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미래를 말한다 - 창의와 지성을 추구하는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8
서용선 외 지음 / 맘에드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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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에 혁신교육이 도입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혁신교육은 외형적으로 많은 걸 바꿨다. 수업과 교육과정이 학교행정업무보다 우선이라는 생각, 교원의 업무정상화를 도울 행정실무사의 도입, 교육과정의 재구성, 배움중심 수업, 교사별평가, 전문적학습공동체, 블록타임수업시간운영, 중간놀이시간 등이다. 이는 분명 혁신교육 이전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교육에서 수업과 교육과정이 보다 우선시되고 학생이 중심으로 이동했으며, 교사는 행정의 하부 말단에서 점차 자율성을 지닌 교육전문가로 하나의 독립된 기관화하고 있다.

 이런 혁신교육에 대해 논한 책이다. 혁신교육 미래를 말한다.이다. 책은 좀 오래되었다. 2013년쯤에 나온 책으로 그래서 좀 오래된 용어도 있지만 아직도 혁신교육의 많은 논리를 관통하는 쓸만한 책이다. 

 혁신교육의 철학적 배경은 우선 복잡성 교육철학이다. 복잡성 교육 철학에서 학습은 일정한 조건하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의 원천을 찾고 그 과정에서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복잡성 교육철학에서는 교육현상과 행위를 통해 어느 누가나 수준 도약이 가능하다. 

 다른 배경은 존 듀이다. 듀이는 고교시절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고 대학에서도 교양에서 한 번쯤, 그리고 사범계열이라면 반드시 들어봤을 교육학자다. 듀이하면 교육에서 경험주의 사조의 대표자인데 듀이는 교육을 그 어떤 외부적이고 인위적인 목적도 부과할수  없는 성장 그자체로 보았다. 교육이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듀이는 학교를 하나의 작은 사회로 보고 가장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이 교육적으로 이뤄지는 곳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학교라는 하나의 작은 사회에서 아동의 삶이 학습, 교과, 교육과정을 통해 지역사회학교, 민주주의 학교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시민성 교육이 이뤄진다고 보았다.

 듀이는 민주주의 3원칙으로 인간본성에 대한 신념, 개인이 누릴 자유의 가치, 자치에 대한 인식을 제시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단순한 고정된 민주주이가 아닌 창조적 민주주의를 주장했는데 개개인이 경험하고 탐구하여 민주주의를 익히는 과정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 

 듀이에게 있어 경험은 지속의 문제로서 경험이 아닌 경험과 환경의 교섭이고 경험의 주관성과 객관성을 모두 중시하고, 과거의 범주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실험과 변화로 미래를 지향하는 경험이며 질적, 역동적, 연속적이고 사고와 반성이 충만한 것이다. 듀이의 탐구는 불확정적 상황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를 확정하고 추론한 후 사실의 의미를 검토하고 상식과 과학적 탐구를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듀이의 사상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늘날 한국의 혁신교육과 상당히 유사하며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00년전의 사상이 그 당시 오래 빛나지 못하고 학문본질주의와 교과주의에 자리를 내주며 지금에서야 다시 빛을 보낸게 무척 안타깝다.

 역량은 학문중심교육과정이 이론과 실제, 명제적 지식과 방법적 지식을 분리하여 가르침으로써 개발된 능력이 실제 생활에서 발휘되지 못하고 대학졸업장이 실제 유능을 의미하지 못하면서 주목받았다. 

 역량은 특정 지식이나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갖춘 기본 능력이고, 학습을 통해 습득되며,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 기술과 기능, 동기, 태도, 판단, 의지등을 포함한 복합적 종합적 능력이고 실제 수행과정에서 가동되는 능력이란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역량에 대한 비판도 있다. 우선 역량이 결과를 보이는 것을 중시함으로써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한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환원주의 오류다. 역량을 분절해 정리해도 총합인 현실은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역량중시로 표준화에 대한 우려가 있고, 가장 큰 비판은 역량이 자본의 요구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량중심교육과정은 학생을 교육의 중심으로 놓으려는 지금의 흐름과 맞는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은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게 해주고, 반성적 사고력등 고등사고력이 자리한다. 거기에 교육과정은 디자인하는 관점을 제공하고, 학교를 졸업할 학생이 갖출 역량과 그것을 위한 교육활동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기에 매우 좋다. 그래서 역량중심교육과정에는 주제통합학습, 프로젝트학습, 교과통합학습이 이뤄진다. 

 다음은 변혁적 리더십이다. 한국의 전문직 직업 만족도에서 초등교장은 무려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편하면서도 시간이 있으며 마음대로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증은 그 교장과 함께하는 초등교사의 직업만족도가 고작 90위라는데 있다. 자율성이 없고 교장에 당하는 입장이며 시간이 없고 마음대로 할수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나라 교장에 대한 행정적 리더십과 수업적 리더십에 대한 연구결과는 양자가 매우 낮은 수준임을 밝혔다. 

 이는 교장이 대부분 거래적 리더십을 갖기 때문이다. 거래적 리더십은 조직의 위계를 중시하는 산업화시대의 리더십으로 조직구성원을 지시와 명령의 객체로 여기고 추종자로 대한다. 교사를 함부러 다른 사람에게 우리 직원으로 명명하여 소개하고 교사 스스로도 교장을 모셨다라고 하는 칭호는 이런 거래적 리더십을 매우 잘 드러낸다. 이런 리더십은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교사 효능감과 직무만족도를 저해하며 구성원을 수동적 존재로 저해시킨다. 장기적 비전도 없으며 근시안적 자세이다. 교원의 승진체계인 승진점수부여도 이러한 거래적 리더십에 기반한다.

 이와 정반대에 있는게 변혁적 리더십이다. 변혁적 리더는 비전과 목표설정을 하고 권한 위임을 통해 구성원의 자율성을 높이고 참여의식을 고양하며 지시나 명령보다는 자율을 강조한다. 그리고 도덕성을 혁신의 중심으로 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한국 교사들은 한국 교장의 도덕성을 매우 낮게 평가한다. 하여튼 변혁적 리더십은 인간존중과 솔선수범, 변화선도, 교수학습실천을 이뤄낸다. 

 마지막은 평준화에 대한 논의다. 최근 자사고 취소에 대한 교육청의 패소판결로 평준화는 다시 중대한 기로에섰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평준화 폐지 국가에 가까운데 이미 전국과 수도권의 특목고와 자사고의 수가 과거 비평준화시절 초특급 명문고의 수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들은 단위학교 선발권을 갖는데 이로 인해 공부잘하는 학생이 학교에 집중된다. 이 학교들은 어떤 교육적 목표나 특색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이는 오로지 입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 진학률로 학생진학을 높이고 그래야 높은 수업료의 학교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학교들은 결국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도구로 전락한다. 특색있는 학교가 갖는 교육적 장점인 수월성 교육이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닌 돈 있는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한편 평준화 학교는 거기대로 문제다. 평준화 학교는 평준화라는 이름하에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포기했다. 때문에 저자는 고교 선택제 도입을 주장한다. 다만 이 선택제는 별도의 선발권이 아닌 추첨형식을 갖는 체제다. 학군제가 아니라 학군이 아닌 원거리 학교더라도 지원할 수 있고 점수가 아닌 추첨에 의해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로 힌해 평준화 학교간에 입시가 아닌 교육적 특색에 의한 자극과 질높은 평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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