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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달라지는 점 중의 하나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나의 모습이 요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어렸던 지난 시간의 새해맞이는 되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너무 씩씩하게 맞이했던 기억이 더 많다.
열정과 패기라는 이름 앞에서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는 새해를 참 요란스럽게도 환영을 하곤 했다.
2014년이 딱 9일 남았다.
그리고 이 시간에 나는 2015년도 해오름달의 <샘터>를 막 다 읽었다.
2015라는 새로운 숫자 앞에서 아직 남은 2014를 되돌아본다.
별 탈 없이 보낸 다행도 있고, 그 와중에 아이들의 진학문제로 며칠을 잠을 설친 적도 있고,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응원의 말을 간절하게 실어서 들여주었던 해이기도 하다.
2015년 해오름달 <샘터>를 마주하고 앉아서 나름의 센치함에 빠져드는 이유가 새로움의 숫자도 있고, 또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 새해에 대한 궁금함 때문인 듯하다.
마침 <샘터>의 2015년도 화두가 '만남'이란다.
사람과의 만남, 책과의 만남, 음식과의 만남 등등 만남을 확대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이 만남에서 시작해서 만남으로 이어진다고 <샘터>에서 말하지 않는가.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만남을 내 기억 속에 각인시켰는가..천천히 떠올려 보려 한다.
아니면 새로운 2015의 수많은 날을 어떤 만남으로 채워갈지 담담하게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
마치 어릴 적 방학을 앞두고 동그란 계획표에 안에 색색이 써내려가던 그때처럼..
2015년도 <샘터> 해오름달에서 만나는 이들은 3대째 연극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녀, 손진책 부부와 아들 지형씨의 이야기이다. 연극이라는 공통의 천직을 걸어가면서도 그 천직 때문에 행복하고 때론 버려야 했던 추억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정작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사는 방편으로 했을 뿐. 물론 그 조직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는 정말 열정을 다했다. 하지만 퇴직을 마음먹고 되돌아서 나올 때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 한 톨의 미련없이. 정말 아쉬움 없이 단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내가 좋아서 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느껴봤기에 이 세 사람의 연극인 가족의 이야기가 더욱 남달라 보인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서점, 북카페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이야깃거리이다.
책과 맥주..
한적한 곳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 조용히 책을 읽어본다. 정말 멋있는 상상이다.
세상의 시끄러움을 벗어나 홀로 조용한 시간으로 힐링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장소 아닐까. 요즘은 흥청망청, 떼로 지어 다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나홀로족이 많다. 한 편으로 보기에는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경쟁 속에서 지친 나를 스스로 보호하고, 다독이고 싶어하는 마음속 깊은 곳의 바램인 듯하다.
나만의 시간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문학을 만나고, 시간을 만나고, 그리고 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의 이야기라 너무 좋다.
상암동이라고 하니..친정가는 길에 한번 들려봐야겠다.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에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아주 천천히 골라봐야겠다.
<샘터>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너인 참살이 마음공부의 한 구절이다.
몸과 마음이 나약한 자신을 모습이 싫다는 고민에 법륜 스님 특유의 즉문즉설을 들어본다.
몸이나 마음이 아프다면 일부러 말하고 다닐 것도 없지만 숨길 것도 없다. 숨기면 거짓말을 하는 거고, 마음에 짐을 지게 되는 거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거고, 결국 나 자신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자존감이 없어진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인생의 반전을 듣는다는 것, 생각의 반전을 듣는다는 것은 또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20여 페이지에 담긴 <샘터> 2015년 해오름달의 이야기에서 느끼는 삶의 따뜻함은 다른 때보다 좀 더 깊다. 아마 세월의 한 해를 넘겨왔고, 지내온 시간만큼 아이들에게 지혜를 일러줘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서인가 보다.
기억 속에 남아있고, 지금도 흥얼거림을 따라 해보게 되는 팝송 이야기와 새롭게 알게 되는 미술 이야기와 함께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는 행복일기가 있어서 <샘터>는 삶이라고 하고 싶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작은 책 한 권으로 앞으로 내가 걸어갈 시간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또 다른 모습을 그려본다는 것이 책을 읽는 묘미가 아닐까?
늘 경험하는 느낌이지만 작은 책 속에서 깊은 이야기를 듬뿍 담는 것...이것도 어찌 보면 나만의 행운이라고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