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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 시대
위엔위엔 앙 지음, 양영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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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진핑은 10여년 전 집권했을 때 중국의 반부패 척결을 강하게 내세웠다. 물론 이 반부패는 자신의 정적 제거에 주로 쓰인 듯 하며, 그의 권력 기반 강화의 수단에 불과했다는게 중평이다. 사실 중국의 역사는 부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대한 영토를 하나의 중앙정부가 통치하게 되면 지역에 많은 위임이 이뤄질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엔 부패가 빠질 수가 없다. 그 부패가 심하여 불평등이 심해지면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부패를 척결하고 평등지수를 높이고, 다시 부패해며 흥망성쇠하는게 적어도 근대 이전의 중국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부패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수많은 후진국, 중진국과는 다르게 중국은 부패했음에도 세계 2위의 경제국으로 성장하여 미국과 정면대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중국의 부패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 듯 하다.
저자는 부패를 일단 4종류로 나눈다. 중국은 한국인구 만큼인 5천만의 공무원과 50만 정도의 상급공무원이 있다. 이들을 엘리트와 비엘리트로 나눈다. 그리고 이들이 받는 부패에 따라 받기만 하면 도둑질, 뭔가 이권이나 공적 편익을 봐주면 교환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하위 공무원이 하는 받는 행위는 바늘도둑, 고위는 소도둑이 된다. 그리고 교환성격의 부패는 하위 공무원의 것은 급행료, 고위 공무원의 것은 인허가료다. 교환은 시간 단축을 원하는 것으로 여권을 발부받거나, 면허증, 개인의 집을 준공완료 받는 정도가 된다. 반면 인허가료는 큰 규모의 것으로 각 지방의 토지개발권이나 사업허가권등의 행위가 된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먼저 중국과 다른 나라의 부패를 비교한다. 우선 러시아인데 러시아는 소련의 붕괴과정에서 정치과 경제를 같이 개혁하면서 사실상 중앙정부가 무너졌다. 이로 인해 모든 형태의 부패가 만연했고,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패가 많았다. 인도는 빈국이지만 민주주의 국가다. 반면 중국은 중앙집권 국가로 지방의 엘리트가 많은 권한을 갖는다. 그렇기에 인도에서는 급행료수준의 부패가 성행하며 중국은 인허가료가 많다.
물론 중국도 과거엔 통행료나 바늘도둑, 소도둑 수준의 부패가 많았다. 하지만 인허가료 쪽으로 부패가 많아지게 된 것은 중국의 독특한 정치체제와 경제 정책 때문이다. 중국인 일견 상당한 중앙집권적 일당독재로 보이며 그것이 맞지만 내면을 살피면 다층적 정치체제를 갖는다. 특히 지방은 상당한 자율권을 갖는다. 중앙정부가 비전과 광범위한 정책을 제시하면 지방정부는 그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 발전 계획을 직접 실행한다.
중국은 대개의 후진국이 그러하듯 자원이 부족해 공무원에게 충분한 급여를 제공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한국 역시 과거 공무원의 급여가 지금도 적지만 무척 적었기에 각종 수당으로 벌충해주거나 사소한 부패가 만연했다. 중국도 그러하다. 하위 중국 공무원의 월 소득 중 공식적 급여는 고작 24%에 불과하다. 그외 부가적 보상이 76%이다. 이 부가적 보상은 자신이 소속된 지자체의 예산에서 받는 수당과 자신이 소속한 부서가 받는 수수료, 벌금, 사용료, 보조서비스 중의 일부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예산이 부족하기에 중앙정부는 각 개별부서의 수수료, 벌금부여권리, 그 수입을 소비할 권리를 놀랍게도 부여한다. 이는 일정 정도의 부패를 감수하고서라도 지방 부서의 자력갱생을 위한 조치며 공무원들의 부족한 소득중 상당수는 여기서 벌충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은 자신이 소속한 지자체가 어디이며 자신의 부서가 어디냐에 따라 또 천차만별이다. 중국 변방 위구르 자치구에 교통과에 소속된 공무원과 상하이의 건설과에 소속된 공무원의 소득은 아마 수십배에 달할지도 모른다.
이런 부패에도 중국이 발전하는 것은 엘리트, 비엘리트들의 소득이 이런 부패 외에도 자신들의 지역의 성장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각 지역의 경제 성장을 성과로 경쟁시키고 엘리트의 경우 정치적 성장을 위해서는 여기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했다. 지방 공무원의 소득은 엘리트이건 비엘리트이건 무척 적기에 자신의 지역의 경제적 성장과 개발은 그 자체로 공무원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패한 중국이 그럼에도 발전하는 이유로 이런 독특한 부패 시스템은 제시한다. 우선 부패가 인허가료 위주라는 점이다. 이는 특정 기업과 정실주의로 흐르지만 사업을 위한 많은 방벽을 빠르게 제거한다. 또한 이익 공유 정치 시스템이다. 인허가료로 지역의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발전하면 그 이익은 공무원과 지역기업이 공유한다. 그리고 부패의 폐해 억제다. 고위공무원은 지역의 경제개발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을 불러 옴을 알기에 개발을 방해하고 사업의 자유를 억압하는 통행료같은 부정적 부패는 제거한다. 마지막은 지역간 발전적 경제체제다.
이런 독특한 부패로 성장한 중국에 언급한 시진핑의 반부패 정치가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회주의적 자본가가 더 이상 법을 우회하거나 특권을 얻기 위해 후견인에 의존한 기존의 비즈니스 활용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은 상당히 엄격하다. 지난 10년 간 많은 수의 관료가 조사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이 있었던 기업인들은 연루되어 수감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공직 사회의 경직이다. 과거엔 개발 이익을 공유했기에 이런 부패에 적극적이었고 이는 자신의 정치적 성공으로 가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엄격한 부패 단속은 관료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이로 인해 개발이나 사업에 대한 인허가도 소극적이기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