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올해 장마기간은 무려 52일이었다. 2018년의 폭염을 경험했고 비슷한 경고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더위를 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오랜 비로 기온은 오히려 평년이하였다. 말로만 듣던 지구 온난화가 열기가 아닌 기후 격변으로 체험된 순간이었다. 50년수계나 100년수계로 설정하고 만든 홍수방지 시설들은 이제 300년수계 이상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자신의 지배력을 전 지구에 행사해온 인간에게 그 반대급부는 외부환경파괴만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파괴, 즉, 여러 화학물질의 배출로 인해 인간자신의 몸이 파괴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일어나고 있는일임에도 일부에게 크게 일어나가 대다수에겐 매우 천천히 일어나기에 우린 온난화처럼 이를 잘 체험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다크 워터스'다.  

 전쟁은 그자체로 인류의 큰 죄이자 불행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과학기술 발전의 장이 펼쳐지곤 한다. 그리고 전후 그 기술은 민간산업에 적용된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의 화학산업체 듀폰은 전차를 방수하는 과불화화합물이란걸 개발한다. 탱크에 요긴하게 잘 써먹었는데 이 물질은 누군가 가정, 그것도 주방에서 활용할 생각을 했다. 요리에 사용하는 후라이픈의 코팅제로 과불화화합물이 제격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 신기술은 매우 편했다. 볶거나 구우며 재료가 후라이팬에 달라붙지도 않았고 설거지도 편리해졌다. 사람들은 신기술에 열광했고 듀폰도 이를 마구 팔아치웠다.

 그런데 듀폰의 공장근처 시골 농장에서 소들이 죽어나갔다. 농장주는 죽은 소들을 촬영했다. 이가 검게 변했고, 이상행동을 보였으며 죽은 사체를 해부하니 암덩어리들이 가득했다. 그는 단지 옆 시골 할멈의 손자가 변호인이라는 작은 인연으로 그를 찾아간다. 변호사는 미국의 큰 로펌에서 일했다. 그 역시 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듀폰의 문제점을 알아냈고, 분노했고, 수십년간의 소송에 돌입한다. 이 와중에 듀폰이 행태는 놀라웠다. 부인했고, 이미 오래전 직원들이 이로 인해 기형아들 낳거나 유산했다는걸 알고 있었으나 은폐했고, 자료를 요구하는 변호사에 폭탄 자료를 건냈으며 모든게 밝혀졌음에도 어용과학자를 이용 긴 소송전에 돌입한다. 애초 기업에게 환경이나 노동자의 건강, 그리고 소비자의 건강은 안중에 없는 셈이다.

 














환경 파괴를 경고한 책은 또 있다. 유명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다. 그 역시 환경문제를 밝히고 드러내는데 산업체의 강한 저항을 받았다. DDT와 살충제를 비롯한 유기용매제의 위험과 자연파괴와 축적을 드러낸 것을 절대적으로 그의 공이다. 상당히 좋은 책이지만 오래 되어서 지금 보면 좀 읽기 힘든 부분도 있다.

 이번에 본 환경책은 국내책으로 김신범이 쓴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이다. 책을 읽으며 수의사로 출발한 저자가 국내의 굴직한 노동환경운동을 함께 해온 역사가 굵직하게 느껴진다. 원진레이온부터 가습기 살균제까지다. 

 원진 레이온 사건은 기가막힌 사건이다. 60년대 한일 국교정상화로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차관 형태 및 여러 원조를 얻어낸다. 그중 레이온 시설도 있었는데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미 공정에서의 위험성으로 제3국으로 시설이전을 하거나 폐쇄하고 있는 혐오산업이었다. 그런걸 친일파였던 박홍식이 일본의 도레이로부터 낡디낡은 설비를 상당액의 원조형태로 받아낸다. 그리고 남양주에 원진레이온을 설립하고 공장을 운영했는데 여기서 배출된 이황화탄소가 문제였다. 이 물질은 성격장애와 극심한 통증, 정신이상, 사지마비의 부작용을 일으켰다. 많은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았고, 성격장애와 극심한 통증으로 자살에 이르는 이도 상당했다. 피해자는 무려 900명정도에 달해 국내 최대의 산업재해사건이다. 

