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부 - 인공지능 시대, 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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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10년이 안된 것 같은데 뜬금없이 미국의 골드만 삭스가 미래 한국이 세계 경제규모 2위를 차지할 거란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중국도 인도도 아닌 한국이 2위라 무척 의아했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말인데 당시만 해도 아직은 연간 출생아 수 40만을 유지하면서 출산률이 1점대를 찍는 상황이었다. 보고서는 아마도 통일이 빠른 시간 안에 잘 되어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자본이 결합하고, 섬의 한계를 벗어나 대륙인 중국과 러시아와 결합하여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누리게 되는 통일 강소국 한국을 상상하고 작성된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통일은 쉽지 않다. 북한의 2인자 김여정은 한국을 거의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 불렀다. 그동안 북한이 기분 좋으면 남측 나쁘면 남조선이라 칭하니 약간 무시하는 듯했는데 이젠 대놓고 대한민국이라 부르니 다소 정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출생아 수는 40만 수가 무너진 후 2010년대 중반 불과 3년만에 30만선도 무너졌고 곧 10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주 성장 발판이었던 거대한 중국 시장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리 외교로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의 형국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쌓아 놓은 돈이나 충분한 복지 체계도 없는데 OECD최고의 노인 빈곤률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벌써 국민 연금의 고갈 걱정을 하고 있다. 돈은 없는 상태에서 무자비한 사회적 경쟁과 부실한 사회 안전망으로 기성세대는 교육 전쟁으로 자식 투자에, 그리고 복지 미비로 부모 부양에 재산을 모두 써버렸다. 이들은 수십년 내 이렇다 할 자산 없이 모두 은퇴할 것이고 지금보다도 훨씬 빈약한 명맥만 유지하는 국민 연금이 그들의 썩은 생명 동아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몇 십년 먼저 겪은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임과 동시에 우리보다 상황이 낫다. 일본 정치인들은 그래도 한국보다 몇 배는 나아 자신들의 인구 구조를 미리 살피고 고령화에 철저히 대비했다. 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 체계를 마련했고, 오랜 기간 세계 2위의 황금 경제를 유지하면서 중산층이 워낙 두터웠기에 사적 자산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이 지난 30년간 워낙 크게 폭락했고, 평균수명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면서 2016년 노인 200만이 파산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일본은 그래도 건실하다. 버블경제와 인터넷 전환기에  자신들은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도 많은 해외투자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형편없는 경제상황 속에서도 매년 해외에서 국채나 여러 채권 및 주식배당금 및 각종 투자이익으로 무려 200조의 자산이 국내로 들어온다. 여기에 일본은 과거의 영화에서 얻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로 인해 통화도 안정적인 편이다. 그리고 아직 경제 규모도 세계 3위로 막강한 내수시장을 자랑한다. 여러모로 우리에 비할바가 아닌 것이다.

 책은 이런 암울한 상황에 대한 답을 사회적으로 찾기 보다는 철저히 개인에게 돌린다. 이게 이 책의 마음에 안드는 점인데 그래도 개인적 자구책을 무시할 순 없다. 책이 제시하는 답은 주식인데 다른 여러 나라의 주식도 아닌 바로 미국의 주식이다. 이유는 4차 산업혁명 미중 전쟁 상황 속에도 미국은 초기술격차를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에서 이미 벌려 놓았고 중국을 기술 경쟁에서 철저히 국제적으로 배제시켜 놓았기에 향후 100년 동안에도 1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책은 미국의 강력한 기술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을 추천한다. 이들은 이미 미래의 먹거리인 데이터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에서도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고, 클라우드 시장 또한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다른 나라의 막강한 기업들도 이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차별적인 부분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미 비싼 이들의 주식은 미래의 값어치에 비하면 아직도 싼 편이며 그렇기에 충분히 비축하여 미래 암울한 한국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은 1등 주식을 사고 배당을 받으면 다시 그 돈으로 1등 주식을 산다고 하는데 한국인 역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냉정하게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반도체의 설계 및 비메모리 부분을 하고 있지 못하기에 한국의 반도체는 냉정히 말해 소작농에 불과하다. 그리고 배터리 역시 아직은 최고 수준이지만 차세대 제품은 전고체 부분에서의 경쟁력이 부족하고 중국의 교체 방식과 테슬라의 단순 배터리에 대응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다. 물론 이 예상과 다르게 현재 국내 배터리 주식은 매우 잘 나가고 있다. 대표적 인게 에코프로다. 

 책을 읽으면서 암울함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한국의 암울한 미래 전망이 뭐하나 틀린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무자비한 교육경쟁을 배제하고, 국민 행복과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개혁을 해야 하며, 여력이 남아있을 때 증세를 통해 두터운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지방을 양성해 인구를 분산시켜 더욱 인구를 늘려야 하며, 북한과의 평화정책을 통해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군사적 긴장을 풀고 서로 간 왕래 및 평화교류를 통해 지정학적 약점을 극복해야하는데 말이다. 현재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모든 게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암울하다. 국가가 하는 것이 없어 각자도생을 해야하니 그 또한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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