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 제법 시원했다. 덥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름철 한낮 최고기온이 40도가 되어버린 지금의 기준에선 그렇다. 대신 비가 많이 왔다. 장마가 끝나고 닥친 8월 초의 집중 호우는 장마 이상이었다. 원래 이 시기는 비는 소나기나 태풍 뿐이고 그냥 덥기만 한 시기다. 그리고 8월말인 지금은 과도하게 서늘하다. 몇몇 지역은 8월 중 최저 기온을 찍고 있다.
반면 유럽은 덥고 말라버렸다. 유럽은 작년에 홍수가 와서 독일의 한 마을이 침수되는 장면을 본 것이 기억나는데 올핸 정반대가 되어버렸다. 연중 일정한 강수량으로 강폭이 비교적 좁고 깊어 수운에 유리한 유럽의 배들은 이제 강 한가운데서 바닥에 닿을까 조심하며 운행하고 있다. 그래서 선적도 기존의 1/4밖에 하지 못하고 있고 운임은 당연히 4배로 올랐다. 얼마전 뉴스에서 기후가 2도 정도 올라갈 경우 강수가 늘어나는 지역과 줄어드는 지역이 나왔는데 아프리카 니제르 강 유역은 엄청나게 늘어나는 걸로 나왔고 유럽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사막화나 반건조 기후로의 전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지역조차도 화력발전과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친환경으로 유명한 노르웨이도 기후 변화로 올해 풍력발전이 기존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중국과 인도는 선진국 수준의 국민소득에 도달할때까지 온실가스를 줄일 생각이 크게 없어보인다. 미중갈등이 첨예한 지금 협력은 매우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세기말이 되면 세계 인구는 100억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2도 상승을 막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태가 이래서인지 지구온난화를 막고 환경을 지키자는 책들도 유독 많이 나오고 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닌걸 알지만 마치 한창 경기가 불타오를때 부동산, 주식, 코인 투자 책이 쏟아지던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이런 책들을 많이 봤고 적지 않을 깨달음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걸 읽고 온난화 방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아침 기온이 20도 정도인 오늘 같은 날씨에도 다소 습하다고 에어컨을 키는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과,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는 온난화는 아니지만 환경파괴에 대한 책이다. 둘 다 산업논리를 앞세워 시민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책이다. 한국의 시멘트는 외환위기 이후 도산하게 되었다. 환경부와 정부는 놀랍게도 이들을 회생시키기 위해 이 때부터 폐기물을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하게 허락해주었다. 폐타이어를 비롯한 온갖 화학물질과 쓰레기가 여기서 고온에 처리된다. 정부와 시멘트 기업입장에선 일석 이조다. 정부는 시멘트 기업을 살리고 골치아픈 쓰레기를 요상한 방법으로 처리하여 친환경지수를 높인다. 그리고 시멘트 기업은 저렴한 가연재료를 얻는다. 피해는 시민의 몫이다. 이런 시멘트는 아파트에 사용되어 시민, 특히 어린이의 건강을 위협한다. 화학물질은 검증되지 않은 물질이다. 이런 물질의 검증은 매우 안정적인 상황에서 하나의 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며 동물실험을 한다. 당연히 문제가 많다. 우선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 그리고 하나의 물질만을 투여하기에 다른 물질과 인체내 대사작용을 통해 섞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무른다. 또한 개개인은 유전자가 달라 체질이 달라 특정인에게 괜찮은 것이 다른 사람에겐 전혀 그렇지 않다. 담배나, 술, 코로나만 봐도 그렇다.
