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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마을 활동 -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체험활동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
문경민 외 지음 / 우리교육 / 2018년 4월
평점 :
교실의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교육현장이 실생활과 유리되어 있다는 점이 있다. 공부할때마다 학생들은 말한다. 대체 커서 쓰지도 않을 이런 복잡한 공식과 문제, 지식을 어째서 외워야 하냐고. 딜레마가 아닐수 없다. 각 학문은 인간문명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지만 전문화가 되며 각 학문간의 장벽이 생기고 그게 교과로 반영되어 학교현장에서도 분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학생의 발달단계와 맞지 않으며 그들과의 삶에서 멀리 떨어지므로 흥미도를 떨어뜨리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몇몇 학자들은 간혹 사회현실의 문제를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을 만들어냈다. 시뮬레이션이나 프로젝트 학습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그리고 '교실속 마을 활동'이란 이 책은 우리가 사회의 경제체제를 교육현장에 맞게 구성한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실행한 것인데 마을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평등마을과 자유마을, 공정마을이다. 완전 상응하진 않겠지만 각각 공산주의 경제와 자본주의 경제, 그리고 평등을 강화한 수정자본주의 경제체제라고 볼 수 있겠다.
학습의 순서는 평등마을, 자유마을, 공정마을의 순이다. 왜 평등마을이 먼저일까 생각했는데 저자는 평등마을이 운영체제가 가장 단순해 학생이나 교사가 교실 속 마을활동에 적응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실 속 마을엔 법이 있다. 헌법과 기본법, 규정이다. 헌법은 우리가 마을 활동을 하는 주요 가치나 목적이 수록된다. 기본법은 각 경제체제에 대한 이야기와 시스템, 그리고 규정엔 직업과 상금과 벌금, 경제시스템별 규정이 수록된다.
각 마을엔 실제 경제체제처럼 토지와 노동, 자본이 있다. 토지는 교실이나 아이들의 자리, 노동은 직업과 사업을 통한 노동, 자본은 마을화폐가 된다. 아이들은 마을 화폐를 받는다. 받는 방법은 직업을 통한 노동이다. 각 마을 활동에서 직업을 택해 일하거나, 수업수당으로 교사로부터 임금을 받는다. 그외 교실에서 잘한 일에는 상금을 잘못한 일에는 벌금을 부과한다. 파산한 아이들은 다음 마을활동까지 참여가 중지된다. 그리고 각자가 벌어들인 화폐는 개인의 마을 통장에 기입되며, 감사담당이 이를 점검한다. 회계조작시엔 가장 큰 벌금이 부과된다.
평등마을에선 공산주의 경제체제인 만큼 직업이 모두에게 주어진다. 즉, 실업이 없다. 그런데 하는일은 모두 다른데 임금이 모두 같다. 장사를 하는 아이들도 물건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같은 급여를 받게 된다. 세율은 높다. 임금의 2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토지도 공공개념이라 교사가 자리를 지정해주며 토지의 판매도 금지되고 토지세도 더불어 없다. 그리고 더불어 매일 생활비를 내야한다.
자유마을에선 토지 경매부터 시작된다. 교사의 진행으로 아이들간 토지 경매을 통해 토지가 낙찰된다. 그런데 토지세는 없다. 토지에 의한 불로소득의 폐해를 경험하게 하기 위한 설계다. 아이들은 친한 아이들끼리 앉고 싶어 큰 돈을 지불하고 자리를 구매한다. 그리고 다른 아이에게 팔기도 한다. 하지만 교실의 자리이기에 반드시 자기 자리가 있어야 하니 자리를 팔아버린 아이들은 임대를 해야한다. 임대료는 물론 자리주인에게 낸다. 자리 가격의 10%에 달한다. 그리고 교사는 일부러 불로소득을 느끼게 하기 위해 아이들로부터 적극적으로 고액으로 자리를 구매한다. 물론 양도소득세따윈없다.
아이들은 직업도 경매로 결정한다. 평등마을 과는 매우 다르다. 수퍼나 문구점을 할때도 평등마을에선 교사가 지급하는 물건만 팔았지만 이젠 집에서 다양한 물품을 갖고 와 팔거나 사업에 이용할수 있다. 사업은 사전에 사업신청서를 내서 교사의 심사를 받고 할 수 있으며 친구를 고용하거나 동업도 가능하다. 아이들은 온갖 사업을 다한다. 수퍼에서 문구점, 만화대여점, 네일아트점, 복권점 등등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아이들은 첫날에 일주일 간의 급여를 받고 세금은 사전에 공제한다. 사업하는 아이들은 매일 번 돈을 정산해 다음날 세금을 낸다. 생활비도 평등마을때보다 크게 오른다. 아무래도 물가가 오를테니 말이다. 빈부격차가 심각하게 나타나며 사업이 안되는 아이들, 경쟁도 심화한다. 같은 과자라도 아이들의 취향을 잘 파악하면 장사가 잘되며 렇지 않으면 실패한다. 재고도 문제다. 그리고 소비가 느니 이상스레 교실이 상당히 더러워진다.소비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 체험인 셈이다.
공정마을로 들어간다. 빈부격차의 해소를 위해 자유마을에서 벌어들은 돈으로 순위를 정한 후, 그 순위에 맞게 돈을 차등지급한다. 빈부격차는 여전하지만 상당히 해소된다. 토지는 여전히 거래가 가능하지만 토지세가 매일 판매금액의 10%가 부과된다. 무거운 토지세에 불로소득을 노리긴 어려워지며 토지거래도 줄어든다. 다만 생산과 소비활동의 장려를 위해 임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특이점은 공공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돕는 활동 같은 것을 기획해 공공사업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이경우 교사가 월급을 지급한다. 또한 파산자를 구제하는 은행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은행은 파산자에게 일정금액만큼만 대출을 허용한다.
이 경제활동에 참여한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로 평등마을 보다는 자유마을을 선호했으며 불로소득이나 환경파괴에 대한 분노노 상당했다. 공정마을로 이동하며 애써 번돈이 크게 무효화 되었을땐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부모님이 사업을 위해 물건을 대주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는 애들도 많았다. 부모님이 여러 물건을 사줘서 창업하는 것도 사실 금수저 흙수저 체험이 아닐런지. 복잡성을 피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자본주의의 핵심인 은행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인게 아쉬웠다. 평등마을은 그렇다 쳐도 자유마을 부터는 사업을 위한 대출기능 정도를 해줬으면 어땠을지 싶다. 그리고 이걸 확장해서 여러반이 마을 활동을 동시에 한다면 좋을 듯하다. 화폐 계산의 복잡성은 있겠지만 보다 큰 규모의 경제를 느낄수 있을 것이고 반마다 화폐를 다르게 한다면 환율의 경험도 가능할 것이다. 처음엔 1대1이지만 옆반의 물건과 사업이 더 재미난다면 환율은 금방 오를 것이니 말이다.
하여튼 재미난 책이었다.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하면 이 활동에 필요한 모든 양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경제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실제적이고 도움이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