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만들어진 위험 -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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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킨스의 책은 어렵거나 쉽다. 자신의 식견을 그대로 써서 독자들이 보기에 좀 어렵게 쓴 책도 있고, 대중화를 위해 마음먹고 정말 쉽게 쓰는 책도 있다. 이기적 유전자나, 만들어진 신, 확장된 표현형은 전자이고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나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후자다. 이번 책은 중간 정도인데 굳이 말하자면 후자쪽에 더 가깝다. 만들어진 신을 읽은 분이라면 굳이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도킨스 팬이라면 이 책을 볼 수 밖에 없다.

 선제적 산업화를 통한 서구의 전 세계 지배 여파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지배적 종교는 여전히 기독교다. 아이러니는 미국을 제외한다면 서구는 스스로 만들어낸 기독교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종주국들이 버리고 있는 종교를 후발주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퍼지고 있다는 점은 좀 우습다. 하여튼 그래서 도킨스의 비판은 기독교를 향한다. 같은 신을 가진 일파인 유대교, 이슬람교도 마찬가지다.  

 기독교는 보통 일신교로 알려져있지만 도킨스가 보기엔 상당히 허구다. 우선 그 뿌리부터다. 고대 이스라엘인은 우선 자신들의 부족신은 야훼를 믿었는데 원래 그는 폭풍의 신이었다. 즉, 다른 여러것을 관장하는 신도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스라엘인들은 야훼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들의 신들도 믿었고 인정했다. 다만 자신들의 신이 좀더 시기심이 강하고 힘이 세다고 생각했던 것 뿐이다. 자기들 신이니 말이다. 그리고 현대 기독교도 상당히 다신교적 면모가 많다. 우선 공의회에서 확립한 아버지 신. 아들 신, 성령의 개념이다. 이는 사실상 삼신교인 셈이다. 이들이 사실상 매우 다르고 실제 다르게 취급하며 다른 기도문과 성격을 가짐에도 억지로 이들을 일체라 칭한다. 거기에 동정녀 마리아도 있다. 마리아 역시 신적인 취급을 받아며 그를 위한 기도문과 상이 따로 있다. 여기에 천사들도 존재한다. 천사는 치품천사에서 대천사 개인적 수호천사로 위계하는데 신자들은 이들에게 모두 기도를 올린다. 또한 성인도 존재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483명을 시성했고 지금 교황인 프란치스코2세도 813명을 시성했다. 몇 년전 한국에 와서도 제법 시성을 많이 하고 갔던 걸로 기억한다. 이쯤되고보면 기독교는 그리스로마신화 뺨치는 다신교라 해도 무방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신이 하나뿐이고 나머지들을 다른 신이나 신적인 존재를 유일신이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말할수 있겠지만 정확히 그리스로마신화도 그러하다. 

 다음 공격대상은 기독교의 경전 성서다. 현대의 복음서는 마르코, 마태오, 요한, 루가 복음서이다. 문제는 이 복음서의 신빙성인데 이 복음서들은 모두 예수 사후 수백년이 지나서여 쓰여졌다. 가장 오래된 마르코 복음서 조차도 예수 사후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 쓰여진 것인데 그 사이 사람들에 의해 여러가지 전승과 기적이 혼합되고 조작되고 과장되었을 것이니 써있는 것을 글자그대로 믿기는 매우 어렵다. 예수 사후 널리 퍼진 기독교는 중심지인 팔레스타인에서 지중해 동부 곳곳에 존재했는데 이들은 매우 소규모 집단으로 서로 교류가 없었고 언어도 달라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즉, 예수에 대한 신앙과 이야기는 이들 각각 다르게 다른 방식으로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사실상 기독교의 창시자인 바올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난무하는 기독교 신앙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매우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온갖 이야기가 난무하는 기독교의 공식 경전이 정해진 게 그 바올로의 죽음 이후 수백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때 신약 27권 구약 39권이 공인되었고, 수백년간 여러 집단에 의해 여러 전승을 거진 시점이라 복음서가 난무하는 상황이었다. 이 중 네개가 공인되었는데 그 기준도 이상하다. 영향을 미친 것은 복음서의 신빙성이 아니라 공의회 무려 2세기전에 살았던 이레나이우스에 의해서였는데 그는 개인적으로 땅 귀퉁이가 4개이듯, 바람도 네개 일 것이고 올바른 복음서도 네 개여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고 한다. 이게 큰 영향을 미쳤다니 어이없다. 땅이 네 귀퉁이라는 것도 지구가 평면이라는 생각에서 나온것일 테니 더욱 합리성은 떨어진다. 경전 확립 후, 나중에 요한 묵시록이 추가되는데 이는 재림과 휴거, 최후의 전쟁에 영감을 주었다. 이부분이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사건이 많았기에 도킨스는 무척 아쉬워한다.

