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비밀 -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
존 매퀘이드 지음,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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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겐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다. 이중에 하나만 남길수 있다면 무엇을 택할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 같으면 시각을 택할 것 같다. 가장 생존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시각을 통해 외부 정보의 70-80%정도를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시각과 청각에 복합 장애를 갖고 있던 헬렌켈러 역시 '사흘만 볼수 있다면'이란 책을 쓴게 아닐지. 시각은 또한 학자와 철학자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진리와 예술을 탐색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청각역시 음악으로 인해 그에 준하는 대접을 받아왔다. 반면 미각과 후각은 천대받았다. 상당히 동물적인 감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각에 대한 질문을 바꾸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질문은 '오감 중 무엇이 가장 먼저 생겨났는가?'라는 것이다. 진화상 대답은 촉각이나 미각이 될 수 밖에 없다. 영양을 다른 것으로부터 갈취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동물에게서는 무언가를 먹거나 흡수하기 위해서 대상에 닿는 느낌을 가져야만 했을 것이고 그것이 나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마땅히 맛을 느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 대상을 탐지하는 방안인 시각과 청각, 후각은 모두 다음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미각은 어찌보면 생물체인 인간에게 가장 본연적인 감각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미각에 접근해 나간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라 볼 수 있다. 하나는 어쩌다 우리 인간이 그러한 감각들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리고 나머지는 이런 감각이 인간존재의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인간이 느끼는 미각은 5가지 정도다. 단맛과 쓴맛, 신맛, 짠맛, 최근에 발견된 감칠맛이다. 감칠맛은 단백질을 느끼는 맛이며, 저자는 지방을 느끼는 맛도 곧 공식적으로 인정될 것으로 본다. 이미 우리는 지방맛을 느꼈음을 말하는 여러 표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실상 시간의 문제이다.

 이러한 맛중 책은 먼저 쓴맛에 접근한다. 인간이 쓴맛을 느끼는 이유는 두 가지의 필요성 때문이다. 우선 독소의 탐지이다. 독은 쓴법이다. 다음은 약의 팀지이다.  약도 입에 쓴 법이다. 쓴 음식에는 항염증 화합물과 혈당을 낮추는등 건강에 도움이되는 많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간중에서는 열성 인자로 소수이긴 하지만 쓴맛을 못느끼는 미맹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미맹역시 진화상 충분한 필요성 때문에 살아남은 것인데, 쓴맛을 못느끼는 장점은 쓴 음식이 둔감한 경우 민감한 사람보다 많은 쓴음식의 섭취가 가능해 생존에 유리하고, 이로 인해 보다 쓴음식에 용감해져 인간의 먹거리를 확대하는 첨병역할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책을 통해 처음 안 사실인데, 인간의 몸 곳곳에는 쓴 맛을 느끼는 수용이가 있다고 한다. 입이외에도 이런 것을 느낀다는 것인데 정확한 용도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대사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음은 단 맛이다. 책은 목차로 쓴맛에 대해서는 쓴맛 유전자라 해놓고 단맛 부분은 유혹이다. 참 적절한 표현이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광합성을 통해 당분자로 합성해낸다. 당분자는 화학구조상 쉽게 끊어지는 장점이 있어 다른 생물체가 영양분으로 활용하기 쉽다. 때문에 당은 지구 먹이 사슬의 기반이 되었다.

 책은 단맛이 섹스보다 오래된 충동이라 말하는데 과감해 보이지만 당연하다. 섭취는 섹스보다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오래전에 영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섹스와 초콜릿중 어느것을 택할 것이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당시 어려서 섹스가 답이 아닐까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당시 영국여성들은 초콜릿을 택했었다.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지금은 다소 과학적인 답변이라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책은 단세포 생물들이 더 많은 당을 빨리 섭취하기 위해 복잡하게 진화했을지도 모른다고 까지 말하며 단맛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재밌는 부분은 단맛이 제공하는 좋은 느낌을 인간의 다른 쾌락과 연관지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느끼는 다른 종류의 쾌락인 음악듣기, 독서, 친구만나기 등은 사실 단맛이 주는 쾌감과 매우 다른 종류이다. 하지만 책은 FMRI측정 결과 단맛과 이런 다른 종류의 쾌감시 나타난 뇌 활동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간이 진화하고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그것들이 인간의 뇌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본래 있었던 단맛에 대한 쾌감에 대한 신경회로들이 다양한 형태로 분화했다는 것이다. 즉, 단맛에 대한 신경반응이 쾌감의 시작이고 그런 것들이 다른 이로운 것들에 대한 쾌감반응으로 분화및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인간존재는 당분이 부족하면 매우 쉽게 거의 모든 것에서 쾌감을 잃고는 한다. 쉽게 화내거나 날카로운 주변사람에게 우린 너 당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나름 근거가 있는 말인지도 모르다.

