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경이수 지음 / 책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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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인문학에 대한 열풍이 대단함을 느끼곤 한다. TV 채널에서도 인문학 강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동네 도서관에서도 인문학 강의가 열리곤 한다. 인문학 서적은 쏟아져 나오고, 순위가 정해진 통계 결과를 보곤 한다. 그뿐인가? 어느 대기업 경영진들은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을 했다고 하고, 공교육에서도 인문학을 가르칠 예정이라는 말도 들리니 이런 열풍 속에서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한 일이다.

 

인문학이 뭐 별거냐,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모든 학문, 인간을 알아가기 위한 모든 학문 아니겠는가라고 나만의 정리를 내려보기도 하지만, 그 반면 인문학에 대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망설임도 있다. 이를테면 인문학이 어렵고, 방대하고,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그런 느낌 같은 거 말이다.

어쩌다 읽었던 인문학이 너무 어려웠었나 보다. 내 마음이 공감하고,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을 봤다던가 아니면 내 생각이 좀 더 폭넓어서 책 너머에 있는 진한 본질을 읽을 줄 알았어야 했었나 보다.

처음 시작한 인문학을 어려워서 내던져버리고는 멀리했다는 것이 나의 변명 중의 하나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가 눈에 띄게 된 것이 바로 부제(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때문이다. 그렇다. 어렵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쉽게 설명한 책에서 도움을 얻어 다시 인문학을 펼쳐봐야겠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의 결론부터 말하고 가야겠다.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인문학을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인문학이란 뭘까?

여러 자료를 들여다보고, 글들을 들여다보면 결론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서로 얽혀 살아가면서 인생을 만들어 가고, 삶을 느끼고, 역사를 만들어 가고, 깊이를 더해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작가는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인문학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 글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금석같이 고귀한 고전이라도 우리가 즐기지 못한다면 철학으로, 인문으로 생명력은 잃고 맙니다. 인문학은 머리로 정복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보듬어야 진정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나 공자를 알고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고 결국에는 나를 알고자 하는 공부인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기를 살리는 것입니다.

아하, 이제야 알겠다.

인문학이란 인간을 알아가는 것. 인간에 대한 것. 인간 본성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노자의 <도덕경>,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등을 비롯해서 15편의 인문 고전을 소개한다. 인문학 설명서라고 말한 것처럼 소개한 책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보는 법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맥베스>의 이야기를 빌어 인문학적인 견해를 들어보자면

맥베스가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진 것은 현시대에 사람들이 추구하는 권력과 승진에 대한 욕망과도 같은 것이다. 권력은 항상 옳을 수만은 없는 것이며, 언제 어디서든 똑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에 의해서 뺏고 빼앗기는 그런 것이기도 하다. 늘 가지고 싶어하지만 쥐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인생의 하나임을 말한다. 맥베스라는 인문학을 통해서 독자들이 찾아내야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욕심, 나를 제대로 지배하는 것만이 진정한 권력임을 말한다. 

 

똑같이 읽은 책을 두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느낌이 다른 것도 있다.

책 속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함을 일깨워준다. 그뿐인가. 저자는 시대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를테면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라든지, '카뮈에게 문학이란 영감을 전해준 장 그르니에'등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작가와 작품세계에 더욱 친밀하게 몰입할 수 있다.

 

나는 책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이 참 재미있게 읽혔다.

인문학이라는 장르 앞에서 막연한 선입견을 두고 인문학의 깊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초보 독자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곁들여주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인문학에 대한 접어두었던 호기심이 다시 일어난다.

책을 많이 읽었던 독자들(인문학을 많이 읽어본 독자들)은 어쩌면 작가가 제시한 팁이 너무 많은 것을 말한다거나, 미리 정해놓은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인문학에 대해 전혀 초보적인 분들인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팁이라고 보면 좋겠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제가 소개한 15권의 책 중 어느 한 권이라도 만나볼 여유와 자신감을 얻게 되셨다면 긴 시간 이책을 위해 쏟은 저의 시간과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책 속에 본질을 찾는 재미가 있다. 또한, 몰랐던 작품과 글쓴이의 배경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그뿐인가. 책 속에서 얻어지는 지혜와 현 삶과의 이어지는 부분을 저자와 함께 생각하는 재미도 있다. 인문학에 한 발 들여놓는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라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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