 복음서들은 서로 모순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여러 이야기가 수백년을 휘돌다 쓰여졌기 때문일텐데 마태오, 루가는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다윗의 직계라 주장한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은 그 위의 직계조상을 25명으로 설정하고 루가는 41명으로 설정한다. 엄청난 차이다. 동정녀의 존재도 이상하다. 구약인 이사야에는 히브리어 알마가 사용되었는데 이단어는 동정녀란 뜻과 젊은 여인이라는 뜻이 같이 갖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어로 번역되면서 동정녀인 파르테노스로 번역되었고, 마태오가 훗날 이를 읽고 마리아를 동정녀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구약에서는 미가가 유대인의 메시아가 다윗의 도시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것으로 예언했다. 신약의 저자들은 이를 실현시킬 필요가 있었는데 문제는 예수가 나자렛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루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요셉을 베들레헴인으로 만들어 예수가 사실상 베들레헴 사람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마태오는 헤롯을 이용한다. 헤롯왕이 베들레헴의 모든 아이들을 죽이려고 해서 요셉과 마리아가 이집트로 피신후 신분위장해 나자렛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구약에도 문제가 많다. 구약엔 유대인의 출애굽기가 나온다. 이는 매우 큰 사건으로 성경이외에도 반드시 역사적 흔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게 존재하지 않는다. 만들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바빌론 유수는 증거가 많다. 실제 성경은 바빌론 유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물의 신 에아가 우트나피시팀에게 거대한 배를 만들라고 미리 알려주는데 노아의 방주의 이야기가 흡사하다. 바빌론의 조로아스터교에는 선과 악의 개념, 최후의 전쟁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기독교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도킨스가 다름으로 지적하는 점인 신의 완전함과 선함에 대한 의심이다. 성경에는 질투에 가득한 신이 자신의 종들을 가혹하게 의심하는 장면이 가득하다. 우선 욥기에서 신은 사탄과 내기를 해서 욥의 신앙심을 실험한다. 그 과정에서 잘 살던 욥은 무려 10명의 아이를 잃고, 하인과 소유한 동물들도 모조리 잃는다. 그럼에도 욥이 신앙심을 버리지 않자 신은 그제서야 욥에게 다시 새로운 10명의 아이들과 하인, 동물들을 선사한다. 이런 시험때문에 무고한 그 전의 사람들은 죽어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신이 완전하고 전지전능하다면 이미 욥의 신앙심에 대한 시험결과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서 신은 무지하고 심지어 간신히 이기긴 했지만 사탄과 동급으로 보인다. 둘다 욥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구약의 신은 툭하면 십계를 통해 자신들의 부족은 살해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다른 부족은 오히려 도륙하라고 말한다. 신이 정말 천지와 우주만물을 창조했다면 적어도 같은 인간들끼리 이러한 차별은 있어서는 안된다. 유대교가 초기 유대인이 만들어낸 그들만을 위한 종교라는 증거다. 구약 '판관기'에는 입다라는 이스라엘 장군이 나온다. 그는 승리의 대가로 자신이 개선해 처음보는 것을 신에게 번제로 바친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개선한 그가 가장 먼저 본것이 반기는 외동딸이었다. 장군은 결국 외동딸을 바친다. 번제는 제물을 태우는 것이다. 

 그리고 도킨스는 종교가 언제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유타주를 지배하는 모르몬 교는 지극히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조지프 스미스는 1823년 모로니라는 천사가 나타나 고대문자로 쓰인 금판의 위치를 알려주었다고 주장한다. 스미스는 자신이 그 금판을 마법의 모자안에 든 마법의 돌의 도움을 받아 번역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1830년 영어번역으로 출판하는데 여기에 쓰인 영어가 200년전 킹 제임스 성경 영어다. 많은 전문가들은 스미스가 그럴듯한 이야기로 킹 제임스 성경을 배낀 것으로 추정한다. 심지어 모로몬경에는 아메리카라는 과거엔 존재조차 몰라 신과 무관해 보이는 이땅에서의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기원전 600년경 이곳으로 이주한 이스라엘의 자손이 아메리카 원주민이라 주장한다. 

 태평양지역에는 극히 최근에 생긴 종교들이 있다. 2차대전중 미군의 보급품이 실수로 섬지역에 떨어지거나 미군과의 접촉이 문명세계를 모르는 원주민들과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이 화물인 카고신화를 생성하게 된다. 이들 중 하나는 존프룸이라는 신화를 갖고 있는데 아마로 존 프롬 아메리카라는 말을 듣고 기억하는듯 하다. 원주민과 만난 존은 분명 자신은 '존 프롬 아메리카' 즉, 미국에서 온 존이라는 말을 했을 것이고 원주민을 이를 존프룸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물건을 가져다 준 그는 훗날 재림해 다시 기적을 일으킬 존재로 여겨진다. 일부 원주민들은 2차대전 중 만들어진 공항에서 여러가지 비행기가 오르내리고 진귀한 물건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사라진 후에 여러가지 물건을 주워 공항과 매우 비슷하게 생긴 신전 혹은 성역 같은 것을 만들어 내었다. 데이비드 대튼버러는 타나섬에서 샘이라는 존프룸 숭배자와 대화는 나누었는데 존프룸의 재림을 기다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네는 오기로 한 예수를 무려 2000년이나 기다리지 않았나 자기네는 겨우 19년을 기다렸단다. 

