향한다. 전후는 경제사정이 어려워 부부는 매일 장시간 일하고도 급여가 충분하지 못했다.
부부는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았고, 유산도 많았다. 4번의 유산을 겪었으나 그래도 부부는 케네스와 바버라 남매를 얻는다. 차차 의사의 처우가 과도하게 좋아지면서 둘은 부유해지고 유명건축가가 지은 집도 사게 된다. 베니는 신경병리학 쪽에 전문가가 되어갔고, 어릴 적부터 죽음에 민감했던 엘리자베스는 의사와 병원이 죽음을 앞둔 환자를 과도하게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처사에 분노하여 그 부분에 천착한다.
그 와중에 스위스의 아버지가 죽는다. 아버지가 위중하단 소식에 고작 3살인 케네스를 데리고 스위스로 간다. 아버진 팔꿈치 수술이 잘못된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른다. 아버진 온몸에 생긴 고름으로 인해 이런 저런 장치를 하고 병원에 있었는데 계속 집에 가길 원했다. 엘리자베스는 병원을 설득해 무리를 해서 아버지를 집으로 모신다. 엘리자베스는 어릴적 이상적인 죽음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이웃 과수원의 아저씨의 죽음이었다. 사람이 집에서 죽음을 맞던 시절 그는 집에서 자신과 유대관계를 맺은 이웃 및 친지, 가족들의 품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평생 자신이 일궈온 과수원의 곁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것은 무척 존엄하고 평온하고 고통이 덜한 죽음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도 그렇게 보내고 싶었고 그렇게 된다.
병원에서 호스피스에 관심을 보이고 노력하던 그는 우연히 영성을 접하게 된다. 한 부부를 만나고 그들이 채널링이란걸 통해 과거의 영을 불러내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스는 죽음이 끝이 아니란 생각에 이 부분에 매료된다. 그리고 이 시점에 병원도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과학자이자 의학자이던 매니는 이런 엘리자베스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던 부부는 바빠서 이미 애정을 잃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매니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매니의 입장이 워낙 단호해 이혼하게 된다.
그 후의 인생에서 그녀는 영성에 관한 경험, 사후 체험에 대한 경험,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일과 강의에 전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채널링을 벌였던 부부의 행위 중 일부가 사기극이란걸 알게 되었고, 에이즈에 대한 오해가 심하던 시절 에이지에 걸린 어린 환자를 센터를 지어 돌보려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한 지역에 만든 시설이 반발하는 외부인에 불타 모든 기록과 자료들을 상실하고 재산상 손실도 컸던 일은 그녀에게 큰 타격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도 죽는다. 해외 일정에 지쳤던 엘리자베스가 두 자녀와 더불어 어머니와 스위스 여행을 하였는데 건강했던 어머니는 무슨일인지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이 건강이 나빠지면 인생을 마감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후 며칠되지 않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그녀의 어머니는 괜찮은 요양원으로 가게 되지만 4년을 앓다가 죽게된다.
그리고 60대에 접어든 그녀도 건강이 악화된다. 아무래도 중년 이후, 이혼과 부모님의 죽음, 영성과 관련한 사건들, 돌봄 센터에 대한 지역의 반발, 그리고 자신의 이론을 알리기 위한 강의와 해외 일정 등이 건강에 많은 무리를 끼쳤던 거 같다. 그녀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상태가 안좋아졌다 좋아지기를 반복하고 이 책을 마무리 하고 74세의 나이에 죽는다.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러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어릴 적 경험한 대자연과 죽음, 그리고 가족이 아닐까 한다. 그녀의 인생은 죽음을 막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다가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그것이 결국 끝이 아니고 다른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영성이나 내세를 전혀 믿지 않는 독자의 입장에서 영성에 매몰되는 책의 후반부 부분은 좀 어이없기도 했지만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냥 그럴수 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 하지만 그 외에 그가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생각과 정서, 서사는 그냥 그 자체로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