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는 거의 80억에 도달했고 가까운 시일내에 100억 돌파도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문제는 지구가 이 모든 걸 부양할 만큼 그리 크지 않고 인간은 개체수가 본래 가장 적어야할 최상위 포식자라는 점이다. 이런 무리한 부양을 위해 인간은 현재 태양이 매일 제공하는 에너지를 사용할 능력이 부족하자 과거 지구가 축적한 에너지인 화석에너지를 이용했고 자연순환 이상의 질소고정을 하여 식량을 증대했다. 그리고 나머지 동물군과 식물군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여기에 식량작물과 가축들을 배치하여 지구상의 생물에너지 대부분을 자신의 식량에너지로 삼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동물군의 무게는 인간자체와 인간에게 에너지를 직접 제공하는 가축이 99%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수만 많고 적은 개체수를 간신히 유지하며 에너지와 자원을 인간에게 모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형태의 식량증대 방법은 지구 환경과 식량이 되는 동물에 엄청난 고통을 가하는 윤리적 문제를 가져왔다. 책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자연순환에서 농경순환 그리고 산업화와 화석에너지를 식량으로 변환하는 산업화된 순환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한다. 그리고 책 '값싼 음식의 실제가격'은 우리가 실제 먹는 수많은 식물, 동물음식이 사실 화석연료와 보조금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이 환경에 가하는 부담과 보조금으로 인한 가격이므로 실제로는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초래하는 것임을 밝힌다. 규격화되지 않았거나 약간의 손상이 있기에 상품화되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도 엄청나다. 그리고 반대쪽에서는 그것이 없어 굶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는 69년을 기점으로 인간이 개체수가 늘어나고 풍요로워지면서 반대로 얼마나 지구가 끔찍해졌는지를 수치로 담담하게 제시한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한국의 책으로 작가 자신이 닭, 돼지, 소, 양계, 식용개를 다루는 축산업계에 직접 취업하며 겪은 동물들의 끔찍한 삶을 가감없이 드러낸책이며, 피터싱어의 '동물 해방'은 공리주의에 입각하여 쾌락과 동물을 충분히 겪는 동물의 이익도 도덕적으로 고려해야함을 주장하는 책이다. 

