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미술책 -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 명저 62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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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을 봤다. 시대와 미술이 서로를 다소 앞서거나 따라가며 변하가는 모습을 정말 인상깊게 잘 보여준 책이었다. 그게 현대 미술을 제외한다면 미술의 거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저자의 책에서 생각이 바뀔지는 몰랐다. 어떤 의미에선 이 책이 보다 미술을 잘 종합한 책 같다.

 위대한 미술책에는 저자 이진숙이 미술을 소개하거나 설명하는 명저 62가지를 드러낸다. 이런 소개책은 깊이가 얕을 경우도 있지만 작가의 내공이 워낙 대단한지라 마치 자신이 전반적인 서술을 하고 소개책이 뒷받침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책은 총 5부로. 다소 특별한 미술가를 다룬 작가이야기, 서양미술사, 한국미술사, 미술이론, 미술시장과 컬랙터로 이루어진다. 각 부마다 인상적인 부분을 추려보았다.

 

1. 작가이야기

 작가이야기에서는 여러 사람을 다루지만 저자가 가장 중시한 사람은 단연 뒤샹이다. 뒤샹은 혁명적인 작업을 했음에도 의외로 이렇다할 작품을 많이 남기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중요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저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피카소보다는 뒤샹이 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본다. 뒤샹은 작품' 샘' 으로 처음으로 미술사에 오브제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그동안 중시하던 미술가의 손보다는 개념이 중요시 되었다. 뒤샹은 20세기 미술을 망막적이로고 보았는데 기존의 회화를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망막회화로 보았다.

 그는 산업생산물에 대해서는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인간은 삶에 대한 에로스적 욕망을 갖고 있는데 이 것이 상품숭배라는 사회적 현상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혁명이후 물건은 사용가치보다는 인간의 권력과 욕망과 보다 관련하게 된다. 그가 만든 오브제는 이런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어서 더욱 파격적인 것이었다.

 

2. 서양미술사

 서양미술사에서 이진숙 역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가장 먼저꼽았다. 작가는 3권의 서양미술사를 갖고 있는데 하나는 러시아어판, 다른 하나는 한국어판, 마지막이 초판 영문판이다. 영문판은 그녀 역시 받은 것이라는데 미술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언젠가 줄것이란다.아마 값어치가 대단할 것이다.

 곰브리치는 미술사를 아는 것과 보는 것의 변증법으로 파악했다. 미술은 처음에는 독자적인 존재가 아닌 집단의 주술이나 종교에 존속했다. 이때는 집단 구성원이 구성하는 이미지가 중요하여 원시미술과 이집트 미술은 아는 것을 표현한다. 반면 그리스는 미술에서 미적인 목적 자체를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어 자연을 관찰하여 표현하는 미술을 추구한다. 때문에 패러다임은 보는 것으로 바뀐다. 하지만 종교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아는 것의 시대가 도래했고, 르네상스가 도입된 후에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보는 것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다. 보는 것을 그린다는 것의 극대화는 인상주의인데 인상주의 화가 세잔은 인상주의 화가의 무질서함을 극복하고 아는 것과 보는 것의 통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세잔은 후에 피카소의 입체주의로 발전한다.

 다음 서양미술사는 미와 추의 역사다. 작가는 움베르토 에코. 에코는 특이하게도 미술의 역사가 미의 영역이 추를 끌어오면서 확장된 것으로 파악한다. 동시에 추는 미를 밀어내고 전면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는 서구세계가 지향해온 보편성과 영원성이라는 개념의 해체과정이며 미적 체계의 붕괴과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래서 에코의 미의 역사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반면, 추의 역사는 갈수록 화려해진다.

 서구세계에서 진선미의 공고한 결속은 고대 그리스에서 형성된 것인데 이는 과학의 발전과 그로 인한 세계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깨어져나간다. 서구세계는 점점 낯선 것을 잡하게 되었고, 추하게 여기던 그것들을 점차 예술적으로 구제하려는 시도를 한다. 17세기 바로크시대에 이르러선 선과 악을 넘어선 미가 표현되기 시작하고, 추를 통해 미를 거짓을 통해 진실을, 죽음을 통해 삶을 말하게 되며 이는 선과 미의 공고한 관계에 큰 균열을 낸다. 이제 아름다움은 세계질서법칙이 아닌 수용의 문제가 되었으며 현대 미술의 정독법은 이미 추라고 쓰고 미라고 읽는 것을 권장한다.

 

3. 한국미술사

저자는 자신 역시 서양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 한국미술사를 다루는 것을 무척 책에서 조심한다. 하지만 한국미술에 대한 이해 없이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고 한국미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노력덕에 서양미술도 모르지만 한국미술은 더더욱 모르는 상태가 조금은 개선되는 것 같다.

