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 발암물질에서 방사능까지, 당신의 집이 위험하다!
최병성 지음 / 이상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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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건축물은 철큰 콘크리트 방식으로 짓는다. 튼튼하고 싸며 계절변화에도 강해 도시의 높고 좁은 고층건물을 짓기에 무척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콘크리트의 주재료는 시멘트다. 다행히 한국은 석회석이 많아 시멘트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 시멘트에 문제가 많다면 어떨까. 사실 시멘트가 좋지 않다는 소문은 널리 퍼져있다. 그래서 신축 아파트들은 반드시 베이킹을 실시하며, 요즘 유행하는 전원주택들은 목조로 짓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시멘트의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진 못했는데 책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보며 이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우선 시멘트는 그 자체로 좋지 않다. 생쥐실험에서 같은 규격의 상자를 각각 콘크리트, 금속, 나무로 만든 후 여기에 생쥐를 20일간 가두었다. 모든 조건이 동일했는데 콘크리트에서는 7%만이 생존했고, 금속은 41%, 나무는 85%가 생존했다. 황토 상자와 시멘트 상자에도 암수 각각 5마리의 생쥐를 넣고 4주간 관찰하였는데 황토에서는 모든 생쥐가 생존하고 심지어 수컷은 54%, 암컷은 56%나 몸무게가 증가했다. 하지만 시멘트 상자의 생쥐는 수컷은 한마리가 폐사하고 나머지 4마리도 고작 0.14% 무게가 증가했으며, 암컷은 모조리 폐사했다. 금붕어 실험도 있었는데 두 어항에 각각 금붕어 10마리를 넣고 한 어항엔 황토벽돌, 다른 하나엔 시멘트 벽돌을 넣었다. 황토가 들어간 어항은 금붕어가 1마리만 폐사하고 66일간 모두 나머지 모두가 생존한 반면, 시멘트가 들어간 어항에선 3일만에 10마리가 모두 폐사했다. 즉, 시멘트는 자연상태에서도 생물의 거주지로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자연적으로도 좋지 못한 석회석 덩어리 시멘트에 온갖 쓰레기가 섞여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원래 시멘트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섞어 유연탄으로 소성로에서 1400도까지 가열하여 고온에 태워만든다. 이때 클링커라는 검은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곱게 갈아 가공한 것이 시멘트다. 그런데 여기에 석회석은 그대로지만 철광석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철로 바뀌고 연료가 되는 유연탄 대신 열을 내는 온갖 폐유나 폐타이어등을 가연물질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기분이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시멘트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시멘트는 만드는 소성로에는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등의 가연성 쓰레기와 소각재, 하수슬러지, 공장의 슬러지, 제철소 슬러그 등의 비가연성 쓰레기가 석회석과 같이 태워진다. 살짝만 생각해봐도 비상식적인 이런 일이 합법이 된데는 환경부의 역할이 컸다. 1999년 외환위기로 기존 많은 기업이 휘청거렸고 시멘트 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환경부는 언급한 이런 산업쓰레기들을시멘트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주었다.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탄생이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은 이 행위가 양자 모두에게 큰 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가능했다. 시멘트 업계입장에서는 매우 손쉽게 원래는 돈주고 구입했어야 할 철광석과 유연탄을 대신해 열량을 내줄 쓰레기를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업계들을 산업폐기물처리법에 의거해 엄격히 큰돈을 주고 처리해야 할 이런 폐기물들을 저렴한 돈에 시멘트 업체에 넘길수 있으니 이득이었다. 즉, 쓰레기 시멘트 업체들은 돈을 받고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시멘트를 제조해 판매함으로써 이중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환경부의 이득은 손쉬운 전국의 골치아픈 폐기물의 처리였다. 이를 시멘트 업체의 소성로에 태워 처리함으로써 난제가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시멘트가 다른 무엇도 아닌 한국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건축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대충 2000년대 이후 지어진 신축 건물에 이런 쓰레기 시멘트가 사용되었을 것인데 2010년에서 2015년 5년 간 186만 가구의 아파트가 건축되었다. 아마 쓰레기 시멘트가 사용된 건축물은 그 이상으로 상당한 비중을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같은 기간 한국인의 아토피 유병률은 무려 13배가 증가했다. 신축 건물을 베이킹을 해야하느니, 방사능 라돈을 측정해야하느니의 난리가 난 것도 이시기다. 