죽음 없는 육식의 종말은 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과 축산업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대안으로 배양육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수소경제는 미래의 석유로서 수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재생에너지는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는 저장과 유통 수송의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남는 전기를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데 사용하면 이는 해결된다. 미래는 재생에너지 강국이 배와 트럭에 가득 실은 수소를 판매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소비에 중독된 인간이 지난 세기 얼마나 자신의 풍요의 대가로 지구를 해쳤는지를 담담하게 수치로 보여준다. 저자 자신의 책임의식 때문인지 본인의 탄생연도부터 시작하는게 인상깊었고 도덕적 큰 비난보다는 정확하게 사실로 적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파란하늘 빨간 지구는 지구 온난화의 효과를 지구 기후 변화와 지구 탄생 및 역사로부터 조망한 책이다. 현재 지구는 탄소를 먹고 있는데 일정 기점을 넘어서면 탄소를 내뿜는 형태로 바뀐다. 이를 찜통지구로 하는데 북극의 땅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나오는걸 생각하면 된다. 이 시점이 되면 온난화는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론 더이상 막을 수 없게 된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는 온난화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어려움, 그리고 앞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번에 본 탄소로운 식탁은 지구온난화와 관련하여 먹거리가 뿜는 탄소에 집중한 책이다. 사실 축산업과 양식업에 대한 지식은 있는 편이었지만 농업이 내뿜는 탄소에 대해서는 지식이 없던 편이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유용한 책이었다. 저자가 보기에 먹거리 산업은 기후 변화의 최대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위협받는 동시에 그 기후변화를 야기한 탄소를 마구 배출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이 책에 더욱 주목해야하는 것은 우리가 무척이나 탄소로운 식탁을 즐기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해산물 섭취 세계 1위, 돼지 고기 소비 세계 2위, 쇠고기 소비 아시아 1위에 해당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축산업 종사자만 9만에 달하며 이와 관련한 각종 가공업 및 고깃집까지 생각하면 관련 종사자의 수는 그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다. 이는 한국인이 무척이나 탄소로운 식탁을 즐기고 그와 관련한 이익관계자도 무척이나 많아 전환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은 생각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세계의 농업 산업이 화학 비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땅에 투입되는 비료의 양은 나날이 증가하는데 한국은 비료 투입량이 매우 세계적인 수준이다. 헥타르당 134kg을 쓰는데 세계 평균은 그 절반인 70kg정도다. 식물은 이 비료를 모두 먹지 못하고 절반 이상이 토양에 잔류하거나 물에 씻겨 내려가는데 이로 인해 강에 부영양화가 일어나고 결과는 녹조라떼다. 질소비료는 암모니아가 주 재료다. 암모니아 합성에는 400-500도의 고온, 150-300기압의 환경이 필요한데 이런 환경을 만드는데 당연히 화석연료가 많이 사용된다. 암모니아의 합성을 위해서는 수소가 필요한데 물을 통한 전기분해보다는 천연가스에서 얻어내는게 경제적이다 보니 이 방법이 주류다. 문제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빼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점니다. 그렇다보니 세계적으로 암모니아의 제조에 총 에너지의 2%가 사용되고 총 이산화탄소 배출의 1.2%가 발생한다. 제법 큰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경작 농법도 탄소를 배출한다. 상식적으로 농사짓기전 가정 먼저 하는 일이 땅을 깊게 갈아 엎는 일이다. 잡초제거도 하고, 땅을 부드럽게 해 농작물이 잘 자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땅에 숨겨져 있던 탄소가 공기중으로 배출된다. 땅에는 오랜 세월 식물이 자랐고 그 식물이 사체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며 토양엔 탄소가 흡수된다. 사막은 식물이 거의 없기에 토양내 탄소가 거의 없다. 열대는 식물이 많아 축적량이 크나 역시 식물이 많아 흡수량도 많아 상쇄되는 편이다. 다만 고위도의 경우 기온이 낮아 미생물의 활동적 적어 분해가 천천히 이뤄져 토양내 탄소가 많이 쌓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중위도 고위도에서는 토양내 탄소가 많이 쌓여있고 그래서 갈아 엎으면 탄소가 공기중으로 배출되어 온난화를 일으킨다. 토양내 탄소 비축량은 엄청나다. 1조5천억에서 1조6천억톤이 흡수되어 있는데 이는 대기 중 탄소량의 2배, 지구 상 살아있는 동식물이 흡수한 탄소량의 무려 4배다. 한국은 벼농사를 위해 물에 논을 대는데 물을 대면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환경이 구축되어 혐기성 미생물에 의한 메탄이 발생한다. 그래서 한국의 논은 소보다 무려 40%나 많은 메탄을 배출한다.
