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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평점 :
인간은 의식이 있고 그것에 기반한 자유 의지가 있다고 굳건히 믿는다. 그리고 인간의 많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 시스템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기반한다. 하지만 실제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무의식이 처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도 모르는 행동을 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그런 짓을 했다고 말하곤 한다. 실제 생명과 관련한 모든 기초 대사 작용이 무의식의 차원에서 작동하며 일반 행동의 다수도 그러하다. 걸으며 어떻게 걷는지 의식이 일일이 관여하지 않으며 이는 글씨를 쓸 때도 스마트폰을 할 때도, 식사를 할 때도 자전거를 탈 때도, 운전하며 집으로 갈 때도 그러하다. 뇌는 평소에 정보를 수집하여 행동 방향을 적절히 조정해 놓는데 이게 완료된 경우 의식은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책은 인간의 이런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한 국가의 신문에 비교한다. 국가의 많은 일은 매우 복잡하게 나눠져있고 각각이 연관되어 있지만 따로 움직이며 정부의 상층부가 무언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릴 즘이면 이미 행동은 이뤄진 후다. 인간의 의식은 바로 이런 국가의 상층부에 해당한다. 전체에 관여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대부분의 것을 사후적으로 알게 된다.
인간의 뇌는 바깥세계의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가지고 와서 해석해야 한다. 인간은 바깥의 데이터를 잘 보고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전기 화학 신호에 불과하다. 뇌가 이거를 해석해 그것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리고 바깥은 감지하는 인간의 감각기관은 문제도 많다. 눈은 맹점이 있다. 그래서 한쪽 눈만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 보이던 물체가 맹점에 위치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물체가 사라져도 놀랍게도 그 주변 배경을 그대로 보인다. 안보임에도 뇌가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다. 인간은 맹점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데 양눈의 맹점 위치가 달라 서로 겹치지 않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기에 사람은 처음부터 보지는 못한다. 시신경을 통해 뇌로가는 무의미한 신호를 의미를 갖게 뇌가 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랍게도 평생을 보지 못하다고 수술 및 이식을 통해 처음으로 바깥 세계를 보는 사람은 초기에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의 뇌가 아직 보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부의 감각데이터를 내부에 데이터를 생성하지 못한다. 다만 조정할 뿐이다 1911년 고양이의 다리 감각 신경을 끊어도 고양이는 걷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이는 평소 고양이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통상적 외부감각을 이용해 걷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뇌회로가 감각기관-신경-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뇌전역에는 감각기관에서 뇌를 향해 정보를 앞으로 보내는 회로만큼이나 많은 반대 방향의 피드백이 있다. 이것을 순환이라 하며 고리가 많다고 한다. 고리가 많다는 것은 뇌가 감각기관의 정보 입력전 예측을 통해 감각 전달 속도보다 일을 빠르게 수행함을 의미한다. 즉, 뇌는 특정한 것을 해석하거나 예상하는 방법을 학습하며 대부분의 일을 감각기관의 보내주는 정보에 의지하지 않고 그것보다 빠르게 해석하여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운동경기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축구에서 골키퍼는 과학적으로 패널티킥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공을 눈으로 보고 이것이 신경을 통해 뇌로와서 해석되고 다시 뇌에서 손과 발로 움직임을 명령하는 시간보다 빠르게 공이 골네트에 꽂힌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투수의 빠른 공은 이미 타자의 뇌와 신경 처리 속도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골키퍼는 공을 막고 숙련된 타자는 적어도 4번 중 1번은 공을 쳐낸다. 이는 뇌가 고리의 형태로 일을 예측하여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는 인간이 특정 조건에서 어떤 행동을 수행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다. 뇌의 피질은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의 예측을 시상으로 오히려 보내고 시상은 눈을 통한 정보와 예측 사이의 차이를 보고할 뿐이며 뇌가 이것을 조정한다. 그래서 실제로 시각피질에서 시상으로 향하는 섬유조직의 반대의 10배나 된다. 즉, 인간의 뇌는 감각기관에 수동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학습 및 조정을 하고 이후엔 자동적으로 움직이며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모니터링만 하며 차이가 있는 경우에 조정하는 것이다.
뇌는 시간 감각도 예측한다. 이는 시간은 매우 실시간으로 빠르게 지나가지만 뇌의 처리와 신경의 속도가 느리다는데 기인한다. 뇌의 신호는 구리 전기신호의 수백만분의 1에 불가하다. 그래서 인간의 뇌가 조정하지 않으면 인간의 행동은 후행적이 된다. 특히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과 청각은 정보는 처리 신경이 다르기에 사실상 동시적임에도 뇌에서 처리 속도도 다르다. 그런데 뇌는 이를 동시로 처리한다. 즉, 인간의 시간 감각은 뇌에서 적극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이 하는 것이 많다면 대체 의식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생물은 생존을 위해 바깥 세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대처한다. 그리고 효율적인 방안은 바로 외부에서 패턴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패턴이 매우 안정적이고 영구적이라 생각되면 그것은 유전자에 반영되어 다음 세대에서 영구적으로 기능한다. 이것이 본능이다. 이런 본능은 전문화되고 최적화 된 것으로 매우 빠르게 속도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패턴화할 수는 없다. 세계는 안정적인 동시에 변화 무쌍하기 때문이다. 이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의식은 기존의 패턴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을 때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를 학습하고 뇌는 그 처리방안을 배운다. 그리고 이것이 해결되면 이 과제 역시 자동화되며 매우 빠르게 처리되고 이후 드는 에너지가 최소화된다.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우면 이는 걷기와 전혀 다른 비패턴화된 과제다. 그래서 이를 수행하는데 의식이 상당히 관여하며 뇌가 이를 충분히 학습하면 이후 패턴화되어 자동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의식을 통해 이런 학습을 잘 하는 것이 곧 지능이다.
