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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9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9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평점 :
아마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2014년부터 봤던 것 같다. 첨엔 무척 신선했지만 연차행사처럼 매년 초나 말에 보던 것에 사실 조금 질려버린 면이 있었다. 아무리 급변하는 사회라지만 일년단위론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아 용어만 조금 바꾼 것이지 대동소이한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을 건너뛰었다. 이 시리즈의 2018을 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2019를 잡았으며 느낌이나 만족도는 훨씬 좋았다. 다시 신선함을 느꼈달까? 매년 고생하는 저자진에겐 무척 미안하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격년제로 보는게 낫단 판단이다. 게다가 이 책은 친절하게도 전년도의 경향을 책의 1/3정도 할애해서 분석해준다. 굳이 매년 볼필요 없는 이유가 하나더 추가된다.
내년은 돼지의 해다. 어느 덧 또 다른 십이지가 거의 한번 돈 셈인데 색은 핑크색으로 잡으면서도 암울한 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채도를 좀 떨구었다. 그래서 분홍이란 느낌은 책 표지상 많이 들지 않는다. 이번에도 영어로 타이틀을 잡았는데 PIGGY DREAM 이다.
하나씩 풀면 '컨셉을 연출하라' '세포마켓' '뉴트로' '필환경시대' '감정대리인' '데이터 인텔리젼스' '카멜레존' '밀레니얼 가족' '나나랜드' '매너소비자' 의 열가지이다. 이 갖은 트렌드엔 아무래도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 사회와 소비의 주체로 등장하는 배경이 깔려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2000년대 출생한 세대로 비교적 풍족한 대한민국에서 많지 않은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라난 이들이다. 이들은 디지털과 모바일을 태어나면서 혹은 늦어도 민감하고 적응력이 아직 뛰어난 10대시절에 경험하며 자라났으며 부모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사회진출과 가정을 구성하는게 매우 힘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부모세대들과 다르게 세상을 굳이 바꾸려 들지도 않고 뭔가 대단한 것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약하고 개성이 강하며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전체적으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가치관을 가지면서도 실리적이고 이기적인 측면이 강하며 가치상대주의적이다.
z세대라고 하는 '플로팅 세대'도 나오는데 이들은 1995-2010년 사이 출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자식뻘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 모바일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라난 이들로 이로 인해 하나의 콘텐츠에 길게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여러가지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는 멀티태스킹 세대다. 이는 콘텐츠 뿐만은 아니어서 이들은 직장과 거주지마저도 마치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곤 한다. 웹상의 짤이나 단편적인 영상의 유행과 집에 대한 소유개념의 사라짐은 바로 이들의 대두로 인해서다.
이런 두 세대의 등장으로 우선 공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위에 '컨셉을 연출하라'와 '카멜레존'이 그것들이다. 컨셉을 연출하는 것은 공간에 다양한 스토리나 새로운 개념을 입히는 것이고 카멜레존은 이와 비슷하게 기존의 공장이나 흉물스런 건물들도 오히려 도서관이나 예술작업공간등으로 다개념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온라인의 등장으로 오프라인은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의 압도하는 규모를 갖고 있으며 인간이 동물인만큼 실제적인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오프라인의 가치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는게 책의 설명이다. 물론 위와 같은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쫓거나 선도할때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마음의 변호도 나타난다. 이는 '감정대리인' '밀레니얼 가족' '나나랜드' '매너소비자'이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관계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으며 상업적이고 비인간적인 갑질 등으로 인해 감정의 홍수를 겪고 있기도 하다. 처리할 감정은 크게 늘어난 반면 밀레니얼 세대와 플로팅세대는 그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된 감정근육을 단련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에겐 자신의 감정을 대신 처리할 감정대행인과 감정대변인, 감정관리자가 필요해진다.
반면 자기 주체성은 확실해져 기존의 사회적 성공의식이나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갖눈 나나랜드적 성향도 많아진다. 또한 갑질에 지친 나머지 매너소비자로서의 역할도 눈에 띄게 강조된다. 90년대 생겨난 손님은 왕이다. 에서 이젠 손님은 손님일 뿐이다.로 빠르게 의식 전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갑질을 당해본 사람은 거의 전부인 반면 역시 거의 전부가 자신이 을이라고만 생각해 가해자로서의 인식보다는 피해자로서의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세포마켓'과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이런 개인화에 발맞추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발달이 결부된 결과다. 세포마켓은 그야말로 개개인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해 세포수준까지 맞춤형 수요를 찾아내 제공한다는 것이고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많은 양의 빅데이터를 알고리즘이 분석해 개인에게 합당한 의사결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많은 양의 데이터만이 좋은 것은 아니고 스몰데이터도 상황에 따라 의미있는 경우가 많으며 데이터를 통한 독재와 감시역시 책은 우려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 화웨이를 통한 5g 통신망구축은 걱정된다. )
'뉴트로'와 '필환경시대'에서 뉴트로는 단순히 옛것의 복원이 아닌 그것에 새로움이 첨가되고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열광한다는 점에서 레트로와 차별된다. '필환경시대'는 올해 미세플라스틱 공포로부터 시작한 여러가지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각과 친환경적 소비다. 앞으로 모든 다국적 기업에 환경과 동물에 관련한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강요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지 못해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격년으로 읽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보다 재밌었다. 내년도 건너고 격년으로 볼 생각이지만 내년은 또 2020년이라는 새로운 10년의 시작이니 뭔가 특별한게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