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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 때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지만 오래전에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이런 경험들을 하셨다고 한다. 훈련소에서 군복을 주는데 개인의 치수에 맞는게 아니라 대충 옷을 던진단다. 서로들 마구잡아 입었는데 옷이 작거나 커서 안맞는다고 하면 조교가 하는말은 즉, 옷에다 몸을 맞추란다. 요즘은 우스개로 할 수 있는 농담이지만 당시 당한 분들은 정말 눈앞이 캄캄했으리라.
그런데 알고보면 사실 우리도 이와 같은 사회에 살고 있었다. 바로 평균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리고 그 평균이 지배하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파헤친 것이 이 책 평균의 종말이다.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미 공군은 오래전에 전투기 조종석을 평균치에 맞추어 제작했다. 키나 팔길이 다리길이 손가락 길이, 목의 길이 등등을 평균잡아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전투기에서 사고가 많았다. 처음엔 비행기의 기계결함을 의심했고, 다음은 조종사들의 조종실력이었다. 그런데 모두 별 하자가 없었다. 문제가 발견된 곳은 바로 완벽하게 평균적으로 제작된 조종석이었다. 안그래도 수동조종이 많았던 과거에 대부분의 조종사들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조종실에서 무리하게 조종을 하다보니 사고가 잦았던 것이었다.
실제로 조종사 2천여명 정도를 조사해보니 조종석 제작에 사용된 신체지수 10개 항목중 임의의 3개만 골라 비교해도 평균에 드는 조종사는 불과 3.5%에 불과했다. 다소 이해가 안되지기 하는 부분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실제 그러하다. 평균보다 좀 넓게 잡아서 정규분포로 생각해도 평균을 중심으로 표준편차 +-1만큼 떨어진 값에 전체의 68%만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3개가 연속적으로 평균에서 표준편차+-1정도에 들어갈 확률은 0.68*0.68*0.68로 대충 31%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만약 10개 변수에 표준편차 +-1에 들어가는 경우를 계산한다면 값은 극히 낮을 것이다.(실제해보니 2.1%에 불과하다) 즉, 평균은 가장 대표적인 값이지만 여러개의 변수에서 완벽히 평균에 들어가는 경우란 사실상 거의 없다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린 이 평균을 신봉하고 평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왔다. 여기엔 악명높은 테일러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과학적 관리론으로 유명한 이사람의 철학과 연구는 교육과 산업,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20세기는 물론이고 21세기도 아직 그의 영향력 안에 있다. 테일러는 개인보다는 시스템이 우선시되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위해 표준화가 우선되어 개개인의 특성을 무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때문에 기업에서는 이 표준화를 제정할 관리하자 사상처음으로 필요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지금처럼 생산자를 기획, 통제하는 관리자가 존재하게 되었다. 교육계에선 이 역할을 교육감이니나 장학사, 정책관, 교장들이 하게 되었다. 테일러는 조직엔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치 않으며 조직에 필요한 것은 표준화를 중심으로한 순종만이라고 믿었다.
평균의 논리에 기반한 표준화는 자본주의가 지배한 20세기 내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표준화엔 진영논리도 없어 공산주의 진영에도 펴져나갔으며(자유를 무시하는 전체주의이기에 더 잘맞았을 것이다.) 후발산업주자인 아시아에도 퍼져나갔다. 특히, 우리나 일본, 대만같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집단주의 문화와 결합하여 이 지역의 표준화는 더욱 강하고 무자비하게 적용된다.
물론 평균주의에 기반한 표준화가 나쁜 작용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 기간 내내 미국의 보편적 평균시스템은 여러 계층에게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였고, 전체적인 학력수준도 크게 향상한다. 또한 표준적인 생산방식이 낳은 분업의 효율성으로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여 소득이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부유한 민주주의 수립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대가도 컸다. 평균주의 논리로 인해 우리는 항상 남보다 빠르게 발달하거나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속에 학창시절과 직장생활 심지어 일상생활을 해야했다. 또한 언제든 대체될수 있는 조직의 시스템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하여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었다.
