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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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서울에 살았다. 집근처엔 동사무소가 있었는데 웬일인지 아버지는 항상 그곳을 '동회'라고 하셨다. 워낙 어릴적이라 '동해'라고 들렸었다. 왜 아버지가 동사무소를 동회라고 하셨고 그것이 어느 순간 주민자치센터로 바뀐 이유를 이책은 잘 설명한다. 

 책 제목은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이며 서울의 오늘날까지의 형성과정도 잘 드러내지만 어찌보면 강남이나 아파트 선호문화, 오늘날 한국의 지형이 형성되는 것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현대 한국의 탄생도 적절해 보인다.

 책은 대담형식인데 대담형식의 책 내용이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제시하는 것도 처음이다. 주로 설명하는 대담자인 임동근 박사는 한국의 건설현대사를 쭉 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책이 주는 새로운 정보가 두께에 비해 워낙 방대해 재밌던 주제만 몇개 뽑아봤다.


1. 동회의 변천 

 동회의 동자는 같은 우물을 공유한다는 뜻인데 그것은 자연적으로 한 마을을 구분하는 단위가 될수 밖에 없다. 이러한 동회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일제는 전염병이 퍼지자 이것을 막기 위해 상당히 무식한 방법을 동원했다. 감염자나 감염원이 있는 곳을 모두 태우거나 사정없이 격리하는등 마을에 재산상에 많은 손해를 입힌 것. 이 과정에서 노비를 많이 데리고 있는 지주층의 타격이 격심했고 이들은 동회를 구성하여 적극적인 방역에 나선다. 

 이렇게 시작한 동회는 한국전쟁 이후 마을의 재건, 그리고 4.19혁명시에는 상당히 마을 자치적 성격을 갔고 있었다. 즉, 동회가 마을의 구심적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했던 것. 이런 기억을 갖고 있는 우리 아버지에게 동사무소는 행정기관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자치적 성격인 동회로 부르는게 더 적절했을 것이며 그만큼 동회는 주민밀착형 기관이었다. 임동근 박사는 우리나라만큼 행정이 편리하고 주민과 가까운 곳에 기관이 위치하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라 말한다.

 하지만 독재정권이후 주로 주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하고 행정적 기능이 크게 강화되면서 명칭도 동사무소로 바뀌게 된다. 그러던 것이 통신기술의 발달로 동사무소의 행정서비스 제공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그 부분을 만회하고 위해 주민에서 문화편의기능을 제공하는 주민자치센터로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2. 그린벨트

 나에게 그린벨트는 박정희가 그나마 잘한일. 땅이 그린벨트에 묶인 사람은은 정말 통곡의 눈물을 흘리는 곳. 이정도로 알고 있었다. 다른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린벨트의 조성과정은 정말 놀라웠다. 우선 박정희는 일본에 다녀온 후, 일본과의 항구로서 부산의 중요성, 그리고 서울과 부산을 있는 고속도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문제는 돈. 당시 일본에서 얻어온 굴욕적 배상형식의 차관과, 베트남 전쟁에서 얻은 돈이 있긴 했지만 예상되는 금액이 3천억인 반면 확보 예산은 5백억 수준이었다. 땅살돈 조차 없는 지경이었는데, 당시 정권은 놀랍게도 고속도로 주변땅을 강제로 무료 수용해버린다. 더욱 놀랍게도땅주인들은 대부분 이에 호응했는데 땅을 설령 반이상 빼았겨도 도로 주변땅으로 개발되면 시세가 수십배 올라 손해를 충분히 만회했기 때문. 

 이렇게 빼앗은 고속도로 주변땅을 체비지라 하는데 정부는 고속도로 개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이 땅을 적극적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주변에 다른 개발지가 있으면 체비지가 팔리자 않으므로 개발될만한 다른 땅을 무식하게도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로 묶어 버린것. 


3. 아파트 선호문화

 원래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았다. 초기 아파트가 난방방식이 온돌형식이 아니었고, 장을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 (생각해보니 어릴적 살던 서울의 집에는 대문위에 장독을 잔뜩 올릴만한 공간이 있었다.)

 이런 아파트의 시작은 앞서 말한 체비지와 연관이 깊다. 정부는 처음에는 체비지를 쪼개서 팔았지만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체비지를 큰 형태로 구획하여 대단지로 팔았던 것. 그리고 이곳에 전기 수도등의 생활인프라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등 엄청난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건설사들이 거져 먹기 시작하면서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경제가 개발되면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도 시작되며 중산층으로서의 재산형성 수단, 김대중 정부이후 분양가상한제가 풀리며 투기의 수단으로 변질되며 아파트 선호문화가 완전히 정착된다. 


4. 서울특별시의 탄생

 서울은 원래 특별시가 아니었고, 조선의 한양이 그렇듯, 지금의 강북지역 4대문지역과 용산정도가 서울의 경계였다. 그러던 것이 경제개발로 인한 인구폭증으로 서울이 커질 필요가 생겨났다. 

하지만 당시 권력층의 알력다툼도 서울의 특별시 지위와 영역 확장에 적지 않은 작용을 했었다. 당시 서울시장은 내무부장관 산하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문제는 서울시장이 나이나 군경력상 내무부장관보다 선배였던 것. 이런 상황인지라 내무부장관이 잠시 부재중일 틈을 타 서울시장은 서울을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바꾸며 영역역시 크게 넓히며 특별시의 지위를 획득한다. 

 당시 경계가 워낙 급하게 자의적으로 확대되어 묘지 한가운데를 지나는 우스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책은 서울과 현대 한국이 형성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한번 읽어도 정말 좋은 책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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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숲 2021-02-07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회와 그린벨트에 대해 새로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