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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3 - 진실의 문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11월
평점 :
3권에서 만난 하딘은 잔인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테사에게 하딘이란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거운 남자이다.
표현하자면 순진하고 고루한 테사에 비해서 하딘은 모든 것을 섭렵한, 모든 욕망의 정점에 다다른 남자이다.
사랑에 서툴고 표현에 서툰 테사와 하딘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일지도 모르겠다.
키스만으로도 두근거림과 황홀함에 빠지는 테사에게 섹스가 우선인 하딘의 표현은 감당하기 힘든 그 자체이니까.
하지만 하딘은 정말 미숙하다 못해 영혼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어린 시절 친부의 잘못으로 겪었던 자신과 엄마의 고통은 하딘의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래서일까? 하딘이 여자를 대하는 방식은 너무 가볍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분노와 상처를 그렇게 해소하였는가 보다.
첫 경험의 황홀함. 부끄러움, 그리고 기대감은 3권 진실의 문을 지나면서 독자들에게 밝혀진다.
충격이다.
정말 충격이다.
사랑? 욕망?
차라리 욕망이라 부르자 그게 낫겠다.
애프터 3. 진실의 문을 읽는 독자들은 호불호가 분명해질듯하다.
사랑과 욕망 딱 두 가지의 표현을 놓고 본다면 나는 욕망이라고 하고 싶다.
욕망에 먼저인 두 남녀가 그 욕구를 먼저 채우고 그다음을 수습하는 그런 미숙함의 존재들이라고 하고 싶다.
그 악랄한 하딘의 행동 앞에서 테사는 어떤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소설 속의 인물에 동화되어서 그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테사의 그 사랑을 감히 표현할 수가 없다.
독자의 입장에서 하딘을 마구 욕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의 테사의 입장에서는 그런 짓을 벌인 하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테사의 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찌른다.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이 되고,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읽어오면서도 이렇게까지 극과 극을 표현하는 소설은 없었던 것 같다.
사랑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사랑하고 상처 주고 때론 보듬고 때론 분노하는 그 모든 사랑의 일정이 예상된다.
하지만 애프터 3의 하딘과 테사의 사랑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들이 서로에게 내지르는 사랑의 말과 의미와 몸짓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던져댄다.
숨이 막힌다.
독자는 뻔히 알고 있는데 그것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시선은 왜 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반면 다른 의미로 본다면 이렇게 지독한 사랑이 어디까지 깊어질는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하딘과 테사, 두 주인공은 미숙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결코 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가정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아내와 아들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하딘의 친부가 있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사랑을 찾은 친부와 그의 새 아내가 있다.
그들 사이에서 그나마 온전하고 표현되는 랜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까?
지독한 집착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테사의 엄마가 있다.
자신의 불행한 삶을 딸에게서 보상받으려는 욕심뿐인 엄마이다.
사람 하나하나를 놓고 본다면 자신의 가슴속에 꽁꽁 숨겨놓은 사랑에 대한 갈망, 사람에 대한 간절함,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숨기기 바쁜 어리숙한
사람들이 보인다.
누구나 그런가 보다.
다 잘나 보이고 성공해 보이고 때론 멋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겠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또 다른 형태로 미숙한 존재이다.
미숙함이 완성된 인물이 되기까지는 사랑이라고 한다.
좋게좋게 설명하고 싶다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
테사와 하딘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 있는 이들은 사랑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분노로 표시를 하던, 욕망과 섹스로 표시를 하던 결국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너와 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 이것이다.
뜨겁다.
이 책은 한마디로 뜨거운 책이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갈 때만 다 분노로 뜨거워지고, 그들의 뜨거운 숨결로 뜨거워진다.
이런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다.
당장의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사랑하는 이와 뜨거움을 나누고 싶다. 그런 책이다.
마음껏 표현하는 것. 이것이 참 부럽다.
이해를 하다가도 다시 절망에 빠지는 하딘과 테사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래도 이들을 끝까지 보고 싶다.
독자의 바램이라면 그 구구절절한 싸움 끝에 서로를 보듬어 가겠지만.. 음... 3권까지의 하딘의 행태를 본다면 아직도 멀었다.
더 지독하게 버림받고, 더 지독하게 울어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태자면 지금의 사랑에 행복해하는 하딘의 친부를 벌주고 싶다.
자신이 버리고 간 아들과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용서를 빌고 싶다면 말이다.
책을 덮고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떠올려야 했다.
그토록 이들의 사랑은 벅차다. 감히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벅참과 숨 막힘이 크다.
4권을 기다려야 하는데.. 아주 큰 심호흡을 하고 4권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