 다음은 혐오감이다. 신맛이니 짠맛이 나와야 마땅한데 혐오감이 나오니 다소 이상했다.하지만  책에는 나름 이유가 나온다. 다윈은 인간의 보편적인 얼굴표정을 6가지로 구분했는데 행복과 슬픔, 혐오, 놀라움, 분노, 두려움이다. 다윈은 이중 행복과 혐오가 음식의 맛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즉, 혐오감을 어떤 특정미각이라고 부르긴 애매하지만 무언가 우리의 생존에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맛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상한 음식을 먹은 사람의 사진을 주고 표정을 위 6가지 감정에따라 구분하라면 우린 마땅히 혐오감을 고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책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은 질병과 관련한 이미지를 역겹게 느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혐오감은 대개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쉽게 느끼는 편인데. 왜냐하면 육아들 담당한 여자의 경우 아이와 아기를 돌보아야 했기에 보다 질병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이런 혐오감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것은 생식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은 가까운 친구나 친척등 유대감이 강한 상대일 수록 같은 칫솔의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면역행위에 관대해지는데 이러한 인간의 행위를 행동면역계라고 한다.

 마지막은 매운 맛이다. 사실 매운 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그것은 매운 음식을 입술이나 신체 다른 부위에 갖다 대어도 얼얼함을 느낄 수 이따는 점에서 입증된다. 이러한 매운맛을 다른 동물들은 그 맛을 느낄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싫어하지만 인간만은 예외로 열광한다. 다른 맛들에 비해 매운 맛은 매우 새로운 것이다. 다른 모든 맛들이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반면 매운 맛의 발현은 겨우 1만 2천년정도의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추가 매운 맛을  만든 이유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이다. 고추는 가지과 식물로 맨드레이크 속인데 이들은 유독 자연계에서 독소가 많은 편이다. 매운 맛은 이런 독소가 변형된 일종으로 실제로 매운 맛은 곰팡이나 벌레의 공격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고추 자신의 생식능력을 약화시키는 반작용도 갖고 있다.

 매운 맛은 캡사이신이라는 알칼리로 인해 느껴지는 것인데 이 캡사이신 수용기는 다른 맛들처럼 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물체의 온몸에 존재한다. 한 실험에서는 유전적으로 캡사이신 수용기를 생쥐에서 제거하였다. 그 결과 수용기가 없는 생쥐는 수명이 14%가 증가하였고 대사활동도 비교적 나이에 비해 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용기가 온전한 정상생쥐의 경우 나이가 들면 캡사이신 수용기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엉뚱한 단백질을 형성시켜 당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 수용기가 마비되므로 오작동 수용기가 멈춰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대사작용도 높아져 칼로리 소모도 높아지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책은 매운 맛을 인간이 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생리학과 인간 행동에 대한 실험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없었던 맛에 인간이 열광하며 광범위하게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매운 맛 역시 진정한 하나의 맛으로 느낄수 있게끔 인간이 진화할 수 도 있으며 단맛이나 상한 음식의 맛처럼 인간 본연의 감정형성에 언젠가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책은 인간이 매운 음식에 열광하는 이유를 시련에서 오는 안도감으로 설명하는데 설득력이 없어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매운 맛이 매우 최근의 경험인만큼 인간이 이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해보인다.

 책은 마지막 두장을 최근의 음식문화에 할애한다. 다양한 음식보관기법과 조리기법의 발달로 20세기 까지 인간이 맛볼수 있는 맛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 등장한 화학조리법으로 인간의 향미는 크게 개선되었지만 영양과 건강부분에 있어 악화된 부분이 적지 않기때문이다. 책은 향미를 건강한 방법으로 개선시키고자 하는 여러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미각에 대한 정말 흥미로운 책이었으며 미각의 유래와 가장 근원적인 감각으로서 미각을 인간심리와 연결한 부분은 정말 신선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그 깊이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으며 역시나 무척 중요할지도 모른 짠맛과 신맛을 다루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어쩌면 짠맛과 신맛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가 없어서였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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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4-25 0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는 책에서 관련한 내용이 있어 옮깁니다.
˝중식당에서 가면 우리는 흔히 짜장면과 짬뽕 중에서 무엇을 시킬지 고민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선택이 늘 어렵게 느껴지는 한 가지 이유는 미각의 적응 현상 때문이다. 짜장면이 우리에게 주는 맛의 즐거움은 짜장면이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감소하기 때문에, 짜장면을 시키고 나면 짬뽕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ㅡ이대열 <지능의 탄생> 중

짬뽕과 짜장면의 메뉴 갈등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ㅎ

닷슈 2017-04-25 07:55   좋아요 1 | URL
이거 너무재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