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 유년의 상처를 끌어안는 치유의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구판절판


"당신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수긍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어린 시절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숨기고 싶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자신과의 무언의 약속 같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숨기고 싶은 어린 시절이라 하더라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상처의 흔적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완전한, 진정한 어른이라 할 수 없다라고 언급한다. 속으로 감추었지만 결코 치유되지 못한 상처이기 때문에 아픈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원제:어린 시절의 경험에 매달리지 말라)는 어른의 심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고 제대로 된 성인으로 되게끔 설명하는 심리학 책으로 여러 심리서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본격적으로,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우르술라 누버는 독일 최고의 심리상담사 겸 부부치료 전문가. 뮌헨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바이에른 라디오?텔레비전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했고, 1983년부터 『현대심리학』에디터를 거쳐 1996년부터는 편집장을 맡고 있다.





유년시절의 상처는 부모의 이혼, 죽음, 폭력, 학대 뿐만 아니라 무관심, 편애, 과잉 보호, 간섭, 부모의 권위 의식으로도 상처를 받게 된다. 이 책에서는 메릴린 먼로, 오프라 윈프리, 엘턴 존, 마이클 잭슨, 스티브 마틴, 영국의 전 수상 대처의 딸인 캐롤 대처, 로미 슈나이더(독일의 유명한 여배우로, 알랭 드롱과의 스캔들로 잘 알려진 인물) 등의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끈다.

어린아이라는 존재는 주위에 있는 가장 가까운 어른에게 의지한다. 그들의 보호속에 충분히 보호받는 다는 느낌을 갖고, 자신의 욕구가 충족됨을 느끼는 감정과 방법은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대해 모든 육아서에서 언급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어떻게 성장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원론을 서술하고 있는데 다소 딱딱한 내용이 조금의 지루함을 준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 속에 언급한 유명인의 이야기나,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그 과정이 궁금하다. 이 책을 선택하는 독자들 중 자신의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해 고민을 했다던가, 그것에 대해 전혀 다른 반전을 갖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해보면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의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소상한 내용이 언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사랑이 가장 우선이어야 한다는 이론은 알고 있다. 그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멘토의 역할이 분명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주변의 사람이 되었던, 책이었던, 또는 사회활동이었던, 그 해결점을 찾는 과정이 있었다면 더 큰 공감을 얻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불우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여러 설을 다루더니 갑자기 글의 전개가 그것에 대한 반론을 펼치는 부분은 다소 혼란스러움도 있다. 과연 어떤 말이 옳다는거야?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어린시절에 대한 두가지 이론이 있다라는 것을 언급하고, 비교 설명으로 전개를 했다면 좀 더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상처받은 어린 시절에 대해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필요하다. 말이 쉽지 자신의 과거와 맞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멘토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함을 기억하길 바란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인새을 위한..이란 말로 결론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는 그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을 하는 이들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의외로 쉬울지도 모른다. 이 책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멘토의 역할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의 나는 과거로부터 이어졌지만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 다르다고 말한다.

몸은 어른이지만 아직 치유되지 못한 상처때문에 내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내면을 이 책을 통해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린 시절을 과감하게 보내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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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사랑이 딸의 미래를 좌우한다
브라이언 & 캐슬린 몰리터 지음, 유지훈 옮김 / 꽃삽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늘 어릴 것 같던 딸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험한 과연 이 험한 세상에서 딸아이를 가장 행복하고, 가장 사랑스럽게 키우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같은 여자라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기는 참 쉽다. 하지만, 딸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생각한다.

딸아이의 가장 큰 조언자이자, 이 세상에 대해 정확히 꼬집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라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와의 행복한 시간은 딸아이가 여성으로 자라나서 멋진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데 가장 기초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나의 딸의 중1이다. 중3 아들을 키우는 것과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초등학생 때는 아들, 딸의 큰 변화를 모르고 살았다면, 중학생이 되면서 생각과 습관이 다른 것은 물론, 공부 방법이나, 학교생활, 그리고 부모와의 대화 방법까지 모두 다름을 느끼게 된다.

딸아이가 결코 아들 키우는 방법과 똑같아서는 안 됨을 깨워주면서 아빠의 역할이 커짐을 우리 부부는 느끼게 되었다.