 우선 영기무늬 개념을 창안한 강우방을 다룬다. 강우방은 우리 미술품에서 무늬를 살펴나가면서 고사리 같은 문양을 발견하는데 여기 저기 얽힌 이것을 영기무늬라고 주장하고, 세계의 모든 고대 미술품에 영기무늬가 등장함을 주장한다. 이것은 과거 인류가 영적인 존재였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후대로 갈수록 미술품에서 영기무늬가 사라지는 것은 미술의 발달이지만 영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으로 볼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집합이론을 주장한 김봉렬이다. 그는 한국건축은 곧 집합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한국건축물을 볼때는 건축물의 구조나 형태에서 의미를 찾으면 안된다. 방, 건물, 건물군, 영역군이라는 분석 단위를 설정하고 각 단위간의 조합되는 유기적 관계를 통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합이론은 또한 한국의 건축이 자연환경에 순응한 것이라는 기존의 소극적 견해를 깨고, 자연을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경관을 건축화한 능동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이진숙은 김봉렬이 말하는 각 요소의 비대칭성, 비정형성, 비표준성, 전체성이 단지 건축물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예술전체를 관통하는 것이라 말한다.

 

4.미술이론

우선 베레나 크리커의 예술가는 무엇이냐를 다룬다. 이 책에서는 예술가의 개념 변화를 설명하는데 과거 예술가는 초기 손으로 노동하는 기술자 취급을 받았다.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 의해 예술가의 신격화가 이루어졌고, 낭만주의에서는 예술가를 범인이 아닌 천재로 보는 관념이 등장한다. 이시기의 예술가는 계몽주의로 세속화했고, 내면세계로 탐닉하며, 반시민적 태도를 갖고, 부족한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현대에서는 예술가는 날품팔이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비즈니스맨이 되었다.

 다음은 추상화다. 윤난지는 추상미술은 그 자체의 본성으로서 아름다운 세계인 유토피아의 시각적 표상이라고 말한다. 유토피아는 근본적으로 추상적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활동한 추상미술의 거두들은 폴란드나 러시아등 주변지역 인물들이었는데 이는 그들의 국가와 사회가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즉,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를 전제로 하기에 유복한 프랑스사람에게선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시기 추상화는 기하학적 형태였는데 이런 기하학적 보편주의와 평등주의는 전체주의로 연결된다.

 2차대전 이후 추상화는 비기하학적 형태로 이동한다. 유토피아에 대한 관념변화와 관련하는데 보편주의에서 개인주의, 평등주의에서 자연주의로 이동했으면 이에 가장 걸맞는 국가는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이런 추상화를 적극 옹호하고 지원한다.

 추상미술은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는 저항적 행위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의미를 포함한 추상화가 비싼 상품이 된다는 것은 또하나의 아이러니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을 사진이다. 수잔손택은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 존재하게 되어 버렸다고 말하낟. 사진은 풍요롭고 낭비를 일삼으며 만족할줄 모르는 사회의 본질적인 예술이다. 또한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룬 중간계급에게 가장 적합한 도구이기도 한다. 사진은 초기에 기계장치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 작가의 주관을 배제한 객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런 보편성은 중간계급의 특징과돠 일치한다. 하지만 오늘날 잘 드러나듯 사진은 회화나 데생처럼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다. 산업화한 사회는 시민들을 이미지에 중독시키고 판단을 마비시킨다. 사람들은 이런 사진이미지를 통해 경험한다는 것의 의미를 자꾸 바라보는 것으로 축소시켜간다. 사진이 갖는 심각한 문제점이다.

 다음은 풍경화다. 서양의 풍경화와 동양의 풍경화를 비교하는데 서양은 시각적인 전유에 중점을 두는 반면 동양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속에 들어가 즐기는 것이 목표다. 초기부터 풍경화가 적극적으로 등장한 동양에 비해 서양에서는 풍경화가 무려 17세기에나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이는 서구 사회가 산을 인간이 죄를 지어 발생한 홍수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보는 종교적 관념때문이었다. 산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풍경화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데 특히, 외부세계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원한 조망과 더불어 정자나 누각등 은신의 공간이 있는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이는 원시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시각행동을 현대인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5. 미술관과 컬랙터

현대에 이르러 미술품은 자본을 확대하거나 화폐가치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며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최근의 일이고, 100여년전만 해도 미술품은 잘 거래되지 않았고, 가치도 높지 않았다. 때문에 과거 예술가들은 왕이나 유력 집안의 후원아래 성장하였는데 대표적인 곳이 르네상스 시기의 메디치 가와 교황청이다. 이들은 단지 예술을 사랑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자신들의 가문에 유리한 이미지를 퍼뜨렸으며 화려하고 장대한 미술품으로 자신들을 미화한다, 즉, 미술품을 자신들을 포장하는데 사용한 셈이다.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관점으로 미술품을 컬랙트한 사람은 훌륭한 컬랙터로 남지만, 자본을 목표로 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후에 가치를 높인 후 되파는 식이 비판받는다. 이들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들이 작품을 사들인 젊은 작가의 작품을 일부러 유력 미술관에 기증하거나 전시회를 열기도 하며, 반대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작가들의 작품은 팔아버린다. 이들의 이런 행위는 하나의 척도가 되버려서 이런 경제적 행위가 미술가들의 가치를 결정하는 행위가 되버린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책은 이처럼 전작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미술을 다룬다. 추천한 62권의 명저중 읽은 것은 고작 5권에 지나지 않았다. 큰 숙제를 얻은 기분이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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