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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반양장) - 완결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삼체3권은 2권보다도 무려 100페이지가 더 두껍다. 800쪽이란 것인데. 이번 편도 2권처럼 전작에 나왔던 인물을 거의 재활용하지 않는다. 양념일 뿐이다. 스케일은 더욱 커졌다. 제3의 외계인은 역시나 등장했고, 인간과 삼체문명과의 싸움인듯한 책도 더욱 큰 시간과 공간으로 커져간다.
2권에서 뤄지박사는 우주사회학에서 문명의 최우선 목표가 생존이고, 그럼에도 우주의 질량을 무한하지 않다라는 공리를 내세웠다. 그리고 그 공리에서 도출된 것이 우주에 문명이 있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무한한 우주를 무한히 먹어들어가고 필연적으로 지구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문명간의 경쟁과 갈등이 생겨날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소설상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광속에 터무니 없이 못미치는 우주선으로도 고작 100만년이면 은하수를 가로지른다. 그렇다면 과학기술문명이 더 큰 문명에게 다른 문명이란 거저 파괴의 대상일 뿐이다. 뤄지는 이 논리로 삼체세계의 위치를 알린다는 협박으로 삼체의 침공을 막아낸다.
삼체문명과 지구문명간엔 평화협정이 이루어지고 지구로 향하던 삼체함대는 회항한다. 삼체문명은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문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독재와 전체주의에 가까웠던 사회가 크게 변화한다. 인간 역시 지자의 감시에서 벗어나 입자가속기를 통한 기초과학이 가능해졌고, 삼체세계는 자신들의 과학기술도 전수한다. 좋은 시기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면벽자로 삼체세계에 대한 위협신호를 언제든 알릴 준비를 하던 뤄지가 어느덧 100세를 넘어선다. 평화에 젖은 인류로써도 그 대체자를 찾는데 유력한 후보가 청신이었다.
청신은 세기의 시기의 과학자다. 소설 삼체는 삼체문명과의 조우와 관계변화로 시기를 구분한다. 삼체문명 등장 이전의 시기가 기존의 서기의 시기다. 그리고 삼체의 위협이 시작된후를 '위기의 세기', 그리고 뤄지의 위협으로 평화가 온 시기를 '위협의 세기'로 나눈다. 청신은 과학자로 위기의 세기에 계단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인간하나를 동면해 우주 자그마한 셰일이 달린 우주선을 핵탄두 폭발로 가속하여 광속에 이르게하여 삼체문명과 조우시킨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술의 한계로 인간전체의 몸과 무거운 동면기는 불가능했고, 청신을 사모하던 윈텐밍이란 사람이 죽자 그의 뇌만을 동면하여 우주선에 실려보낸다. 물론 핵탄두 폭발의 우주와 우주선 셰일 부분의 파손으로 궤도를 상실해 이 프로젝트는 잊히고 만다.
그리고 이 청신이 동면후 젊은 체로 깨어나 뤄지의 뒤를 잊는 면벽자로 선출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삼체 물방울의 공격이 시작된다. 삼체물방울은 빠른 속도로 지구의 중력파 발송기를 모두 파괴한다. 청신은 두 세계를 감히 파괴할수 있는 발송장치를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누르지 못하다. 그리고 어느덧 삼체함대가 다시 지구로 향했음이 밝혀진다. 광속의 1/10정도였던 삼체함대는 어느덧 광속기술을 개발하여 광속으로 지구로 향한다. 남은 시간은 과거와는 달리 400년이 아니라 고작 수십일이었다. 청신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고 그녀가 위협이 될 가능성이 10%대라고 예측한 삼체함대가 이미 미리 출정했던 것이다. (지구인과의 오랜 교류로 사고를 공유하던 삼체문명도 어느덧 속임수와 기만을 배운 것이다.)지구를 제압한 삼체문명은 전 지구인을 지구상에는 호주, 우주상에는 화성으로 집결할것을 명한다. 교류를 통해서 너희와 우호적이되었고 삼체문명이 도착하면 지구인을 다른 우주로 보낼 것이라 약속한다. 하지만 호주로 지구인들이 집결하자, 모든 전기와 문명도구를 끊어내고 너희들 끼리 생존하라 명한다. 식량은 주변 도처에 있지 않냐고 비웃으면서(식량은 다른 지구인을 말한다.) 이에 사람들은 경악한다.
한편 2권에서 삼체물방울에 의해 격멸되었던 지구함대중 하나인 블루스페이스호가 지구함대의 추격에 거의 사로잡힐 위기에 처한다. 불루스페이스호는 우연히 4차원의 공간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추격함대에 잠입해 제압한다. 이미 삼체물방울이 수명을 다한 이후로 그들은 지구의 위기를 발견하고 중력파호 삼체문명의 위치를 발송한다. 전송의 결과 삼체함대는 바로 귀환하고 지구에서의 위협도 사라진다. '전송의 세기'가 시작 된 것이다. 하지만 전송의 세기가 시작된 후 수년후 삼체문명은 멀리서 발사된 광속의 광립에 의해 항성 하나가 파괴되며 행성이 궤멸한다. 삼체문명의 최후였다. 물론 일부삼체함대는 탈출한 후였다.