 

나의 경험상, 아버지와의 관계가 돈독하질 않아 결혼을 하고 내 아이가 사춘기가 되는 지금도 아버지보다는 친정 엄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버지는 그저 묵묵히 듣는 모습이 여전하다. 아버지란 존재는 그저 큰일이 생길 때 책임을 다하는 존재..그것뿐이다. 우리 부모님의 세대에서는 아버지가 딸에 대해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소홀했다.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참 어색했다. 이것에 길들여진 나와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요즘의 하지만 수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경험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교육, 육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교육 방법에 대해 살피게 된다.

 

『아빠의 사랑이 딸의 미래를 좌우한다』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물론 아빠는 딸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와 아내를 똑 닮은 또 다른 존재는 남자로 살면서, 남편으로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아기자기함과 세심함, 그리고 부드러움과 달콤한 행복까지 전해주는 아빠로서 환희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딸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사랑이 딸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책이 눈길을 끈 것은, 지금 내가 하는 딸아이에 대한 교육이, 또 나의 남편이 하는 딸아이의 교육이 얼마나 옳은 길을 향해 가고 있는가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싶었다.

저자인 브라이언 & 캐슬린 몰리터에 대한 설명은 '자녀를 바르게 지도하고 축복하는 비결을 전수하는 글로벌 말라기 재단(THE MALACHI GLOBAL FOUNDATION)의 이사장이자 네 자녀(크리스토퍼, 스티븐, 제니퍼, 다니엘)를 둔 23년차 부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부부가 공동저자로 되어 있기에 딸을 키우면서 그리고 그들의 네 자녀를 키우면서 겪은 육아와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빠의 사랑이 딸의 미래를 좌우한다』은 기독교적 성향이 짙은 책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개개인의 종교관은 있겠지만, 이 책은 너무나도 기독교적인 내용이 많아 책을 읽을수록 지루함이 느껴진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 <사춘기 딸과 친해지기> <사랑하는 딸, 성인이 되다> <행복한 부녀 되기 프로젝트>의 4개의 Chapter로 나뉘어 있다. 소제목만으로도 더 나은 딸아이 키우기에 대한 이론이나, 경험담, 교육 tip을 기대하고 있다면 기대만큼의 내용이 아님에 조금은 실망스럽다.

 

그래도 딸을 키우는 아빠가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언급한다.

딸을 세상에 보내기까지 아버지가 아이에게 투자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딸아이에게 주는 영향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독자들은 기억하길 바란다.

아빠는 아이의 연령대에 따라 교육과 멘토링의 방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아이에 대한 충분한 스킨쉽에 이다음에 아이가 성장해서 거짓 사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바른 주관을 갖게 된다. 올바른 아버지의 생각과 습관을 따라 딸아이는 성장 후에 올바른 남성을 만나 사랑을 이루고, 가정을 이루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독자들은 기억하길 바란다.

이러한 부녀간의 관계, 아버지가 주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교육에 대해 생각을 하는 독자들, 특히 아이와 관련된 교육서나 심리서를 읽는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가진 생각이라 여긴다.

내가 『아빠의 사랑이 딸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책을 선택한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부부의 교육관의 객관성을 알고 싶고, 더 나은 방법을 얻기 위함이었지만 이 책은 지금 막 딸아이를 얻은 초보 부부나, 기독교적 교리에 의해 아이와의 더 발전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자녀교육서라는 것은 종교를 떠나 모든 부모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장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너무 한쪽만의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딸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성경 교리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조금 지루한면이 있다.

과연 내가 책의 내용을 잘못 해석하나 싶어 여러가지를 검색해 보았다.

두란노 아버지학교에서 강의를 들은 독자가 쓴 서평을 보고 아하. 이 책은 기독교를 이해하고, 그 종교의 가르침을 잘 지키는 교인들이 읽는다면 충분한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전개에서도 어색한 부분이 있다.

저자의 아내가 캐시를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 부분에서는 상상임신에 대한 이야기인지, 유산에 대한 이야기인지 분명한 전개가 주제에 대한 진실이 더 보이지 않을까싶다. 딸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친밀감도 계획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언급하고 있는 방법은 어느 부모나 다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이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도 요즘의 부모들은 아주 잘 알고 있는 부분이라 여긴다. 음..교육서를 읽어오는 부모들에게는 너무 기초적인 이야기만 언급한다.

