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전에 읽은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는 인간의 정신적 행복과 불멸적 생존을 향한 인간의 과거 여정과 미래상을 그린 책이었다. 하라리는 책에서 행복은 심리적기둥과 물질적 기둥이 받치고 있는 유리천장같은 비유를 했었다. 하라리의 주제가 호모데우스인 만큼 행복에 관하여 더 깊게 다루진 않았는데 그런 아쉬움을 다소 달래줄 책이 있었으니 바로 '행복의 기원'이다. 

 책은 행복에 관한 접근으로 인간을 철저히 동물로 보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을 고찰한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왜 사냐고 물으면 행복하려고라고 대답한다. 그외 여러가지 각론적 대답이 있을순 있다. 성공하려고, 돈을 많이 벌려고,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려고, 심지어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봉사하려고 등등. 하지만 그 뒤의 공통적 총론은 결국 행복이다. 그런데 이 행복 역시 알고보니 각론에 불과한 것이. 행복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생겨난 심리적도구 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생명체가 가진 모든 생김새와 습성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과 짝짓기를 위한 도구라는 진화론의 중요한 핵심이 들어가있다. 물론 정신적 도구도 마찬가지다. 

 행복과 관련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신의 감정을 쾌와 불쾌로 양분한다. 이는 그 감정이 생긴 경험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보다 생존과 관련한 결정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불쾌의 감정은 그것을 피함으로서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여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고, 쾌감의 감정은 그것을 계속추구함으로서 역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은 쾌감의 감정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행복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행복 역시 인간의 감정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는데 인간의 감정은 두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오래가지 않는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속시간은 평균 3개월정도이다. 금메달의 영광도, 부모나 배우자의 죽음도 유통기한은 3개월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백일장을 지내는 것일까? 다른 하나는 감정반응의 기준선이 상대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금메달을 딴 선수가 다음 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다면 그 기분은 반대의 순서와 천양지차일 것이다. 이런 감정의 특성은 적응때문인데 적응은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게 심리적 도구가 있는 것은 결국 모두 행복이라는 감정의 계속적 추구를 위한 생존도모라고 할수 있다. 지속이 길고 절대적이라면 인간은 가장 큰 쾌감을 얻은후 더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응은 결국 이를 막고 생존을 위해 인간을 계속움직인다. 이 적응으로 인해 인간은 행복이란 도토리를 향해 철장에 갇혀 쾌락의 쳇바퀴를 영원히 굴리는 다람쥐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한계에도 행복에 관해 최근 많은 다양한 심리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결국 공통적으로 밝혀진 것은 두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이며 다른 하나는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에 크게 관련한다는 것이다. 이 유전적 특성은 외향성이다. 객관적 삶의 조건이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기에 작가는 외향성에 더 주목한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개인차에는 이 외향성이라는 유전적 변인이 약 50%나 관련한다고 한다. 내성적으로 태어나면 참 힘든세상이다. 이 외향성의 특성은 자극을 추구하며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기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에 초점을 둔다(여기까진 맘에 들었다.) 그리고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며 이성을 잘 꼬시고 그에 따라 첫경험시기가 빠르며 성관계 경험도 많다(여기서 좋지 않았다.)

 실제로 행복 상위 10%집단과 불행 상위10%집단을 비교 연구해보니 행복집단이 자신의 시간중 72%를 타인과 보내고 있었으며 불행집단은 겨우 48%의 시간만을 타인과 보내고 있었다. 또한 행복한 집단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원을 다른 사람과 관련한 것에 쓰는 경향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은 공연이나 여행같이 다른 사람과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데 시간과 자원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불행집단은 당연히 물건 같은 물질적인 것에 시간과 자원을 많이 쓰고 있었다. 