저자는 이 평균주의의 맞서 들쭉날쭉의 원칙과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을 제시한다. 먼저 들쭉날쭉의 원칙은 하나의 특성만으로 전체를 생각하는 일차원적 사고로는 복잡한데다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뭔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가진 대부분의 특성이 이렇게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개인이 가진 학업능력이 그러하고, 성격이 그러하며 심지어 신체지수도 그렇다. 들쭉날쭉의 원칙엔 두가지 전제조건이 있는데 하나의 특성이 반드시 다차원, 즉 여러가지의 요소로 구성될 것과 이 여러가지 요소들 상호간의 연관성이 낮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학업성적에는 개인의 지능, 다중지능, 과제집착력, 창의성 등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할 수 있으며 이들 각 요소들은 서로간의 높고 낮음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음은 맥락의 원칙이다. 심리학은 특성심리학과 상황심리학 두 가지로 크게 나뉘는데 특성심리학은 개인의 성격을 특정짓는 항구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이 있다고 전제한다. 외향성이나 내향성, MBTI검사 같은 것이 이런 전제를 반으로 한다. 반면 상황심리학은 본질적 특성보다는 개인이 처한 상황이 개인의 심리성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한 계층을 죄수로 다른 계층을 간수로 정한 행한 심리실험이나, 보이지 앟는 상태에서 전기고문을 가하는 실험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맥락의 원칙은 양자를 조합하고 절충한다. 상황에 좌우되지 않는 개인의 특성이란 없으며 상황에만 좌우되는 특성없는 개인은 없다는 것이. 실제로 실험상황에서 개인의 도덕행위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성심리학의 검사에서 0.8정도의 공격성을 보인 두 학생을 비교해보니 한 학생은 폭력성이 학생과 교사를 향해 나타나고 가정과 사회에서는 매우 얌전한 반면, 다른 학생은 학생과 교사에겐 얌전하고 집안가족에게 폭력성을 드러냈다. 개인의 심리란 특성과 상황이 결국 조화된 것이다.
마지막은 경로의 원칙이다. 평균주의 사고는 정해진 지표나 발달 경로가 있다는 규범적 사고를 사회에 심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표준적 경로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개인 삶의 모든 측면에서나 또는 어떤 특정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에 이르는 점은 여러 경로이며 그 경로는 모두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는것이다. 또한 표준적 경로는 답이 아니며 개인에게 잘 맞는 경로는 오직 자신의 개인성에 의존한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고교까진 낙제생이었으며 일찍 결혼해 가정과 아이를 위해 수준 낮은 직업에 전전하다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아 하버드 교수에 이른 인물이다. 분명 사회의 표준적 규범적 경로를 이탈했지만 자신의 경로를 찾아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나 교육계에서는 표준적 경로만을 규범적으로 강조하며 이에 이탈한 경우 실패한다는 압박을 준다는 점이다.
이처럼 들쭉날쭉의 원칙과,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에 기반한 개개인의 원칙은 평균주의 원칙을 부정한다.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 저자는 3가지 변화를 요구한다. 먼저 교육계에서의 변화로 학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격증 기반의 교육이다. 대학이나 고교, 초중고는 정해진 교육과정을 테일러가 만든 기획자가 짜놓고 사회나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가기 위해 그것을 모두 이수하기를 강요한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역량을 뒷받침하지 않음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이며 이로 인해 시간적, 금적적 낭비가 발생한다. 개인의 심리적 좌절과 고통도 물론이다. 때문에 각급학교는 학생이 실제로 필요로 하며 역량을 보장하는 자격증을 각 교육과정에 도입해 학생이 이를 취득해 나가도록 하자는 것이 저저아 주장이다.
다음은 성적대신 실력의 평가다. 성적은 글자그대로 실제 역량을 반영하지 않으니 사람이 가진 실제 역량을 기업과 학교에서 평가하여 제대로된 기회를 부여하고 사회와 학교에 적절하게 인재를 배치하자는 주장이다. 마지막은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을 허용하기이다. 학생은 학교를 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것 보다는 학교나 대학등 상위기관에서 원하거나 짜여진 경로를 밟아나가야만 하는데 얼마든지 학생이 원하는 진로형태를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책을 보면서 현재의 세계가 얼마나 평균주의적 사고에 빠져 개인을 억압하고,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지 느껴볼수 있었다. 20세기는 표준화의 세계였고, 그것이 사회 발전과 기회의 확대및 균등에 기여했음도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는 히 개개인에 주목할 교육방법이나 평가방법, 시야도 부족했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미래는 개개인의 시대가 되었다. 이에 걸맞는 사회적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며 그에 이 책의 시각이 적절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