물론 기초적인 부분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단계 더 나은 방법이나 계획을 언급한다면 독자로써는 많은 지침이 될 텐데 아쉽다.

내용상에서 언급되는 <꼬마기관차>라는 이야기책이나 <에스더 왕비> <헨리 모턴 스탠리>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달아주었더라면 독자가 문맥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듯하다.

 

책 표지에 '딸의 행복을 바라는 모든 아빠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모든 아빠가 읽기 위해서는 조금 더 대중적인 이야기와 대중적인 번역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딸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들을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렵다.

세상이 발전하는 반면, 세상이 무섭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 험한 세상에 딸아이를 내보내야 하는 부모로서는, 그리고 아빠로서는 딸아이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는 모두 수용할 마음이 있다. 좀 더 보편적이고, 인성을 채울 수 있는, 그리고 나약한 딸이 아닌 건강하고 용감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딸아이에게 일러줄 모든 것을 말해주는 그런 아빠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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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에일사와 엄마 앞에 미스터리한 한 남자가 나타난다.

남자는 코르덴 재킷을 입고 있었다. 팔꿈치와 겨드랑이, 단춧구멍 둘레가 닳아빠진 낡은 옷이었다. 재킷에 어울리는 흰색 크리켓 바지도 낡기는 마찬가지였다. 군데군데 헤진 데다 양 무릎 가득 풀물이 들어 있다. 가죽 구두 역시 너덜너덜 여기저기 검은 헝겊 조각으로 기운 흔적이 보였다.

에일사는 왜 이 낯선 남자에게 가게 점원을 운운했는지 모르겠다.

 

에일사와 미스터리한 남자 MCC 버크셔는 그렇게 만났고, "포비 골동품점'의 점원이 되어버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엄마는 장사 수완도 없고, 늘 빠듯한 살림을 걱정하느라 얼굴에 근심만 가득하다.

어느 날 나타난 낯선 이방인이 말한 물건을 잘 팔 수 있다는 자신감에 엄마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낸다..물론 그 남자가 무보수에 가게에서 널려 있는 책을 읽게만 해주고 샌드위치 한 쪽만 먹으면 된다는 말이 엄마의 귀를 솔깃하게 했지만 말이다.

MCC 버크셔는 골동품 가게에 머물면서 오로지 책 속에 파묻혀 있는 사람이다. 그가 하는 일은 절대로 팔리지 않을 것 같은 골동품 앞에서 골동품이 비밀스럽게 갖고 있던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물건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묘한 매력을 갖게 하고 흔쾌히 사가게 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새빨간 거짓말』은 1988년 출간 후 “현대판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찬사를 받으며 카네기 메달과 가디언 상을 석권했고, 영국의 유력 언론사 <가디언>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아동문학’에 뽑히기도 했다.

 

어두컴컴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가졌을 듯한 골동품 사이에서 먼지가 쌓여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던 물건들은 MCC 버크셔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새롭게 보이는 매력을 뽐낸다.

세월이 흘러 오래된 물건은 주인의 손을 떠나 자신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그저 먼지 속에서 잊혀가고 있다. 골동품이 가진 가치란 세월의 흔적도 가치를 높여주지만, 그 물건이 경험했던 과거의 이야기도 가치를 높여준다.

MCC 버크셔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골동품을 대신하여 과거를 이야기해준다.

 

MCC 버크셔가 하는 말은 거짓말일까? 허구일까?

에일사와 엄마는 MCC 버크셔가 하는 거짓말 때문에 불안하다. 물건을 사간 사람들에게 언제 들통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MCC는 느긋하다. 그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허구, 사람들이 원하는 그 허구를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거짓말과 허구의 차이는 무엇일까?

거짓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이것을 믿게 하려고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라 정의를 내리면 허구는 상상에 의한 창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짓말은 믿음을 배반하는 것이라 하겠지만, 허구는 상상의 자유를 마음껏 펼쳐주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사랑과 믿음에 대한 가치는 접시 속에 숨어 있고, 거울 속에 보이는 또 다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오랜 세월 손에서 손으로 내려오던 혼수 상자에는 자신의 사명과 사랑 속에서 고통받았을 신부의 아픔이 있고, 불같은 성격으로 지울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이야기가 우산꽂이에 숨어 있다.