농업에 농약도 문제다. 과거 작물은 잡초와의 경쟁을 위해 키가 큰 품종이 선호되었다. 긴 줄기는 건축의 재료와 사용으로 사용되는 선순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키가 크고 낟알이 많으면 쓰러지는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지금은 키가 작으면서도 낟알이 많은 품종으로 개량되었다. 잡초와 다시 경쟁하게 되어 제초제가 사용디었고 이 농약을 만드는데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이 역시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땅을 갈아엎는 지금의 경종 농업은 땅을 갈아 엎을 때, 그리고 논에 물을 댈 때, 비료를 생산할 때, 비료를 뿌려서 토양과 강을 오염시킬 때, 농약을 만들 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무려 5단계인 것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땅을 갈아 엎지 않고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업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기농 및 친환경 농업을 늘지 않고 오히려 쇠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소비자와 판매자가 영양분 및 기능과 상관없이 예쁜 농산물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의 농산물을 노지재배보다는 탄소를 마구 내뿜는 시설 농업에 대한 집중이 심해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의 불안정성이다. 놀랍게도 농산물을 판매자가 가격을 정하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상품이다. 농산물의 가격을 철저히 도매업체에 의해 경매로 이뤄지고 사실상 경매가 아닌 가격을 도매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이를 농민이 받아들이는 형식이다 보니 가격이 극히 불안정하다. 심지어 수요 공급 뿐만 아니라 매수 업체에 따라서도 가격은 심하게는 10배 이상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한국의 친환경 농업은 학교급식과 생협이 전부라 할 수 있다.
대안 농법으로는 논밭을 갈아 엎지 않는 태평 농법이 있다. 기존 벼농사는 3월에 땅을 10-15cm깊이로 파고 뒤집은 후 해충제, 제초제를 살포하고 날이 더워지면 물을 대고 모내기 후, 틈틈이 해충을 방제하고 수확하는 형식이다. 반면 태평 농법은 가을에 보리나 밀을 파종하고 5-6월에 수확할 때 땅에 이미 보리, 밀의 재배로 호기성 미생물이 가득한 상태로 땅이 딱딱하지 않고 부슬부슬해진다. 그래서 땅을 갈 필요가 없이 씨를 바로 파종하며 수확한 보리와 밀 짚을 그대로 두어 자연비료이자 제초효과를 낸다. 그리고 짚 사이로 물이 고이기에 물을 댈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무경운 건답직파 농법은 기존 경운 이앙농법에 비해 메탄 발생이 23%에 불과하다. 다만 수확량이 다소 적어지며 특히, 농법은 전환하는 초창기에 수확량이 급감하는 문제가 있다. 땅과 농부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초창기엔 잡초가 다소 많이 자라 벼와 잡초를 구분하는데 노동력이 들기도 하다. 다만 적응되면 물대기, 농약살포, 비료살포, 제초의 필요성이 적어져 광대한 농지를 적은 노동력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 다소 간의 수확량 감소를 모두 만회할 수 있으며 친환경 농산물인 만큼 가격경쟁력도 있다.
책은 수직 농업도 비판한다. 수직 농업은 공장식 농업으로 땅이 아닌 온도와 습도, 밝기가 조절되는 공장식 환경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미래 농업이다. 하지만 수직 농업의 경우 온도와 습도, 밝기 조절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가 막대하며 이는 역시 탄소를 배출한다 .수직 농업은 환경의 조절로 농작물의 생육이 빠르고 생산량이 높다. 노지의 무려 40-50배 수준이다. 하지만 시설비가 비싸고 에어컨을 연간 가동해야한다. 이는 항상 LED가 켜있어 실내 기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내라 농약은 쓰지 않으나 흙이 없기에 더 대량의 비료를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와 대기가 차단되어 있어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모자라 오히려 공급을 해줘야 한다. 즉, 수직 농업은 엄청난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그렇진 않다는 생각이다. 우선 기후변화의 시기에 실내 운영으로 안정적 생산량을 유지하는 수직농업은 기후 변화의 시기에 피할수 없는 현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직 농업 자체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지만 수직 농장을 5층으로 구축하면 당연히 4배의 땅이 녹지로 돌아가 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수소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거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