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서진영 옮김 / 한길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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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 중 하나인 식인과 제왕을 읽었다. 얻는게 많은 책이었다. 총균쇠의 원전 같다는 느낌이었다. 1년만에 두번째 저서를 잡았다. 마빈 해리스의 책은 두께는 얇지만 판쇄가 오래되어 90년대 느낌으로 글자가 촘촘하다. 그리고 내용도 가독성은 있으면서도 쉽지 않아 항상 생각보다 완독에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의 두번째 책은 세계 각 문화에서 어떠한 고기를 먹고, 먹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1. 소고기

소고기의 금기 하면 단연 인도가 떠오른다. 좁은 대륙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길에 즐비한 소를 굳이 먹지 않는 인도는 당최 이해가 쉽게 되지 않으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가 처음주터 소를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 오랜 인도의 기록엔 소를 먹는 장면이 충분히 자주 나오며 소고기를 금지하는 종교적 계율도 없었다.

 하지만 인구가 늘고 환경이 고갈되며 식량 부족의 압박을 겪게 되었고. 이쯤에 불교를 비롯한 살생을 금하는 종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인구가 늘기 시작하면서 동물성 식품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식물성 식품의 생산증대가 절박해졌고 여기에 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인도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뚜렷이 나누어져 건기의 경우 굳고 거칠은 땅을 가는데 소의 힘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소고기는 종교적으로 금기시 되었다. 고기를 탐하는 평민층의 욕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데는 종교적 세뇌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배층도 이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소고기를 먹었으며 그들 역시 종교적 계율에선 자유로울수 없었기에 도살은 하층민에게 시켰다. 얄팍한 종교적 계율은 동물을 죽인 사람만 죄를 받지 죽은 동물을 먹는 것은 다른 문제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지배층은 죄를 하층민에게 전가시켰고 상당기간 동물성 식품을 즐겼다.

 

2. 돼지고기

돼지고기의 금기는 이슬람이다. 이들 역시 인구가 적고 환경이 보다 넉넉한 과거엔 역시 돼지고기를 즐겼다. 돼지는 열을 땀으로 배출하지 못해 늘 그늘이 필요하고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물을 주어야 한다. 돼지가 진창에 구르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숲이 풍부하면 도토리나 숲의 열매를 주식으로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인간이 먹는 곡식이나 다른 식물성 식품이 필요하다.

 이런 돼지의 특성으로 사막에서 돼지는 즉각 사치품이 된다. 숲이 필요한 돼지에게 태양이 너무 강하고 건조한 지역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슬람에선 돼지는 알라신이 유일하게 허용하지 않는 고기가 되고 만다. 소와 차이점은 있다면 그들은 소를 신성시했고 이슬람은 돼지를 반대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양자의 차이점 때문인데 고기로 하기가 어렵다는게 공통점이라면 소는 고기외에 여러모로 농사나 젖, 전쟁에 이용되는등 다른 측면에서 많은 유용성을 주기에 신성화에 어울렸고 돼지는 젖도 부족하고 쟁기도 끌지못하며 전쟁에도 사용될 수 없기에 아무런 효용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비하게도 돼지의 이런 사육한계는 이슬람의 지리적 한계와도 일치한다. 이슬람이 퍼진 지역은 돼지가 자라기 어려운 건조지역이며 돼지사육에 적합한 지역에선 이슬람은 더이상 뻗어나가지 못했다. 돼지 고기의 맛때문에 사람들은 이슬람은 거부한 것일까?

 

3. 말고기

말고기는 매우 붉은 색을 띠는데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늙어서도 고기가 연하고 순살코기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말은 식물을 고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굳이 뛰어나지 않은 소나 돼지보다는 훨씬 낮다. 말은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먹은 풀의 소화흡수가 떨어지고 거기에 신진대사까지 높아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말고기가 식용으로 권장되고 금기되는 것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말의 희소성과 관련한다. 말이 많아지고 다른 고기가 희소해지면 말의 소비가 권장되고 허용되었으며 말이 여러가지로 희귀해지면 고기 소비가 금기시되었다.

 유럽에서 말고기가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은 남부유럽의 경우 말의 서식지인 초지 부족이 주이유였다. 다른 유럽지역에선 말의 높은 가치 때문이었는데 우선 말은 전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동물이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말은 그 농업적 가치 역시 인정받았는데 유럽 북부의 경우 젖은 토양이었으므로 농사에 소보다는 말이 보다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4. 곤충

곤충은 제법 영양가가 높은 동물이지만 오랜 시간 인간에겐 주식이라기 보다는 간식거리였다. 곤충 하나하나는 잡은 것도 매우 쉽고 단위 무게당 비교적 높은 열량과 단백질을 제공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 큰 동물을 먹는것에 비해 효용이 매우 떨어진다. 하루종일 파리를 쫓아다니며 백여마리를 잡아 먹는 것과, 토끼 한마리를 사냥한 것과 비교해보라. 