 사실 쓰레기 시멘트를 쓰지 않는 것은 개인에게도 손쉬운 문제다. 의외로 아파트 분양가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분양면적 105.6제곱미터당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의 가격은 총 1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쓰레기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시멘트로 바꾸어도 가격은 17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베이킹에, 방사능이 적다는데 본인과 가족,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이정도를 마다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40만원 정도의 가격 상승은 지금의 아파트 분양가를 생각한다면 0.1%정도밖에 안되는 부담수준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곳곳에서 쓰레기를 집어오는데 면면이 하나같이 놀라웠다. 제철소에선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들고 바닥에 남은 슬래그와 분진을 집진한 더스트라는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고철자체가 방사능에 오염된 경우 이 두 쓰레기에도 방사능이 잔류한다. 그리고 이걸로 시멘트를 만들면 그 시멘트가 방사능 시멘트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른 나라들은 일본산 고철을 수입금지했는데 유독 한국 시멘트 업계에서만 이를 잔뜩 수입했다.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꼼수를 부려 방사능 검사기가 없는 전북 군산항을 이용해 일본산 고철을 수입했다고 한다.

 반도체 공장의 슬러지도 가져온다. 그리고 반도체 공장은 온갖 화합물이 가득한 곳으로 실제 많은 근로자들이 시력을 잃거나 백혈병, 뇌종양으로 산업재해를 당한 곳이다. 폐타이어도 가져오는데 폐타이어는 열량이 높아 유연탄을 대체하는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타이어는 그 자체가 고온 고압의 환경을 견디기 위해 온갖 화학물질이 첨가된 것이다. 폐타이어를 소각하면 아연, 납, 구리, 카드뮴이 검출되는데 이게 시멘트에 들어가는 것이다. 

 석탄재도 가져오는데 이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때고 남은것으로 화력발전소마다 처리에 골치를 앓는 물질이다. 당연히 이도 일본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다. 이 석탄재 안에는 상당량의 우라늄, 토륨, 라돈 같은 방사성 원소가 포함된다. 비소와 셀레늄등의 중금속과 다환방향족 화합물이 섞여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쓰레기 시멘트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한다. 우선 한국에 유통되는 국산 시멘트가 쓰레기 시멘트임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시멘트 등급제의 실시다. 주거용 건축에 쓰레기 시멘트 사용을 금지하는 것, 시멘트 제품에 원산지와 성분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일개 목사로 어쩌다 국산 쓰레기 시멘트의 위해성을 알게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지식도 없는 상태로 해외 자료를 찾아 논문을 읽고 공부하고 시멘트 업체에 잠입하고 관계자를 만나고, 쓰레기가 수입되는 장면을 적발하고 촬영하고, 환경부와 시멘트 연합에 반발하고 장관과 국회의원 기자까지 만나게 되며 이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였다. 행동하는 양심이 무엇인지 보여준 셈이다. 책은 7년전에 나온 것으로 2000년대 후반 저자의 활동과 여러사람의 노력으로 시멘트 문제가 크게 다뤄졌었다. 지금은 얼마나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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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12-31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환경부가 아닌 국가 전체가 기업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ㅎㅎ
내년에도 좋은 글과 좋은 책 소개 많이 부탁드립니다. ^^

닷슈 2021-12-31 15:15   좋아요 0 | URL
고용노동부와 환경부가 특히 그런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구색은 갖춰서 존재하되 기업이 활동하는데 있어 고용부분과 환경부분의 편의를 봐주는 조직 같다는 생각 많이합니다.

닷슈 2021-12-31 15:15   좋아요 0 | URL
그리고 좋은 글과 좋은 책 소개는 제가 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