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흐름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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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짐 로저스의 책이다. 트럼프의 재선에 대한 우려와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 올해초나 작년 말쯤에 쓴 책이 아닐까 싶다. 로저스는 북한 경제 개방 가능성과 이후 한국과 북한의 통일, 그리고 이어지는 러시아, 중국, 일본을 잇는 경제에 대한 긍정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완전 한물 갔다는 혹평가 아베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아주 걸맞는 주장을 해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책 내용은 조금 실망스럽다. 구체적인 대책과 세계적 동향의 분석보다는 모호하고 총체적이고 당연한 의견을 많이 내놓는다. 뭐 하나하나 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 책을 사보는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그정도의 수준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양적완화버블을 설명하면서 왜 이런 양적완화가 생겼는지 그 한계와 위험성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예측해주기보다는 버블이고 위험하며, 버블의 끝은 어딘지 알수가 없다란게 다다.

 로저스 개인의 삶의 이야기 같이 조금 재미있는 부분도 있긴 하다. 그가 미국의 완전 시골에서 자라나 명문대인 예일대를 가고, 옥스퍼드에 간 일. 그리고 조지 소로스에게 채용되 그와 함께 전설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퀀텀 펀드를 만든 일화등은 볼만했다. 전설의 투자자가 된 그가 사실 월가일 일도 관심이 없었고 역사전공에 철학이나 정치학등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것도 의외였다. 월가에 본의 아니게 취업하면서 뒤늦게 세계 경제와 흐름에 관심이 생겼고 이를 분석하는 눈을 갖게 된게 거의 삶의 결정적 터닝 포인트였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을 하나 꼽는다면 중국과 러시아 경제에 대한 밝은 전망이다. 러시아는 국가채무가 다른 주요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건전하고, 드넓고 개발 가능성을 충분히 가진 국토에 비해 인구는 적어 아직 발전 잠재력이 높고, 독재자인 푸틴 역시 외국 자본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점차 가지고 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각종 규제와 외국 자본에 대한 비 개방성으로 인도는 개발이 어려울것으로 보고 있으며 과거 재무가 매우 건전했고 경제가 튼튼했던 유럽의 독일, 스위스 등도 재정 건정성이 악화되고 버블 주식에 투자하는등 위험한 상황으로 나간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은데 이는 트럼프의 영향이 많아 보인다. 바이든이 당선된 지금은 시각이 좀 달라졌으리라 본다. 반면 중국은 매우 높게 평가한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일당독재에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않는 편협한 인권탄압국가라는게 서구 민주사회 국가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실제 중국은 역사상 매우 짧은 시기만 공산주의를 실현했고 역사상 꾸준히 자본주의를 실현해온 국가로고 본다. 거기에 미국을 넘어설 만한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본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도 중국에 긍정적으로 본다. 홍콩을 물론 중국 본토로 강한 경제력을 가진 중심도시이지만 민주화 요구로 홍콩이 흔들린다면 오히려 중국의 선전이나 다른 도시로 홍콩이 가진 이점이 이전되어 오히려 중국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로저스의 시각에서 사실 한국정부와 한국시민이 배울 시각도 많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드배치와 중국의 경제적 부흥 이후 한국정부에 대한 무리한 정치 경제적 압박과 중국의 낮은 민주성 수준과 국가사회주의, 그리고 최근 코로나19사태에서의 비투명성은 우리로 하여금 중국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쌓게 만드는데 충분한 사건이었다. 이는 중국이 가진 분명한 부정적 모습과 정체성이지만 이는 서구 선진 자본주의 사회가 경제적 대항마인 중국을 바라보는 모습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들에게 경제의 30%정도를 의지하고, 지정학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붙어 있어 어떻게든 더불어 살수 밖에 없는 한국정부와 한국민은 이런 비판적 시각이외에도 중국을 이해하려는 시각까지 갖고 있어야 진정한 균형자론을 갖고 있을수 있다는 생각이다.