 전제로 돌아가면 이 외향성에 우리 뇌는 어째서 행복감을 선사하는 것일까? 그것은 외향성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타인과 어울려 돕고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자원과 지원을 얻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손해이기에 우리 뇌는 행복이라는 강력한 자극으로 이 손실감을 상쇄하고 외향성에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이것이 외향성이 행복감과 관련이 있는 설명이다.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무조건불행한 것도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이 무조건 쾌감만을 주는 것은 아니며 양날의 검처럼 함께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불쾌감을 주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 내향적 사람은 적극적 쾌감의 추구보다는 불쾌를 좀더 피하는 성향을 볼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향성이든 외향성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성향이다. 사회적인 부분도 필요한데 작가가 주목한 것은 그 사회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성향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무엇인지는 다 알고있지만 저자는 개인과 집단의 뜻이 충돌하는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로 구분한다. 저자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의 행복수치가 서구권의 행복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의 원인으로 집단주의를 지목한다. 

 개인주의가 심리적 자유를 허락하는 반면 집단주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즉, 타인이 자신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리며 이로 인해 행복의 본질이 뒤바뀌게 된다. 따라서 내적인 기준보다는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외부적인 것이 기준이 되어버리며 과도한 사회적 성공과 물질적 추구만을 하게 되는 경향이 짙어진다.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며 돈이 이러한 기준으로 쉽게 사용되는데 돈 역시 생존과정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으로 타인의 보호와 도움의 대체재라고 볼수도 있다. 실제로 실험전에 돈의 사진을 잠깐 보여준 것 만으로도 실험집단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타인을 덜 돕고, 도움도 덜 받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돈이란게 발명된지 오래진 않아 타인들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행복감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결국 약간 모순되는 것럼 느껴질수도 있지만 사람에 둘러쌓여도 집단주의로 인해 그 불쾌감이 크다면 외향성이란것이 주는 행복도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행복에 기원에 관한 아주 시원스런 대답은 아니지만 책이 갖는 전체적인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재밌고 짧으며 쉽게 잃을수 있는 책이다. 물론 개인성향에 따라 기분이 좋지 못할수는 있다. 앞부분에 다양한 심리실험이 있는데 그부분도 재밌다. 보여드리며 마친다.

 

1. 거의 모든 암컷은 자식을 갖지만 수컷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사회가 일부일처제라 지금의 성비는 비슷하지만 보통 일반 포유류 의 성비는 3:7로 암컷이 압도적이다. 이는 소수의 수컷만이 암컷을 차지하고 나머지가 도태되며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암컷은 잃을게 없으니 전체적으로 안정지향의 전략과 성향을 보이며 수컷은 모든 것을 거는 극단적인 전략과 성향을 선호한다.


2. 근친은 유전적으로 좋지 못한 것으로 동물들은 대개 생득적으로 근친을 탐지한다. 인간은 이 탐지기능이 없어 근친을 파악하는 요소로 이 다른 성이 유아기에 나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했느냐로 탐지한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공동마을에서는 근친이 아니어도 공동육아로 인해 공동마을 남여간 혼인비율이 지극히 낮다. 또한 가임기의 여대생들은 근친을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와 연락을 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든다. 초등동창과 결혼한 당신은 뭔가를 넘어선 것이다.


3. 성경쟁으로 남성들은 남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 거주할 수록 카드 빛과 부채율이 높아진다. 성적 경쟁심때문이다. 


4. 남자들에게 만화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재밌는 캡션을 달게 했다. 한 집단에는 잘하면 상금을 준다고 했고 다른 한집단에는 그냥 캡션들 달면서 아름다운 여인과 해변을 거니는 걸 상상하라고 말만해줬다. 결과는 여인 집단의 압승. 훨씬 창의적이고 재밌는 캡션들 달았다. 이를 피카소효과라고 한다. 왜인지는 피카소의 인생을 조금만 반추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압정 2017-08-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책을 다시한번 읽은 것 같이 내용이 떠오르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닷슈 2017-08-08 18:37   좋아요 0 | URL
저도 일전에 쓰신 이책 리뷰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