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는 그만한 가치를 가진 책이라는데 이론을 달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배울 점이 있으며 인생을 살아가는지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여 늘 베스트셀러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또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베스트셀러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표면적인 그 이상의 무엇을 나타내는 지표와도 같은 것이다. 바로 우리 사회를 비추는 자화상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만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늘 있기 마련이니까...


우연한 기회에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을 읽게되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생각해오던 과학이라는 용어에 함축된 의미를 실제로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든 책이다. 흔히 과학적 사고를 우리들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과학자들만이 사고하고 고뇌하는 그런 부류의 것으로 취급해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을 읽으며 이러한 개인적인 편견을 떨 쳐낼 수가 있었다.


우리들은 첨단과학에 바탕을 둔 기계문명과 늘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첨단 기계문명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기계적 매커니즘의 작동원리를 잘 아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것이 바로 과학과 사용자들 간의 괴리감을 형성해온 인자이다.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이 주는 메인아이디어는 대중들에게 과학적 소양의 필요성을 자각토록 권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생물과 무생물간의 유기적 관계를 인정하고 인간의 본질을 위한 과학에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있다. 다수의 과학적 소양은 과학의 올바른 지향점을 일궈내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서구의 과학적 사상이 과거 철저한 이성주의적 서양철학이라는 바탕위에 이루어진 결과물들 임을 부인 할 수는 없다고 볼 때,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는 서구인들의 입장에서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 즉 유기론적, 통합적 사고의 지향점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어 주리라 생각한다. 늘 그래왔듯이 미래의 과학적 방향은 현대인들의 사고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서구의 최 첨단에 서있는 사람들이 피력하고 있는 유기론적 사유는 타자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는 과거의 서구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유의 방식이다. 물론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존재했더라도 지극히 국부적이었으며 이처럼 한 분야의 리더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적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것도 상대방이 있으므로 나의 존재가 가능하다는 상호 유기론적 사유의 방식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깊은 관련성을 가진 존재들이므로 그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스스로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내 것을 내 놓아야 하는 순간들에 직면한다. 서구인들의 이러한 사유의 변화는 그동안의 서구를 바라보던 시선을 조금은 다르게 만든다.

  

 

 

최근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인가’라는 책이 연일 베스트셀러의 상위항목에 랭크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타자로부터 내가 얻어내고 싶은 그 무엇을 어떻게하면 잘 얻어낼 수 있는가가 핵심인 듯 하다. 책의 소개에서는 기존의 방법과는 차원이 다른 강의 내용이라고 한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말한 인용문은 매우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협상이란 ‘상대의 감정이 어떤지 헤아리고 기분을 맞춰가면서 호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서 상대방의 감정과 기분을 헤아리는 방법을 잘 소개하고 있을 것이다. 점진적인 접근법은 상대방에게 방어기제를 작동시킬 기회를 빼앗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그가 원하는 바를 내어주게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윈윈이라는 기본적 이념이 깔려있을 것이다. 상대방에게도 그에 해당하는 것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다. 이는 표면적으로 매우 유익해 보이는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중국의 제나라 재상이었던 '관중'도 얻으려면 먼저 주라고 말 하기는 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잠시 깜박하고 있는 것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누구를 위해서인가’ 라는 문제이다. 그 무엇을 원하되 과연 그것을 누구를 위해 원하는 가이다. 자신이 원하는 그 목적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타자도 그 범주에 포함되어 있는가라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이다. 수많은 자기 개발서들이 가지는 전제는 자기 스스로를 목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흔히 자기개발서들의 특징이랄 수 있다. 대한민국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그 무엇인가를 얻어내는 데, 오로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자기 개발서들이다. 그 궁극적인 목적에 타자는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자기 개발의 중요성을 깍아내리는데 이 글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개발의 중요성을 그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자기 개발서라는 이름으로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읽히는 책들은 그 중심에 오직 자신 밖에는 없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들어 더욱 정도가 심화되고 있음을 부인할 독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부동산 투자법, 주식 투자법, 그리고 경매투자법 등이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말이 좋아 투자이지 이는 사실상 법적 한계를 넘어서지는 않지만, 법이 허용한 도박이나 다름이 없는 행위이다. 누군가가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남겨 행복을 추구한다면 그 반대 급부의 누군가는 아파트 맨 꼭대기 층의 옥상으로 올라가는 이도 분명 발생하는 것이 이치이다. 이러한 슬픈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요즘 뉴스거리도 아닌 그런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게 말한다면 주식의 기본 개념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발언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주식이 가지는 긍정적 효과를 무시해도 유분수라고 말이다. 그러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위험성이 뒤따르는 새로운 투자를 삼가하고 인력을 줄여 그 차익을 주주들에게 나누어주는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력이 필요하면 계약직 근로자를 쓰면 되는 세상이라는 것도 망각해서는 안된다. 주식의 긍정정 효과를 기대하는 시대는 이미 물건너 간 세상이다. 오직 합법적 투기의 대상일 뿐이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자기 개발은 목표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대부분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내고 투자의 호기를 이용하여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는데 지향점을 가진 서적들이 자기 개발이라는 포장을 하고 세상에 나온다. 이익의 추구를 외면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력은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되고, 경제력의 바탕이 되지 않는 행복도 상상할 수 없는 일임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에서 배운 좋은 교훈은 인간은 환경이라는 유기적 공생관계를 떠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분명한 인식은 사고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북극성의 역할을 한다. 북극성은 길을 잃은 항해사들이 의지하던 빛나는 별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 만을 모두가 지향할 때 모두는 방향성을 잃을 위험에 빠지게 된다. 때로는 손해를 보는 일도 알면서 행해야 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왜냐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그 어떤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누어 줄 수 있는 문화도 그만큼 필요한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특히 부의 균형이 무너져가고 있는 시대적 현상을 외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사회가 빈곤하다거나 부유하다면 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다. 2500년 전에 이미 공자는 대동사회를 역설하면서 부의 분배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이는 공자의 대동사회를 조금 더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발상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사회가 가지는 문제점을 공자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겠다. 오죽했으면 제러미 벤담의 적통이랄 수 있는 ‘존 스튜어트 밀’도 2500년 전 소국과민을 주장했던 노자와 같은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짐을 택했을까...그가 결코 바보라서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니다. 그는 지극히 순수했으며 인류를 향해 우환의식을 가지고 모두를 위한 자신의 생각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던 훌륭한 사람이었다.