 그렇다면 이렇게 허구적이고 아마도 인간이 만든 것이 분명한 종교는 왜 발생했을까. 도킨스는 이를 패턴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경향에서 찾는다. 인간은 예측할수 없는 자연에서 규칙과 패턴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진화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패턴 만들기는 항상 옳지는 못하다. 진정한 패턴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과학이나 수학, 여러 사회법칙이 그렇다) 아닌 경우도 패턴을 찾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거짓 긍정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 부정이다. 거짓 긍정은 실제 패턴이 전혀 없는데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주로 여러 종류의 종교적 신앙이나 미신, 징크스가 이에 해당한다. 검은 고양이를 보았더니 재수 없는 일이 생각하거나 내가 경기를 보기만 하면 우리 팀이 진다고 생각하는게 그런 것이다. 이런 경우가 충분히 반복되면 거짓임에 쉽게 드러나나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짓 부정은 패턴은 실제로 있는데 패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인간은 최근까지 모기와 말리리아간의 패턴을 파악하지 못했다. 모기에 물리는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리는 경우가 압도적이었음에도 말이다. 도킨스는 이런 거짓 긍정 패턴 찾기가 종교의 시작이라고 본다. 

 그리고 다음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생성된 거짓 패턴에 대한 믿음의 유지와 계승이다. 아이들은 진화상 어른이나 부모의 말을 잘 듣는 경향성이 있다. 어른들은 위험한 세계에 대한 믿을 만한 경험과 대책을 갖고 있는 사람이므로 무방비의 아이들은 이런 어른의 말을 우선 믿고 순종하는 경향성을 띄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이것이 특정 종교를 믿는 어른의 믿음이 아이에게 유독 잘 먹히고 또 계승 전승되는 이유다. 실제 특정 종교 문화권에서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 종교에서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다. 왜 기독교는 믿는 지역에선 기독교인만 있고 불교나 이슬람교 신자는 극히 생겨나기 어렵고 반대로 이슬람 지역에서 왜 기독교인과 불교신자가 극히 어려운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자녀는 부모의 같은 종교를 갖게 된다. 

 종교는 또한 한 사회나 국가의 생존을 높을 가능성이 있다. 전사들을 우대하고 그들이 싸우다 죽으면 천국으로 간다는 신앙을 가진 사회는 전투에 강할 가능성이높다. 또한 구성원이 같은 종교르 갖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사회결속에 매우 유리하다. 그리고 종교는 사회 감시 기능이 있다. 인간 사회가 커지면서 서로간에 믿지 못하고 충분히 감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는데 보이지 않는 신이라는 절대자가 서로를 감시하고 대신 벌을 준다는 믿음이 있다면 상호간의 신뢰가 생겨날 수 있다. 이는 초기 사회에 효과적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는데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인 국가가 범죄률이 훨씬 높고, 미국같은 선진사회에서도 수감자들의 경우 종교를 가진 비율이 무신론자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하여튼 도킨스의 종교파훼법론은 이번에도 재밌었다. 도킨스의 나이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EBS 그레이트 마인드를 보니 아직 건강해 보여 다행이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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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21-11-07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유신론자들과 무신론자들의 책을 지속적으로 번갈아가며 읽다보니 제가 왜 기독교를 믿지 않는지를 한 번 정리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건 아마 서양인들과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다룬 글이 될 것 같아요.

닷슈 2021-11-07 20:34   좋아요 2 | URL
그런 글을 써주신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종교를 믿는데는 우선 그 나라의 성향(이슬람사회에서 태어난다면 안믿기 어렵겠죠, 유타주에서 태어나면 역시 모르몬에서 벗어나기 힘들겁니다.), 그리고 나의 부모의 종교 유무 여부, 타고난 나의 성향(진보적 혹은 보수적, 보수가 더 종교적이라 생각합니다.), 이후의 교육정도에 따라 형성되는 나의 성향(역시 진보적, 혹은 보수적, 합리성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 생각이고 짜라님의 고견 기대해봅니다.

짜라투스트라 2021-11-07 20:58   좋아요 3 | URL
제 개인적인 경험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말을 해본다면, 정치성향과는 큰 연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는 정치성향이 달라도 기독교인은 없거든요. 그걸 보면 문화적인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아니면 가족의 영향이거나. 뭐, 여기에는 충분히 반론이 가능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