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식탁 위의 한국사 -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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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잡식동물의 딜레마'라는 책을 보았는데,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이 먹는 음식이 인간의 본성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득력 있는 말이다. 책은 잡식동물로서 음식에 대한 인간 선택의 딜레마가 두뇌와 사회성 발달. 그리고 음식에 대한 금기, 윤리에 영향을 미쳐 도덕성발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렇다면 좀더 지역적으로 가서 비록 우리가 글로벌하긴 하지만 훨씬 압도적으로 자주 먹는 한식은 어떠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적으론 이렇게 되어야 맞지만 사실 내가 먼저 관심을 가진 책은 이 책 '식탁 위의 한국사'였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순전히 이 책의 옆에 있었기에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웬걸 잡식을 먼저보고 이책을 나중에 보게 되었다.

 책은 20세기 한국음식의 변천과정을 고찰하고, 그렇게 된 시대적 원인을  잘 들여다보고 있다. 다 읽고난 느낌은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꽤 유구한 역사를 가졌을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해왔던 우리 음식들이 기껏해야 그 역사적 연원이 조선후기 정도이고 상당수는 현대에 이르러 생겨났다는 점이다. 당연히 내가 모르는 음식은 없지만 그 역사적 변천과 원인 발생시점은 모두 다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거나 예상을 빗나갔다. 특별히 좀 인상적인 것만 뽑아봤다.

 

1. 삼계탕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있다. 딱봐도 꿩이 닭보다 낫단 이야기인데, 이 속담은 실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진게 아닐지 모른다. 조선시대 닭은 꿩보다 귀했다. 소와 비슷한 경우인데, 닭은 달걀을 낳는 만큼 함부로 고기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고기로는 사냥으로 잡는 꿩을 많이 사용했고, 가격도 꿩이 더 쌌다고 한다.

 그런 것이 일제 강점기 대대적인 양계사업으로 닭의 수가 현격히 많아지며 크게 변한다. 닭이 많아지면서 닭백숙 같은 음식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 여기에 인삼이 추가되며 삼계탕이 아닌 계삼탕이란 음식이 나타났다. 인삼은 그냥 먹는 수삼(유통기한이 겁나 짧다), 껍질을 벗겨 말려낸 백삼, 그리고 껍질채 찐후, 말린 홍삼이 있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백삼이 귀하고 냉장고가 없어 인삼을 넣기 힘들어 닭을 강조한 계삼탕이 었다가 냉장고가 발달하여 유통이 크게 계산되어 인삼을 손쉽게 넣을 수 있게 되자 인삼을 강조한 삼계탕이 되었다고 한다.


2. 육개장

 개장이란 음식도 한번쯤 들어본적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육짜가 붙은 것이 육개장이므로 당연히 개장이 원조가 된다. 보통 나중에 파생한 단어에 추가적으로 뭔가 붙기 마련. 그럼 개장은 무엇일까? 예상대로 보신탕이다. 조선시대 개장은 매우 흔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애완견 애호가는 있었기에 개장에 개고기 대신 다른 것을 넣는 시도가 육개장의 시작이다.

 이 육개장은 소고기 도축을 사실상 금지했던 조선왕조가 멸망하고 나서야 본격화되었다. 여기에는 88올림픽등 개고기에 대한 혐오를 보이는 다른 나라 문화권에 눈치보기도 한 몫했다.


3. 우리가 먹는 배추는 사실 중국배추다.

원래 김치는 배추김치만이 아닌 다양한 채소를 총동원한 절임음식이었다. 배추는 귀했던 만큼 중심이 아니었고, 그랬기에 배추김치는 김치중 으뜸이었다고 한다. 원래 김치에 사용한 배추는 우리 토종인 조선배추였다. 조선배추는 우거지가 많이 나고 감칠맛이 특징이어서 사랑받았지만 속이 좀처럼 차지 않고 수확량도 적어 동결이 약하고 귀했다. 반면 중국배추인 호배추는 동결에 강하고 속이 꽉찼으며 생산량도 많았다. 물론 우거지는 적고 맛도 없다. 하지만 결국 수요를 뒷받침 하기 위해 호배추가 많이 경작되었고, 어느새 우린 조선배추 맛은 아예 잊고 살고 있다.


4. 남한에서 돼지고기는 인기가 없었다.