 전세계적으로 화학물질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여성의 갑상선 암과 혈액암이 급증하고, 어린이의 암마저 증가했는데 이는 주지하다시피 유해물질의 차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해물질의 사용을 중지시키거나 충분히 조심하면 될일 같은데 문제가 간단치 않다. 화학물질의 사용금지는 콜레나라 코로나19같은 전염병을 다루는 보건학이 아닌 정치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화학물질을 전세계의 수많은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사용하는 문제와 결부한다. 때문에 위험 화학물질의 인정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된다. 

 국제암센터는 발암물질은 1A 1B 2A 로 구분하는데 1A는 누가봐도 사람에게 발암물질이라는게 입증된 상태다. 하지만 1B의 경우 사람에게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반박 연구도 제법있어 아직 완벽한 입증이 아닌 상태다. 그리고 2A는 동물에게서는 발암물질이 분명하지만 사람에게 발암물질인지는 아직 연구가 부족한 상태다. 저자는 한때 논문수에 의해 특정 화학물질이 발암물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게 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업의 후원을 받는 청부과학의 존재를 알고서부턴 그런 생각을 접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청부과학이 존재하기에 국제암센터라 할지라도 물질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분류하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경제적 위상에 비해 이런 부분에서 후진성을 띠고 있는 한국의 기준은 더욱 부실했다. 저자가 조사해보니 2009년 국제암연구소가 찾아낸 발암물질 500여개중 한국에서는 겨우 56개만 인정하고 있었다. 이런 열악한 현실은 발암물질 감시 네트워크가 출범하는 계기가 되기도했다. 2010년 조사에서는 그나마 문을 열어주는 34개 사업장중 49%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되었다. 금지물질 함유제품의 주된 용도는 도료나 희석제, 세척제, 절삭유 같은 금속 가공유가 많았다. 노동자들이 발암물질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환기장치를 설치하거나 독성물질을 제거해야히자만 당시 상당수 작업장에 이런 설비는 없었다. 게다가 산업안전부건법에서는 발암물질 관련 조항이 불완전해 발암물질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도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렇듯 노동자는 위험함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결국 암에 걸린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제다. 사업장에서의 발암물질 관리 미흡으로 노동자가 이에 노출되어 병에 걸렸다면 마땅히 산업재해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조차 쉽지 않다. 산업재해가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극소수로 발병시점과 산업체에서 노출된 시가가 비슷해야하며, 근무한 산업체에서 노출된 기록이 있어야 하고, 현장에서 발암물질도 검출되어야 한다. 거기에 인정되는 암도 현재로선 매우 직접적이라 할 수 있는 폐암과 혈액암뿐이다. 위암이나 다른 소화기계통 암이 산재로 인정된 적은 없다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연간 암환자는 20만에 달하지만 산재인정 암환자는 고작 20명에 불과하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연간 산재인정 암환자의 수가 2천명이상이다. 유럽의 경우 산업체에서 발암물질을 사용할 경우 그것을 꼭 기록하고 감독할 의무가 사업주에 부과되며 사업주는 해당노동자가 퇴직하거나 이직시 이 기록을 같이 넘긴다.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거나 다른 직장에서 발병되도 산재가 충분히 인정될만한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한국의 위험한 화학물질이 제대로 관리되려면 생산과 소비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물건을 생산하는 노동자가 발암물질이 사용되지 않거나 제대로 관리되는 현장에서 근무해야 물건자체도 안전한 것이 나와 소비자도 안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학물질의 관리는 단지 제조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통업체도 관련한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경우 옥시 같은 제조업체 이외에도 롯데마트, 이마트등 유통업체도 이를 적극적으로 판매했고 심지어 문제가 되는 상품을 PB상품으로 제작 판매까지 했다. 때문에 유통업체에게도 독성물질의 판매 및 관리에 마땅한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자기가 판 물건에 독이 들어 사람이 죽었는데 자기는 판매하는 가게만 운영한다고 말한다하여 면책될리 만무하다. 

