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 장애공감 2080
이봉 루아 지음, 김현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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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우영우나, 굿 닥터 처럼 자폐인을 다룬 인기작들을 보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그 숫자에 비해 사회에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자폐인을 조명해준다는 매우 긍정적인 점이 있지만 자폐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 때문이다. 물론 자폐인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기에 우영우나 굿 닥터 같은 자폐인이 어딘가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폐인은 그들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기보다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부가하는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본 자폐에 관한 책은 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라는 책이다. 프랑스 책인듯 한데 확실치는 않다. 책의 시작에선 늘 그렇듯 젊고 매력적인 남여의 만남이다.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하고 결혼도 한다. 아이는 남자아이로 이름은 올리비에다. 사랑스러운 아기였지만 슬슬 말을 다른 아이들만큼 하지 못하는 것을 부부는 눈치챈다. 결국 검사를 받고 아이는 자폐 판정을 받는다. 

 엄마도 엄마지만 아빠의 충격이 매우 컸다. 작중엔 그의 세계관이 아니 세상이 무너져내리고 그 충격으로 아빠가 검은 새처럼 변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그 새는 엄마와 다투고 가정은 무너진다. 이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혼한 엄마는 엄마대로 성실히 아이를 챙기고 이혼한 아빠와 협력하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운다. 이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이라면 가능할까. 하여튼 아이는 아빠가 챙긴다. 엄마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서인지 아니면 직업이 좋아서인지 아빠보다 부유했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멀리 이사간다. 그렇다고 아이를 보는 것에 소홀하진 않다.

 그래서 자폐 올리비에와 싸우고 생활해나가는 것은 아빠의 몫이 된다.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규칙에 맞는 생활과, 짜여진 일과, 그리고 각종 치료를 추천한다. 하지만 아빠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은 말이 안된다. 세상은 규칙적으로 짜여진대로만 살수는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독재자 푸틴이나 시진핑도 그렇게 살진 못할 것이다. 아빠는 아들이 잠이 들면 그래서 매일 가구의 위치를 바꾸며 노는 것도 하루의 일과도 조금씩 달리한다. 아들을 현실에 적응시키기 위해 자극을 계속주어 둔감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올리비에는 아빠의 이런 노력으로 서서히 눈맞춤도 되어가고 어느새 말도 하게 된다. 여전히 자폐이고 남들이 보기엔 이상하지만 아빠의 노력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갖고 있으며 약을 먹게 된 후로는 정규학교수업도 받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빠의 노력은 눈물겹다. 계속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하며 남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아들을 바깥에서 교육적으로 대한다. 매번 아빠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남겨두었던 무수한 아들을 삭제한다. 정상적으로 태어나 자기와 책을 읽고 스포츠를 즐기고 상호작용하는 아들을 말이다. 

 책의 마지막은 어느 덧 많이 자란 올리비에게 자신의 선생님에게 아빠를 남성으로서 소개하고 추천하는 장면이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물론 애초에 올리비에는 그 정도까지는 갈수 있는 자폐인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자폐 부모들이 갖은 노력에도 평생 자신의 아이와 제대로된 의사소통 한번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올리비에와 아빠의 노력을 평가절하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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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09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비에를 저정도까지 오게 하기까지 정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 사는건 몇배나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의 환경이 그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그런면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거 같고요. 제도적인 면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거 같은데 장애에 대한 우리나라사람들의 인식은 어째 갈수록 더 퇴보하는거 같은 느낌이에요.

닷슈 2022-10-10 12:30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인식이나 지원이 퇴보하는 건 중산층이 살 여유란게 많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