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 함께 읽고 토론한 홍천여고 3년의 기록
서현숙.허보영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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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가 학생에게 해줘야하는게 뭘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평생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줄 한 가지의 체육종목 특기와 한 가지 악기의 연주에 능통해지는 것, 그리고 평생 책읽고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습관과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할 기본 소양을 갖춰주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모두 중요한데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에서는 독서동아리를 통해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아닌 입시를 앞둔 고교생이 책을 학기 중에 읽고 토론하는 학교를 만들어낸 사례다. 한국의 성인이 연간 고작 8권정도의 책을 읽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인데 두 명의 선생님이 해낸 과정과 결과는 책을 읽는 내내 놀랍기만 했다. 두 분 선생님의 행보를 따라가보자.

 두 선생님은 우선 학교독서토론의 원칙을 세웠다. 비경쟁 독서토론, 삶과 사회에 대한 질문던지기, 누구나 즐기기, 독서토론에 대한 엄숙주의 버리기다. 학교의 독서토론은 흔히 책을 읽고 해당 주제에 찬반토론을 많이 벌인다. 이는 교육적 효과는 있지만 결국 말잘하는 소수가 토론을 지배하고 나머지는 꿀먹을 벙어리로 만들어 벌이는 부작용이 있다. 또한 서로의 다른 생각을 배우고 이해하기 보다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니 그런걸 기대하기도 어렵다. 독서토론마저 서열화경쟁에 매몰된 셈인데 꼭 독서토론이 경쟁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삶과 사회에 대한 질문은 토론의 깊이를 더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넓히는 작용을 한다. 누구나 즐기기는 엄숙주의와 관련하며 독서토론을 자체를 즐기게해 보다 학생들이 많이 참여를 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두 선생님의 독서토론은 크게 세바퀴로 구성되는데 '수업시간에 배우다'. '선생님과 언니가 끌어주다'. '친구들과 놀다' 이다.' 수업시간에 배우다'는 정규국어교과시간에 이루어지는 독서토론이다. 입학초기인 1학년은 주1회 독서토론과 한학기 1권읽기로 시작하지만 2학년부턴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된다. 한권읽고 독서토론하기는 여러 주제도서중 개인이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비슷한 주제를 선정한 학생들끼리 모둠을 구성한다. 그리고 모둠별 책읽기를 실행하고 개인 의견을 정리한 후 모둡별로 독서토론을 위한 질문을 만든다. 선정된 질문에 대해 개인은 글을 쓰서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둠별 독서토론을 한다. 그리고 결과는 보고서로 작성 제출하게 된다. 

 주제통합 독서토론은 가지의 주제중 하나를 선정한 뒤 같은 주제를 선정한 아이들이 모둠을 구성하여 진행된다. 다만 차이는 해당 주제에 대해 영화 한편과 문학, 비문학 책이 각각1권들어가 토론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전체적 과정은 비슷하지만 영화를 보고 토론진행, 비문학책 토론진행, 문학책 토론진행, 그리고 통틀어 토론이 마지막에 진행된다는 점이 다르다.

 인생독서토론은 학생들이 각자 희망하는 진로 분야별로 모둠을 나누고 독서토론을 한다. 가령 의사, 사육사,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은 아마도 생물을 주제로 잡게 될 것이고, 사회복지사나 상담사, 공무원이 되고 싶은 학생들은 인권을 주제로 잡게 될 것이다. 관련 책을 선정하고 토론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자신의 진로 및 흥미, 인생사와 관련이 있어 어렵지만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된다.

 '친구들과 놀다' 는 독서토론에 더 재미를 더하는 과정이다. 자율독서동아리를 선전하고 신청서를 받아 운영하는데 동아리당 4-5인이 모이고 계획서를 내고 진행한다. 모이는 시간도 스스로 정하고 주제도 스스로 정하며 간식도 지원받고 학생들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해나간다. 물론 보고서를 내야한다 

 독서토론카페는 책을 정하고 전교생중 희망하는 학생들이 모여 진행한다. 카페에는 음악이 흐르고 간식이 있고 관련 주제로 굿즈를 준비하여 아이들이 치장한다. 5분간 질문을 생성하고 15분간 각 주제의 카페에 가서 관련 토론이 진행된다. 총 60분 정도 진행되며 토론이 치열해 아이들이 아쉬워하지만 그게 더 묘미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역연합독소토론은 위 과정과 비슷하지만 저자를 초빙하며, 사전에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며 나온 질문을 저자에게 미리 보내는 과정이 다르다. 과정은 사전에 사회자를 교육하고, 아이들이 모이면 저자 강연과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다시 토론하여 질문을 생성해내고 저자에 다시 문답하는 형태다. 

 마지막 '선생님과 언니가 끌어주다'는 학생들의 자율독서동아리 및 진행에 선배들의 경험을 사용하는 것이다. 홍천여고 아이들은 1학년에 입학하고 반드시 선배들의 자율독서동아리 운영경험을 듣는데 이것이 언니들의 북토크다. 1회는 의무이며 이후는 자율이다. 선생님이 선정하거나 희망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열심히 전수하는데 개인당 딱 15분이 주어진다. 언니들의 북토크에 참여하거나 독서토론 카페지기가 되는 아이들은 사전에 반드시 독서토론워크숍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며 그로 인해 역량을 기른다. 

 이런 놀라운 독서프로그램이 전교를 뒤덮은 결과 홍천여고 아이들 700여명중 500명 이상이 독서동아리에 참여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놀라웠고, 아이들은 독서토론은 사랑받는 가장 완벽한 대화, 체육활동없이 우정기르기, 친구를 이어주는 끈이라고 표현했다. 지적인 성장도 있었겠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눈과 인성 및 정서가 성장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물론 이건 여고라는 특성상 보다 손쉽게 가능했을 수도 있다. 남고이거나 실업계 혹은 학년이 낮은 학교라면 이는 더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교육활동이었음을 부정할수 없으면 많은 영감을 불러주는 독서교육을 해낸 두 선생님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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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고’이기에 가능했다는 말씀에 한표입니다. ^^

닷슈 2020-07-22 18:11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그걸 부인할순 없겠죠. 남고나, 실업계, 아래급학교에선 더 실행하기 어려울겁니다. 그래도 두 선생님이 참 멋진 학교를 만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