 이 책들은 매우 설득력이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하고 환경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영감을 준다. 하지만 해결은 매우 어렵다. 상당수의 인간이 자신의 잡식동물로서의 본능을 포기하고 채식으로 돌아서거나 아니면 감당이 가능할 정도로 인구의 수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도 인간의 본능에 부합하지 않는다. 인간은 열량이 높은 육류를 선호하고 갈망하며, 환경이 좋아져 경제성장이 되면 충분히 번식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다. 때문에 육식의 포기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실제로도 그래왔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세포배양육은 이런 모든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가능성을 갖고 있다. 세포배양육은 글자 그대고 동물의 세포를 배양하여 식용이 가능한 고기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기술은 10년정도 전에 실체를 조금씩 드러냈지만 당시만 해도 무척 비쌌다. 세포배양육이 모습을 드러냈을때 치킨 너겟단가가 500g당 무려 120만 달러였다. 그야말로 요리사가 살 떨며 조리할만한 가격이었는데 2019년엔 그 가격이 500g당 1000달러 선으로 크게 내려갔다. 치킨 너겟 개당 가격 50달러 수준인 셈이다. 아직은 치킨 너겟 한 개당 한화 5-6만원 수준으로 비싼 수준이지만 가격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화석에너지의 가격보다 싸진 것처럼 배양육의 가격이 재래식 축산육의 가격보다 내려가는 날도 가까운 시일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언급한 것처럼 세포배양육은 재래식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파괴의 문제와 동물에 대한 윤리적 문제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축산업은 전 세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의 무려 14%를 배출한다. 그리고 이는 축산업계의 반발로 제법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다. 이 온실가스의 총량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량과 선박, 기차, 비행기에서 내뿜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상회한다. 재래식 축산업은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 가스중 이산화 탄소의 9%, 메탄의 37%, 아산화 질소의 65%를 차지한다. 재래식 축산업중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소다. 이는 소개 네 개의 위를 통해 음식을 발효하기 때문이고 그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는 메탄가스 배출기계나 다름이 없는데 500kg의 소가 무려 100kg의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재래식 축산업은 가성비가 매우 떨어진다는 약점도 지닌다. 소고기 450g을 얻기 위해서는 사료가 2.7kg이 필요하며 돼지고기 500g을 위해서는 사료 1.6kg, 닭고기 500g을 위해서는 사료 900g 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사료는 굶주리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이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현재의 축산업은 부유한 국가 시민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난한 국가사람들을 부양하지 않는 것에 식량체계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래식 축산업은 식량 뿐만 아니라 상당한 양의 토지와 물을 소모한다. 매우 밀도 높은 공장식 축산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구상의 가축수가 엄청난 만큼 상당한 양의 토지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래식 축산업은 그 대상인 가축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온다. 생물은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태어나며 그를 위한 본능과 그것이 충족될 때 갖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업은 그 모든 것을 박탈한다. 소는 더이상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을 수 없으며 돼지는 흙목욕을 하지 못하며 심지어 뒤를 돌아보지도 못할만큼 좁은 공간에 갇혀 그 스트레스로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는다. 닭은 발톱으로 땅을 긁을 수 없으며 날개짓조차 하지 못한다. 이들 모두는 인간을 위해 새끼와 자신의 고기, 우유나, 달걀 등을 착취당하며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음을 맞게된다. 이는 상당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켰다. 물론 식물이 아닌 동물의 하나로서 인간은 지구상의 다른 생명을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바꾸어 생명을 유지할수 밖에 없으며 이는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는 윤리의 영역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의 축산행위가 윤리의 영역이 되는 것은 인간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생존을 유지할수 있는 다른 방안과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간은 채식을 통해서도 충분한 단백질과 다른 영양분을 얻을 수 있으며 육식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광범위한 극도의 고통을 주는 형태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세포배양육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 세포배양육이 재래식 축산업을 대체할 경우 같은 고기를 생산하는데 에너지의 45%, 온실가스 배출의 96% 토지사용이 99% 물 사용량이 9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척이나 인상적인 수치다. 또한 고기를 만들어내는데 동물의 본능의 박탈과 고통의 증가, 죽음이 없기에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지 않는다. 

 여기에 몇 가지 장점이 더 있다. 제공되는 고기가 매우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자연상태이건 축산업이건 동물은 외부환경에 노출되며 이로 인해 기생이 발생하거나 세균에 고기가 오염된다. 우리는 도축 및 유통과정에서의 위생강화와 조리과정에서 충분한 열을 통해 고기를 요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으며 이로 인해 가끔 식중독등의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세포배양육은 무균환경에서 배양되기에 유통과정에서의 관리만 잘 이뤄지면 매우 안전한 고기가 공급된다. 공장식 축산업에서 알게모르게 들어가게 되는 환경호르몬이나 항생제등의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세포배양육이 제공할만한 또 다른 장점은 식량 위기의 극복이다. 기존 축산업은 상당한 식량자원과 수자원을 소모한다. 때문에 지금처럼 계속 인구가 늘어나고 기후위기가 닥칠 경우 충분한 인구 부양력을 가질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장식 밀집 사육으로 인한 잦은 질병의 발생도 문제다. 또한 근본적으로 기존의 축산업은 수많은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의 기후에 크게 의존한다. 실제로 세계적 축산 국가는 미국이나, 호주, 유럽, 아시아 지역 등 동물사육에 적합한 온대기후지역이다. 건조지역이나 한대, 열대지역에서 채산성있는 축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장이나 다름 없는 실내 건물에서의 세포 배양은 이런 나라도 기술만 충분하다면 세계적 축산국으로 변모시킬수 있다. 

