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주식회사 대한민국 -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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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의 책은 10여년전 당신들의 대한민국1-2권, 그리고 조금 후에 거꾸로 보는 고대사를 읽은 후 오랜만이다. 작년구매해 놓고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는데 시국이 이러다보니 손이 갔다.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평점이 낮아서 놀랐으며 책을 다 읽고나서 박근혜정권이 보수층에도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고 민란에 의해 무너질 것을 예측한 부분이 있어 다시 한번 놀랐다.

 책이 출간된 시기인 작년 4월 무렵은 무척 절망적인 시기였다. 세월호에 메르스 삽질 연타인 이 정권의 지지율은(다 믿을순 없긴 하지만)40%에 육박하고 있었으며 슬슬 퇴임을 앞두고 정권을 노리던 반기문의 지지율 역시 50%정도를 상회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명박근혜에 이어 기름장어에게 대권이 넘어갈 것 같았고 새누리당이 지들끼리 다투는 자충수만 아니었다면 작년 5월 총선에서도 이겼을지도 모를 정말 암울했던 시기였다. 총선에서 그들이 예상대로 과반을 차지했다면 탄핵이 불가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래서 인지 책은 무척 암출하다.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헬조선이 부제지만 책에서 제시한 해결책은 정말 민란뿐이다.

 책의 제목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인것처럼 박노자는 아 사회가 국가와 기업이라는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주식회사로 여긴다. 이 주식회사는 매우 잔인하여 주주인 보수층와 생산수단의 보유자들 이외의 나머지 노동자들은 모두 소모품에 불과하다.

 이렇게 된데는 자본주의 발전 역사가 그 괘를 같이 한다. 우리는 해방과 동시에 사실상 신분제의 폐지를 맞이했지만 바로 경제적으로 자본에 예속되었다. 미국에서 흑인노예들이 신분해방되었지만 먹고 살기위해 바로 남부 주인들의 피고용인이 되어버리고 이전에 당연히 내것이라고 생각하고 살던 집마져도 렌트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여 바로 경제적으로 전주인에게 예속된 것과 비슷하다. 박노자식 표현으로는 농민 신분에서 머슴신분이 된 것이다.

 자본주의는 그 산물이었던 세계 1-2차대전의 충격과 대공황,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주의의 대두로 인해 급격한 핵심부자본주의 세력(유럽, 미국, 일본등) 수정자본주의로의 길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핵심부는 사회주의 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실행한 것은 머슴들을 위한 복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정책들을 핵심부가 아닌 주변부에는 충분히 이르지 못했는데 그것이 우리의 위치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여러번의 민주화 혁명으로 어느 정도의 형식적 민주주의와 복지를 얻어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로 인해 우리 머슴들은 있는대로 쥐어 짜이는 신세에 그치고 만다.

 박노자에 의하면 우리는 제조업의 이윤율이 떨어져 주변에서 이윤을 갈취해야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핵심주변부의 똘마니인 아제국주의 국가다. 당연히 핵심주변부는 미국이다. 핵심주변부들은 신자유주의 무역질서를 통한 다른 나라의 경제적 침탈, 그리고 전쟁등으로 이윤을 갈취한다. 아제국국가는 이런 형님들의 질서에 국내시장을 어느정도 내어주고 전쟁등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다른 주변부들을 갈취할 권한을 갖게 되며 박노자는 이런 갈취적 이윤추구에서도 국내 노동자들이 배제 되고 있으며 갈취하지 말고 그러한 나라들과 연대하여 이런 질서에 맞설 것을 주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시야를 갖지 못해 머리를 몇대 얻어 맞는 부분도 있었다. '제3차 세계대전은 지금 진행중'이라는 부분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열강은 경제적 연관성과 무기의 무시무시함으로 전면전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 세력다툼을 주변부에서는 얼마든지 대리전이니 부분전으로 감행한다. 시리아에서의 러시아와 이란 대 미국의 다툼이 전초전,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세력과 러시아 세력간의 전쟁을 서곡으로 본다. 본곡은 한국이 될 가능성도 충분한데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세력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과 미국에 얻어낸것도 없이 무턱대고 사드를 깔았으니 일이 더욱 힘들어졌다. 책이 나올 당시에 사드는 이야기가 없었으니 다루어지지 않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다음은 민족주의다. 민족주의는 과거에는 우리나라나 핵심주변부에서 파시즘이나 제국주의를 위해 사용된 개념이다. 그러던 것이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면서 민족 개념은 우파의 착취를 위해 용도폐기되고 원래 크게 관심이 없던 좌파에 의해서도 버림 받는다. 박노자는 이 민족개념을 북한인과 남한인, 고려인, 조선족등 수많은 저임금지대의 머슴들을 연대하고자 하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

 마지막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철저한 평가절하다. 많은 시민들이 박정희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것은 사실 그 사람에 대한 향수보다는 가난에서 벗어난 시대와 동일시 하는 면이 큰 편인데 박노자는 박정희 시절의 경제정책과 성공은 동아시아에서 상당히 일반적인 것이었으며 여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성장폭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그때 만들어 놓은 수출위주의 대기업 정책으로 이한 하도급 구조, 그리고 수출을 위한 저임금구조 등이 오늘날 수많은 비정규직과 창의적인 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 내수시장의 부실 등의 심각한 문제만을 낳았음을 지적한다.

 무척 날카로운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와 세계를 보는 눈을 더욱 가다듬어준 느낌이다. 오랜만이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박노자의 논지가 전보다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아니면 사회가 더욱 어려워져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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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7-01-1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보면 우리민족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지녔으니 다시 한번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을 믿습니다.
아자 아자 대한민국 화이팅!

닷슈 2017-01-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이번에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