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 디지털 지능
박유현 지음, 한성희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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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와 강원도는 3선, 12년의 진보교육감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는 이 지역이 줄곧 추구하던 혁신교육이라는 커다란 물줄기의 방향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혁신교육은 학교의 민주성, 윤리성, 창의성,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4대 과제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학교 민주주의를 토대로 자치와 자율성의 바탕 아래 지역과 학교의 특색을 살린 창의적 교육을 하여 교육에 충실한 학교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려는 시도였다. 이를 통해 학생은 교육의 주도성과 고도의 자치경험으로 학교의 주인으로 거듭나고 학교생활을 통해 성장하고 안전을 느끼며 행복한 존재가 된다. 교사 역시 주어진 중앙교육과정의 단순 시행자에서 스스로 교육을 구성하는 교육의 진정한 전문가이자 주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경기도의 경우 12년을 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였다. 의미 있으면서도 관에서 현장과 더불러 지역과 함께 걸어간 제도가 이 정도로 길게 유지된 건 처음이었다고 본다.

 그 결과 경기 혁신학교는 양적으로 상당히 확대되었다. 절반 이상이 혁신학교다. 문제는 현실에서 혁신적인 존재는 이 정도 수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교원의 질적 향상 및 학교의 기반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확대는 당연히 질적 하락을 가져왔다. 초창기 혁신학교와 지금의 수많은 혁신학교들은 질적으로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물론 이 확대는 전면적인 것은 아니었다. 절반까지 이르는데 12년이 걸렸으니 상당한 준비시간과 내적인 자발적 변화를 할 만한 기회를 준 것이다. 때문에 혁신교육의 절반에 그친 성공은 관 뿐만 아니라 교사 자체의 변화 의지 부족에서도 기인한다. 

 그리고 이 와중에 오랜만에 등장한 보수교육감(선출직으로서는 처음이다.)은 혁신교육을 전면 재고하려고 한다. 이번에 나온 경기인수위백서는 혁신교육을 부정적으로 보고 재고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 이름 자체를 제거하고 알 수 없는 미래학교의 한 형태로 편입시켰으며 신규 혁신학교의 지정 및 기존 혁신학교의 재지정을 전면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고사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혁신교육은 그간 교육청 따로 지자체 따로 놀던 교육예산을 혁신교육지구라는 이름으로 통합시켜 항상 교육예산에 갈증을 느끼던 학교의 요구를 크게 해소시켜주었고, 지역과 교육을 연계시키는 커다란 성과를 보였다. 이런 혁신교육의 장점을 마땅히 살리고 계승하면서 혁신교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자신의 하고 싶은 교육을 추진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혁신교육에서 굳이 부족한 점을 찾으라면 기초학력과 미래교육에 대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초학력은 문제풀이식 단순 지식 암기 교육을 지양한 것이기에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미래 교육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미래 환경이나 기기교육에 집중하기 보다는 학생중심의 지역 특색 교육을 통해 역량을 배양하면 어느 환경에서나 적응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되어 미래에 대비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전면적 디지털 세계에 살게 될 현재 학생들에게 그 기기가 가져올 세계의 올바른 사용법과 부작용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면은 상당히 아쉽다. 

 새 경기 교육감은 이런 부분의 보완을 위해서인지 AI 교육과, IB교육, DQ교육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중 DQ교육은 한국 출신의 박유현 박사가 개념화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만한 기준을 만든 것이다. 물론 아직 국제표준은 아니며 경기도가 이 기준을 택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DQ는 digital quotient로 글자 그대로 디지털 지능, 또는 디지털 지수다. DQ는 개인이 디지털 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 윤리에 기반은 인지적-메타인지적-사회 정서적 역량을 포괄하는 지능을 의미한다. 아날로그 세계에서 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타고난 흥미와 적성을 개발을 통한 민주 시민의 양성이다. 다만 향후 세계는 디지털 세상이 되므로 미래의 시민들은 아날로그 세계와 디지털 세계 양쪽에서 올바른 시민으로 자리매김 해야한다. 때문에 DQ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디지털 세계는 확장일로의 추세로 안정과 보호보다는 성장과 이윤에 얽매이고 있다. 디지털 위험에는 디지털 오보, 사이버 불링, 온라인 그루밍, 기술중독, 개인 정보 보호 침해 및 해킹, 폭력 및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 또는 접속, 온라인 과격화 및 인신 매매가 있다. 놀랍게도 8-12세 아동중 무려 60%가 어린 나이임에도 사이버 불링과 게임 과몰입, 위험한 콘텐츠, 위험한 접촉 같은 디지털 위험을 적어도 하나 경험했다고 한다. 이런 디지털 위험의 유행과 패턴은 국가, 문화, 지역을 넘어서 일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나타나는데 저자는 이를 디지털 팬데믹이라 명명한다. 이런 디지털 위험은 기기와 환경이 충분한 선진국에서 더 크게 나타나리라 쉽게 전망할 수 있지만 결과는 의외로 저개발 아이들일 수록 이런 환경에 무려 30%나 더 노출된다고 한다. 기기는 있으면서도 이렇다할 사회적 보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디지털 위험 노출은 사회적 부적응, 학교 성적 저하, 건강악화, 전반적인 발달 문제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여 아이들의 미래 행복과 미래 기회를 앗아간다. 

 저자는 이를 막기 위해 DQ프레임 워크를 개발했다. DQ프레임 워크는 디지털 시민의식과 디지털 창의력, 디지털 기업가 정신을 양성하는게 목표다. 디지털 시민의식은 세 가지 차원 중 가장 근연이 되는 것으로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창의력은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여 새로운 콘텐츠와 기술을 창조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서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 만드는 능력으로 코딩, 미디어 활용 교육등을 통해 양성된다. 디지털 기업가 정신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사용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기업가나 전문가의 멘토링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이런 DQ의 3가지 차원은 8가지의 DQ 역량으로 뒷받침 된다. 역량은 시민정체성, 균형잡힌 기술 사용, 디지털 공감, 개인 디지털 보안 관리, 사생활 관리, 행동디지털 위험관리, 디지털 발자국 관리, 미디어 및 정보리터러시다. 시민 정체성은 진실한 디지털 시민으로서 건전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균형잡힌 기술은 디지털 미디어 기기 사용, 스크린 타임, 멀티태스킹을 관리하기 위해 자제력을 발휘해서 균형잡힌 방법으로 온오프라인 삶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행동디지털 위험 관리는 개인 온라인 행동에 관련도니 디지털 위험을 확인 관리하는 능력이다. 개인 디지털 보안 관리는 개인 정보 및 기기에 대한 디지털 위험을 감지하고 알맞은 보안 전략과 보호 수단을 사용하는 능력이다. 사생활 관리 능력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공유한 보호 개인 정보를 신중히 처리하는 능력이다. 미디어 및 정보리터러시는 비판적 추론으로 미디어와 정보를 찾아서 정리 분석 평가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발자국 관리는 디지털 발자국의 특성과 그로 인한 실생활의 결과를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긍정적인 디지털 평판을 적극적으로 쌓아가는 능력이다. 디지털 공감은 온라인에서 자신과 타인의 감정, 요구, 우려를 인식하고 쓰고 도와주는 능력이다. 

 DQ프레임 워크는 디지털 세계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갈 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그것에 대한 이렇다할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교육현장에 일종의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교육현장은 DQ프레임 워크의 보호안전 교육도, 시민으로서의 교양도, 그리고 기기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 도입될 경우 역시 이를 실현할 교사의 상당한 역량이 필요해보이는데 이 역시도 숙제다. 고작 몇십 시간 연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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