 

『새빨간 거짓말』은 골동품 가게를 중심으로 포비부인과 에일사의 일상과 점원 MCC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속에서 또 다른 11개의 소설을 들려주는 아라비안나이트처럼 옴니버스 형식을 띠고 있다.

에일사와 엄마는 MCC를 경계하면서도 그에 대해 궁굼함이 일어난다. MCC에 대해 하루하루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전개를 펼치고 있다.

손님들에게 딱 필요한 골동품을 재미있는 이야기는 또 하나의 상상력을 동원하게끔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픽션, 즉 허구이지요. 내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 모든 사람이 내게 원하는 바로 그 허구란 말입니다, 부인. 요컨대 꾸민 이야기지요.”(본문 50쪽)

 

포비부인과 에일사에게 들려주는 MCC의 이야기는 허구이다. 골동품점에 들리는 손님들의 이야기도 허구이다. 반면 MCC에게는 포비 부인과 에일사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허구이다. 또한, 작가와 독자에게는 포비부인과 에일사, 그리고 MCC의 세계가 허구이다.

독자는 허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의 매력에 빠진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허구라는 장르를 통해서 우리가 갖고 싶었던 세계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또렷한 상상으로 경험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코 가질 수 없는 재미를 허구를 통해 충분히 가질 수 있고,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은 과거의 진실성, 거짓인가, 허구인가에 대한 문제를 묻는 것이 아니다. 허구가 들려주는 화자의 여유, 그리고 그것을 또 하나의 상상으로 떠올리는 독자, 청자의 여유를 만끽하게 하는 소설이다.

 

MCC 버크셔란 인물이 어디에서 왔는가는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봐야 하는 결론이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말을 통해 또다른 허구가 주는 재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올 겨울..., 아이들의 상상력에 시동을 거는 아주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게 되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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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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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삶을 얼마나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남남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부부와 똑같은 2세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 만족감, 그리고 포근함을 행복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늘 부대껴 사는 도시의 삶을 잠깐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코끝에 맡고 오면 왠지 더 많은 그리움이 남음을 느낀다.

시골..

이 단어만으로도 불편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소박함과, 가식이 없는 정직함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듯한 영원함을 느끼게 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시골의 정취를 잘 모른다. 결혼하고 나서야, 시골의 풍경을 경험하였다. 외양간에 있던 소의 선한 눈, 집안 잔치가 온 동네잔치인 것, 시골 장터에서는 느꼈던 넉넉한 인심, 짚과 흙과 나무가 섞인 냄새...시골길을 달리면서 새들의 날갯짓이 한가롭게 보이던 적도 있고,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먼 저수지를 바라보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완전한 도시인이었던 나였지만 시골 공기를 마시고 온 다음이면 몸이 가뿐해짐과 얼굴빛이 건강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시간부터인가 시골에서 느끼는 시간의 여유로움, 삶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는 소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도시의 생활을 던지고, 시골의 삶으로 완전히 돌아서기란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시골에서의 삶을 해보고싶다는 생각뿐이다. 조그만 텃밭을 가꾸고, 마당에 개 한 마리 풀어놓고, 아침이면 이슬 머금은 하늘을 바라보는 시작을 하고, 별이 쏟아지는 밤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책이 궁금하다.

 

『사는 게 참 행복하다』는 독자들에게 소박한 시골의 정취를, 그리고 자연이 주는 여유의 삶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생활의반은 복잡한 도시에서 생활 하고, 하루의 반은 시간의 넉넉함을 느끼게 하는 시골에서 생활 한다. 저자는 해가 뜨면 도시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퇴근을 하면서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의 집으로 되돌아온다. 완전한 도시인도 아니면서 완전한 시골인도 아닌 삶은 어쩌면 지금 도시인들이 생각하는 귀농의 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뭐하러 그리 번거로운 생활을 할까라는 반문을 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저자는 참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기에 그 번거로움을 자처했다고 여기고 싶다.

