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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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비건하면 상당히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 하지만 국내에도 채식주의자의 수는 제법 많다. 어떤 형태나 이유든 채식을 하는 사람은100-150만으로 추정되고 이중 엄격한 채식을 하는 사람도 50만에 달한다. 물론 전인구 대비 수는 매우 적지만 그래도 제법 의미있는 숫자다. 

 채식이 거부감을 주는 이유는 우선 엄격주의에 대한 편견이다. 주로 우린 비건이 주변에 없다보니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채식주의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도덕적으로 훈계하거나 매우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는을 조금 봐왔을 것이다. 이는 좋은건 알겠지만 사실 잘 이해 및 공감이 안가는 모습일 뿐더러 육식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적응해 있는 우리로선 다가가기 매우 어려운 모습이다. 

 둘째는 아마 필요성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이 고통을 받는다지만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목도한 적이 없으며 다른 동물은 반려형식으로 무척 아끼면서도 식용동물은 물건처럼 대상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채식이 가져올 환경보호의 측면이나 온실가스의 절감등은 역시나 좀처럼 체감화하거나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욕식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인간은 잡식동물로써 채식과 더불어 육식도 꾸준히 해왔다. 일부학자들은 육식을 하게되면서 인간의 여분의 열량을 충분히 얻어 뇌가 커질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송곳니와 포식자로서의 사냥본능과 초점을 맞는 눈을 갖고 있으며 어려가지 사냥문화와 도구를 갖고 있다. 즉, 고기를 먹는 포식자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 인간에게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하라는 것이 무척이나 반본능적인 행태일 것이다. 실제 맛있는 채식 요리의 음식보다 고기의 굽거나 익히는 냄새는 우리의 식욕을 훨씬 더 자극한다. 육식에 대한 갈망엔 한국의 경우 사회문화적인 면도 상당히 작용한다. 농경사회로 진입하여 인구가 상당히 늘고 농작물을 키우며 가축을 농사도구로 쓰게되며 고기는 상당한 사치품이 되었다. 힌두교에서는 소를 그리고 이슬람에서는 소를, 그리고 조선에서 소고기를 금지시킨 것은 이 때문이다. 오랜 가난으로 채식만하고 고기는 국으로조차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오면서 고기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갈망은 역사문화적으로 상당히 컸었다. 그리고 최근 산업화로 절대적 가난에서 벗어나고 선진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수천년간 억눌렸던 고기에 대한 갈망을 드디어 해소하게 되었다. 극히 최근에 해소하게 된 욕망을 멀리하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에대 채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일단 과거와 다르게 인간은 충분히 3대 영양소를 모두 제공하는 식물을 재배할수 있다. 과거처럼 단백질이나 지방부족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채식은 동물을 고통에서 해방한다. 동물이 실험용이나 의류, 식용으로 쓰이면서 자연수명을 누리지 못하고 극한에 고통에 시달리다 죽게된다. 채식으로의 전환은 이를 해소한다. 마지막으로 환경과 건강이다. 육식은 여전히 사치품으로 그 생산과정에서 상당량의 물과 사료로써의 곡식, 그리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채식은 이런 문제를 크게 완화한다. 또한 채식은 건강에 더욱 좋다. 미농무부는 권장식단을 꾸준히 개선해왔는데 늘 붉은 살코기와 유제품이 권장되어왔지만 2011년 개정판에서는 채소와 과일, 곡물, 건강한 기름, 단백질, 물을 필수사항으로 권장한다. 고기와 유제품이 선택사항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건강한 신체유지와 성장을 위해 고기와 유제품이 필수적인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의사들은 채소가 건강에 좋음을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이처럼 채식을 좋은 것은 많고 안 좋은 것은 거의 없는 에너지 획득 방법이다. 물론 고기를 먹고자 하는 본능을 억눌러야 하는데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조금씩 실천해볼만 한 것이다. 서론이 무척 길었는데 책 내용을 좀 살펴보게다.

 우선 채식주의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다.

비건- 동물 착취로 얻은 가죽, 화장품, 동물성 식품을 모두 소비 하지 않음

락토-채식주의이나 유제품을 먹고, 달걀은 거부

락토오보-달걀과 유제품은 먹지만 나머지 육류는 거부

페스코-생선과 달걀, 유제품은 먹지만 나머지 육류는 거부

플로-붉은 살코기만 거부

플렉시테리언-채식을 지향하지만 육류와 생선을 허용

프루테리언-식물의 생존도 매우 중시하여 식물을 죽이지 않는 열매, 잎, 곡식만 허용

 이렇게 다양한데 이는 동물의 고통과 이를 더 확장해 생명의 손상까지 어느정도 허용하느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걸로 보인다. 가장 어려운 것이 프루테리언, 그리고 비건일테고, 가장 쉬운 것이 플렉시테리언일 것이다.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을테지만 건강을 위해서던 아니면 환경이나 동물을 위해서든 가급적 육식을 삼가고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다면 그는 이미 플렉시테리언일 것이고, 고기류는 안먹고 해산물만 먹는다면 이미 플로일 것이다. 

 책에는 주인공이 자신이 비건이 되기로 한 이유, 그리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만화로 구성하는데 두께도 제법 두껍고 내용이 많아 아주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식용동물이 받는 고통을 충분히 서술했는데 이는 이미 이전 리뷰에서도 많이 다루어 잘 몰랐던 가죽이나 털에 대해서 정리해보겠다. 

