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여정이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그 동안 11차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3차례 16강에 올랐다. 박지성이 맨유시절 전성기의 기량으로 한국을 2010년도 16강으로 이끌었는데 이 때는 열기가 지금 같진 않았다. 2002년은 홈에서의 개최와 사상 최고 성적, 그리고 이 번엔 16강으로 향하는 길이 극적이기에 열기가 큰 것 같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조는 쉽지 않았다.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로 언뜻 일본의 조보다 손쉬워 보이나 3팀이 모두 강력하고 우리보다 선수구성이 좋은 팀들이었다. 거기에 상성도 좋지 않았다. 우루과이와는 평가전에서 단 한 번 이겨보았을 뿐 모두 졌고, 특히 월드컵에선 90, 2010년에 만나 모두 졌다. 가나 역시 거의 이겨 보지 못한 상대다. 과거 가나 축구가 아프리카 정상급으로 올라오기 전 몇 번 이겼을 뿐, 가나가 아프리카 정상의 팀으로 발돋움 한 후로는 상대가 되질 못했다. 2006년, 그리고 2014년 월드컵 전초전으로 평가전을 가졌는데 모두 1-3, 0-4로 크게 당한 적이 있다. 포르투갈 역시 월드컵에서 한 차례 승리는 있었지만 올림픽대표, 청소년 대표등 각급 대표들이 거의 지는 팀이었다. 2019년 이강인이 팀을 이끌어 준우승을 한 한국 청소년 대표도 예선 첫경기에서 포르투갈에 졌었다. 

 이런 악조건에도 대표팀은 브라질에 크게 패했으나 12년만에 16강에 올랐다. 잘 한 부분은 사상최고의 선수구성이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이강인, 황의조, 황인범, 작은 정우영이 유럽에서 뛰고 있다. 여기에 손흥민, 김민재는 세계 어느 프로팀이나 국대를 가도 주전을 꿰찰만한 월드 클래스급이다. 다른 하나는 감독의 4년 임기 보장이다. 놀랍게도 한국 국가대표가 지난 월드컵 이후 다음 월드컵 까지 4년을 꼬박 고용한 감독은 벤투가 처음이다. 다른 나라에겐 당연한 일들이 냄비가 죽끓듯 하는 축협에 의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면서 성적을 요구했다는게 웃기는 일이다. 프로팀 감독의 경우 1년을 맡아도 수십차례의 경기가 연간 이뤄지고, 동절기우 수개월의 훈련 기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은 다르다. 일년 평가전은 7-8차례가 고작이고 간헐적으로 이뤄지며 훈련 기간도 경기 전 2-3일이 고작이다. 때문에 국대감독은 무조건 4년은 줘야했는데 그걸 이번에 해낸 것이다. 마지막은 빌드업 축구다. 빌드업 축구는 수비부터 미들, 공격까지 패스를 유기적으로 주고 받으며 공을 점유하고 상대를 공략하는 전술이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개인 전술 및 피지컬을 중시하는 스타일, 대표팀은 하나의 철학 전술보다는 상대에 따른 임기응변을 강조했기에 놀랍게도 빌드업 축구를 하지 못했다. 때문에 1994, 2002, 2010, 2022 월드컵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는 한국은 쉽게 상대에게 공을 건네주고 돌아서지 못하고, 주도권을 내주는데 매우 답답한 경기를 펼쳐왔다. 하지만 벤투는 이번에 상식과도 같은 빌드업 축구를 빌드업 불모지 한국에 강요하였고,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뿐만 아니라 본선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아쉬운 점은 역시 선수들의 기량이다. 사상 최고의 인재풀을 이번에 선보였으나 다른 팀들에 비하면 역시 초라한 수준이다. 우리는 주전의 절반정도가 유럽파인 반면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은 거의 100%일 뿐만 아니라 유럽 4대리그 주전이 대부분이다. 역시나 더 많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건너가서 기량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또한 수비의 아쉬움이다. 김민재와 김영권의 센터벡은 상대적으로 든든했던 반면 측면 수비가 매우 약했다. 현대축구에서 측면 수비는 공격과 수비의 중핵적 역할을 맡고 있어 다른 나라의 경우는 기량이 매우 우수하다. 하지만 한국은 확실한 약점이었다. 우리의 빌드업으로 공간이 많은 측면 수비에게 공이 많이 갔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개인기로 상대수비를 제치지 못했으며 완전한 프리찬스에서만 크로스가 올라왔다. 측면 수비는 공을 받으면 대개 백패스로 일관했고 상대공격을 포르투갈전, 가나전, 브라질전에 완전히 놓쳐 실점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골키퍼의 방어력도 다소 아쉬웠다. 사실 수퍼 세이브란건 없었고 먹을 것을 다 먹은 기분이다. 브라질의 알리송 키퍼는 황희찬과 손흥민의 득점과 같은 두 차례 유효슈팅을 막았는데 우리에게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마지막은 국민적 관심이다. 한국인은 축구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월드컵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딱 맞는 말이다. 유럽과 남미가 축구에 강한 것은 나라 전체가 축구에 미쳐있기 때문이다. 남자들 같은 경우는 오죽하면 축구선수가 되지 못하면 다른 적성을 찾는다고까지 할까, 의사냐 축구선수냐의 고민에서 망설임 없이 축구선수를 택하는 것이 그들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연고를 둔 프로팀들이 1부부터 그 이하까지 매우 든든하다. 그렇기에 인구400만에 불과한 크로아티아 같은 나라가 상당한 선수구성을 갖고 지난 대회 준우승까지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한국은 프로팀의 지역 연고가 매우 낮은 수준이며 축구에 대한 인기도 시원찮다. 가나전에서 두 골을 넣은 조규성은 전북 현대 소속으로 이번 시즌 득점왕이었다. 월드컵 이전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열에 하나 둘에 불과하다. 물론 축구에 이렇게 미칠 필요는 없다. 다만 미치지 않을 거면 미친 녀석들을 이기는걸 당연시하거나 기대하는 건 좀 줄여야 할 것이다.  

