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 ㅣ 아우름 10
엄홍길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평점 :
산사나이 엄홍길 대장에 대한 이야기는 늘 이슈가 됩니다.
어디 어디 등반에 성공했다더라를 시작으로 엄 대장을 따라다니는 수많은 이야기 중의 가장 최고는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 터라.. 엄 대장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쉽지가 않습니다.
산도 가까이하지 않지, 엄 대장님이 겪었다는 자연의 경외함을 알지도 못하지,
그래서 그저 '대단한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샘터의 아우름 시리즈를 통해서 엄홍길 대장이 말하는 산 이야기, 동료 이야기, 그리고 그가 도전했던 꿈 이야기에 대해 조금 알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산을 모른다고 했지요?
산에 대해 관심도 없습니다. 동네 뒷산도 몇 번 시도하다가 음... 뭐랄까... 뒷산 등산로에 자리 잡고 떠나가라 웃어젖히는 몇몇 무리들을 보고 나서는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만, 그래도 엄홍길 대장의 이야기는 TV를 통해서 조금씩 알고는 있었습니다.
이번에 상영된 영화를 통해서 엄 대장과 그의 동료들, 그리고 산의 이야기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지요?
한 편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쫓아가는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참 고집이 센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얻었으면 하는 것은 천혜의 자연에 도전하는 엄 대장의 용기와 그것을 자신의 능력보다는 하늘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겸허함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뒤로 물러설 수 없을 때 강해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죽을 각오를 하고 임하는 사람은 결국 살아남습니다. 절실한 마음, 이루어 내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그 사람을 성장하게 해요, 그 의지와 투지가 성공을 이끌어 내는 데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엄홍길 대장이 산을 원정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엄대장의 행보를 보면서 많을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흔히들 말하듯이 인생이라는 것이 산이라고 표현을 하곤 하지요.
그런 산은 늘 우리 앞에 있습니다.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높은 산등성이가 눈앞에 펼쳐지는 아찔함을 겪곤 합니다.
그런 인생, 삶의 산에 대한 이야기를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책에서 간접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 자신은 우리가 이겨야 할 대상, 즉 극복의 대상인 동시에 믿어야 할 존재입니다. 자기를 이긴다는 건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의지가 박약하다고 생각하면 '난 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자기 암시를 해보세요, 생각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는 겁니다. 그러자면 그전에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해야 합니다.
--- 중략 ---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인정해야 해요, 나 자신에게 "너 멋있는 놈이야. 좋아. 잘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말해 보세요.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들도 나의 가치를 인정해줘요. 내가 나를 믿지 않는데, 누가 나를 믿어 주겠어요?
--- 중략 --- 진정으로 하고 싶고 이뤄야 할 일이 있다면 먼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엄 대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나의 아이들은 이젠 장성을 하였습니다. 나이도 이젠 중반을 훌쩍 넘어가고 있고요.. 더구나 육체의 이곳저곳이 나이가 들었다고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제게 꿈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정확히 말할만한 것은 없습니다만,
도전할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직장을 다니면서도 제대로 된 자격증이 없음이 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금 나에게, 누워서 떡 먹기로 쉽게 처리하게 되는 업무에 자격증이 있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만, 그것은 저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엄 대장의 말처럼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한다기보다는 그것으로 인한 나를 칭찬해주고, 나 스스로 값어치를 높이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번의 도전이었지만, 솔직히 나 자신에 대한 자만심으로 홀라당 떨어졌습니다.
창피하기만 했었죠. 다 아는 문제인데 왜 떨어졌을까. 그것도 커트라인에서 겨우 1,2점의 점수로 떨어진다는 것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목표인 만큼 이번에는 차근히 준비를 시작했지요.
그뿐인가요?
중년의 나이를 살아오면서 왜 어려운 고비가 없었겠습니까? 완전한 바닥까지 내려가본 경험이 있지요.
참 좌절도 많이 하고, 싸움도 많이 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닥까지 내려갔으니.. (지구가 구멍이 뚫려있지 않은 이상) 올라올 일 밖에 없습니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에 저의 그때의 심정, 지금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엄 대장의 글이 참 와 닿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넘어집니다.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가는 삶은 없어요. 모든 과정이 순탄하기만 하다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고, 행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왜 하필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런 상황에 안 처했다면, 앞으로 살아가다가 더 큰 장벽을 만날 수 있다' 생각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액땜이라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나는 인생의 초반에 액땜을 크게 했지요. 물론 지금도 잔잔한 액땜은 늘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좌절할 만한 일은 아니더라고요. 이거 죽을 일이라고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액땜의 시간을 겪으면서 세상에 대해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책의 제목처럼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이지요.
그때의 경험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 일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두드려보는 습관이 생겼고요. 확신하는 일도 다시 한번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고요.. 더구나 어려운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나로 성장하고 있더란 얘기죠.
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삶의 시선이 달라지고 마음의 풍족함이 달라지니까 말입니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책이 그렇습니다.
엄홍길 대장이라는 산악인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나를 가장 아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깨우치게 됩니다.
모든 인생으로 나로 인새 시작하고 움직이기 때문이죠.
잠시 삶에 투덜거림이 나오는 요즘이었습니다만,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를 읽으면서 제 마음을 다시 한번 정비해볼까 합니다. 그래야 내 앞의 인생이란 산을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할 테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