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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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이다의 저자가 이번에는 대리기사로 변신했다. 전작인 '지방시'는 읽지 못했지만 저자는 월급 8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거기에 4대 보험은 전혀 되지 않고 명절 보너스 및 퇴직금은 물론없다. 그래서 저자와 그의 아내는 성인임에도 저자는 직없도 없는 아버지에게 그리고 아내는 처가에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거기다 대학은 고용이 불안하기 까지 했다. 대학8년간 저자는 한 학기 4개월 근무, 방학때 무직, 다시 새로운 학기 4개월 근무, 그리고 무직상태를 반복했다.

 그런 저자는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만든 사건이 아이의 탄생이다. 아이의 탄생은 보험의 필요성을 불러왔고, 이에 저자는 4대 보험이 되는 맥도날드 물류창고에 취직한다. 그곳은 일은 고될지언정 4대보험이 되고, 명절이면 선물에 퇴직금까지 주는 곳이었다.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냐는 저자의 질문에 맥도날드 매니져는 법대로 했을 뿐이란다.

 맥도날드 이후 저자가 시작한 것은 대리기사였다. 생존의 문제와 현장에서 살아있는 글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대리기사는 3가지고 통제된다. 우선 행동의 통제, 할 수 있는 것은 손님의 차이기에 핸들, 브레이크, 액셀의 조작이다. 좌석 위치 조정이나 창문, 라디오, 에어컨의 조작은 언감생심이다. 다음은 말의 통제, 서로 어색할 사이일 뿐더러 철저한 을의 위치이다 보니 무조건 긍정하는 예스맨이다. 마지막은 사유의 통제, 말과 행동이 통제되는 존쟁이다 보니 자연히 생각도 사라진다. 이래서 대리기사는 '대리'이다.

 이런 저자도 누군가를 대리시켰는데 그것은 가족이었다. 연구자로서 성공하기 위해 몇년간 연구에만 몸담아야 함을 아내와 다른 가족에게 강요하였다. 자신의 남편과 부모,자식으로서의 역할을 팽개치고 말이다. 이처럼 대리 인생인 우리도 누군가의 인생을 대리로 만들곤 한다.

 하지만 대리인 저자를 주체로 승격시켜준 이들도 있었다. 대리기사에게 교통비나 팁, 먹을 것을 챙겨주는 사람들,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존중해주어 정말 대리기사에게 말과 사유의 자유를 허락한 이들이 그들이다. 책을 보니 대리기사 분들은 손님을 목적지까지 대려다 준 후, 어떻게든 생환해야 한다. 생환은 그곳에서 다른 손님의 콜을 받아 나오거나 아니면 대중교통을이용해 다른 콜을 받을 수 있는 장소나 집으로 회귀하는 것. 이것에 실패하면 그곳에서 사망했다는 표현을 쓴다. 대리기사들은 그래서 각 지역의 교통편이나 심야교통수단, 콜의 가능성을 모두 꿰고 있으면 여의치 않을 시에는 같은 처지들끼리 동반탈출하기도 한다.

 우선 서로를 알아 볼수 있는 신기한 경지에 이르며 택시비를 나누어서 탈출하는 택시셔틀을 이용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저자를 정말 정 반대로 처절하게 대리로 전락시키는 인간들도 있다. 그들은 수킬로미터를 바쁘게 뛰어왔을지도 모를 대리기사의 콜을 막판에 취소시키거나, 아니면 여러 대리기사를 동시에 부른 후, 먼저온 대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저자의 대리기사로서의 삶은 정말 웃기면서도 슬프다. 누군가의 대리로 살아야하기에 어쩔수없는 삶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체로서 살아가는건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저자와 직업은 다를 지언정 우리도 거의 항상 사회와 직장, 학교에서 누군가의 대리이며 남을 대리로 만들어가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우리들도 사회의 단단한 현실과 구조를 마주하고 다른 이를 배려를 통해 체로 승격시켜 줌으로써 우리 자신도 주체가 될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지 않고 제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항상 누군가의 대리 역할로 인해 생존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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