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넘어 인문학 - 미운 오리 새끼도 행복한 어른을 꿈꾼다
조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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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서문에서 어릴 적 어머님이 사주신 동화전집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의 어머니는 동화전집을 보고 눈이 빛나던 작가를 보고 그걸 사준걸 후회하신다. 그토록 힘든 글쟁이의 길을 가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외에도 누구나 동화 전집이나 위인 전집, 혹은 백과사전 한질씩은 갖고 있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딱히 놀것도 없던 시절이고 마냥 밖에서 놀수 만은 없는 경우도 있으니 그럴때는 이런 책과 함께 했을 것이고 몇번이고 계속 읽었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어릴때의 뇌는 책이든 영화든 만화든 두세번 보는것을 이상스레 지겨워하지 않았다.

 지금 아이들은 매우 다르다. 간혹 이런 동화를 당연히 읽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의외로 읽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매우 당연시 되었던 동화교육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달리 말이 많다. 어려서부터 선과 악이 분명한 일방적 도덕을 주입한다는 비판, 남여 관계가 너무 전통적이고 불평등하다는 비판, 과거의 가치관을 너무 주입한다는 비판등등.

 하지만 아직도 아이들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동화를보고 있으며 그 교육적 효과를 옹호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런 동화를 가지고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서문에서 인문학을 어렵다 하셨는데, 지나친 겸양이셨다. 동화 하나와 인문학 서적 하나를 엮어 재밌고 다양한 주제로 생각보다 깊이 있게 책을 엮었다.

 이솝의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주체적 사유 없이 이사람 저사람의 말에 휩쓸리는 어리석은 인간 군상이 나오며 여기서 사유없이 자본의 힘이 휩쓸려 이리저리 소모되며 사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한병철의 피로사회와 엮어낸다. 그리고 인어공주의 사랑에서는 축복받은 조건에서도 모든 걸버리고 달려나가는 사랑의 무모함과, 더불어 자신의 사랑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모습에서 사랑의 숭고함과 다른 이를 위한 보편적 희생을 찾아내기도 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짜여져 있으며 중간중간 저자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통찰력 있는 매력적인 문장들도 있었다. 몇 개 뽑아 봤다.

 

p58

삶은 영위하는 생명이란 외부로부터 흡수한 것을 다시 외부로 배출하는 존재입니다.

 

p74

사실 행복이란 아무 사건도 없는 평범하고 심심한 삶이다.

 

p78

우리는 대부분이 자기 중심적이라 상대에게 잘해주고 싶을 때 조차 자기 기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나와 우리 마누라는 서로를 기쁘게 해주는 선물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p82

개선장군은 모름지기 상례(喪禮)로 맞이 해야 한다. -노자

(개선장군을 위해 개선문을 세우고 잔치를 하지만 사실 개선장군은 수많은 적과 민간인 그리고 자신의 부하들을 묻고 온 사람이다. 역사상 이런 배려를 한 재상이나 왕, 관리가 있었을까?)

 

p107

사랑은 원래 불가능이라는 연료로 인해 존재를 태워버리는 것이다

 

p128

사랑의 근본적인 모순은 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서로 다른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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