이로써 지구엔 벙커의 세기가 찾아온다. 지구 역시 삼체세계와 매우 가까웠으므로 다른 외계문명이 지구를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길어봐야 70여년 정도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대응방법으로 세가지가 대두된다. 하나는 벙커이론으로 광립에 의한 공격이 있을 경우 가까운 암성형행성은 모두 파괴를 면하지 못하지만 멀리 떨어져있는 기체형행성은 무사할 것이고 그들 행성의 태양 뒤편에 기지를 건설해 생존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태양계전체를 광속이 느려지는 블랙존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사실상 문명을 퇴화시키는 방법이고, 기술적 어려움으로 진행이 어려웠다. 마지막은 현실적 방법으로 광속우주선을 개발해 지구를 탈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광속은 곡률을 변화시켜 진행하는 것으로 우주의 시공을 뒤틀어 흔적을 남겨 외계문명에 위치를 전송하는 위험을 않고 있었다. 이에 UN은 이를 금지하고 벙커전략으로 나아가게 된다.
한편 면벽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청신은 살아남은 삼체함대로부터 수백년전 뇌만 실려 우주로 보낸 윈텐밍이 살아있음을 연락받게 된다. 삼체문명에 살아남아 인간으로 다시 부활한 윈텐밍은 삼체문명의 엄중한 감시하에 윈텐밍과 연락하게 된다. 원텐밍은 청신에게 삼체문명의 비밀과 외계문명의 공격으로부터 대응할 암시를 넣은 연작동화3편을 들려주고 오래전 자신이 청신에게 선물한 항성에서 훗날 만나자고 한다. 청신은 과거 자신의 상관이었던 웨이드로부터 청신이 세운 기업을 넘기라고 말한다. 웨이드가 보기엔 인류문명의 생존은 광속기술의 개발에 달렸고, 일부 과학자들은 이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청신은 무서운 웨이드의 판단이 그간 옳았음을 생각하고 웨이드에게 전권을 넘긴다. 그리고 최후의 판단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며 동면에 들어간다. 하지만 다시 깨어난 청신은 웨이드에게 반대하고 이로써 지구 문명의 선택지는 벙커전략 하나로 좁혀지게 된다.
지구문명은 결국 외계문명에 발각된다. 이 문명은 광립만으로 공격하는 문명이 아니었다. 태양계에 사각지대가 있음을 알고 2차원 공격을 감행한다. 이는 2차원 세계가 목표지점에 광범위하게 두께가 0인 2차원형태로 편쳐져 강제로 3차원 세계를 2차원의 세계로 욱여넣는 공격이었다. 3차원세계의 모든 것은 그곳으로 빨려들어가 정교한 평면도로만 남게된다. 이 공격에서는 오로지 광속만이 이 빨려듬에서 탈출할수 있는데 지구문명은 광속을 포기한 대가를 치루게 된다. 이 공격이 펼쳐지자 태양계와 지구문명을 소멸한다. 아직까지 살아남아 광속우주선을 개발한 뤄지가 청신을 태워 탈출시키고 자신의 그릇된 두번의 판단으로 지구문명을 사실상 멸망시킨 청신은 망연자실하다 윈텐밍과의 약속을 기억해내고 그가 과거에 선물한 항성으로 향한다.
거기서 청신은 블루스페이스호의 생존자인 판이관을 만나게 된다. 원텐밍도 곧 도착해 만날 예정이었지만 항성 근처 전역이 블랙존이 되며 광속이 급격히 느려진다. 마침 우주로 나와있던 청신과 판이관은 광속으로 윈텡밍을 만나려하지만 광속이 느려지자 양자컴퓨터가 작동을 멈추고, 이에 과거 컴퓨터를 재부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컴퓨터가 작동하자 행성에 도착한 청신은 이미 18만년이 지났음을 알게된다. 그들의 흔적을 찾고자 지하 30M까지 지층을 파헤쳐내자 윈텐밍이 행복하게 잘 살았음을 알리는 바위에 새겨진 글귀를 발견하게 되고 삼체문명이 만들어놓은 다른 차원의 소우주로 들어가 판이관과 행복하게 살게된다.
하지만 청신은 그곳에서 삼체문명의 지자와의 대화를 통해 우주는 결국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 스나이퍼 역할을 하고 지구처럼 너무 원시적이어서 숨지 못하는 문명이 저격당해왔음을 알게된다. 또한 시간을 포함해 11차원이던 우주가 지구가 당했던 저차원 공격을 통해 차원이 점차 줄어들어 3차원이 되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피해있는 소우주가 627호 소우주이고 이런 것들이 우주상에 도피처로 엄청난게 많다는 사실이었다. 우주 물질의 양을 불변하고 삼체인이 알아낸 바에 의하면 우주는 팽창하다 다시 빅크런치를 맞게되고 다시 빅뱅으로 재탄생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소우주로 물질을 계속 빼앗기게 되면 팽창하다 빅 크런치후에 다시 빅뱅이 되지 못하는 죽은 우주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청신은 판이관과 더불어 자신들의 소우주를 허물고 대우주로 물질을 돌려주기로 한다. 작은 차이로 대우주는 빅크런치로 갈수도 아닐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마친다. 삼체 1권에서 물리학은 이미 끝났다라는 말이 나왔다. 우주의 스나이퍼처럼 상대를 공격할수 있는 문명이 있다면 그들이 삼체의 지자가 그랬던 것처럼 우물안 개구리인 그들의 우주를 조종해 진실과는 다른 결과만 도출되게 하고 그것으로 잘못된 과학기술이 발달하게끔 하는 유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사회학이란 아이디어도 무척 괜찮았고, 상당히 거대한 세계로 소설을 점차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대단했다. 마지막 시공을 초월한 열린 결말에서 삼체문명과 지구문명도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지느 먹먹함이 있었다. 제법 두껍고 어려운 과학기술 내용을 많이 다루어 읽기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거나 그냥 그려러니 넘기는 기술이 있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긴 추석 연휴를 이 책과 함께하기로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