 

저자는 생활의 반을 지내는 시골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온종일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는 바쁜 생활을 하고 나서, 그가 쉴 곳은 나무 향이 그득한, 흙내음이 그득한 시골의 작은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밤을 맞이하는 시골의 풍경 속에서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벽안개 그득한 시골의 작은집에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한다. 

그의 눈에 비친 시골은 복잡한 도시를 잠시 놓을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주는 곳이다. 그리고 그가 달려왔던 '바쁨'이라는 시간을 '느림'이란 시간으로 느끼게 하는 곳이다. 그리고 잊고 있던 휴식에 대한, 삶을 되돌아보는 잠시의 틈을 갖게 하는 곳이다.

꼬부랑 할머니의 느릿한 걸음, 주인을 쫓아내고 의자를 차지한 길고양이의 한적한 낮잠, 떠난 아내를 기다리며 향나무를 가꾸는 남자, 이웃에 사는 똘배나무 집 노인, 가끔 저자를 찾아오는 고라니, 그리고 마당 한가득 자리 잡은 수국, 복자기 단풍나무, 폐쇄된 기차역...도시의 시선이었다면 눈여겨보지 않았을 장면을 저자는 천천히 여유의 시간으로 둘러본다.

독자는 저자의 시선을 통해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정감과 이웃이야기와 가슴 아픈 사연과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를 선물로 받게 된다.

 

『사는 게 참 행복하다』는 언뜻 귀농 이야기로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소박한 시골 냄새를 말해주는 책이다.

여유롭게 넓은 곳에서 시작하는 전원생활이 아닌 그저 시골의 한 마을에서, 작은 집에서, 낮은 울타리에서 겪어가는 시골의 소박함..그것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끌벅적한 곳을 벗어나 고요함이 가득한 그곳에 있으면서 지금 가진 여유를 고마워할 때를 나도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사는 게 참 행복하다』가 전해주는 메시지이다.

 

남편과 내가 꿈꾸는 시골 살림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목표를 향해 달려온 시간만큼 나의 인생을 다독이고 상을 주는 그런 것, 그 상을 시골에서 풍기는 구수한 나무 타는 냄새 같은 그런 것이다.

『사는 게 참 행복하다』는 시골의 소소한 생활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맛보게 한다. 그동안 무심히 흘려보냈던 것을 감사히 여기게 한다.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도시와 시골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지, 왜 완전한 시골 사람으로 동화되지 않고 있는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부진런히 일하고 저녁에 얻게 되는 한적한 시골의 그 맛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를 드나들기 때문에 시골이 주는 소박함이 더 가슴에 와닿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반은 도시인의 시선을 갖고 있기에 시골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도 따끔하게 말해줄 수 있는것  아닐까?

비록 시골에 완전히 동화되는 모습이 아니라 독자로써는 조금 아쉬운 면을 받겠지만, 저자는 나름의 시골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 시골이라는 곳이 도시인들이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와서 고기 냄새 풍기고 시끌벅적하게 하는 곳이 아님을 지적한다.

그렇다. 시골에 살면 시골에 맞는 정서를 갖추어야 한다. 화장실의 사용이 다르면 그대로 맞춰 살아야 한다. 여럿이 모여 막걸리 한잔이라도 해야 한다면 그것에 맞추어야 한다. 그것이 시골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시골길을 달리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흙향기를 맡고 싶을 때, 사람의 인적도 없이 바람 소리 속에서 머물고 싶을 때, 가진 것이 넉넉하지 않아도 그저 마음만으로 통함을 느끼고 싶을 때 『사는 게 참 행복하다』를 통해 행복함이 어떤 것인가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소박한 자연의 내음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함을 사는 동안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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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굶은 아이가 없는 세상'
이것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얼마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부정행위 뉴스를 접하면서 수없이 드러나는 비리 중에서도 이건 아니다는 생각을 해본다. 형편이 나은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오직 하나, 나보다 조금은 힘들 사람들을 도우겠다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그 속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니..
어쩌다 사회가,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토록 파렴치한 인간으로 전락을 해버리나..라는 자괴감마저 든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한 곳에서는 나보다는 더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힘없고 약한 어린이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매체를 통해, 그리고 유명인들을 통해 알려진 월드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 역시 월드비전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 후원에 대해 생각을 하는 중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라면..아마도 꾸준히..라는 것에 대해 나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라고 할까? 그리고 또 하나..우리 아이들의 적극적인 동참 아래 후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이다.
아무튼, 월드비전의 취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고 있지만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라는 책을 접하면서, 그리고 보도된 뉴스를 떠올리면서 이거 혹시 자신들의 일을 홍보하기 위한, 눈에 보이는~줄거리가 뻔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책이 아니냐는 생각도 잠시 든다. 이런...나 역시도 부정적 시선을 가진 속 좁은 그들중의 1인인가?
 잠시 부끄러움을 느낀다.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누구를 돕는다는 자체를, 그리고 그런 단체를 한낱 못난 몇몇 사람들과 똑같이 취급할 뻔했다.  