 세포배양육은 기술적으로 3가지 요소를 갖는다. 세포, 배양액, 바이오 리액터다. 세포는 동물의 세포로 보통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생체검사를 통해 얻는다. 배양육 업계는 최근 여러 종의 동물세포를 보관하고 있는 기관이나 업체로부터 안정적으로 세포를 공급받고 있기도 하다. 세포배양은 기본적으로 세포분열을 통해 고기를 얻는데 문제는 세포가 자연상태에서 보통 50회만 분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단백질과 항산화제 보충 배양액을 이용하면 이 횟수를 10회정도 더 늘릴 수 있으며 좀 더 증식하는 특정 종류의 동물 세포군의 세포 사용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배양액은 현재 각 회사마다 비밀로 붙이고 있는 부분이다. 동물의 세포는 당연히 다르기에 소, 돼재, 오리, 닭의 세포에 적합한 배양액은 각각 다르다. 특히, 조류의 세포보다는 포유류의 세포가 더 민감하기에 고도의 기술을 적용한 배양액이 필요하다. 초기 배양액은 소의 태아 혈청을 사용했지만 가격이 4컵 정도에 1150달러정도로 매우 비싸다. 지금은 기술개발로 배양액의 가격이 업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리터당 1-5달러 정도로 저렴해졌다. 600리터 정도의 배양액이면 닭 1500마리 정도의 고기 생산이 가능하다.

 바이오리액터는 배양액 안에서 세포가 헤엄치며 자라는데 필요한 환경을 구현한 기계장치다. 바이오 리액터는 산소와 영양분이 고르게 분포하도록 휘젓는 제트기류를 꾸준히 발생시키며 그 강도가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지는 않을 정도로 적당히 조정된다. 바이오리액터는 일정 온도와 PH를 유지하며 산소의 농도와 영양도의 농도를 꾸준히 감지하며 관리한다. 

 세포배양육은 이런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넘어야 할 한계도 존재한다. 우선 기술적 개선이다. 현재 세포 배양육은 근육조직을 배양한 것이다. 하지만 재래식 축산업은 이 근육과 지방이 적절히 혼합된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고기의 맛과 풍미는 지방이 좌우한다. 사실 지방이 없다면 소나, 돼지, 닭, 오리의 맛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때문에 고기로서의 경쟁력은 지방이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데 아직 배양육은 근육조직과는 다르게 지방세포부분에서는 연구가 미흡하다.

 다른 장벽은 사회적 편견과 재래식 축산업계의 반발이다. 재래식 축산업계는 세포 배양육이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갖출 경우 그 어떤 카드도 갖고 있지 못하게 된다. 윤리적 문제와 환경파괴라는 치명적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각국의 정부에 강한 압박과 로비를 가하고 있으며 세포배양육을 고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축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 이런 강한 압박을 겪었는데 상대적로 환경파괴 문제에 민감한 유럽이나 식량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아시아에서는 큰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고기에 대한 전통적 생각도 넘어야할 문제다. 세포배양육이라는 명칭 자체는 그 고기가 갖는 친환경성과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처럼 여겨져 강한 거부감을 갖게 한다. 특히, 세포배양육을 장기섭취했을 경우 인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에 대한 연구도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재밌는 가능성은 세포배양육이 특정 종교의 계율로 인한 음식문화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돼지 고기를 금기시하며 힌두교에서는 소를 금기시한다. 전통 유대 율법에 기반한 코셔시장 규모는 연간 240억달러수준이며, 무슬림 율법 식단인 할랄은 시장 규모가 무려 1조6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 종교들의 계율에선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 하지만 세포배양육을 통해 만들어진 돼지 고기 역시 기존의 돼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들의 종교지도자들이 이것을 허용한다면 그야말로 수천년만에 이들의 식생활에 지각변동이 생겨날 것이다.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에서도 고기의 허용을 금지한다. 생명을 죽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을 죽이지 않는 세포배양육을 불교의 승려가 거부할 이유는 마땅지 않다. 이 부분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세포 배양육으로 만든 다양한 고기를 즐기며 과거 동물을 잔인하게 도축하고 무리하게 개체수를 불려 지구 환경을 파괴했던 야만스러운 시절을 과거의 일로만 회상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축산업의 농장이 차지했던 자리는 숲으로 돌아가 자신의 에너지를 빼앗겼던 다른 생물들이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생겨난 숲은 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조금이나마 막아줄 것이다. 비건이라는 선의로 시작된 좋은 용어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오직 건강상의 이유로만 채식을 즐기는 소수의 사람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런날이 머지 않아 올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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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2-22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포배양육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아 갑니다. 특히 지방세포부분에서 연구가 미흡해서 재래식 축산업의 고기와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어서 빨리 기술이 발달할 날이 오면 좋겠네요!

닷슈 2022-02-22 21:20   좋아요 1 | URL
저도 그날이 빨리 오길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