 때문에 곤충은 큰 동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로 고기로 이용된다. 곤충을 고기로 이용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수는 무척이나 많고 잡기도 쉽지만 이들이 너무 산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주로 떼로 몰려 다니는 곤충이 주로 식량으로 채택된다. 메뚜기들이 대표적 예이다.

 정리하면 곤충의 식량화는 큰 동물이 부족하면서 곤충을 떼로 사냥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지역은 지구상에 아마존이나 아프리카 열대밀림지역이다. 정반대의 곳은 유럽이나 캐나다로 이런 지역에서 곤충혐오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먹지 못하는 곤충을 혐오하는 것은 당연하다. 곤충이 식량으로 유용하지 않다면 인간에게 마땅한 효용을 주는 측면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로 인간의 식량을 축내기도 하며 물고 괴롭히며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 이러니 곤충이 식량이 아닌 지역에선 곤충혐오가 일어나는 것이다.

 

5. 애완동물

애완동물의 전제조건은 일단 이녀석들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먹기에 적합한 동물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효용성으로 인해 애완동물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애완동물인 개나 고양이등을 봐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완동물이 효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효용성이 없었다면 인간은 그들을 가축화하고 기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면 애완동물화 하는 일도 일어나기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 말등은 사냥이나 재산의 보호 쥐잡기, 수송, 전쟁등 적지 않은 이득을 인간에게 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애완동물이 주는 가장 큰 효용은 바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는 물론 과거에도 기능했던 것이지만 현대사회는 의식주와 여러 건강문제를 해결했음에도 인간 상호간의 높은 사회적 유대 관계를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부족사회나 농경사회에선 인간은 서로간에 강한 사회적 유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끊어졌으며 이를 오늘날의 애완동물이 대신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이유다.

 

6. 식인

인간이 인간을 먹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효율적인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백질을 구축하려면 다른 단백질을 분해해 우리 몸에 맞는 단백질로 재구축을 해야하기 때문인데 인간단백질을 섭취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 사냥은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다른 동물을 사냥한다면 적은 인원으로 떼로 몰아 대량으로 사냥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인간과는 전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냥꾼 자기 자신이 크게 다치거나 오히려 쉽게 사냥감이 될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 소규모 부족 사회시절 인간은 쉽게 식인을 했다. 사로 잡은 적들을 자신들의 부족사회 구성원으로 만다는 정치적 기술이 부족했고, 전쟁 후 손쉽게 식량을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사회가 등장하며 이 관계는 역전된다. 발달한 국가는 정복지와 정복민을 흡수할만한 정치체계를 보유했고, 이들을 생산자로 둔갑시켜 더 높은 식량생산을 이룰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이 잉여물을 착취할 세금체계와 군사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포로를 먹지 않고 잡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 때문에 국가의 등장이후 인류문명은 식인 문화를 금기시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체제가 있었음에도 식인이 계속된 문화가 있으니 바로 아즈텍이다. 그들의 피라미드 제단과 해골거치대의 규모를 분석해보면 당시 무려 16만개 이상의 해골을 거치대에 전시했음을 알 수 있다. 아즈텍의 식인 문화는 그들의 자연과 관련하는데 그 지역은 반추동물 가축과 돼지가 없으며 개나 칠면조 정도가 유일한 동물성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짐을 들거나 농사에 활용할 만한 큰 초식동물 가축도 없어 포로는 식량생산자로서도 의미가 없었다. 이런 자연적 한계와 동물성 식품의 부족은 아즈텍이 강력한 정치체계를 갖추었음에도 식인문화가 유지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시리즈는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 일년후 쯤 마지막 권을 보게 될 듯하다. 이 시리즈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에 나온 것인데 이렇게 오래되었음에도 그럴듯 하기에 대단한 책이란 생각이다. 음식문화의 수수께기는 식인과 제왕에 비해 깊이는 부족했지만 먹을 거리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먹을 순 있지만 모든 것을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연적 한계와 이를 금기시하는 여러 장치들, 문화가 어우려져 작용한다. 그리고 이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책이 주는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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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2-07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관심 있는 주제가 ‘식인’인데,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원래 이 책 대신에 <식인과 제왕>을 읽으려고 했어요.

닷슈 2018-12-07 13:48   좋아요 1 | URL
제목과 다르게 식인과 제왕은 식인을 많이다루진 않습니다 식인이라면 이녀석이 조금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