'모든 어린이의 풍성한 삶'을 위하는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 홍보팀에 근무하는 직원이 막중한 임무를 띠고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된다.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들에게 후원하는 사람은 약 40만 명이라고 한다. 이 후원자들에게 그들이 낸 후원금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가에 대해 실질적인 보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작가와 그와 동행한 사진작가는 열심히 곳곳을 누비고 기록으로 남겼다.

월드비전의 탄생은 6.25의 폐허 속에서 태어난 구호단체이다. 당시 한국의 어린이들이 전쟁의 고통으로 죽어가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도와주자는 취지로부터 시작되었다. 도움을 받던 한국이 이젠 도와주는 나라로 변모했다. 수많은 후원자에게 보여주어야 할 체계적이고 상세한 보고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작가의 진솔한 글과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품는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낸 사진작가의 사진이 함께 어우러진 '월드비진 60주년 기념 취재에세이'이다.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그저 그동안 진행했던 구호사업에 대한 내용만 적어내려 가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 상상도 못할 열악한 환경을 만나고, 그곳에서 산다는 이유로 그저 담담하게 고통을 받고 사는 아이들을 만나고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해맑은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눈에 맺힌 눈물을 보게 된다.

볼리비아, 보스니아, 네팔, 케냐, 에디오피아 등에서 만난 아이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그 나라에서 태어나고, 그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른들이 상상도 못할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어갈수록 가슴 먹먹함을 한가득 가지게 된다.

자신들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고,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미안해서 눈물짓는 다 큰 어른들(작가와 사진작가)을 위로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미안함을 또 느낀다.

비록 단체의 직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그들의 삶을 파헤쳐보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직원의 객관성보다 더 값진 진정한 마음, 진실한 마음을 보여준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출장길에 사탕을 준비하고, 우리와 전혀 다른 그들의 문화를 그들 속에서 이해하려 하고, 후원받는 아이뿐 아니라 후원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전반적인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전 지역에선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상황도 있고, 배설물과 함께 섞인 물을 먹는 아이들 앞에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기후도 다르고 음식도 다른 곳을 다니느라 피부병 등을 앓게 되는 상황도 무던하게 이겨내야 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월드비전이란 단체와 그들의 활동에 대한 제대로 된 신뢰를 하게 되고 그들이 보여주는 사명감에 대해 든든함을 느끼며 박수를 보내게 된다.

눈앞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비상금을 선뜻 내주고 싶지만, 이들은 월드비전의 직원답게 냉정함으로 일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잠깐의 동정보다는 오래 시간 아이들이 자립하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후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굳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현지 생활의 모습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이것이 진정한 후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참 멋있다. 

세상의 밝음을 가져야 하는 의무를 가진 어린이들의 눈을 진정으로 들여다보는 작가가 멋있다.
그것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아오는 사진작가가 멋있다.
그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오랜 시간 후원을 하는 그들이 멋있다.

세상은 그래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이 그 아이들에게 전달되기까지에는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노력과 수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독자들이 월드비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또 그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도 그 노력에 동참하는 일이 아닐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 남겨진 아이들의 맑은 미소를 떠올려 본다.
어둡고 스산한 배경 속에서도 아이들의 미소는 그저 해맑기만 하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잠깐 느끼는 행복에 그토록 맑은 미소를 뿌려준다. 또 한 번 가슴 먹먹함을 느낀다.

'굶은 아이가 없는 세상'을 향한 월드비전의 희망이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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