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에 따랐을 뿐!? - 복종하는 뇌, 저항하는 뇌
에밀리 A. 캐스파 지음, 이성민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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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은 여럿이 같이 협력하여 살아가는 것이 진화상 이점임을 깨닫고 사회성을 발달시켰다. 그리고 인간의 도덕성은 이런 사회성을 잘 발현하는 도구 중의 하나다. 그래서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며, 상대방을 잘 믿고 협력하며 집단 속에서 폭력성을 자제한다. 하지만 사회성을 위해 인간은 또 다른 도구도 발달시켰는데 바로 집단에의 소속 욕구와 복종이다. 집단에 속하는 것이 생존에 압도적으로 이득이기에 인간은 집단에 속하려 하고 매우 친화적이며 따르는 태도를 보이며 집단에서 인정받을 때 행복을, 반대로 배제당할 때 압도적 불행을 느낀다.  

 여기서 상충 지점이 발생한다. 비도덕적 행동임이 분명한데 이것이 나의 소속 집단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이다. 역사상 그런 사례는 많았다. 십자군 전쟁에서의 학살, 나치의 유대인 학살, 캄보디아에 크메르 루주의 학살, 르완다 학살 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 경우 절대 다수의 인간은 도덕성과 복종의 갈등에서 압도적으로 학살을 선택했다. 

 책 명령에 따랐을 뿐은 바로 이런 지점을 고민하고 연구한 책이다. 학살 현장에서 대부분의 학살 동참자의 변명은 자신은 그저 명령에 따랐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르완다와 캄보디아 학살에 동참한 자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통해 연구를 하며 책을 진행시켜 나간다.

 저자는 우선 사람 행동이 유발되는 3가지 형태로 복종, 순응, 사회적 동조를 제시한다. 동조는 어떤 집단에 발맞추기 위해 개인이 그 의견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복종은 권위 있는 인물의 직접적인 지시나 명령에 의심없이 따르는 것이다. 순응은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요청을 따르는 것이다. 순응과 복종은 구분이 다소 어려우나 그 집단이나 집단 권위자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느냐로 구분한다. 

 밀그램은 사람들이 실험자의 명령에 따를 때 자신의 주체성과 책임을 실험자에게 넘긴다고 파악했다. 이 경우 사람은 생각없는 행동주체로 일종의 대리적 상태가 된다. 사람은 일단 따르기로 하면 뇌가 정보를 다르게 처리하기 시작하며 이로 인해 복종 행위에 대한 책임감과 주체성이 감소하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우선 뇌의 과부하를 막고자 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인간은 대부분의 행동을 자신이 주체성을 가지고 처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이 주체성 즉 의식을 켜놓고 행동하는 경우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거나 위기 상황 등으로 상당히 한정된다. 그 외에 많은 것들은 업무처리 부터 학습까지 상당 부분이 무의식상태, 즉 자동화 된 상태로 처리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에너지 소모 부분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많은 것을 자동화하여 처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집단적 결정에 의하여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고 위계적 존재에 의한 명령은 소속 집단에 대한 자신의 소속감을 높이고 자동화한 결정이기에 인간은 선택하기 쉽다. 

 인간이 집단이나 권위자의 명령을 따를 때 주체성이 감소한다는 증거는 시간 인식에 대한 영향으로 알 수 있다. 인간은 주체성을 갖고 바쁘게 행동할 때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실험결과 전기 충격 누르기 버튼에서 자유선택으로 누르는 경우와 실험자에 의한 강압이 있는 경우 실험참가자들은 자유선택 때가 시간이 길었다고 느꼈으며 강압이 있었던 경우는 시간이 짧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즉, 강압이나 명령에 따르는 경우 주체성이 감소한 것이다. 

 인간이 명령에 복종하여 비도덕적 행동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의 공감 감소 능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언급한 것처럼 사회성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공감능력에 기반한 도덕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공감수준은 의식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경우 통증네트워크의 일부가 활성화하는데 이는 직접적인 통증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고 감정 정서를 유발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인간은 감정적 공감을 줄이고 인지적 공감으로 이를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의사는 자신의 업무 수행을 위해 매일 같이 경험하는 환자의 고통에 대해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않고 인지적으로만 공감한다. 특히 이 같은 공감의 전환은 같은 종의 구성원 보다는 다른 종의 구성원에게 보다 손쉽게 작용한다. 인간은 집단에 소속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로 인해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부정적 편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실험결과 인간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외집단 구성원으로 판명되는 경우 신경적 공감반응이 약화하였다. 

 그리고 사회적 위계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록 집단 간 공감 편향을 커졌다. 때문에 극우정당은 이런 인간의 성향을 이용하여 외집단 소속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분노를 조장한다. 모든 집단 학살정권은 선전을 통해 우리와 그들 사이의 차이를 부각시켰으며 과장하였다. 전쟁이나 집단 학살에서는 가해자들이 표적이 된 인간을 하위 인간이나 짐승 같은 존재로 격하시켰다. 그래서 표적의 비인간화, 다른 집단에 대한 공포주입, 대량학살 정부에 대한 권한의 부여는 집단학살의 주요 매커니짐이 된다. 

 집단학살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책임의 분산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가 자기 책임이라고 분명이 입증되고 자각하는 경우 비도덕적 행동을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의 집단은 많은 위계를 갖는다. 이런 계층적 상황에서 개인의 책임 입증과 부여는 쉽지 않다. 많은 조직에서 명령은 전 지휘 계통에 파묻혀 상관의 것이 다양한 행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는 행위나 명령을 직접 내리는 사람, 중간 계급의 사람, 직접 실행하는 행위자에게 모두 다양하게 나타난다. 중간 계급의 사람은 직접 행위를 내리지도 않고, 직접 행위를 하지도 않기에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하며 책임감도 가장 적게 느낀다. 그리고 행위를 직접 하는 사람은 단순히 명령에 따랐다고 할 수 있기에 그 역시 책임이 분산되어 책임을 적게 느끼고 변명거리가 생겨난다. 놀랍게도 행위를 직접 내린 사람 역시 자신의 명령을 중간계급이나 직접 실행하는 사람이 따르지 않을 수 도 있으며 자신이 직접 비도덕적 행위를 한 것은 아니기에 주체의식이 낮고 책임감을 덜 느끄게 된다. 즉, 조직으로 명령이 하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책임의 분산에 따른 주체성을 약화시켜 비도덕적 행동을 더 잘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집단에 소속하게 되려는 욕구와 외부집단 일수록 공감을 줄이고 전환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집단의 위계를 통한 비도덕적 명령의 전달과 실행을 통한 책임의 분산은 도덕적 인간으로 하여금 집단학살과 범죄를 가능케하는 주요 요인이다. 때문에 저자는 인간이 항상 주체로 놓이게 하고, 외부 집단과 평소 교류를 자주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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