 한국도 여러 단체의 노력으로 2013년 화학물질 관리법의 제정으로 여러 통계자료가 생성되고 투명도가 높아졌다. 이전에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사업체의 사용화학물질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법의 제정이후 한국 기업들은 사용화학물질을 비공개하려면 이거싱 비밀정보라 알려진 적이 전혀 없다는 점과 비밀을 공개시 영업상의 불이익이 크다는 점을 단지 주장하는게 아니라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때문에 이 법안통과 이후 86%에 달하던 비공개사업장의 비율이 무려 5%로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의 경우는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영업상의 비밀이루고 주장한 서류가 잘못되었을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들은 영업상의 비밀이란건 있을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물질자체를 비밀시하는 것을 매우 위험한 행위로 생각한다. 발상이 다른 것이다. 

 저자는 전 세계, 그리고 한국에서 화학물질의 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로 득과실의 프레임, 증명해봐 프레임, 기업봐주기 프레임을 들었다. 득과 실은 화학물질의 사용이 좀 노동자의 건강과 환경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경제적 고용및 이득이 크다는 논리이고, 증명해봐 프레임은 화학물질은 함부로 만들어 사용하는 기업이 해당물질이 위험성이 없다는 입증책임을 지느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장인 소비자와 노동자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의료문제나 여러 경제적 문제에서 갑이 아닌 을에게 이런 입증책임을 묻는 어이없는 나라다. 그리고 기업봐주기 프레임은 글자그래도 기업을 봐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서 벗어나 사전주의 원칙과 독성정보없이 시장진입금지 원칙을 지켜야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사전주의 원칙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다. 이 논리라면 절대적으로 안전이 입증된 것이 아닌 1A 1B 2A의 모든 물질이 금지대상이 된다. 언론이나 기업은 쉽게 허용기준치라는 걸 내세우는데 사실 이는 난센스에 불과하다. 우선 개개인이 독성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평생 흡연해도 장수하는 반명 어떤 이는 일정기간의 간접흡연만으로도 폐암에 걸린다는걸 생각해보면 쉽게 알수있다. 다름은 칵테일 효과다. 설령 모든 사람이 특정물질에 허용기준치 이하로만 노출되면 문제가 안생긴다는 이상적 가정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는 실험동물처럼 실험실에 갇힌 경우에만 가능한 일일 뿐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생활하며 상당히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에 꾸준히 노출된다. 그렇기에 특정물질에 소량만 노출되더라도 다른 독성물질과 이 물질의 만남이 몸에서 어떤 위해한 결과를 낳을지 알수 없게 된다. 1+1이 5나6일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성정보없이 시장진입금지는 중요해진다. 모든 물질은 독성과 용도가 반드시 등록된 후에야만 사용이 가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 표지처럼 나의 주변을 가득 메운 화학물질을 보며 이 모든 것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러 책을 읽어나가며 해당 분야의 감수성을 높이고 하나하나의 사람들이 기업에 요구하고 대응해나간다면 저자의 말처럼 상황은 많이 개선될 것이다. 소비자에 대항할 수 있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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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8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정말 잘 보았습니다. ^^ 저도 이 분야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학원 시절에 관련된 수업을 몇개 들어서 귀동냥해서 주어들은 정보가 있습니다. 사실 유해물질유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상관관계, 인과 관계 (이 두개는 다릅니다)를 확인하는 방법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히 인과 관계는 단순히 통계학적 증거들로만 확증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결정적 증거가 아무리 있더라도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합니다. 많은 연구와 노력들이 필요한 부분이라서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보통이죠 ...그래서 precautionary principle (사전주의 원칙)이 매우 중요하죠. 저도 사실 미국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진 않지만, 미국도 사실 딱히 낫지 않습니다. ㅠㅠ 특히 기업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자기 기업에 도움이 될만한 연구 자료들을 만들 수 있는 Enviornmental Health 전문가들과 통계학자들을 채용합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미국식 어용연구자라고 생각합니다.

닷슈 2020-10-28 09:02   좋아요 1 | URL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이렇게 화학물질의 안전성 여부가 검증이 어렵고 후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칠수 있어 김신범씨는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모두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주장을 한듯 합니다. 우리 모두가 환경에 관심을 강하게 가져야 문제가 해결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