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멸종 진화 - 생명 탄생의 24가지 결정적 장면
이정모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책도 좀 얇고, 국내저자란 묘한 편견에, 표지도 좋아하지만 핑크빛인 것이 가벼워 보여 큰 기대 안하고 잡은 책이었다. 하지만 편견이란 나쁜 것이어서 이번에는 다행히 좋은 쪽으로 기쁘게 혼이나고 말았다. 아주 초기 지구의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지금 인간시대에 이르기 까지 생물진화사에서 정말 중요한 지점을 잡아서 설명한 책이다. 하나하나 무겁지 않고 재밌으면서도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어 무척이나 좋은 책이란 생각이다.

 책의 주제를 굳이 하나로 잡자면 멸종이다. 지구에서는 작은 것 까지 하면 수십차례 큰 것만 따지만 총 5차례의 엄청난 멸종이 일어났다. 6번째 멸종은 지금 인간에 의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멸종은 당시 생명체 당사자에겐 엄청난 일이지만 지구사적으로 보면 기회이기도 했다. 멸종의 틈새를 살아남은 종들이 빠르게 채워나갔고 새로운 진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생대의 대 멸종은 공룡시대를 중생대 말의 대멸종은 포유류의 시대를 불러온 것 처럼 말이다. 멸종시기에는 공통적인 자연조건이 있다. 하나는 운석이든, 지구 지각의 대변혁이든 기온의 급 상승 및 저하이다. 다음은 아마도 그로인해 일어났을 대기 중 산소 비율의 저하, 그리고 대기중 산성가스로 인한 산성비다. 이 산성비가 식물을 절멸시켜 자연스레 다른 생물도 멸종시킨다. 이런 자연적 멸종에 비해 인간에 의한 멸종은 철저히 인간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되며 멸종에 가장 취약한 종이 최상위 포식자라는 점에서 인간에게 경종을 울린다. 하지만 바로 자신이 원인인 이런 식의 멸종은 처음이고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번의 최상위 포식자는 어떤 운명을 맡게될지는 모를 일이다.

 다음은 책에서 매우 재미난 부분이다.


1. 지구에 바다가 남아 있는 이유.

지구에 바다가 엄청나 보이지만 실제 깊이는 4km정도에 불과하고 지구 자체도 그리 큰 행성이 아니라 물의 양은 사실 적은 편이다. 과거 금성과 화성에도 바다가 있었는데 이들은 바다를 잃고 지구에는 바다가 남아 생명의 온상이 되어 주었다. 차이는 산소를 발생시킨 생명체의 유무였다. 태양빛에 포함된 자외선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킨다. 이 때 분리된 산소는 지각에 노출도니 철을 빠르게 산화시키며 소모된다. 화성의 땅이 온통 붉고, 우리 행성의 흙이 붉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데 되면 홀로 남은 수소는 무척이나 가볍기에 상승하여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버린다. 이런식으로 바다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지구의 경우에는 박테리아가 산소를 발생시켜, 지각을 산화시키고도 충분히 산소가 남아 상승한 수소와 다시 결합해 다시금 물을 생성하였다. 이로 인해 바다가 지구에서는 유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수소는 그럼에도 매우 가벼워 매년 무려 300만 톤의 수소가 우주공간으로 방출된다.


2. 어째서 석탄이 그리도 많은가

지구상의 석탄은 고생대 석탄기에 생성된 것이다. 당시에는 나무의 뿌리가 무척 약해 하나의 거목이 쓰러지면 도미노처럼 여러개가 쓰러지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믿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지상에 미생물이 없어 죽은 나무들이 그대로 열과 압력을 받아 탄화되어 석탄이 되었다. 즉, 지금은 도저히 자연적으로 석탄이 생성되기 어렵단 뜻이다.


3. 공룡이 등장한 이유는

앞서 멸종이 다른 생물에게는 기회의 장이 된다고 했다. 고생대 대 멸종후, 지구의 산소는 14%대로 떨어졌다. 당시 양서류들은 다리가 옆으로 나서 움직이는 동안 폐가 있는 상체가 크게 흔들렸는데, 그래서 무척 호흡이 힘들었고, 떨어진 산소비율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공룡들은 이점을 공략했다. 옆으로 나던 다리를 아래로 나게 했으며 초기에 이족 보행 위주로 진화했다. 이족 보행을 하면 하체와 상체가 따로 놀아 호흡에 더욱 유리했다. 또한 앞다리가 놀게되어 쥐고 할퀴는 형태로 변화해갔으며 후에는 날개로 진화하기 까지 한다. 물론 산소비중이 높아지는 중생대 중후기에는 다른 형태로 진화해간다.


4.풀의 등장

당연히 풀이 나무보다 먼저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나무가 먼저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풀이 진화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공룡의 멸종후, 조류형 공룡이 그 자리를 득세하고 있었다. 포유류들은 좀처럼 덩치를 키우지 못해 이들에게 상당세월 고전하고 있었는데, 풀의 등장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풀의 등장으로 초식 포유류가 그 섭취로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하였고, 이를 포식하는 덩치큰 육식 포유류도 등장하였다. 이 육식 포유류가 조류형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5. 네안데르 탈의 멸종

네안데로 탈의 멸종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이 책에서는 네안데르 탈의 짧은 유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네안데르 탈은 집단이 작고 수명이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무척 짧았다. 그 결과 어린아이가 빠르게 성인기로 접어드는 수밖에 없었고, 이는 유년기에 놀이나 문화 전승을 통한 창의성을 말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네안데르 탈은 바늘조차 발명하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추운지역에 살면서도 제대로 된 방한복을 만들지 못해 항상 추위에 약했다. 이는 수명을 더욱 낮추고, 유년기가 더욱 살라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책에서 말하는 원인은 이것이지만 일전에 읽은 책에서는 네안데르 탈의 해부학적 구조가 언어 사용이 어려웠다는 걸 본적이 있다. 언어의 사용 여부는 진화경쟁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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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이후》라는 책이 여섯 번째 멸종의 조짐을 소개하고, 여섯 번째 멸종 이후 인류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생 멸종 진화》에 나온 내용들이 중복되어 있어서 책 후반부만 봐도 됩니다.

닷슈 2017-04-03 12:46   좋아요 1 | URL
잘알겠습니다

커피소년 2017-04-0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는 공부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과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과학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면서도 당장에 삶과 맞닿아 있는 사회에 관심이 많이 쏠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모르고 지나간 것들.. 알지 못 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닷슈님 덕분에 알고 갑니다..

닷슈님의 재미있고 유익한 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닷슈 2017-04-08 18:10   좋아요 1 | URL
저도 과학에 관심간지 얼마안됐습니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