 인간은 오랫동안 동물의 가죽과 털을 의류로 이용해왔는데 지금은 이 모피도 식용처럼 야생이 아닌 공장식 축산을 한다. 모피의 80-85%가 이미 농장에서 얻어진다. 농장에서 사육되면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데 평생의 2/3을 물에서 보내는 밍크는 농장에선 하루종일 철창신세가 된다. 가죽을 생산하는 방법은 잔혹하기 그지 없는데 사후에는 가죽이 경직되어 벗기기 어렵고 털의 윤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털성장 호르몬이 투여되어 모피동물들은 이것의 부작용으로 관절염과 시력저하에 시달린다. 

 라쿤은 몽둥이로 때러서 뒷다리를 잡고 바닥에 내려쳐 기절시킨 후 산채로 가죽을 벗겨낸다. 가죽이 벗겨진 라쿤은 대개 살아있는데 깨어나서 극도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앙고라는 토끼 종류로 이들이 의식이 있을때 손으로 털을 뽑아낸다. 도구를 쓰는 경우 토끼가 발버둥치다 상처를 입으며 앙고라는 3개월마다 털을 뽑히고 2-5살이 되면 목이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다. 양은 기계로 털을 깎는데 항문부위가 배설물로 더럽혀지고 기생충이 잘생겨 이 부위의 피부와 살점을 아예 도려내는 불징이 자주 행행진다. 물룬 마취는 없다. 바다표범은 새끼를 곤봉으로 때려 기절시키고 가죽을 벗기는데 42%정도가 잘 기절하지 않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진다. 밍크는 가스에 노출시켜 질식사후 가죽을 벗기니 조금 신세가 낫다. 

 매년 세계에서는 4천만 마리의 동물이 모피 산업으로 희생된다. 모피코드 한벌을 위해서는 개는 15-20, 흑담비60-70, 다람쥐200-400, 라쿤30-40, 밍크30-70, 바다표범6-10, 수달10-16, 스라소니8-12, 여우10-20, 오소리10-12, 친칠라30-200, 토끼30-40마리가 필요하다. 한 마리당 한벌이 당연히 아닌 것이다. 이들 역시 가축처럼 분뇨를 많이 발생시키는데 매년 270만t의 분료는 배출한다. 밍크의 경우 모피1kg당 11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어획 및 양식도 문제가 많다. 어획이 가능한 해양의 30%에서 남획이 이뤄진다. 남획은 부수어획이 있는데 이는 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던진 그물에 다른 해양생물이 잡히게 되고 이들을 그냥 버리는 행위다. 전세계 부수어획은 무려 40%에 달한다. 이들은 그냥 폐기된다. 유령어업은 바다에 버려진 그물, 어망, 밧줄이 그대로 남겨져 해양생물을 죽이는 것이다. 유령어업 장비는 해양쓰레기의 10%를 차지한다. 양식의 문제는 크게 4가지로 양식장의 오염물질이 주변 해양을 오염시키는 것이고 다른 생물에게 양식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퍼지며, 먹이로 작은 다른 물고기를 잡아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물고기가 독소를 섭취하는 것들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채식을 해야하는 다양한 이유가 등장한다. 그리고 절대로 엄격한 채식을 강권하거나 권장하지 않는다. 누구나 적당한 분리수거주의자나 재활용주의자로 살고 있는 것처럼 누구나 쉽게 적당한 채식주의자가 되는걸 권장한다. 이는 현실가능하면서도 많은 수가 행한다면 지구 환경과 동물의 행복추구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한국엔 적지만 동물복지농장이 있고 여기서 유통된 고기와 음식엔 동물복지 마크가 붙는다. 이런게 있는 줄도 말랐다. 워낙 동물복지 농장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실천이 더 나은 사회와 지구를 만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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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11-07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채식주의에 다양한 형태가 있는 이유가 제겐 흥미 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 등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제겐 합리화하는 이유로 보였습니다.

닷슈 2021-11-07 20:40   좋아요 1 | URL
합리화는 맞는 것 같습니다. 피터싱어의 시각으로 보면 쾌락과 고통의 감수능력이 있는 존재를 인격체로 보고 그들의 그 부분을 인정하게 되면 비건이 됩니다. 다만 우유나 달걀은 그 생산과정에서 그들에게 많은 위해를 가하긴 하지만 직접적 살생은 아니기에 수용하게 되어 락토나 락토오보가 되고, 물고기는 고통의 정도를 표정이나 소리를 낼수 있고 사지가 있어 몸부림을 충분히 칠수 있는 육상동물 특히, 포유류만큼은 공감이 안가기에 그들까지 먹는 페스코가 되는 것 같습니다. 프루테리언은 거의 슈바이처의 생각으로 모든 생명에 외경을 갖고 존중하는 입장으로 동물로써 에너지를 착취하지 않을 수 는 없으니 그들의 몸을 죽이지 않고 뜯어내는 선에서 기준을 잡는 입장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윤리적 대상의 선을 자신이 어느정도까지 긋느냐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본능적 욕구를 얼마나 제어할수 있느냐에 따라 형태가 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은 이렇게 그럴듯하게 하지만 저는 이제 채식에 좀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플렉시테리언에 불과합니다. 요즘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책을 보고 생각을 하다보니 고기의 대상화단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느낌입니다. 오늘 먹은 오리탕의 오리가 오리로 보이기 시작하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