 홍콩민주화와 관련되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중국의 대응이며 민주주의라는 세계전체가 공통적으로 지향해야할 가치를 훼손한 사건이다. 하지만 중국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오랫동안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온 중국에게 홍콩은 대만과 마찬가지로 100년전 일어난 아픔을 딛고 일어서 하나가 되어야 하나는 존재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분열되면 크게 흔들렸고 망국의 길로 들어섰으며 하나였을때 강하게 힘을 떨쳤다. 중국인에게 하나가 되는 것은 이전의 위대한 중국으로 돌아가는 필수적 과정이며 그런 모든 것이 이뤄져야 일당독재와 민주주의 문제도 해결할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난 중국인이 민주주의 자체에 반대한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현재 그것이 그들에게 후순위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로저스가 말하는 것처럼 수많은 경제국가들이 그것이 반드시 필수적이고 윤리적이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당독재를 겪었다. 싱가포르, 대만, 일본,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인의 시선을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해 한국에 대입해보는건 어떨까? 80년정도 전으로 돌아가보자. 2차대전 때 미국 정부는독일을 굴복시킨 후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한다. 여기엔 일본의 강한 저항도 있었지만 동아시아로 생각보다 빠르게 진군해나간 소련에 대한 견제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미국이 원자탄을 투하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자. 미군이 극렬한 저항을 뚫고 일본 본토를 점령하는데는 몇달의 시간이 더 필요했고, 그 결과 소련군이 무기력해진 일본 관동군의 항복을 빠르게 받아내고 한반도 전체를 장악해버렸다. 다행히 미국은 한반도에서 제주도 하나는 건져낸다. 일본본토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제주도 장악이 선제조건이었고, 소련군에 비해 미군이 해상을 장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역사는 흐른다. 한반도는 중국처럼 공산화가 되어 하나의 나라가 되었고, 제주도는 일본의 지배후에 미국령이 된다. 하지만 자신들의 턱밑에 적의 전선기지가 있음을 불편히 여긴 중국과 한국정부, 그리고 소련의 강한 압박에 제주도는 미국령이 되지 못하고 협상후 50년의 조차후 2000년에 한국으로 반환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50년의 세월동안 공산주의 한국에서는 사회주의가 민족주의가 만연하지만 사실상 미국령인 제주도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넘쳐나고 일본어와 영어, 한국어가 공용으로 혼재되며, 심지어 미국식,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는 것 마져 일반화 된다. 하지만 한국본토에서는 제주도는 영원히 잃어버린 아픈 자식이다. 다시 예전의 위대한 하나의 한국으로 되기 위해 반드시 합쳐져야만 하는.

 하여튼 2000년이 되었고, 사회주의 경제의 실패로 중국과 함께 20년전부터 자본주의로 돌아선 한국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제주도를 차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극렬한 체제의 차이로 인해 향후 20년간 일국양제를 허용하는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간 제주도의 부가 모조리 일본으로 날아갈 판이었으니까, 그런데 2020년이 되자 자연스레 하나가 될거란 제주도민들이 그렇지가 않았다. 그들인 하나의 한국이라는 민족주의와 국가사명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우리의 적인 미국, 심지어 일본에 까지 붙어 저항했다. 더 기가 막힌건 과거 우리 한국을 침략하고 제주도를 찢어놓은 국제사회란 것들이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한국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제주도를 다시 분리시키려는데 지지를 보내기 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괘씸한 역사적 상상은 중국을 이해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강제적 이해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경험하듯 국제사회에서 힘이 받쳐주지 못하는 도덕적 윤리적 선택은 생존앞에 무의미하다. 과거 인조반정 정권은 도덕성을 내세워 국제정치를 살피지 못하고 청에 저항하다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강화를 당했고, 수십만의 백성을 노예로 내주고, 수십년간 잔혹한 내정간섭을 당했다. 구한말 역시 국제정치를 살피지 못해 나라가 망국으로 들어서 역사상 최초로 36년간 역사가 사라지는 고통을 당했다. 

 이런 현실정치를 살핀다면 로저스처럼 이익과 생존의 입장에서 우리는 국제정치와 경제흐름을 살피고 가장 고려해야할 중국을 이해하고 살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쩔수 없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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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12-15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중국은 이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한 수 아래의 나라로 보고,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미국보다 더 까다로운 나라
라는 점에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닷슈 2020-12-1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이 한국을 한수 아래로 얕잡아 보는 것은 실제적 관계 보다는 오랜 역사와 편견속에서 굳어진 것이라 봅니다. 최근의 중국굴기로 인한 민족주의 발흥과 나라이름에 걸맞는 오만함도 한몫하죠. 하지만 그게 자기들을 위해서도 좋은게 아니란걸 조금씩 깨닫고 있는다는 느낌도 받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게 미국 정책은 사실 별로 까다롭지 않다고 봅니다. 무조건 친미로 거의 나라안의 여론이 굳어져있기 때문에 정부가 실질적인 주고 받기만 잘 조율한다면 거의 할게 없죠. 트럼프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혹은 협상을 결렬시켜야한다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명에 대한 사대처럼 하나의 도그마입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크게 왔다갔다 하죠. 나라안 여론과 인식이 이러니 실질적 균형자론이 무척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중국의 입장을 더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이미 마치 미국인인양 너무나도 그 입장을 잘 이해하고 대변해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