 원래 남한 사람들은 1960-70년대만해도 압도적으로 소고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돼지고기는 평안도나 황해도등 북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남한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로는 이렇다할 조리법이 없고 안좋은 속설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당시 남한에서는 돼지고기를 한약과 함께 먹으면 머리가 희어지거나, 기생충이 많아 잘못 먹으면 죽을 수 도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고 한다. 어쨌든 지나친 소사랑으로 소고기 값이 폭등하고 사회 문제가 되자 정부에서는 정책적으로 돼지고기 조리법을 개발하고 소비촉진 정책을 벌였다. 그 결과 1980년대에 이르러 족발집이나 보쌈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급기야는 돼지고기를 더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삼겹살 이야기가 책에 없는게 아쉬운 대목.


5. 일본에서 유래한 김밥

 어릴적 소풍에는 김밥이 단연 최고 도시락 거리였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오늘과 어제 있었던 학교비정규직 파업으로 학교현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왔다고 한다. 때문에 나 역시 오래전부터 김밥을 당연시 우리 음식으로 여겨왔는데, 이상한 점을 처음으로 느낀 것은 초밥집에 가면서부터였다. 초밥집의 다른 초밥은 당연히 일본음식같은데 김초밥이라는 김밥과 똑같이 생긴 음식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당시 우리것을 따라하거나 비슷한게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책에 의하면 김밥은 원래 일본 음식은 노리마키스시에서 유래했다.

 

6. 빵집의 등장

 빵집은 일제 강점기부터 본격화 되었다. 당시에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빵을 파는 빵 행상이 주 공급처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밀가루가 귀해 빵은 그다지 쉽게 접할 음식은 아니었다. 한국 전쟁후 미국이 공산주의와의 대결을 위해 한국에 대규모의 무상원조를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의 밀가루가 들어왔는데 이 때부터 빵도 본격화되었다.

 이은희 박사는 그 당시 빵집이름에는 세가지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는데 이부분이 재밌다. 우선 신흥당, 신라당, 유성사, 유정사처럼 당이나 사로 끝나는 일본식 이름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빵집의 지명이 그대로 이름인 경우도 많았다. 창원, 서울제과 같은게 그런 식이다. 마지막은 외국 유명지역명을 그대로 딴 경우다. 파리. 리스본, 뉴욕제과점, 독일빵집이 그런 것들이다.

 빵의 공급은 행상에서 빵집, 그리고 대규모로 밀가루가 넘치고 수요가 늘어나며 삼립식품이나 샤니 같은 대규모 공장으로 이어진다. 이런 공장들은 1980년대까지 국내 빵시장을 지배했지만 경제성장과 더불어 빵과 케이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소비 변화가 일어나며 전문제과점에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이 전문제과점들은 오늘날의 프렌차이즈 빵집으로 이어진다.


7. 한국음식의 프렌차이즈화

저자에 의하면 지금의 한국음식은 프렌차이즈가 지배하고 있고, 그 결과는 몰개성화다. 우리나라프렌차이즈의 시작은 1980년대로 맥도날드가 한국에 진출할까 고심중, 롯데리아의 성공을 보고 뒤늦게 뛰어든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코코스나 TGI같은 레스토랑도 등장한다. 더불어 한국음식자체들도 프렌차이즈화가 시작되었는데 대부분 사업이 본격화되지 못했다. 저자는 한국음식점은 메뉴가 밥과 반찬으로 다양하게 제공되는 형태여서 메뉴표준화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국수류나 족발, 보쌈, 빈대떡 같이 간단하면서 표준화가 가능한 일부 메뉴가 성공적으로 프렌차이즈화했다고 본다.

  이런 프렌차이즈는 1990년대부터 본격화해 아이엠에프로 인한 자영업자의 지나친 증가, 그리고 프렌차이즈에 대한 잘못된 성공신화의 유행으로 마치 벽돌찍어내듯 골목자리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프렌차이즈는 음식점마다 갖고 있던 독특한 손맛을 없앴다는 점에서 음식의 몰개성화에 한몫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1980년데 산업화와 더불어 교통이 편리해진것도 원인이다. 이로 인해 음식의 지역적 특색이 점차 사라졌고, 5천만의 입맛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경상도에서는 경상도 만의 전라도에서는 전라도 만의 지방특색을 그 지방에서만 느낄수가 있었다. 지금은 전국 어딜가도 비슷하다.


책은 내가 언급한 것보다 훨씬더 많은 한국음식을 다룬다. 내가 술을 한좋아해서 인상을 못받아서 그렇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희석식 소주나 막걸리, 약주등의 변천도 상당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유일한 단점은 읽을수록 배가 고파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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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0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알쓸신잡>에서 황교익 씨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겹살을 많이 먹게 된 이유를 알려줬어요. 그 이야기 속에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닷슈 2017-07-01 16:12   좋아요 0 | URL
뭔지 궁금하군요 아마 먹을게 없어서일거같은데 한번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