인간은 감각의 해석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이미 기존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화되어 있다.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입술을 도톰이 하고,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를 풍만하게 한다. 남성호르몬은 남성의 근육을 늘리고 어깨를 넓히며 턱이 도드라지고 코를 크게 한다. 그리소 반대 성들은 이런 이성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인간 여성은 배란기에 가까울수록 남성에게 아름답게 보인다. 피부가 더 밝아지고 귀와 젖가슴의 대칭성이 강화한다. 그래서 한 연구에 의하면 멕시코의 스트립댄서들은 배란기에 수입이 평소의 두 배에 달했다. 남성들이 이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생리 기간엔 수입이 반토막 난다.
바소프레신은 측촤핵에서 수용체의 결합하여 암컷과 연관한 즐거운 감정을 조절한다. 이것이 일부일처제와 관련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바소프레신 수치를 늘리면 생물이 일부일처 경향을 갖는다. 인간도 Rs3 33 유전자가 많을 수록 바소프레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했다.
민스키는 인간의 마음이 여러 파트로 나눠져 분업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자기가 옳다고 경쟁한다. 인간은 한 번에 하나의 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 낮은 시간에 잔업을 하다 잠이 드려고 한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 이 경우 인간은 건강하게 잠들 것과 허기 사이에 고민한다. 이처럼 뇌안의 여러 파벌은 자신들의 시스템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한다. 즉, 뇌는 의식과 무의식이 기본이지만 이 안에 여러개의 서브루틴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진화상 당연해 보인다. 생물은 생성된 후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하나하나 자동처리시스템, 즉 서브루틴을 축적해 왔을 것이다. 이것이 수십억년의 진화과정에서 이후 생물에 유전자를 통해 계승되었을 것이기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서브루틴은 결정 과정에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서로 중복되는 일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는 하나의 큰 장점이다. 하나가 망가져도 다른 하나의 서브루틴이 이를 대체해여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망자 중 생존에 정상이었음에도 부검과정에서 알츠하이머로 뇌가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서브루틴이 뇌의 다른 기능 영역이 인지 예비능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뇌는 의식으로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 과제를 해결하여 신경회로 안에 빠르고 효율적인 대처 프로그램을 구축하려하기 때문이다. 생물의 많은 행동은 특정한 입력 정보에 적절한 결과를 출력해주는 청사진이다. 의식은 이런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제어하고 제어권을 널리 분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특정한 수준의 복잡성을 갖춘 자동 서브루틴 시스테에서 각각의 서브루틴은 서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자원을 분배하고 제어권을 할당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의식이라는 고급매커니즘이 필요한 것이다.
서브루틴 시스템은 일종의 자동화한 좀비 시스템에 가깝다. 이것이 많으면 많은 행동에서 높은 효율이 가능하지만 뜻밖의 과제에 대처하는 인지적 유연성이 부족해진다. 상당수 동물은 좀비 시스템이 많은 쪽에 가깝다. 다양한 과제에 대처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인지유연성을 보이는 것은 거의 인간이 유일하다. 그것은 많은 이득을 주지만 수많은 학습을 위한 장기간의 육아기간과 성년으로의 오랜 기간을 비용으로 요구한다 즉, 인간은 다른 동물만큼 많은 서브루틴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의식이라는 비용이 높은 인지적 유연성을 갖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비패턴화 과제를 학습한다는 의미다.
이런 의식하에 저자는 인공지능 개발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세부과제를 해결하는 서브루틴을 만들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 짐작하다. 이미 생성형 인공지능은 적대적으로 서로 학습하기도 한다.
인간의 이런 의식과 무의식의 문제는 사법시스템과도 관련한다. 사법시스템은 인간의 의식과 자유의지에 기반한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상당한 행동은 좀비시스템, 즉 무의식에 근거하여 작동한다. 실제로 이런 인간의 행동에 대한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법시스템은 이럴 반영해왔다. 중세였으면 악마의 소행으로 밝혀졌을 여러 정신이상 증세는 최근 무죄의 근거가 된다. 사법시스템은 이미 사람의 의도와 의지를 형량에 반영한다.
때문에 기술이 발전할 수록 기질적으로 특정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밝혀질 것이며 이를 더 많은 변호사들이 생물학적 감경사유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미래 지향적 사법 시스템은 범죄 행동을 일종의 질병으로 보고 생물학적 지식을 개별화된 재활에 활용할 것이다. 행동이 교정가능할 때만 그에 걸맞는 벌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어려운 높은 공격성과 공감의 부족, 충동조절의 부족은 격리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