과학의 첨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로지 이성만으로 연구에 몰입 할 것 같은 현대의 과학자들조차도 통섭과 유기적 사고를 바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존의 과학적 사고로는 함께 어우러져 살기가 어렵다는 전언이 아니던가...그러한 시점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내는 기술과 방법이 제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미래를 위해 지향해야 할 가치관으로 자리 잡는다면 자녀들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얻기만 바라는 세계에 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장 지글러의 저서인 빼앗긴 대지의 꿈은 얻기만을 바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임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한 권의 책 이라 하겠다. 이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얻기만을 바라는 것이 그 어떤 참혹함을 연출해 내는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은 뜻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겠다. 자신의 것을 내 놓음으로서 사회는 더욱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하여 간혹 기부문화의 정착을 호소하는 분들이 계시다. 안타까운 이웃을 어떻게 보살피는지...학비가 모자라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학생들의 처지를 보살피는 것을 중시하는 사회 이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를 주장하셨다고 해서 소유를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법정스님은 스님이셨기에 사실상 사유재산이 필요치 않은 분이셨다. 다만 오직 얻으려만 하는 사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말하려는 것이고, 법정스님의 높은 정신을 우리 사회가 좀더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낄 뿐이다. 우리는 나만'이 아니라 '서로'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자가 원하는 것을 내놓는데 인색하지 않은 사회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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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3-2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글에서 참 다양한 책을 소개하시네요. ^^
장 지글러의 <빼앗긴 대지의 꿈>은 벌써부터 읽어야겠다 맘만 먹고 계속 잊고 있었는데,
이 글에서 만나니 뜨끔하군요!

저는 베스트셀러 집계 같은거 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서점에 나가보면 참 책이 많은데,
어떤 책은 수백권씩 쌓아놓고 팔고 있고,
어떤 책은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검색해보면 아예 재고가 없다고 나옵니다.
저마다 나름의 가치를 담고 있을 책이
출간되자마자 판매순위라는 잣대에 따라 운명이 완전히 엇갈리게 되지요.
베스트에 한번도 올라본 적이 없지만 가치있는 책들이 많겠지요.
그런 책을 찾아서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차트랑 2012-03-22 15:13   좋아요 0 | URL
어구, 감은빛님께서 와주셨군요

책에도 사주가 있는 것인지 원..^^
베스트는 베스트인데 진짜 베스트가 아닌 책들이 베스트 노릇을
하고 있을 때 그게 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장지글러의 저서들은 읽어도 좋은 책들이라 생각합니다.
감은빛님께서 좋은 책을 소개해주시면
독자들께 많은 도움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낭만인생 2012-03-2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답게 베스트셀러에서 생존의 문제까지 논리적으로 잘 끌고 오셨네요. 글을 읽으면서 저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부터 두 아들의 이름으로 해외 고아들을 지원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무소유는 곧 모두가 소요하는 공유가 될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의 소유권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는 것 말입니다. 몇해 전에 읽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상생의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꿈꾸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012-03-24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3-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 엉뚱한 댓글을 달게 될거 같습니다...
최근 나온 책 중에 중국이 세계를 지배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책이 있더군요...
그런데, 중국은 그렇게 유기론적이고 세계를 전체로 바라보는 좋은 이념을 발전시켰는데
현재 세계에서 하는 행동을 본다면 어이없기 그지 없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그랬죠....

저는 사실, 지배를 받아야한다면 중국보다는 미국이 낫다고 아주
현실적이고도고 공격받을만한 결론을 내리는 중이랍니다... 엉뚱한 댓글 죄송합니다.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제 머리에서 헤매는 생각이거든요... 이긍.

차트랑 2012-03-2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뚱한 말씀이라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요

지적해주신 중국도 그러하고
일본의 경우도 남에게 절대로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각 가정에서나 사회적으로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게 어디 앞 뒤가 맞는 말이던가요..
과거 우리나라에는 물론 동아시아에 그 얼마나
많은 폐를 끼쳤고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요 ㅠ.ㅠ

제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한들
행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도루묵입지요.

마녀 고양이님께서 중국에 대해 지적해주신 바
틀린 것 하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서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