 다음 월드컵을 대비한다면 역시나 큰 축구철학의 유지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아주 오래전부터 패스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 플레이와 조직력을 꾸준히 강화해았다. 때른 그것이 브라질 식, 독일식, 멕시코 식으로 다소 변화하긴 했지만 큰 철학의 유지는 분명했다. 그리고 이 체계가 프로팀과 각급 학교, 각급 대표팀이 적용된다. 한국은 전혀 이렇지가 않다. 모처럼 적용된 빌드업 축구의 철학을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국대라도 말이다.

 그리고 외국인 감독의 선임이다. 한국에서 월드컵을 지휘한 외국감독은 총 3인으로 2002 히딩크, 2006 아드보카트, 2022 벤투다. 히딩크는 본선에서 3승 2무 2패로 4위, 아드보카트는 1승1무1패로 17위, 벤투는 1승1무 2패로 아마 16위가 예상된다. 한국이 11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올린 총 승수는 이번 대회까지 해서 7번이고 이 중 6번이 외국인 감독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은 선진 축구철학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연고와 꼰대주의가 자리한 한국 축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다. 때문에 이런 성적이 가능했다고 본다. 벤투는 많은 흔들림과 비판에도 빌드업 축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는데 한국인 감독이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외국인 감독은 한국에 부재한 철학도 제공한다. 히딩크는 기존 통념과는 다르게 한국은 기술은 우수하고 체력과 정신력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벤투역시 본선에서도 한국식 빌드업 축구가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한국인 감독에게 이런 기대를 솔직히 어렵다.

 마지막은 언급한 것처럼 선수들의 활발한 유럽진출이다. 일본이 반 세기만에 한국 축구를 능가한 것은 주전 모두를 유럽파로 채울만큼 활발한 유럽 진출 덕이 크다. 이들은 초기 거의 선수를 무료로 독일이나 유럽 중소리그로 넘겼는데 거 덕에 유럽 구단들이 성적이 미지수인 이들을 공짜로 영입하고 쓸만하다고 여겨지면서 다른 선수들이 제 값을 받고 넘어가는 일이 많아져 상당한 수의 유럽파를 자랑하게 되었다. 물론 일본 선수들중 한국의 김민재나 손흥민처럼 최고 수준의 선수는 없다. 하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이고 두껍고 비슷한 것이 강하고 중요하다

 또한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올림픽 비인기 종목처럼 몇달 흥분하고 다시 월드컵을 잊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가 강해지고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려면 절대적으로 국내리그가 흥행해야 한다. 선수들도 잘해야 하지만 관심도 있어야 지원도 이어지고 강해지는 법이다. 양자는 같이 움직여야 한다.

 이번에 16강에 올랐기에 다음번엔 8강 8강 할것이다. 절대 금물이다. 월드컵에서 8강을 당연시 하고 자랑하는 국가는 사실상없다. 이탈리아는 월드컵에 2회 연속 못왔고 독일은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했다. 그런 것이 월드컵이다. 우리가 지역이 손쉬워 월드컵을 쉽게 나가기에 본선 진출과 그 이상을 당연시 하지만 우리의 현실적이고 매우 어렵고 사실상의 목표는 다음번에도 16강이다. 그것도 달성해서 16강이 좀 편해진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8강을 목표로 할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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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2-06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월드컵 뽕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육상과 수영 같이 메달
이 많이 걸린 종목의 기본기를
축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는 부분이죠.

축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4년마다 가끔 돌아오는 열광만으로
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게 바로
성적이지 싶네요.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사반세기는
족히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축알못이랍니다.

닷슈 2022-12-06 15:48   좋아요 1 | URL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기본과 대중화에 약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에서는 창의적 부분을 양성못하고 위계질서로 말살하기에 스스로 성장하고 연구하며 실력있는 인재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체질개선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